모든 주주를 위하여? 장기 투자자를 구분하라

126호 (2013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7∼8월 호에 실린 저스틴 폭스(Justin Fox)와 제이 로시(Jay W. Lorsch)의 글 ‘What good are sharehold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기업 임원들과 주주들이 함께 가야 할 앞길이 막혀 있는 것 같다. 임원들은 주주들의 간섭과 사후 비판 때문에 효율적으로 일하기 힘들다고 불평하는데 이는 맞는 말이다. 주주들은 경영진이 엄청난 돈을 챙겨가면서 성과는 별로라고 불평하는데 이것도 역시 맞는 말이다. 이사회는 어정쩡하게 중간에 끼어 있다. 이사회가 편한 조언자로 활동할 때 더 효율적이라는 증거가 많지만 감시자 또는 규율 담당자로 행동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교착상태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권을 행사했던 경영자의 권력이 주주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던 시절이다. 정치적 또는 경제적인 요인도 작용하기는 했지만 힘이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주주 우월주의 철학이 부상하면서 가능해졌다. 주주 우월주의는 경영진에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경영진은 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서 파생됐다. 이 철학에 따르면 기업이라는 우주의 중심은 주주이며 경영진과 이사회는 주주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지독히 비협조적이다. 법적으로 주주는 기업을 소유한 것이 아니다(그들은 기업의 이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해주는 주식을 가졌을 뿐이다).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그들에게는 대부분의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이사회에 있다). 그리고 많은 최고경영진이 주주에게 충성을 맹세하지만 경영진의 행동과 받는 보수는 그 충성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사여구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일련의 기업 스캔들 및 내부붕괴와 맞물려 외부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는 요구를 불러왔다. 만약 기업이 진정으로 주주를 우선시했다면 자본주의가 훨씬 더 잘 작동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매우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 이전 수년 동안 주주들에게는 힘이 있었지만 결과는 항상 좌절을 안겨줬다. 그렇다면 주주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그들은 기업의 보스가 되기에 부적절할지 모른다. 주주들이 기업을 이끌고 다스려나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실망으로 끝나도록 정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주주들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주주 제일주의에 집착하면서 간과한 것일 수도 있다.

 

이 글에서 우리의 목표는 주주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을 움직이는 인센티브는 무엇인가? 그들은 무엇을 잘하는가? 그들은 무엇을 못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연구와 논의의 규모가 커져가고 있다. (예일대의 밀스타인센터에서 발간한 벤 하이네만과 스티픈 데이비스 조사 보고서기관투자가들은 문제의 일부인가? 해결책의 일부인가?’를 참고하라.) 우리는 주주의 역할을 생각해볼 수 있는 틀을 제시하고 변화에 대한 조언을 하려 한다. 우리는 주주의 역할을 자금, 정보, 규율의 세 가지 분야로 나눴다.

 

1. 자금

주주의 가장 간단한 역할은 자금을 대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는 전혀 간단치 않다. 기업들은 성장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지만 이 자금을 주주로부터 모두 받는 것은 아니다. 미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의 순주식발행은 2870억 달러 감소를 기록했다. 금융기관들이 필사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2008∼2009년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규모는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배당금 지불을 감안하면 지난 10년간 수조 달러의 현금이 미국 기업들에서 주주들에게로 넘어갔다. 이미 자리를 잡은 기업들은 이익잉여금이나 대출금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한다. 그들은 주주의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기업들이 이렇게 형편이 좋은 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주식 투자자들의 자금을 필요로 한다. 그 기업들은 대개 젊고 아직 성장 중이다. 은행이나 채권투자자가 원치 않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해주는 주주들이 없다면 이런 기업들은 저성장에 머물러 있거나 아니면 아예 꼼짝달싹하지 못할 것이다. 자금을 대주는 투자자들은 대개 기여에 상응하는 영향력을 갖는다. 벤처투자자들과 엔젤투자자들은 이사회 일원이 되고 때로는 경영진의 결정이나 임명에 대한 거부권을 갖는다. 어려울 때 전면에 나선 투자자들은 종종 다른 투자자들보다 특혜를 받으며 전략적 결정을 내릴 때 결정권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경영진은 최소한 잠깐이라도 그토록 필요하던 자금을 대준 주주들에게 잘 응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주와 기업들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얘기다. 상장사의 자금줄 역할은 주주 개개인보다는 주식시장이 맡고 있다. 시장은 유동성을 공급한다.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주식이 있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가격이 있다는 점이 채권자들과 사업 파트너들을 안심시켜 준다. 덕분에 합병도 가능하다. 초기 투자자들과 직원들은 회사의 주식을 팔고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현금이 몹시 필요할 때 전면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나중에 투자에 대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바퀴가 돌아가도록 기름을 칠해주는 셈이다.

 

그 바퀴들은 어느 때보다도 많이 기름칠이 됐다. 유진 파마와 케네스 프렌치는 연구를 통해 1973년부터 2002년 사이에 주식을 발행한 기업의 비율이 매년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1973년부터 1982년 사이에 그 비율은 67%였는데 1993년부터 2002년 사이에는 86%에 달했다. 왜 이렇게 증가했을까?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합병과 스톡옵션이나 주식으로 직원들에 보상하는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건강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주식합병은 가치를 훼손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기업들이 스톡옵션을 직원들, 특히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보상 수단으로 남용해왔다(‘권한이 많지만 보상은 더 많아참조). 그리고 좀 더 일반적으로 시장의 유동성에 따른 수익이 점점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유동성을 제공받으려면 자금 시장에 변덕스러운 단기 투기자가 많아야 한다. ‘매수 후 장기 보유전략의 투자자로만 구성된 시장은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하지만 단타 투자자들이 대부분인 시장도 문제가 있다. 최근 단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접수하고 있다. 1950년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 주식의 평균 보유기간은 약 7년이었다. 지금은 6개월이다.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보유기간이 1000분의 1초 단위로 측정되는 초단타 매매자들이 뉴욕증권거래소 일일 거래량의 70%를 차지할 때도 있다.

 

이렇게 주식을 단기로 보유하게 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많은 국가에서 규제 당국이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매매수수료 규제 완화 및 1990년대 후반 십진법 호가제도 등을 통해 거래 비용을 낮췄다. 둘째, 컴퓨터 및 커뮤니케이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금융공학에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셋째, 한때 주식시장을 지배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전문가들 때문에 밀려났는데 이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자주 주식을 거래해야 할 인센티브와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

 

1950년에는 미국 기업 주식의 90% 이상을 가계가 소유했다. 이제는 기관투자가들이 상장기업 국내 주식의 50% 정도를 보유한다. (‘개인투자자 감소참조) 해외 기관투자가들(미국 기업 주식의 해외 투자자 보유분은 개인과 기관으로 구별되지 않는다)과 헤지 펀드(이는 대부분 가계 보유분으로 분류된다)를 더하면 기관투자가들이 아마 65% 내지 70% 가까이 차지할 것이다. 대기업일수록 이 비율이 높다.

 

 

 기관투자가들의 증가는 다른 요소들과 결합해 주식시장의 지형을 바꿨다. 안 그래도 낮아진 매매수수료가 기관투자가에게는 더욱 낮아졌다. 기관들은 최첨단 금융, 컴퓨터,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사용할 능력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유행이나 매일매일의 시장 변동을 무시하는 장기 전략을 추구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돈을 관리하는 기관투자가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만약 수익률이 너무 오래 시장수익률에 못 미치면 고객들이 자금을 빼가기 때문이다.

 

단기 투자자들이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가격의 변동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거래되는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그다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변동성은 유익하다. 사람들이 거래를 할 유인을 주고 시장의 유동성을 유지해준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변동성은 유동성을 죽인다.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수많은 모기지 관련 주식의 거래가 중단됐던 2007년과 2008년의 금융위기를 생각해보면 된다. 혹은 수백 개 기업의 주가가 갑자기 반토막이 났다가 몇 분 뒤 정상으로 돌아온 2010년의 플래시 크래시(시장급등락 현상)도 예가 된다. 영란은행의 앤드루 할데인이 언급했듯 미국과 영국의 주식시장 변동성은 최근 20년간 급증했다. 이것이 기업들의 자금조달이나 주식 거래 능력에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줬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현금이 필요한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고전 중이라는 징후들은 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잠시 IT기업 주식에 열광하던 때를 제외하고는 IPO가 감소 추세다. 회계 법인인 그랜트 소톤은 일련의 연구를 통해 잦아진 매매와 초저가의 거래수수료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증권사들이 더 이상 신생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낼 수 있을 정도의 거래수수료를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주식시장 규제책은 너무 많은 유동성이나 너무 많은 거래, 너무 많은 변동성 같은 것은 없다는 인식하에 만들어졌다. 거래비용을 낮추는 것은 무조건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세금 제도는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단타 매매에는 장기 투자보다 높은 자본이득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연금, 재단, 기금 등 대형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소득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이런 세제 효과는 줄어든다.

 

플래시 크래시에 이어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갑작스러운 시장 변동성이 발생할 때 사용할 새로운 서킷 브레이커와 거래 중단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이는 최소한 방향성은 어느 정도 바꿔줄 것이다. 하지만 거래에 관련한 규범과 법률을 더 폭넓게 재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다. 시장의 마찰도 가끔 쓸모가 있다. 과도한 유동성 같은 것도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토빈세나 로빈 후드세 등으로 불리는, 모든 금융거래에 소액의 세금을 붙이자는 제안이 많이 논의된다. 세금 주제들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유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당연히 반대한다는 논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2. 정보

주식시장은 이 세상의 대형 정보 종합 센터 중 하나다. 1960년대부터 금융학자들은 기업 관련 정보의 냄새를 맡고 평가하는 주식시장의 놀라운 능력에 대해 기술해 왔다. 연구에 의하면 시장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뉴스에 반응한다. 종종 뉴스가 알려지기 전부터 움직이기도 한다. 회계 관례나 기업 이익의 실제 경제적 가치에 대한 눈속임을 훤히 들여다본다.

 

만약 어떤 CEO가 투자자들이 회사의 실적 향상과 관련해 회사를 믿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한다면 사실 시장이 옳고 CEO와 회계사들이 허풍을 떨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는 말이다. 또한 주식시장이 종종 단기성과 조급함 때문에 공격을 받지만 주가, 특히 성장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들의 주가에는 향후 수십 년간의 잠재적 이익이 반영돼 있다는 것을 많은 통계자료가 보여준다.

 

하지만 앤드루 할데인이 지적했듯 투자자들이 미래를 살펴보려는 노력을 덜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을 전망할 때 주식시장에 오류가 없을 수 없었다. 만약 오류가 없다면 이성적인 투자자나 투기꾼들이 자원과 지적 능력을 들여 정보를 파헤치고 시장을 이기려고 노력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불완전성 - 금융학자인 피셔 플랙이잡음이라고 표현한 - 이 있어야 금융시장이 작동한다.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을까? 블랙은 시장가격이실제 가치의 반은 넘고 두 배는 안 되는 경우최소 90%’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이는 자본주의를 위해서는 충분하지만 정보와 가이던스를 찾는 경영진이나 이사회에게는 오차의 범위가 너무 크다. 그들은 때로 아주 잘못된 정보를 얻는다. 2012 1-2월 호 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임원급 헤드헌터인 제임스 시트린은 새로운 CEO 임명과 함께 주가가 급락한 기업들은 같은 상황에서 주가가 급등한 기업들보다 그 이후의 성과가 훨씬 좋았다고 보고한다. 또 예를 들면 코카콜라와 펩시처럼 주가 움직임을 비교하는 것이 거시경제적 요인이나 시장 심리가 좌우하는 절대적인 주가 움직임보다 많은 정보를 준다. 폴 새뮤얼슨이 말했듯이 금융시장은 미시적으로는 효율적이고 거시적으로는 비효율적이다.

 

이처럼 주식시장이 여전히 먼 미래도 반영하고 있다고 금융학자들이 입증해도 경영진은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움직인다며 불평을 한다. 통계 도구를 정확히 사용한다면 유용하고 이성적인 신호를 시장의 잡음과 구별해낼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주가가 하루 혹은 한 달 동안 어떻게 움직였는지 본다면 무질서한 모습을 볼 것이다. 인간의 본성상 복잡한 장기적 트렌드보다는 단순한 최근의 신호에 관심을 갖기 쉽다. 특히 지난 20년간 최고경영진이 그랬듯 단기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주주들은 주가를 통해 단지 경영진에게 정보를 보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말을 할 수도 있다. 많은 경우 정보가 많은 투자자들 - 벤처기업의 벤처투자가들부터 <워싱턴포스트>에 투자한 워런 버핏에 이르기까지 - 은 경영진에게 중요한 정보, 분석 및 조언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현재 시장의 환경에서는 그다지 권장되지 않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2000년 채택한 공정공시 제도는 모든 실질적 기업공시가 즉시 대중에게 공개될 것을 요구한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공정한 정보의 장을 제공할 목적이었다. 목적 자체는 훌륭했다. 하지만 결과에는 문제가 있었다. 아만도 로메스, 개리 고튼, 레오나르도 마두레이라의 연구에 의하면 공정공시 제도 도입 이후 소기업들이나 복잡한 관계의 기업들은 애널리스트의 관심이나 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공공의 장에서 이뤄지게 하자 미묘한 뉘앙스나 복잡한 사항을 전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 제도가 주주와 경영진 사이의 대화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경영진이 회의를 경계하고 주주들이 그런 회의에 참석할 유인을 줄여서 정보의 흐름을 막고 있다. 경영진과 투자자들 간의 대화는 이제 주로 분기별 실적보고서에 뒤이은 콘퍼런스콜에서 이뤄진다. 콘퍼런스콜에는 실제 투자자 이외에도 증권사나 리서치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참석한다. 우리 경험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이 대부분의 질문을 하는데 그들은 피상적이고 단기적인 것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몇몇 애널리스트나 투자자들이 기업 정보에 특별접근이 가능했던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말도 안 될 것이다. 어떤 투자자들은 여전히 그런 특별한 접근권을 갖고 있다. 어느 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이사회 멤버인 주주는 공정공시 제도의 적용에서 예외다. 그들은 기업의 내부자로 간주돼 다른 규제와 공시 요건의 적용을 받는다. 기술적으로 내부자에 해당하지는 않는 장기 투자자들이 경영진과 더 솔직한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전략정보의 일부라도 교환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제도의 변화가 없다면 장기 투자자들과 경영진 사이에 격의 없는 대화를 좀 더 갖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경영진은 유용한 시장정보를 얻고 덜 적대적이고 더 효율적인 기업 지배를 확립할 수 있도록 주주들과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사회와 주주 사이의 대화도 역시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대다수의 경영진은 이사회 멤버들에게 그런 일을 믿고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주주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경영진이라면 기업 통제는 잘할 수 있을까? 우리가 참관한 주주와 이사회의 모임에서는 향후 위기 상황에서 의지가 될 수 있는 더 큰 신뢰와 끈끈한 관계가 구축됐다.

 

3. 규율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경영진은다른 사람들의 돈을 관리하기 때문에 그 돈을 파트너나 소유자들처럼 주의 깊게 다루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업 지배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됐다. 어떻게 하면 관리자들이 일을 제대로 하게 할 수 있을까? 잘한다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1976년 마이클 젠슨과 윌리엄 메클링이 작성한 아티클이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들은 이것을주인(주주)’대리인(관리자)’ 사이의 갈등으로 규정했다. 만약 대리인이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면 갈등이 없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소유 비율이 떨어지면서 대리인은 주인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고픈 유혹에 빠진다. 대리인이 주인을 이용하는 것을 막는 것은 기업지배의 주요 과제다.

 

왜 직원이나 고객 혹은 지역주민이 아니라 주주만 대리인이 신경 써야 하는 대상인가? “한 곳 이상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젠슨은 설명했다. “의도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일차목적함수(single valued objective function)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목표가 하나만 있어야 한다면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젠슨은 그것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본과 부채를 모두 고려한 기업가치의 극대화가 올바른 목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주와 채권자는 종종 서로 다른 이익과 우선순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주주가치가 경영진, 투자자, 학계 및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대표적인 목표가 됐다.

 

이런 생각의 힘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아하고 직관적이다.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있다. 매리안 버트런드와 센딜 물라이나산은 5% 이상의 지분을 가졌지만 CEO 역할을 하지는 않는 대주주가 있는 기업이주인마인드가 없는 기업보다 잘 지배되고, 경영진에게 합리적인 보수를 주며, 실적이 좋다는 것을 밝혔다. 그런 주인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주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면 어떻게 관리자들을 관리할 수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주식을 팔거나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문제가 있다. 주식을 팔아 주가를 내려 관리자들에게 벌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주주 한 사람이, 설사 대주주라 할지라도,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는 힘들다. 게다가 대주주들 중에는 인덱스 펀드들이 있는데 이들은 주식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 특정한 주가 구간에서는 주식을 전량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주가는 정보를 전달할 때 잡음이 많고 변덕스럽다.

 

투표가 남는데 여기에도 약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오래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단기 투자자는 장기 투자자들만큼 관리자를 벌하거나 이끌지 못한다. 호세 미겔 가스파, 마시모 마사와 페드로 마토스의 연구에 의하면 주식 회전율이 높은 주주 비중이 큰 기업들은 합병 시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인수할 때에는 값을 더 지불하고, 일반적으로 주가가 시장수익률에 못 미쳤다. 또한 큰 기관투자가들은 포트폴리오가 매우 다양하다. 수백 개, 때로는 수천 개에 달하는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중 어느 곳의 지배구조나 실적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 결과 대부분의 전문 투자자들은 중재인 - 대표적으로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를 들 수 있다 - 에 의존해 투표한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표준화되고, 대개는 피상적인 감독이라는 문제가 있다. ISS는 관행을 따라 공개문서에 공시된 약간의 정보에만 초점을 두며 이런 요소들이 더 효율적인 지배나 기업의 성공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어떤 투자자들은 소극적인 접근법을 넘어선다.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 연금(CalPERS)은 성과와 기업 지배 면에서 뒤떨어진다고 간주되는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서 골라낸다. 그리고 그 기업들의 이사회나 경영진과 사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대화해서 이사회나 전략이 변화하도록 독려한다. 이런 일이 효과가 있을까? 초기 연구는 대상이 된 기업들의 주가에 긍정적인캘퍼스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이후 효과가 줄어들었다. 잠재력에 못 미치고 있다고 생각되는 단일 기업의 큰 주주가 돼서 전략 방향이나 경영진의 변화를 강하게 주장하는 헤지펀드들은 훨씬 더 적극적이다. 이런 펀드들은 분명히 중기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법학자인 린 스타웃이 지적했듯 특정회사의 주가를 올리는 것이 반드시 경제적 가치 창출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인수합병 위협이나 헤지 펀드의 행동주의가 경영진에게 건강한 규율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믿더라도 이처럼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실제로 행해지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규율하거나 감독할 동기와 시간이 부족하다. 또한 투자자들은 쓸 수 있는 시간과 우선순위가 제각각이다. 모든 투자자들이 반드시 같은 것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다. 반면 최고경영자들은 보수를 많이 받고 동기도 강하며 매우 숙련된 전업 전문경영인들이기 때문에 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만 아니라면 불만을 가진 투자자들을 교묘하게 이기거나 그들보다 더 오래가는 것이 쉽다고 느낄 것이다.

 

주주들에게 투표거리를 더 준다고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주주와 경영진 사이의 갈등을 키우고 경영진이 더욱 돈에만 관심을 갖고 자기 이익을 챙기도록 해서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주주 민주주의의 매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난 수년간 기업 지배구조변화에는 주주의 참정권 강화가 포함돼 왔다. 미국에서는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 승인권 제도(say on pay)’ 조항이 2010년 도드-프랭크법에 포함됐다. 이는 기업이 임원 보수 관행을 최소 3년에 1번씩 (구속력은 없는) 주주들의 투표에 붙이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또한 대주주들이 이사진 후보를 내세울 수 있게 하는대리접근권(proxy access)’도 요구했다. 비록 이런 취지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규범을 대법원이 무력화하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지만 말이다. 주주행동주의자들은 이사진이 되려면 투표한 주주 중 과반수가 아닌 모든 주주에게서 과반수를 얻고 매년 이사진 중 몇 명만 선출하는 대신 모든 이사진이 매년 투표대상이 되고,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한포이즌 필(poison pill)’ 조항을 없애는 등 각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를 요구해왔고 종종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기업의 주인들에게 더 많은 힘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일어났지만 주주가 주인과 같지는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다. 당신이 차를 소유하면 사고로 인한 손실이 그 차의 가치를 넘어서더라도 당신에게 책임이 있다. 하지만 주주들은 그들이 투자한 만큼만 책임을 진다. 어떤 주주들은 마치 주인처럼 행동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사실 임차인, 때로는 초단기 임차인이다. 부동산에서 임차인은 법적인 보호를 받지만 부동산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혹은 사거나 팔려야 하는지에 대해 발언이 거의 없다. 단기 주주들에게도 이런 방식이 합당해 보인다.

 

say on pay’ 조항은 이런 방향으로의 첫걸음을 포함한다. 어떤 기업의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한 사람들만 투표권을 갖는다. 우리는 더 큰 변화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제안된 것 중에는 보유기간에 따라 투표권을 차등으로 적용하는 것이 있다. 더 간단한 방법으로는 기업의 어떠한 선거든 주식을 최소 1년 보유해야만 투표권을 주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매일매일의 주가 변화와 분기별 순익 변화에 관심을 덜 가진 주주들에게 더 많은 힘을 줘 단기성과주의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장기 주주들을 다른 주주들과 분리하면 그들이 이사진이나 경영진과 더 많은 대화와 신뢰를 가질 수 있다. 관건은 기업 지배에 많은 논란을 가져오는 주주 민주주의의 관념을 버리고 기여할 것이 많은 주주들에게 발언권을 더 주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이사진 구성방법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대법원에 의해 무력화된 대리 접근권 조항은 주주들이 자신들의 경쟁자인 이사 후보를 지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이미 기업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만 이 조항이 들먹여졌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만약 이사진 선정이 일반화되면 유능한 사람들이 이사회에서 일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논쟁적인 선거 캠페인을 좋아하는 기업인은 거의 없다. 사외이사를 더 데려오는 것이 기업 지배를 향상시킨다는 증거도 없다. 이사회 구성이 갖는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 중 대부분은 아무런 영향이 없음을 보여줬고 주주와 같은 편이 더 많을수록 성과가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은 매우 적었다.

 

대립이나 갈등이 아닌 주주의 기여를 북돋는 접근법이 이사회 개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예를 들어 대주주들은 비공식적으로 혹은 주주 대표들로 이뤄진 자문 그룹을 통해 이사진 후보를 제안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스웨덴에서 행해지는 방식과 유사하다. 스웨덴에서는 최대주주들을 대표하는 위원회가 이사진 후보들을 추천한다.

 

 

 

 

 

향후 전망

1970년대 미국의 많은 기업들은 안주라는 문제를 겪었다. 경영진은 스스로를 중요한 조직의 관리인으로 여겼고 경쟁 환경의 커다란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거부했다. 주주들은 참을성을 잃었다. 학계는 어떻게 하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진을 고분고분하게 할 수 있을지 이론들을 고안했다. 그 결과 경영진은 리스크를 덜 싫어하고 변화를 더 잘 받아들이게 됐다. 하지만 주주들은 이런 변화가 낳은, 더 공격적인 성격의 경영진을 성공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그렇게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이때가 주주들이 반경영진 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주주와 경영진 사이의 갈등이란 주주가 이길 수 없는 비대칭적인 전쟁이다.

 

주주들이 무엇을 원한다고 얘기하는지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로자베스 모스 캔터의위대한 기업들은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는가( 2011 11월 호)’ 같은 연구에서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가장 성공적인 기업들은 주주가치 극대화가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진 기업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직원들과 고객들이 주주보다 기업을 더 잘 알고 더 많은 장기적 헌신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전통, 윤리, 전문가적 규준 같은 것들은 종종 인센티브보다 더 행동을 좌우한다.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항상 가장 잘 안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단기 주주들이 더 잘 알기는 힘들며 이들에게 의지해 기업을 바르게 끌어가려는 지배구조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지배구조 및 경영진 보수 개혁이 의도치 않게 부정적 결과를 도출한 적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기 때문에 새로운 큰 변혁을 추천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장기 주주들에게 더 많은 역할을 주고 그 과정에서 주주, 경영진, 이사회 사이에 더 건설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라는 드라마의 다른 배우들-이사진, 고객, 직원, 채권자, 규제당국, NGO -이 자금, 정보 특히 규율을 제공하는 부담의 일부를 나눠질 수 있도록 그들의 역할을 찾아주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것은 곧장 좋은 일을 하라는 명령으로서가 아니라 오늘날의 주주들이 주주 자본주의가 잘 돌아가게 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인식으로서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다.

 

 

 

저스틴 폭스, 제이 로시

 

번역 |윤자영 pompomy@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