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년 6월 호에 실린 TMBC(The Marcus Buckingham Company) 설립자 마커스 버킹엄(Marcus Buckingham)의 글 ‘Leadership Development In the Age of the Algorithm’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페이스북(Facebook) 페이지에 접속해 본 적이 있다면 화면 오른쪽에 자신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는 맞춤형 광고가 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접속하면 1983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느 학급에 관한 소식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광고가 뜬다. 왜 하필 1983년일까? 필자가 바로 1983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정답은 바로 ‘필자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 광고 아래에는 세계적인 요리사 고든 램지(Gordon Ramsay)가 운영하는 LA 레스토랑 광고가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이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페이스북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페이스북이 그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필자가 알려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광고계에서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것은 훌륭한 광고를 위한 표준 공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먼저 사용자에게 ‘당신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 파악한 내용을 토대로 각 사용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노출시킨다.
넷플릭스(Netflix)도 같은 방식을 활용한다.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기 전에 ‘영화 퀴즈’를 낸다. 이런저런 영화를 봤는지 질문을 던지고 각 영화에 평점을 매겨줄 것을 요구한다. 넷플릭스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과거에 선호했던 영화와 유사한 성향을 갖고 있는 영화만 추천한다. 존경받는 미국의 유명 일간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역시 사용자의 성향을 고려해 맞춤형 뉴스를 제공한다. <뉴욕타임스> 디지털판 구독자는 온라인에 접속하면 과거에 자신이 클릭한 기사를 바탕으로 추천 엔진이 만들어낸 기사 목록과 함께 친구들이 클릭한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콘텐츠 전달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 탓에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때 이런 서비스의 존재를 의식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다시 말해서 사용자를 한 명씩 개인으로 인식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전혀 차별화되지 않은 정보가 주어질 때 의아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필자도 이런 상황에 놓여본 적이 있다.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 개개인의 특성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리더십 훈련을 통해 다양한 리더십 유형과 다양한 강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 이미 십여 년이 흘렀지만 뛰어난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 양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조직조차 리더십 프로그램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리더십 프로그램은 뛰어난 인재들에게 ‘당신은 조직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리더십 프로그램에는 정작 인재에 대한 이해가 거의 반영돼 있지 않다.
모범 관행을 토대로 하는 리더십
기업과 학계에서 활용하는 모든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은 사실상 동일한 모형을 바탕으로 한다. ‘정형화된 모형’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이 모형은 다양한 리더십 접근방법을 수집해 표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이해하기 힘든 접근방법을 제거한 후 나머지를 모아 하나의 공식을 만든다.
리더십 개발 분야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이 모형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간다. 먼저, 가장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한데 모은 다음 이들에게 최고의 리더십 기법 및 관행에 대한 의견을 구한 후 이 기법들을 성문화해 하나의 리더십 역량 공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 360도 평가를 통해 다른 관리자가 이런 역량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이 공식을 성과평가를 위한 확고한 지침으로 만든 다음 이 공식을 기준으로 승계 계획을 작성한다. 이 공식은 인재 관리 소프트웨어에 입력되고 온라인 학습 콘텐츠 및 사내 대학 유인물의 구성 요소로 자리를 잡는다.
이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개념은 단순하다. 즉 효과적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가기에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모범 관행을 제시하는 하나의 모형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모형을 찾아내 하나의 공식으로 바꿔놓은 후 인재를 발굴해 공식에 끼워 맞추기만 하면 얼마든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식으로 접근해볼 수는 없을까?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첫째, 리더십은 보편적이지 않다. 다시 말해서 모범 관행 같은 것을 장려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다수를 위한 모범 관행 역시 마찬가지다. 둘째, 각기 다른 유형의 리더들에게 적절하게 차별화된 훈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에 따라 리더십 유형이 다를 수도 있다는 첫 번째 개념은 자칫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그동안 한 사람의 리더로 평가받고 특정한 장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그 장점을 잘 활용하도록 격려받았을 수도 있다. 혹은 다수의 성공한 리더를 통해 모두가 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
몇 해 전, 필자는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소매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에서 가장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는 관리자들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던 중 랄프 곤잘레스(Ralph Gonzalez)와 인터뷰를 했다. 랄프는 실적이 가장 저조한 베스트바이 매장을 우수한 매장으로 탈바꿈시켜 여러 차례 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인재다. 매출에서부터 수익성, 직원 참여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지표상에서 랄프는 팀원들을 하위 10%에서 상위 10%로 끌어올렸다. 필자는 랄프에게 무엇이 그토록 극적인 변화를 초래하게 했는지 물었다.
랄프는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의 젊은 시절과 닮은 자신의 외모를 적극 활용했다고 답했다. 자신이 관리하는 매장을 ‘혁명(La Revolución)’이라 부르고 휴게실에는 ‘혁명 선언’이라는 글귀를 걸어뒀으며 일반 관리자들에게 군복을 입혔다. 인터뷰 내용을 적어 내려가고 있는데 랄프가 호루라기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랄프가 지휘하는 팀은 어떤 기준으로 보든 모든 면에서 최하위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었다. 랄프는 직원들에게 매장 내에서 실제로 바람직한 행동이 일어났을 때 그 사실을 축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한 매장 내에서 그러한 바람직한 행동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었다. 그래서 랄프는 모든 직원들에게 호루라기를 지급한 다음 누군가가 좋은 행동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띌 때마다 호루라기를 불라고 이야기했다. 좋은 행동을 한 대상이 상사건,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이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저 주어진 일을 해내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훌륭한 일을 해내면 언제 어디서건 호루라기를 불 수 있었다.
매장이 무척 시끄러워지지 않았냐는 필자의 질문에 랄프는 카스트로처럼 활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물론이다. 하지만 그 덕에 매장에 활기가 돌았다. 그 소리 덕에 나도 활력을 얻었다. 고객들도 마찬가지였다. 고객들은 호루라기 소리를 무척 좋아했다.”
랄프가 제안한 혁신적인 방법에 매료된 필자는 도널드 클립튼(Donald Clifton)과 공동 집필한 저서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Now, Discover Your Strengths, 프리 프레스, 2001년)>에 랄프의 사례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책에 기록하지 않았다.
개별적인 기법 자체가 아니라 개념을 활용하라
물론 랄프 곤잘레스는 독특한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랄프처럼 조직을 이끄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리더십 개발 패러다임은 이 같은 가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리더십 개발 패러다임하에서라면 랄프의 뛰어난 행동을 역량 모형에 반영해 모든 경영진에게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진행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랄프가 활용한 호루라기 기법 역시 같은 운명을 맞이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회사 모임에서 랄프의 호루라기 활용 사례가 몇 차례 언급되자 호루라기를 활용한 리더십 기법이 생명력을 갖고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미국 전역에서 호루라기 바람이 일더니 모두가 호루라기를 불기 시작했다. 직위에 따라 호루라기를 차별화해야 한다며 매장 총괄 관리자에게는 녹색 호루라기를, 일반 관리자에게는 하얀색 호루라기를,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평범한 은색 호루라기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체크리스트가 언급되기도 했다. 호루라기를 불어야 할 만한 12개의 상황과 호루라기를 불어서는 안 되는 20개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어떤 리더가 자신의 성격을 생동감 넘치는 방식으로 표현한 데서 출발한 관행이 빠른 속도로 표준 운영 절차로 거듭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베스트바이의 몇몇 현명한 임원들은 호루라기를 활용하는 리더십 기법의 성패는 랄프라는 한 개인의 존재 여부에 거의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덕에 호루라기 관행의 변이와 확산이 중단됐다.
베스트바이의 임원들은 특정한 개인이 활용하는 리더십 기법을 정형화된 모형으로 발전시켜 활용하는 방법이 잘못됐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랄프의 동료들과 베스트바이의 리더가 되려는 열망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정형화된 모형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런 모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이론적인 리더십 공식의 세계에서라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실 세계에서 모든 리더에게 효과적으로 전수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리더십 기법을 발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결국은 진정성의 문제다. 어떤 리더가 활용했을 때 완벽할 정도로 자연스러워 보였던 기법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사용하면 억지나 거짓처럼 보이고 심지어 어리석게 보일 수도 있다. 예쁜 승무원들에게 둘러싸여 버진아메리카(Virgin America) 항공기 계단에서 샴페인 병을 들고 있는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의 모습은 대담하고 늠름해 보인다. 하지만 워런 버핏(Warren Buffet)이 자신이 소유한 넷제츠(NetJets) 항공기 계단에서 같은 동작을 취한다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랄프의 호루라기 사례는 조직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현실, 즉 뛰어난 리더십 기법을 간단하게 다른 사람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리더십의 개념은 얼마든지 확대해서 활용할 수 있다. 개념이라는 것 자체는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손쉽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랄프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리더십의 개념은 ‘최고의 리더는 훌륭한 순간을 포착해 팀원들에게 알린다’는 것이다. 리더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와 같은 개념을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리더가 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면 고객 충성심이 올라간다’거나 ‘기존 고객이 최고의 잠재 고객’이라는 개념을 가르치면 도움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별 리더의 손에 들어간 하나의 개념은 하나의 관행, 연속적인 행동, 일련의 기법으로 바뀐다. 사람, 즉 실제로 개념을 적용하는 누군가(다시 말해서 랄프와 같은 사람)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또한 랄프에게는 효과적이었던 기법이 랄프와 다른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정성 있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차용한 기법을 무작정 활용하면 자칫 높다란 막대 위에 올라서서 걷고 있는 듯 불편해 보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리더십 기법을 무작정 차용한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일관성이 없고 자신의 본능이 그런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마치 프랑켄슈타인 같은 존재가 돼버리는 것이다.
프랑켄슈타인 같은 리더를 따르려는 사람은 없다. 이런 부류의 리더는 행동이 굼뜨고 위험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다. 심지어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때 취하는 행동도 과거의 행동과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다. 이런 부류의 리더가 어디쯤 서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런 부류의 리더와 함께 자신이 어디쯤 서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간단하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나침반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리더에게서는 이런 식의 일관성이 관찰되지 않는다. 오늘 누군가로부터 차용한 리더십 기법이 새로운 리더십 기법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리더십 기법을 이리저리 변경하며 불분명하고 일관성 없는 신호를 보내는 리더보다 직원들을 두렵게 만드는 리더는 없다. 필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정반대 또한 사실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2002년, 갤럽(Gallup)에서 연구를 맡고 있는 짐 하터(Jim Harter)와 동료들은 직원 참여에 관한 여러 연구를 메타 분석했다. (1만885개 팀에서 일하는 31만 명의 직원들이 경험한 내용을 분석했으며 지금껏 진행된 같은 부류의 메타 분석 중 가장 큰 규모다.) 분석 결과, 하터와 동료들은 직원들의 참여와 이직을 결정짓는 두 번째로 중요한 동인이 ‘나는 사람들이 내게 무슨 기대를 하는지 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진정성은 리더가 갖고 있는 가장 귀중한 상품이다. 리더가 자신의 강점과 일치하지 않는 리더십 기법을 억지로 활용하려 하면 진정성을 잃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리더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자신과 같은 강점을 갖고 있는 리더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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