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2년 가을 호에 실린 뉴질랜드 오타고대 회계 교수 랠프 W. 애들러(Ralph W. Adler)와 일본 히토츠바시대 회계 교수 도시로 히로모토(Toshiro Hiromoto)의 글 ‘Amoeba Management: Lessons From Japan’s Kyocera’를 번역한 것입니다.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고 비즈니스 기반이 확고해지면 기업은 초창기에 자사의 성공을 가능케 했던 높은 수준의 활력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태도를 유지할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지난 몇 해 동안 고민에 빠진 관리자들과 경영 이론가들이 자가 관리팀, 자가 조직 시스템, 사업부 분할 등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방법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방안들은 관리자와 직원들이 사내 수익 창출 기관의 성과에 대해 좀 더 직접적인 책임감과 의무를 느끼도록 고안된 것이다.) 하지만 교세라처럼 과감한 방안을 택한 기업은 드물었다.
1959년에 교토 세라믹(Kyoto Ceramic Co. Ltd.)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교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교세라는 산업용 세라믹, 반도체 부품, 전자 기기, IT 장비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왔다. 2011년 4월1일부터 2012년 3월31일까지 교세라는 세계 시장에서 14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교세라의 직원 수는 7만 명이 넘었다. 2012년 3월에 마감된 회계연도에 교세라는 10억 달러의 순이익을 얻었고 53년 연속 이윤 창출이라는 훌륭한 기록을 세웠다.
50년이 넘는 비즈니스 역사에서 교세라의 성장과 성공을 주도한 핵심 요인은 사내에서 ‘아메바 경영(amoeba management)’이라고 알려져 있는 교세라만의 독특한 기업가적 문화였다. 교세라는 환경에 대응해 증식하고 모양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묘사하는 동시에 가장 작고 가장 기본적인 차원의 독립체라는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아메바’라는 단어를 사용한다.1 다시 말해 아메바 경영은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비즈니스 세상에서 즉흥적이고 항상성 있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른 성공적인 전자제품 제조업체들과 달리 교세라는 규모가 작고 고객 중심적인 수많은 사업 단위로 구성돼 있다. 교세라의 설립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운영이나 재무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평범한 직원들이 비즈니스의 성공에 기여할 방법을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아메바 경영 방식을 개발했다. 3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교세라를 이끌어나가다가 1997년에 CEO 자리를 내어 놓은 이나모리는 교세라 경영을 시작할 당시 조직을 경영한 경험이 전무했고 경영과 관련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이나모리는 ‘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을 만한 올바른 일’인지에 대한 판단을 기준으로 경영 관련 결정을 내리도록 직원들을 독려하는 게 교세라를 운영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2 (‘이나모리 방식’ 참조.)
교세라에는 약 3000개의 아메바 조직이 있다. 물론 개별 아메바 조직이 나뉘고 통합되고 해산되는 과정에서 정확한 숫자는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교세라 내부의 수많은 아메바 조직들은 다양한 부류의 고객을 상대하지만 공통의 전략 목표 및 목적(가격, 품질, 적시 배송, 기업 가치(공정성과 진실성, 성실성과 인류애)를 직원들에게까지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공유한다. 대개 5∼50명 정도의 직원들로 구성되는 각 아메바 조직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수익성 있는 성장을 위해 다른 아메바 조직들과 협력할 방법을 직접 찾아낸다. 교세라는 이런 목표를 뒷받침하는 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다른 분권화 경영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아메바 경영은 시장 민첩성, 고객 서비스, 직원 권한 부여 장려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메바 경영은 긍정적인 성과를 장려하기 위해 인재 선발/훈련, 회계, 조직 개발 등 성과 관리 프로세스를 강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또한, 아메바 경영은 각 사업 단위 차원에서뿐 아니라 전반적인 조직 차원에서 조직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따라서 아메바 경영은 완전하고 완벽한 성과 관리 시스템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3
아메바 조직은 교세라의 기존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판매하고 홍보하는 동시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기회를 탐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의미에서 아메바 경영은 조직적 양면성(organizational ambidexterity)이라는 경영 개념과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4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s)은 기존 제품과 서비스,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프로세스,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 등과 관련된 중대한 혁신을 제시하는 기회를 탐구한다. 아메바 조직도 마찬가지다. 아메바 경영과 조직적 양면성을 구별 짓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추진력이다. 조직적 양면성의 경우에는 고위급 경영진이 주된 추진 세력인 반면 아메바 경영에서는 성공적인 성장이 모든 사람의 공동 책임으로 여겨진다.
아메바 경영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
교세라 사내에서는 직원들의 집단적 기여가 자사의 성공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는 듯하다. 필자들과 인터뷰한 직원 중 다수가 아메바 경영에 대해 ‘공동의 노력(joint effort)’ ‘모두에 의한 경영(management by all)’이라고 표현했다. (‘연구 내용’ 참조.) 아메바 경영의 핵심은 독립성을 갖고 있는 주인처럼 행동하고 조직 내 다른 부문에 속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 비즈니스 파트너처럼 굴도록 교세라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매일 진행되는 공식적인 그룹 회의는 사내에서 토론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교세라 직원들은 일일 그룹 회의를 통해 다음 달의 예산을 검토하고, 지난 달의 계획과 실제 결과를 비교하며, 전날의 생산량에 대해 논의하고, 지속적인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고객 서비스를 개선할 방안을 찾는다. 대개 R&D, 품질 보증을 비롯한 각종 영역 및 생산 부서를 대표하는 모든 관련 직원이 회의에 참석한다.
교세라의 일본 공장뿐 아니라 해외 공장에서도 실행되고 있는 아메바 경영은 모든 직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를 요구한다. 예컨대 교세라 샌디에이고 생산 공장에서 근무하는 고위급 관리자는 기계공을 비롯해 아메바 리더보다 직급이 낮은 다양한 부류의 직원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30분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아메바 조직을 지휘하는 리더와 부사장이 미리 예정된 공식 회의에 참석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45∼60분 정도다. 이런 회의는 교세라의 사내 의사소통을 위한 큰 틀을 제시한다. 교세라의 내부 회의는 모든 직원들이 기업 가치, 철학, 시장 피드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5
교세라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항상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제품수명주기가 짧은 역동적인 산업 환경 속에서 비즈니스를 해왔다. 반도체 산업 자체가 좀 더 크기가 작고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탓에 교세라 역시 끊임없이 부품의 크기를 줄이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그와 동시에 교세라는 자사가 경쟁 중인 모든 시장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으며 이로 인해 가격, 품질, 배송 시간 등의 문제를 계속해서 재논의할 수밖에 없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단 하나의 요소에서라도 경쟁력을 상실하면 비즈니스 자체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일부 전략 전문가들은 모든 조직이 자사의 독특한 경쟁 역량 및 특성에 집중해 경쟁이 없는 시장 영역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6 하지만 또 다른 부류의 전략 전문가들은 차별화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후자에 속하는 전략 전문가들은 정면 경쟁을 포함한 대결 전략의 필요성을 인정한다.7
수많은 연구진이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하에서는 분권화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8 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분권화를 추진하면 경쟁 압력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이런 경우에도 조직적이지 않고 조화되지 않은 행동이라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분권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9 분권화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관리자들이 충돌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가령, 교세라의 아메바 조직들은 동일한 고객, 직원, 넉넉하지 않은 자본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아메바 조직 간의 충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개별 아메바 조직의 이해와 교세라라는 조직 전체의 이해가 충돌할 수도 있다. 교세라의 문화는 조직 전체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의 역할을 한다. 교세라 직원들은 부서 간 회의(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아메바 조직 간 회의)를 적극 활용해 기업 전체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한다.10
이나모리는 1960년대 초반에 아메바 경영 방식을 맨 처음 시험했다. 당시 이나모리의 목표는 직원들이 간단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성과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나모리는 생산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것이 소규모 식품 판매회사의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것만큼 간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나모리는 교세라가 중앙 집중화된 구매 부서를 중심으로 돌아가기보다 아메바 조직들이 독립 개체로서 기능하고 다른 아메바 조직 및 외부 고객들을 상대로 이전 가격을 협상하기를 바랐다. 교세라의 아메바 조직들은 상황이 복잡해지지 않도록 모든 일을 현금 거래 방식으로 처리했다. 현금을 기반으로 거래를 진행하면 재고와 이자 증가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개별 아메바 조직에 의사결정 권한을 쥐어주는 방식에는 선택 방안을 명료하게 정의하고 신속한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메바 경영 방식 덕에 교세라의 아메바 조직은 진단 제어 및 메커니즘을 활용해 필요한 경우 가격과 품질, 배송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가령, 특정 제품의 시장 가격이 하락하거나 해당 제품에 관한 주문이 줄어들 경우 아메바 조직(수천 마일이나 떨어져 있으며 중앙 집중 방식으로 운영되는 회계부서와는 반대되는 개념)은 가격을 낮추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아메바 조직이 내리는 이 같은 결정은 추상적인 회계 규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교세라는 아메바 조직에게 좀 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매우 단순한 경영 회계/보고 시스템을 활용한다. (아메바 조직은 성과를 계산할 때 인건비를 고려하지 않는다. 직원들을 비용이나 자원이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로 여기기 때문이다.)
조직 문화.교세라의 조직 문화는 일본 문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높은 수준의 집단성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요구하는 일본 문화가 교세라의 조직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미와 달리 일본에서는 직원들이 기꺼이 자신의 개인적인 필요보다 집단의 요구를 우선시하려는 성향을 보인다.11 이처럼 집단적인 성향은 조직 통합에 도움이 된다. 교세라의 아메바 조직들은 단순히 스스로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일한다. 일본 사회에서 일은 여가시간을 얻기 위해 해야만 하는 무언가로 여겨지기보다 그것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12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교세라 생산 공장의 고위급 관리자들은 일본 근로자들에 비해 미국 근로자들이 개인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 근로자들이 갖고 있는 이 같은 성향을 보완하기 위해 평균적인 미국 근로자들에 비해 좀 더 집단주의적이고 이타주의적인 구직자를 채용한다.13 어느 관리자의 설명처럼 교세라는 직원을 선발할 때 ‘겸손’과 ‘근면’을 중요시한다.14 교세라의 샌디에이고 공장은 직원을 선발하고 심사할 때 기존 직원들에게 자신이 잘 알고 있으며 회사가 요구하는 사항과 잘맞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을 추천할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또한 교세라는 추가적인 심사를 위해 공식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지원자들의 태도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질문을 던진다.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