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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개발을 망치는 6가지 맹신

스테판 톰키,도널드 라이너트슨(Donald Reinertsen) | 120호 (2013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5월 호에 실린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 스테판 톰키(Stefan Thomke)와 라이너트슨 앤 어소시에이츠 사장 도널드 라이너트슨(Donald Reinertsen)의 글 ‘Six Myths Of Product Development’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제품개발 관리자들은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제때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항상 애를 쓴다. 제품개발 관리자들에게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에 충분한 자원이 주어지는 경우는 없다. 상사들은 항상 예측 가능한 스케줄을 제시하고 기한 내에 약속한 제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불필요한 지출을 삼가고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해 스케줄 변동 및 낭비를 최소화하도록 팀원들을 몰아붙인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공장의 성과를 개선하고자 할 때는 이 방법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제품개발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제품개발이 제품생산과 유사하다는 가정 때문에 제품개발과 제품생산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제품개발과 제품생산 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물리적인 제품생산의 경우 직무 자체가 반복적이고 활동이 꽤 예측 가능하며 새롭게 생겨난 제품을 한번에 한 장소에 모두 모아둘 수 있다. 반면 제품개발의 경우에는 수많은 직무가 제각기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는데다 프로젝트 요건이 끊임없이 변하고 제품개발의 결과물이 정보의 형태를 띠는 탓에(고급 CAD/시뮬레이션 방식의 광범위한 활용 및 물리적인 제품에 소프트웨어를 포함시키는 방식이 그 원인) 동시에 다양한 장소에 존재할 수 있다.

 

제품생산과 제품개발 간의 중요한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제품개발 프로젝트의 기획, 실행, 평가 등을 방해하는 몇 가지 잘못된 생각이 옳다고 믿게 된다. 필자들이 기업의 제품개발을 연구하고 기업에 제품개발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온 기간을 모두 합하면 50년이 넘는다. 이 기간 동안 필자들은 반도체, 자동차, 가전, 의료 장비, 소프트웨어,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 같은 오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다른 이유로 인해 또 다른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숱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필자들은 이 글에서 어떤 오해가 있는지 살펴보고 오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극복할 방법을 제시할 생각이다.

 

 

잘못된 믿음 1: 자원 활용도를 높이면 성과가 개선된다.

필자들은 연구와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 대다수의 기업들이 제품개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목격했다. (도널드는 캘리포니아공과대 경영자 과정 참가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해 제품개발 관리자들이 98%가 넘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역량 활용도(capacity utilization)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근무시간을 업무에 100% 할애하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며, 따라서 사람들을 활용하는 데 능하지 못한 조직보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개발 조직이 좀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관리자들이 제품개발 담당 직원들에게 쉴 새 없이 일을 시키자 프로젝트 진행 속도와 효율성, 결과물의 질이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를 수없이 관찰했다. 관리자들의 숙련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마찬가지다. 역량 활용도를 높이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높은 역량 활용도가 초래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과소평가한다.

 

 

 

개발 업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변동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프로젝트 시작 시기,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개별 업무, 이런 업무를 처리해 본 경험이 없는 직원이 업무를 완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 제품개발에는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많다. 하지만 기업들은 생산, 거래 처리 등 업무의 변화가 크지 않고 예기치 못한 사건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반복적인 공정에 익숙하다. 이런 공정은 자원 활용도가 높아지더라도 질서 정연하게 돌아간다. 업무량이 5% 늘어나면 일을 마무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5% 늘어난다.

 

하지만 변동성이 높은 공정은 매우 다른 방식으로 돌아간다. 활용도가 높아지면 지연 기간이 대폭 늘어난다. (그림1) 업무량이 불과 5%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완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 증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수백 개의 제품개발팀을 관찰한 결과 필자들은 대부분의 제품개발팀이 심각할 정도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들이 함께 일했던 일부 조직에서는 모든 프로젝트를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제때 완수하려면 보유 중인 자원보다 최소한 50% 이상 많은 자원을 확보해야 할 정도로 자원 활용도가 지나치게 높은 현상이 관찰됐다.

 

물론 질서가 부족한 탓에 변동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제품개발과 관련된 일부 업무(: 항공기 원형 부품 설계, 임상 실험 진행)는 좀 더 반복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품개발 업무 중 일부가 예측 가능하다 하더라도 예측 불가능한 다른 업무와 결합되면 대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기행렬이 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원 활용도가 높아지면 프로젝트 대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업무가 부분적으로 완수됐으나 자원 공급이 여의치 않아 가용 자원이 할당될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전체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진다. 대기행렬이 생기면 피드백 역시 지연되고 피드백이 지연되면 개발자들이 좀 더 오랜 기간 비생산적인 길을 걷게 된다. 대기행렬이 있으면 기업이 변화하는 시장 요구에 적응하고 너무 늦기 전에 제품의 취약점을 포착하기가 힘들어진다. 역설적이게도 관리자들은 활용도가 높으면 바로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기행렬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때조차 관리자들이 대기행렬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든지 이 비용을 수치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비용을 계산하는 기업은 드물다. 관리자들은 적정선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원 활용도가 낮을 때 발생하는 비용과 대기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제품개발 업무에서 공정중재고(work-in-process inventory)는 대개 눈에 띄지 않는다.제품을 생산할 때 대기행렬이 있을 경우 차례를 기다리는 것은 형태가 있는 물리적인 제품이기 때문에 공장 내 재고가 2배로 늘어나면 재고가 늘어났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제품개발의 경우에는 다르다. 재고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것이 결국 정보(설계 문서, 검사 절차와 결과, 원형 설계를 위한 설명 등)이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 공정 내 재고가 2배 늘어난다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보이는 것이 없다. 뿐만 아니라 회계 기준상 대부분의 R&D 재고는 0으로 표시해야 하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보더라도 제품개발 부문에서 심각한 재고과잉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거나 측정할 수 없는 문제와 맞서 싸우기는 매우 힘들다. 대형 제약회사 A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자. 몇 해 전, 새로 부임한 신약 개발 책임자 B는 관리와 관련된 딜레마에 직면했다. 대형 R&D 조직을 지휘하는 다른 고위급 임원들과 마찬가지로 B R&D를 담당하는 과학자들을 좀 더 혁신적으로 만들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B는 과학자들이 전도 유망한 신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새로운 화합물을 갖고 좀 더 적극적으로 실험을 하고 그와 동시에 장래성 없는 후보 화합물을 가능한 빨리 제거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생물을 이용한 실험은 B가 아니라 비용 부문(cost center)으로 운영되는 동물실험부서의 관할이었다. 동물실험부서는 검사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 평가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당연하게도 이 부서의 자원 활용도는 매우 높았다. 따라서 실험을 진행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일주일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지만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과학자들은 실험을 맡긴 후 서너 달을 기다려야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활용도가 높은검사 조직이 신약 개발 부서의 업무 진행을 방해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방안은 매우 변동성이 높은 공정에 완충 장치(capacity buffer)를 제공하는 것이다. 몇몇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3M은 수십 년 동안 제품개발자들의 역량 활용도를 85%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업무를 조정해 왔다. 구글(Google)은 직원들에게 ‘20%의 자유 시간을 허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의 자유 시간은 엔지니어들이 일주일 중 하루 동안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 덕에 특정 프로젝트가 예정보다 뒤처질 경우 추가적으로 역량을 투입하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그동안 필자들이 직접 경험한 바에 미뤄보면 이런 해결방안을 실행하기는 매우 힘들다.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사용 가능한 직원 역량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내고 싶은 욕구를 참아낼 수 있는 조직은 드물다.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나태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본능적으로 좀 더 많은 일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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