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11월 호에 실린 앤드루 맥피의 글 ‘What Every CEO Needs to Know About The Cloud’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0년 전 세계 1500여 명의 CEO를 대상으로 IBM이 실시한 설문에서 아주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향후 경영 환경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80%에 육박했지만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준비를 마친 기업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설문 담당팀은 이를 두고 “8년의 연구 기간 동안 파악한 리더십 문제 중 가장 심각하다”고 표현했다.
안타깝게도 다수의 대기업이 보유한 IT 인프라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기술 환경은 변화를 감지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기업 역량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쉽게 해결할 방법은 없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은 존재한다.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툴과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현재의 IT 환경과 시작부터 다르다. 오늘날 대다수 기업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직접 소유하고 기업 안에 데이터센터 및 기타 특수 설비 시설을 구축해 관리한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이 디지털 자산을 임대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나 데이터 센터,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의 물리적 위치를 알지 못한다. IT 시설은 말 그대로 어딘가 ‘구름 속(in the cloud)’에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는 정보를 일일이 알기 위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이 필요한 것만 클라우드에서 골라 빌리면 된다. (자세한 설명은 자료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참조)
클라우드 컴퓨팅은 얼마나 중요할까? 클라우드는 엄청난 변화다. 컴퓨터 기능을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하게 만드는 흐름이다. 이는 증기에서 전력으로 생산 방식이 진화한 100년 전 변화처럼 불가피하면서도 역행할 수 없는 흐름이다. 전력으로의 생산 방식 변화가 공장주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듯 클라우드 컴퓨팅 또한 이를 받아들이는 기업에 많은 이점을 안겨줄 것이다.
현재로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둘러싸고 불확실성과 회의감이 팽배하다. 특히 사내 컴퓨팅 시설에 상당한 전문성을 갖췄거나 애착을 가진 기술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기업은 IT 시스템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할 때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너무 큰 권한을 부여하면 안 된다. 증기 엔진이나 보일러 담당자에게 전력 시스템 구축을 맡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맞이하는 과정은 CEO를 비롯한 고위경영진이 책임지고 감독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해 기업 중역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받는 질문이 3개가 있다. ‘왜 IT를 제외한 다른 부서도 클라우드 컴퓨팅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우려와 회의적 시각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이들의 근거는 무엇인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이제부터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과 이점을 설명하고 기업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애물과 우려 사항을 분석한 후 다양한 대응책이 가져올 결과를 논의하고 행동 방안을 검토하겠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이점
클라우드 컴퓨팅에 경이로운 점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내세우는 장점은 기존 IT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론상으로는 맞는 말이다. 각종 소프트웨어 및 최고의 IT 인재를 갖춘 대기업이라면 기존 IT 시스템으로도 클라우드에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기업이라면 각종 협업이나 분석 같은 기업 활동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구매 혹은 설계하고 자사 데이터 센터에 설치할 능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PC나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단말기로 해당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고 가정에 있거나 이동 중인 직원들이 웹 브라우저를 통해 접근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이들은 협력업체나 계약업체, 합작 파트너 등 조직 밖의 기관에도 해당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
분명 그렇게 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이는 그들의 IT 부서가 무능하다기보다는 다른 업무가 너무 많아서 클라우드와 동일한 IT 환경을 구축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작업을 처리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고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특히 기업이 이전의 IT 시스템을 현재 상황에 맞는 시스템으로 재설계해야 할 경우 작업은 한층 더 어려워진다.
마이크로소프트(MS)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지출하는 돈은 전체 IT 예산의 11% 정도다. 나머지는 유지 및 인프라에 사용된다. 그리고 이 11%의 상당 부분은 기업 핵심 시스템(core enterprise system)의 구매 또는 설치 등 대규모 ‘전략적’ 조치에 사용된다. 이렇다 보니 직원이 어느 곳에서든 자신이 가진 단말기를 통해 파트너와 필요한 문서를 함께 열람하고 공유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거의 남지 않는다.
직원 개개인의 생산성 제고.글로벌 엔지니어링 및 건설업체 발포어 비티(Balfour Beatty)에 있어 회사 문서 및 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사업의 필수 역량이라 할 만큼 중요하다. 발포어 비티의 설계 및 건축 전문가들은 해외 건설 현장에서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보내며 작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할 때마다 추산 비용 및 사진, 건축 계획 등의 대용량 파일을 즉각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접근권이 필요하다. 10년 동안 발포어 비티는 IT 부서가 자체 관리하는 내부 FTP 서버를 통해 회사 전체 문서의 업로드 및 다운로드를 관리해 왔다. 그런데 서버는 사용법이 어려울 뿐 아니라 걸핏하면 용량이 초과되기 일쑤였다.
결국 발포어 비티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콘텐츠 관리 및 파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박스(Box)에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부분 그렇듯 박스에 저장된 자원은 웹 브라우저 혹은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용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근할 수 있었다.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단말기만 가지고 있으면 이동 중일 때도 모든 파일을 열람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발포어 비티는 정보에 좀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 박스의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막상 도입해 보니 예상하지 못한 다른 이점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FTP 서버를 이용할 때는 새로운 사용자가 생길 때마다 IT 부서를 통해 개개인의 이름으로 된 폴더를 받아야 했다. 사용자가 해당 폴더의 내용을 협업 파트너와 공유하려면 이 과정 역시 IT 부서를 거쳐 진행돼야 했다. 그러나 새롭게 도입한 클라우드 환경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계정을 직접 열어 콘텐츠를 등록할 수 있다.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릭 로만(Rick Roman) IT 부서 이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최종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근무 방식에 적합한 강력하고도 유연한 솔루션을 제공해 달라고 끊임없이 부탁해왔다. 박스는 직원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업 기능을 통해 생산성을 대폭 개선시킨다.”
발포어의 경험은 신기술 도입으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변화의 패턴을 잘 보여준다. 신기술을 도입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이익까지 얻을 수 있으며 이 이익들은 종종 처음 의도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업무를 진행할 때마다 발포어 직원들은 매번 다른 고객 및 협력업체, 감독기관과 문서를 공유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한 후부터 직원들은 자신의 계정을 스스로 관리하고 이전에는 힘들게 진행했던 작업을 손쉽게 처리하게 됐다. 처음에는 직원 개개인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던 클라우드가 결국 팀 차원의 생산성을 대폭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협업 촉진.사실 지금까지 밝혀진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장 큰 성공은 이전에는 결코 가능치 않았던 방식으로 그룹 및 단체가 함께 일을 진행하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9만 명의 사람들이 정보를 도출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컨설팅업체 CSC는 클라우드 기반 협업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자이브(Jive)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CSC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들이 자이브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자이브는 곧바로 모든 직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됐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자체를 구매해야 했다면 CSC는 분명 엄청나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직원들은 해당 플랫폼을 사용해 전체 회사에 질문을 던지거나 ‘이 작업은 이전에 어디에서 진행했나요’ 혹은 ‘엑셀 파워 사용법’ 등의 제목을 내세운 디지털 포럼을 방문해 자료를 올리거나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20주에 걸친 첫 실험 기간 동안 총 2만5000명의 직원이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C3’에 등록했다. 이들은 2100여 개의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매달 15만 개의 활동 내용을 올렸다. 실험 결과에 고무된 경영진은 C3를 영구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렘 래셔(Lem Lasher) CTC 사장이자 최고혁신책임자는 2010년 개최된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2.0 콘퍼런스에서 “C3의 결과는 정말로 놀라웠다”며 “C3는 우리 회사에서 협업을 진행하는 표준 자체가 됐다. 회사의 공용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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