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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rger Dividend

인수합병, ‘관리자 육성’ 기회로 활용하자

론 애시케나스(Ron Ashkenas) ,수잰 프랜시스(Suzanne Francis) | 100호 (2012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7∼8월 호에 실린 샤퍼컨설팅의 수석 파트너 론 애시케나스와 수잰 프랜시스, 바슈롬의 글로벌 인사·변화 담당 부사장 릭 하이닉의 글 ‘The Merger Dividend’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영진은 인수합병(M&A) 후 통합에 실패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통합 과정에 내포돼 있는 중요한 기회를 간과하곤 한다. 그 기회란 다름 아닌 현재의 리더와 차세대 리더를 육성할 기회다.
 
M&A는 전략에 따라 진행되며 M&A의 성공을 위해서 고위경영진이 직접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신뢰할 수 있는 소수의 관리자나 외부 전문가에게 결정을 맡기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을 택할 경우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로부터 학습의 기회를 빼앗게 된다. 뿐만 아니라 양사 직원들이 압박감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 관찰할 기회도 놓치게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점도 있다. 이미 양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더들과 협력하면 M&A를 통해 탄생할 새로운 조직을 충분히 활용할 역량을 갖고 있는 관리자들을 양성할 수 있다.
 
지금부터 필자들은 통합 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3개의 리더십 영역(직원 간의 협력 유도, 원칙을 바탕으로 한 엄격한 실행, 최고의 팀 구축)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필자는 그동안 컨설팅을 하며 확인한 사례들을 활용해 이 과정을 설명하고 몇 가지 당면 과제를 짚고 넘어갈 것이다.
 
 
직원들(의견)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기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관리자들은 기업의 전략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여러 분야의 관리자들이 내놓는 계획과 우선순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때도 그렇지만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는 특히 그렇다. 대규모 통합(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고 많은 일자리가 걸려 있는 경우)은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리더들이 어떤 식으로 협력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생생한 실험실이 될 수 있다.
 
필자들이 컨설팅을 해줬던 한 보험회사는 M&A를 추진하면서 ‘고객에게 좀 더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양쪽 조직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상품 및 플랫폼을 유지한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이 같은 전략에는 해석의 여지가 많았다. M&A 이전의 방식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부류의 관리자들은 각 조직이 앞으로도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며 기껏해야 고객을 서로 소개해주는 차원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좀 더 규모가 큰 사업부를 운영하고픈 욕구를 갖고 있었던 관리자들은 제품과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통합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부류의 관리자(대개 영업 부문)들은 2개 기업이 보유한 제품을 섞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에게 좀 더 많은 선택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위의 관리자들은 모두 동일한 전략 의제에 대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양한 부류의 관리자들이 상충되는 방식으로 전략을 해석하자 통합 마케팅 방안을 고안할 책임을 맡은 팀이 마비되고 말았다. 단순히 로고를 바꿔야 할지, 제품 홍보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의견 차를 좁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명확한 지시가 내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 만한 권한도 갖고 있지 않았던 담당 팀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영업사원들은 새로운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고립됐다. 이 같은 상황을 겪은 후 관리자들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비전과 우선순위를 정렬할 수 있도록 관련 역량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좋았을 터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같은 경험을 한 후에도 개선의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다. 결국 기회를 놓친 탓에 빠른 시간 내에 통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때 형성된 역기능적인 경영 패턴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문제가 됐다.
 
M&A가 마무리된 지 1년이 흐른 후 자사가 어떤 모습일지(재무적·전략적·운영적·조직적) 정확한 그림을 그려보는 과정에 새로 통합된 기업의 리더들을 참여시켰더라면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필자들이 ‘합병 계획서(merger intent)’라고 칭하는 문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이 문서는 M&A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그 기대치를 달성해야 할 책임감을 부여한다.
 
M&A에 참여하는 양쪽 기업의 고위급 리더들은 기업 통합 과정에서 전략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2007년 ING의 미국 은퇴 서비스 사업부는 시티스트리트(CitiStreet)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ING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케이시 머피(Kathy Murphy·현재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Fidelity Investments) 개인 투자 부문 사장)는 거의 2배로 늘어날 비즈니스 규모를 감당하려면 매우 뛰어난 관리자들로 구성된 막강한 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통합이 시작되면 회사에 남아 있는 ING와 시티스트리트의 거의 모든 관리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승진(규모와 범위는 한층 증대되지만 반드시 새로운 직함이 따르지는 않는 일)’에 해당하는 기회가 주어질 터였다. 머피는 기업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2개의 기업을 한데 묶는 동시에 관리자들의 발전 속도를 높이기로 결심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머피는 가장 먼저 모든 사람들이 합병의 목적을 공유하는 데 필요한 내부 대화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줬다.
 
머피는 ING에서 일하는 자신의 직속 부하들과 먼저 이야기를 나눴다. 머피는 대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재무, 전략, 운영, 조직 등 4개의 범주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생각을 적어볼 것을 요구했다. (합병 계획서가 실제로 어떻게 작성되는지 궁금하다면 ‘양사의 관련 팀에 직접 계획을 수립할 기회를 주는 방법’을 참조하기 바란다. ING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은 수정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은 직접 작성한 계획서를 공유하고 합리적인 초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몇 시간 동안 합병 계획에 대해 토론했다. 머피는 그 다음 주에 ING와 시티스트리트 경영진을 모아놓고 비슷한 과정을 진행했다. 맨 처음 진행한 과정을 통해 얻어낸 초안을 출발점으로 삼아 토론을 하며 추가된 생각과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초안을 다듬었다. 회의에 참석한 리더들은 합병 계획서를 들고 각자 자신이 일하는 팀으로 돌아가 필요한 조언을 구한 후 다시 한자리에 모여 초점을 좀 더 명확하게 정리했다. 머피가 기업 통합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에서 합병 계획서를 발표할 무렵 관리자(기존의 관리자 및 합병을 통해 머피와 함께 일하게 된 관리자)들은 지지를 이끌어 내는 방법에 관한 교훈을 이미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2009년에 셰링푸라우(Schering-Plough)와 합병한 머크(Merck)는 ING와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당시 머크의 CEO였던 리처드 클라크(Richard Clak·지금은 머크의 회장)와 통합 책임자였던 애덤 셰터(Adam Schechter)는 합병 계획서를 중심으로 직원들을 한데 모으는 동시에 합병 과정을 통해 고위경영진 내에 한층 커다란 ‘용기와 솔직함’을 불어넣고자 했다. 클라크와 셰터는 사람들이 충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거나 실제로는 지지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클라크와 셰터는 경영팀 구성원들을 전략에 관한 비밀 대화에 참여시키고 이들의 생각을 합병 계획서에 반영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 업체를 고용했다. 이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재무적 목표 및 운영 목표, 속도에 대해 의견 충돌이 발생하는 부분과 합의가 이뤄지는 부분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본 논문을 작성한 저자 중 한 사람도 당시 컨설팅에 참여했다.) 클라크와 셰터는 의견 충돌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차를 좁히는 동시에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경영위원회를 열었다. 클라크와 셰터는 그 결과 탄생한 합병 계획서를 통합을 담당하는 팀과 공유했으며 이 계획서를 바탕으로 실행 계획을 세웠다. 합병을 마감한 지 2년이 흘렀지만 합병 계획서는 여전히 합병의 효과를 추적하기 위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양사의 관련 팀에게 직접 계획을 수립할 기회를 주는 방법
 
최고경영진이 2개 기업을 통합하는 과정을 발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생각을 갖고 있는가? 그렇다면 양쪽 기업에서 선발한 팀 구성원의 협력을 장려해 합병을 통해 얻고자 하는 향후 1, 2년간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합병 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관리자들은 재무, 전략, 운영, 조직 4개 범주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적은 다음 공통의 목표를 위해 협력한다. 합병 계획서를 어떤 식으로 작성할 수 있는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재무
● 매출 41억 달러 달성
● EBITDA(감가상각 및 법인세·이자 차감 전 영업이익)
5억3500만 달러 달성
● 연간 비용 3억4000만 달러 감소
● 매출의 25%는 신제품에서 창출
전략
● 6개의 비전략적 비즈니스 중 4개 처분
● 5개 신제품 플랫폼 공동 개발
● 신흥 시장 비즈니스 15% 확대
● 장치 산업에 서비스 교차 판매
● 유럽에서 고객층 및 수익성 확대
운영
● 유럽 본사 폐쇄
● 생산 최적화: 중복되는 8개 공장 폐쇄
● 동종업계 최선의 비용 구조(예: 공급망, IT, 운영) 확립
● 미국, 아시아, 유럽에서 영업 사무소의 가치 검토
● 크로스오버 제품 라인 및 브랜드 통합
● 연구 센터 통합
조직
● 고정 급여를 받는 직원 1560명과 시급을 받는 직원 425명 감축
● 지배 구조 통합 및 M&A 완료 4달 내 모든 보고 관계 정의
● 전사적으로 새로운 인재 관리 과정 도입
● 다양한 지역과 사업부를 전면 통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통일된 정책, 절차, 혜택 정리
 
출처: 샤퍼컨설팅(SCHAFFER CONSULTING)
 
 
원칙을 바탕으로 한 엄격한 실행
 
기업을 통합하는 과정을 잘 활용하면 관리자들의 실행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통합을 추진하다 보면 수많은 업무가 생겨난다. 그중 상당수는 반드시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탓에 감정이 앞서기 쉽고 압박감이 크다. 또 시간적인 제한이 있는 환경하에서 상대적으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 이런 업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특히 통합에 참여하는 팀은 신속하게 사람들을 집결시키고 업무 진행 계획을 세우고 업무와 시간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고위경영진이 부족한 실행 역량을 보충하기 위해 대형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통합 기간 동안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맡기는 사례도 많다. 이런 방법을 택하면 한 건의 M&A를 원활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 대신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실행 역량을 강화하는 데 방해가 된다. 혹은 애당초 그런 역량이 나타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2개의 대형 건강 관리 기업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통합 과정을 실행하는 일이 자사 직원들의 역량 밖이라고 판단한 고위경영진은 통합 과정 관리 업무 전체를 대형 컨설팅 회사에 맡겼다. 컨설팅 회사는 2개의 회사를 한데 묶는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 하지만 통합 과정이 모두 끝난 후에도 컨설팅 회사는 떠나지 않았다. 합병이 마무리된 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컨설팅 회사는 그대로 조직 내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직급을 막론한 모든 관리자들이 거의 모든 복잡한 프로젝트(그리고 상당수의 단순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컨설팅 회사에 도움을 구했다. 새롭게 영입된 CEO는 컨설팅 대금으로 매년 수억 달러의 비용이 지출되고 있으며 대다수 관리자들이 실행력 저하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통합 업무를 맡기는 대신 그 돈을 자사 직원들에게 투자할 수도 있다. 베어링 제조업체 팀켄(Timken)은 2003년에 잉거솔랜드(Ingersoll Rand)로부터 토링턴(Torrington) 비즈니스 그룹을 인수했다. 당시 팀켄과 토링턴은 관리자들이 실행 역량을 갖고 있는지 고심했지만 결국 실행과 의사소통에 관한 공통된 기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컨설턴트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은 팀켄의 최고운영책임자(현재 팀켄의 CEO) 짐 그리피스(Jim Griffith)가 컨설턴트를 영입하면 새로운 회사를 통합하는 방법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리피스는 이런 과정을 통해 관리자들이 향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피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후 우리는 십여 건의 M&A를 추진했다. 지금껏 진행해 온 M&A 사례들을 검토해 봤더니 단 2건만 기대에 못 미쳤다. 그나마 손해 규모도 크지 않았다.”
 
통합 과정을 통해 실행 역량을 발전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방법은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를 엄선해 업무 처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한 다음 과도기 동안 임시로 중요한 자리에 배치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매우 도전적인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신속하게 실행할 직접적인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경우 통합에 참여하는 팀이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도해야 한다는 한층 강력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리더들에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
 
당사자들이 M&A에 합의를 하면 (공식적인 발표 이전에) 자사의 리더들을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 앉힐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다. 경영진은 통합 계획 및 비즈니스 운영을 위한 일반적인 메커니즘과 지배 구조를 즉각 정의해야 한다. 통합을 위한 과도기적 지배 구조를 관리하는 업무는 담당 관리자들이 통합 과정을 거쳐 탄생할 새로운 기업에서 까다로운 업무를 잘 진행할 수 있을지 검증하기 위한 시험대나 다름없다.
 
제지회사 웨스트바코(Westvaco)의 사례를 살펴보자. 웨스트바코가 미드(Mead)와의 합병을 발표한 2001년, 웨스트바코의 CEO 존 루크(John Luke)는 부사장 짐 버저드(Jim Buzzard)를 전임 통합 책임자에 임명했다. 버저드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제조 및 공급 부문에서 거의 대부분의 경력을 쌓아 왔지만 이제는 비즈니스의 새로운 측면을 익히고, 여러 기능 부문을 한데 묶고, 좀 더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했다. 미드웨스트바코(MeadWestvaco)를 설립하기 위해 2년 동안 노력을 기울인 끝에 버저드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마찬가지로 팀켄이 토링턴을 인수할 때 통합 프로세스를 총괄 지휘할 책임을 맡았던 워드 J. ‘팀’ 팀켄 2세(Ward J. ‘Tim’ Timken, Jr.)는 성공적인 통합 실적을 인정받아 회장으로 승진했다.
 
머크의 CEO 클라크는 전문가에게 통합 업무를 맡기는 관례를 따르지 않고 글로벌 제약 마케팅 및 미국 내 제약 비즈니스의 총괄 책임자인 셰터에게 통합 업무에 대한 책임을 맡겼다. 클라크는 셰터에게 좀 더 포괄적인 역량을 키울 기회를 주기 위해 셰터의 업무 중 일부를 지역 비즈니스 책임자에게 넘겨줬다. 셰터에게 새로 주어진 업무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셰터는 필자들에게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 백지 한 장을 꺼내 들고 ‘내일 어떤 일을 해야 할까’라고 중얼거렸던 일이 생각난다”고 이야기했다.
 
통합 업무를 맡기 전 판매와 마케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셰터는 그 후 1년 동안 머크의 모든 부문을 아우르는 고위급 임원으로서의 역할을 열심히 익혔다. 셰터는 공급망에서부터 연구소, 규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머크의 모든 부문을 살펴야만 했다. 셰터는 이사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애널리스트 및 주주들을 만나고, 통합 사무소를 꾸리고, 컨설턴트를 관리하고, 통합 계획을 위한 큰 틀과 시간표를 작성하고, 머크 및 셰링푸라우의 임원진과 긴밀하게 협력했다.
 
통합 책임자로서 해야 할 수많은 일 중 셰터에게 쉬운 일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있었다. 예를 들어, 통합 업무를 추진하던 초기에 셰터는 계획을 시행하기 전에 반드시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으며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하는 편이 나을 때가 가끔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추진해야 할 계획과 행동의 양이 늘어나고 업무 진행 속도가 빨라지자 셰터는 완벽함 대신 속도를 택하는 것이 용인 가능할 뿐 아니라 더 바람직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셰터는 각 분야, 특히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옳은 일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셰터는 과거에 자신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를 관리해왔기 때문에 다른 전문가의 판단을 쉽게 신뢰할 수 없었다. 클라크는 셰터를 거칠게 밀어붙이는 동시에 셰터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개인적인 지원 및 조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통합 과정이 마무리됐을 때 셰터는 상당히 확대된 세계적인 건강 비즈니스를 지휘하는 사장으로서 한층 더 커다란 책임을 맡을 준비가 돼 있었다.
 
머크와 셰링푸라우의 또 다른 우수 관리자들도 통합 사무실에 배정됐다. 통합 업무를 담당할 관리자를 선정할 때에는 기존의 능력뿐 아니라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도 함께 고려했다. 셰링푸라우의 CEO 프레드 핫산(Fred Hassan)은 자사를 대표해 셰터와 협력할 사람으로 소비자 비즈니스 부문 사장 브렌트 선더스(Brent Saunders)를 임명했다. 선더스가 2년 전 16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올개넌 바이오사이언시스(Organon BioSciences)와의 통합을 주도하면서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머크와의 통합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나가고 통합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선더스는 머크와의 통합 과정을 관리하면서 복잡성을 관리하는 역량을 키웠고 통합이 마무리된 지 1년 후 바슈롬(Bausch + Lomb)의 CEO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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