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mbidextrous CEO

‘핵심 사업+혁신 사업’ 양손잡이형 CEO가 돼라

96호 (2012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6월 호에 실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마이클 L. 투시먼, 델라웨어대 경영학 부교수 웬디 K. 스미스, 컨설팅 회사인 체인지로직(Change Logic)의 경영 책임자 앤디 빈스의 글 ‘The Ambidextrous CEO’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08년 가을, 런던 소재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시스(Misys)의 CEO인 마이크 로리(Mike Lawrie)는 고위급 임원들에게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헤치고 나아가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임원들이 내놓은 권고 방안 중 맨 위에 적힌 내용은 파괴적 혁신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의료 기술의 개발을 목표로 하는 벤처 프로젝트인 마이시스 오픈 소스 솔루션스(Misys Open Source Solutions)에 투자하는 연간 300만 달러의 돈을 아끼라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대부분의 임원들은 신규 사업과 새로운 시장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대개 기존 핵심 사업 부문의 강력한 요구에 먼저 응하고 만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마이시스의 오픈 소스와 같은 혁신 사업에는 적절한 수준의 회사 자본이 할당되기 어렵다. 혁신 프로젝트는 대개 규모가 작고 충분한 자원을 지원받지 못하며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제대로 알려지지조차 않는다. 기존 사업부를 이끄는 책임자들은 혁신 프로젝트를 무시하기 일쑤다. 최악의 경우 혁신 프로젝트를 회사의 핵심 정체성 및 가치관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오직 CEO만이 혁신을 지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많은 CEO들은 핵심 사업부와 신규 사업부의 경쟁적 요구가 서로 상충관계(trade-off)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런 CEO들은 기존 핵심사업부의 책임자가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가 걸려 있는 혁신사업을 자신들의 사업부 내에서 추진하도록 설득하는 데 그치곤 한다. 다시 말해 CEO가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와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 간의 적절한 균형에 관한 주요 결정을 해당 부서에 맡김으로써 자신의 권한을 양보하고 봉건 영주나 다름 없는 권한을 가진 세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택하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최고경영진이 신구(新舊) 간의 긴장감을 받아들이고 최고경영진 내에서 끊임없이 ‘창의적 충돌(creative conflict)’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기업이 번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들은 이런 방식을 ‘양손잡이형 리더십(leading ambidextrously)’이라 부른다. 필자들은 유명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12명의 최고 경영진을 상대로 심층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이 업계 전체를 급변시킬 새로운 사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3가지 리더십 원칙을 발견했다. (1)고위급 관리자들이 미래 지향적인 전략적 포부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2)혁신 부서의 요구와 핵심 사업의 요구 간의 긴장을 관리하는 업무를 조직 내 최고경영진이 담당해야 한다 (3)다양하고 종종 상충되는 전략 의제들을 동시에 관리하며 비일관성을 수용해야 한다.
 
리더가 이 같은 접근 방법을 택하면 고위급 관리자들이 부서의 이익만을 중요시하는 협상에 매몰되는 데서 벗어나고 기존 핵심 사업과 신규 혁신 사업 간의 긴장에 대해 명확하고 지속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 이 원칙들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오픈 소스: 새로운 상어 한 마리
 
마이크 로리는 2006년에 마이시스에 입사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경영진을 새로 꾸렸다. 당시 금융 서비스 업계와 의료 업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시스는 품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고객 이탈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기존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지만 로리는 마이시스의 미래를 위해 오픈 소스 기술을 담당할 독립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취임 직후 오픈 소스 기술 사업부를 만들었다. 로리는 소프트웨어 업계, 특히 의료 부문에서 오픈 소스가 기존 업계를 뒤흔들 파괴적인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오픈 소스 기술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주체들 간의 원활한 데이터 교환을 가능하게 했다. 로리는 마이시스가 경쟁업체보다 앞서 나가 파괴적 혁신을 이룰 기회가 있다고 확신했다.
 
오픈 소스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한 후 로리와 마이시스의 최고경영진은 기존 핵심 사업이 안고 있는 당면한 문제에 관심을 쏟았다. 2007년이 되자 고객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진정됐으며 마이시스는 의료 사업에서 다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로리가 2008년에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주요 전자의료기록(EHR) 공급업체 올스크립츠(Allscripts)를 합병하면서 마이시스는 다시 성장 모드로 들어섰다. 마이시스가 업계 선두의 위치에 올라선 직후 미 정부는 미 전역의 의사와 병원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192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 서비스 부문의 전망이 훨씬 암울해졌다. 금융 서비스 부문을 유지하는 동시에 올스크립츠 의료 사업부 육성을 위한 계획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을 절감해야만 했다.
 
이런 환경 탓에 오픈 소스 사업은 실제 가치에 비해 좀 더 골치 아픈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핵심 사업부 책임자들은 로리에게 오픈 소스를 매각해 자본을 확보할 것을 권했다. 어느 임원은 로리에게 “지금 당장 매각해야 한다”면서 자본이 분산되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로리는 단순히 오픈 소스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서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오픈 소스에 한층 강력한 힘을 안겨 줬다. 마이시스의 모든 의료 사업 자산을 핵심 사업부인 올스크립츠 사업부에 통합시키면서도 오픈 소스의 독립성만은 인정해 줬다. 이 같은 결단으로 오픈 소스 책임자들은 올스크립츠의 최고경영진과 나란히 회의에 참석해 자원을 얻기 위한 경쟁을 벌일 수 있었다. 마이시스는 전략적 행보를 결정할 때마다 올스크립츠가 안겨 주는 좀 더 즉각적인 이익과 오픈 소스에서 나오는 장기적인 이익 간의 균형을 고려했다. 이 같은 긴장감은 마이시스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권력 투쟁을 의미했다. 가령, 올스크립츠의 최고책임자는 올스크립츠가 내놓은 소프트웨어가 시장을 장악하기를 기대했으며 오픈 소스를 직접적인 위협 요인으로 여겼다. 올스크립츠 최고책임자가 그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머지 않아 오픈 소스가 올스크립츠를 제치고 계약을 따내기 시작했다.
 
로리는 경영진 내에서 이 같은 긴장감을 현명하게 유지했고 로리의 전략은 적중했다. 오픈 소스에 중요한 계약들을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올스크립츠는 2009년 한 해 동안 30%가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병원, 의사, 보험회사가 통합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으며 미국 내 의료 시스템의 비용 관리 및 환자 치료 결과 관리 역량을 대폭 강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오픈 소스는 마이시스 내 또 다른 사업부들의 혁신을 장려하는 역할도 했다. 마이시스는 오픈 소스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금융 상품을 개발했고 마이시스의 웹사이트는 현재 100% 오픈 소스 방식으로 운영된다.
 
마이시스의 여러 사업부를 이끄는 리더들은 이제 오픈 소스를 자원을 갉아먹는 성가신 존재가 아닌 마이시스의 장기적인 미래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실험으로 여긴다. 2009년 6월, 로리가 오픈 소스 사업부를 맡긴 밥 바르셀메스(Bob Barthelmes)는 연례 최고경영진 모임에서 다른 사업부 책임자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선물을 하나 받았다. 그 선물은 바로 오픈 소스도 다른 상어들과 함께 마음껏 수영을 즐겨도 좋다고 허용한다는 것을 뜻하는 공기주입식 상어 풍선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마이시스에 성공을 안겨 준 리더십 원칙을 살펴보자.
 
 
 원칙 1
 
전체를 아우르는 정체성을 개발하고 있는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정체성(IDENTITY)
-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를 아우를 만큼 감성적으로 매력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는가?
- 열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큼 포괄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는가?
- 언젠가 없어져 버릴 수도 있는 고객 집단이나 솔루션에 정체성이 국한돼 있지 않은가?
 
 
원칙 1 전체를 아우르는 정체성을 개발하라
 
적절하게 조직 정체성의 틀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테드 레빗(Ted Levitt)은 학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196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논문에서 미국 철도 회사들이 자동차와 여객기의 성장에 의해 몰락한 것은 철도 회사들이 스스로의 사업을 지나칠 정도로 협소하게 정의한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레빗은 철도 회사들이 그동안 확보해온 자산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정의했을 뿐 그 자산으로 무엇을 해왔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철도 회사들은 자사가 운송 기업이 아닌 철도 회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
 
전체를 아우르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기업은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전사적(全社的) 정체성이 있으면 사내 여러 사업부들이 서로 대립하는 전략도 택할 수 있다. 즉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하는 동시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사업 모델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볼컴퍼니(Ball Company)는 바로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해 1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쇄신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볼컴퍼니가 나무 양동이에서 유리병, 금속 캔, 플라스틱 병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의 용기 회사’가 되고자 하는 포괄적인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크 로리는 마이시스라는 기업 전체를 아우르는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마이시스는 소프트웨어 자산을 매수하고 자사에서 내놓은 제품을 판매할 고객층을 확대해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로리는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고객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문제에 관심을 쏟고 고객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오픈 소스 기술을 받아들였다. 마이시스 경영진이 자사를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 판매업체가 아닌 산업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자 새로운 혁신 영역이 등장했다. 가령, 마이시스 은행 사업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당연시하는 표준 접근방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소매은행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한층 신속하게 시장에 내어놓을 수 있도록 돕는 상품을 개발했다.
 
렉시스넥시스(LexisNexis) 마틴데일-헙벨(Martindale-Hubbell) 사업부의 CEO 필 리빙스턴(Phil Livingston)도 현재를 위한 요구와 미래를 위한 요구 간의 긴장 관계에 직면했다. 리빙스턴은 법률 관련 안내책자 발간 업체에서 변호사를 위한 웹 기반 마케팅 비즈니스로 자사의 정체성을 확대하고 사업 자체를 변화시켰다. 변호사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를 만들겠다는 리빙스턴의 광범위한 열망 덕에 로펌들은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마틴데일-헙벨은 렉시스넥시스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사업부로 거듭났다.
 
 
 
 원칙 2
 
최고경영진이 직접 긴장을 관리하는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보고 체계 - 혁신 사업부가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기존 사업부의 한편에서 혁신이 사장되고 있는 상황을 좌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책임 소재 - 최고경영진의 누군가가 혁신을 주도하는가? 만일 ‘모든 사람이 혁신을 주도한다’고 대답한다면 실제로는 그 누구도 혁신에 적극 참여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라면 대개 기존 사업이 요구하는 바가 확실치 않은 새로운 사업의 요구보다 우선시된다.
논쟁의 주체 - 최고경영진 간에 전략에 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가? 보다 낮은 직급의 관리자들 사이에서 이런 논쟁이 일어나면 회사의 미래를 둘러싼 중요한 결정이 영역 다툼으로 변질될 수 있다.
조정 - 혁신 사업부가 성공을 위해 핵심 사업으로부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는가?
 
 
원칙 2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라
 
혁신 사업부를 기존 핵심 사업 부문에 포함시키고 투자와 자원을 얻기 위한 협상을 최고경영진이 지켜보도록 하는 기업이 많다.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도 그중 하나였다. 휴렛팩커드는 1996년까지 빠르게 성장하는 평판 스캐너 시장에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수요 충족을 위해 스캐너 사업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자 휴대용 스캐너라는 새로운 혁신 상품이 등장했다.
 
그런데 휴대용 스캐너 원형은 스캐너 사업부에서 직급이 그리 높지 않은 직원들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 개발했다. 휴렛팩커드의 휴대용 스캐너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스캐너가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관리자들의 관심이 온통 평판 스캐너 시장점유율 확대에 쏠려 있었던 탓에 신형 스캐너 개발자들은 관리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휴렛팩커드의 고위급 임원 안토니오 페레즈(Antonio Perez)가 개입, 휴대용 스캐너 사업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10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스캐너 사업부는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 자금을 모두 사용해버렸다. 결국 휴대용 스캐너 개발팀에게는 그 어떤 자금도, 그 어떤 권한도 남겨지지 않았다.
 
혁신 사업과 핵심 사업 간의 충돌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위 관리자들에게 넘기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 방법을 택하면 최고경영진이 핵심 사업을 유지하는 동시에 혁신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마주해야 하는 고통을 피해갈 수 있다. 결국 혁신을 책임지는 고위급 관리자는 거의 없다. 고위 관리자들은 운영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가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미래를 고민할 뿐이다. 낮은 직급의 관리자들에게 긴장을 해결하는 문제를 일임하면 혁신은 힘을 잃게 된다. 휴렛팩커드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혁신을 추구하는 신생 사업부는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거나 핵심 사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혁신을 추진할 책임을 사업부에 넘겼을 때 나타나는 또 다른 결과로 여러 전략 간의 조화가 부족한 현상을 들 수 있다. 2002년, BT는 막강한 힘을 지닌 여러 통신 사업부로 구성돼 있었으며 명목상 여러 사업부를 하나로 묶어 주는 25인 경영위원회를 두고 있었다. 따라서 BT의 혁신 노력은 개별 사업부 내에 머물러 있었고 새롭게 등장하는 트렌드에 대한 논의는 하위급 관리자들의 몫이었다. 고위급 경영자들이 혁신에 관심을 쏟지 않은 탓에 BT는 2개의 상충되는 브로드밴드 상품을 내놓았고 2개의 상품 모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 결과, 목표보다 훨씬 낮은 수치인 영국 인구의 40%만 BT의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고위급 경영진 차원에서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필자들은 최고경영진이 직접 긴장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서로 전혀 다르지만 모두 도움이 되는 2개의 접근 방법을 찾아냈다.
 
 
 
 
 
 
허브-스포크(Hub & Spoke) 모델.첫 번째 접근방법은 필자들이 허브-스포크(hub and spoke) 모델이라 부르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서 CEO(혹은 최고관리자)가 바퀴의 중심에 앉고 각 사업부의 책임자가 마치 바퀴의 살처럼 CEO를 둘러싸고 앉는 것이다. 사업부 책임자들은 서로 상의하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고 오직 CEO와만 상의를 하고 이야기한다. CEO는 바퀴를 구성하는 각각의 바퀴살을 따로 관리하고 각 사업부는 주로 사업부 책임자에게 의지한다. 아날로그 디바이시스(Analog Devices)는 이 같은 관리 방식을 이용해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번성할 수 있었다. 아날로그 디바이시스는 새로운 매출원이 생길 때마다 자사의 관리자, 엔지니어, 현지 문화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부를 만들었다. 아날로그 디바이시스의 공동 설립자 레이 스타타(Ray Stata)는 각 관리자들이 자신이 맡은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매출원을 통합 관리하는 일을 직접 맡았다. 그렇다고 해서 스타타가 모든 결정을 홀로 내린 것은 아니다. 스타타의 관리 모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통합 관리의 책임을 공유한 최고운영책임자였다. 스타타는 최고운영책임자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수 있도록 사무실 한편에 방음 시설이 구비된 방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허브-스포크 모델에서는 2, 3인으로 이뤄진 중심 세력(inner circle)을 통해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사업부 책임자들은 중심 세력과의 광범위한 상호교류를 통해 학습을 하고, 자신의 사업을 옹호하며, 진행 상황을 보고한다. 하지만 사업부 책임자들이 다른 사업부의 책임자를 직접 상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러 사업부 리더가 참석하는 회의는 주로 최신 정보 교류를 위한 장이 될 뿐이다. 기존 사업 확장(exploitative) 전략과 신규 사업(exploratory) 전략 간의 문제 해결은 최고경영자의 사무실에서 이뤄진다.
 
고리형(Ring-team) 모델.허브-스포크 접근방법과는 정반대로 고리형 모델하에서는 각 사업부의 책임자들이 CEO 휘하의 주요 세력으로 결집한다. 이 모델을 도입한 기업에서는 고위급 경영진이 모두 모여 자원 할당 방법, 기존 사업과 미래 사업 간의 균형을 잡는 방법 등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
 
피트 웅가로(Pete Ungaro)가 전설적인 슈퍼 컴퓨터 기업 크레이(Cray)의 CEO를 맡은 후 회생을 주도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바로 이 방법을 택했다. 크레이는 IT 산업의 1세대를 정의한 기업이다. 하지만 IT 시장이 일상재화(commoditized) 되면서 크레이는 어려움을 겪었다. 웅가로의 전략은 자사의 컴퓨터 하드웨어 역량과 더불어 뛰어난 엔지니어링 역량을 활용해 크레이를 기술 솔루션 판매업체로 재정의하는 것이었다. 웅가로는 이를 위해 커스텀 엔지니어링(Custom Engineering)이라는 명칭의 새로운 사업부를 설립했다. 하지만 웅가로는 영업 부서가 커스텀 엔지니어링의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크레이의 영업부서는 슈퍼 컴퓨터를 파는 데 능숙했다. 하지만 솔루션을 판매하는 방법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웅가로는 이 같은 딜레마를 사업부 책임자들에게 솔직히 밝힌 후 각 사업부 책임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별도의 사업부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기로’ 결정했다. 웅가로는 필자들에게 이는 “우리 모두에게 정말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크레이의 최고경영진은 별도의 사업부를 두게 되면 단기 재무 성과가 악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
 
대부분의 고리형 모델에서 사업부 책임자는 개별 손익 성과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을 받는다. 따라서 모두가 회사 전체의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요인에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협력이 요구된다. 때문에 서로 대립되는 문제와 관련된 복잡한 역학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가 반드시 필요하다. 광범위한 의사소통도 필수적이다.
 
고리형 모델에서 구성원들은 모두 논의에 참여할 책임을 공유하며 중요한 문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투명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소통한다. 과거 BT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벤 버바이엔(Ben Verwaayen)은 BT의 CEO가 된 직후 최고경영진 중 한 명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이야기했다. “압박을 가하자 그 임원은 자신이 방금 했던 그 어떤 이야기에도 동의하지 않으며 단지 들은 대로 이야기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버바이엔은 즉각 경영진 구성원들에게 사업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들려주지 않을 것이라면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버바이엔이 택한 방식, 즉 문제를 공개하고 해결해 나가는 방식은 전형적인 고리형 접근방법이다. 이 방법의 목표는 절충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모두 힘을 모아 장·단기적으로 회사의 의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최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최고경영진 내에서 혁신 사업부에 이토록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상당한 권한을 허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크레이의 CEO 피트 웅가로도 필자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해줬다. “회사 매출의 5%를 차지하는 무언가에 전체 시간 중 50%를 할애하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우리 스스로를 먼저 설득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때 망하기 직전까지 갔던 크레이는 고군분투 끝에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6%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원칙 3
 
비일관성을 수용하고 있는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관리 체계 - 기존 사업에 적용하는 것과 동일한 기준을 바탕으로 혁신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을 제공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혁신 사업부를 실패로 내몰게 된다.
의사 결정 - 핵심 사업과 혁신 사업 간에 지속적으로 자원(자금, 인재)을 이동시키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자사가 갖고 있는 자원이 자사에 기여하는 가치를 제한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원칙 3  비일관성을 받아들여라
 
많은 회사에서 혁신 사업부도 핵심 사업부를 평가하는 성과 기준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핵심 사업부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평가 기준을 적용받게 되면 혁신 사업부가 불리해진다. 이미 검증된 기존 사업부에 필적할 만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들이 연구를 통해 살펴본 성공적인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이와 같은 덫에 빠지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상황에 따라 이윤과 통제를 요구하기도 하고 실험을 장려하기도 하는 등 핵심 사업부와 혁신 사업부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다시 말해서 성장 주기의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맞춰 가장 중요한 요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각 사업부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USA투데이(USA Today)의 톰 컬리(Tom Curley) 전 사장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컬리는 온라인 사업을 육성해 신문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다. 컬리는 온라인 사업과 신문이라는 서로 다른 2개의 사업을 대할 때 재무 성과에서부터 복장 규정에 이르는 모든 요소에 대해 상반되는 기대치를 적용했다. 신문의 경우 하루에 한 차례씩 기사를 마감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전문 언론인들이 참신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정보원을 적극 관리했다. 온라인 사업의 경우 온라인 서비스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젊고 웹에 능통한 전문팀이 하루에 600회씩 마감을 했다. 컬리는 서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2개의 사업부를 만들고 각 사업부의 물리적·문화적 차별성을 용인했으며 각 사업부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았다.
 
CEO가 이런 식으로 비일관성을 수용하면 기업의 사명과 전략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사업을 바라보는 기간 개념과 평가 방법들이 상충되는 경우가 이따금씩 발생하기 때문이다. CEO와 최고경영진이 일부 사업에서는 특정 전략을 지지하지만 다른 사업에서는 동일한 전략을 오히려 반대할 수도 있다. 가령, 아날로그의 공동 설립자 레이 스타타는 디지털 반도체 연구에 적극 투자하면서도 아날로그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공장 설립 및 투자를 지속해 나갔다. 크레이의 CEO 피트 웅가로는 핵심 사업의 매출과 이윤을 철저히 관리했다. 하지만 웅가로는 “누군가 실험을 추구하는 혁신 사업부 사람과 커피를 마시러 나가면 축하를 해주곤 했다”고 이야기한다.
 
인도의 중견 IT 서비스 업체 젠사 테크놀로지스(Zensar Technologies)의 CEO 가네시 나타라잔(Ganesh Natarajan)도 비슷한 방법을 택했다. 제품을 중요시하는 젠사의 관리자들이 혁신을 외면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타라잔은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큰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전념할 별도의 사업부를 설립해 직접 보고를 받았다. 2005년 나타라잔은 임원진에게 기존 기술과 새로운 소프트웨어 솔루션 플랫폼 간의 긴장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젠사가 최근 높은 성장률을 자랑할 수 있게 된 것도 새로운 솔루션 플랫폼의 역할이 크다.
 
핵심 사업과 혁신 사업부를 모두 지원하려면 리더가 지속적으로 비일관성을 추구해야 한다. 즉 리더가 2개의 의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방식은 리더십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과 반대된다. 하지만 필자들은 기업이 지나치게 일관성 있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 신호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일관된 전략은 아이디어가 고갈됐거나 직급이 낮은 관리자들에게 혁신을 일임한다는 증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항상 혁신 사업부와 핵심 사업부 양쪽 모두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실 자원은 언제나 부족하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성공적인 최고경영진은 요구 사항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곳으로 자원을 이동시킨다. 핵심 사업 쪽에 자본을 투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혁신 사업부가 필요로 하는 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가장 필요한 곳에 최고의 인재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필요에 따라 최우수 인재를 핵심 사업에 배치했다가 혁신 사업부로 발령을 낼 수도 있다. IBM 소프트웨어 그룹의 총괄 관리자 자넷 페르나(Janet Perna)는 신형 콘텐츠 관리 시스템 판매를 위해 영업스와트팀(sales SWAT team)을 신설했다. 페르나는 단기간에 신제품 출시를 위한 노력에 자원을 집중시켰다가 다시 해당 자원을 하나로 통합된 영업팀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영업스와트팀을 신설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0년 말, 컬리의 후임으로 USA투데이의 CEO가 된 데이비드 헝크(David Hunke)는 자사의 모든 역량을 웹으로 이동시키고 인쇄 관련 인력의 10%를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USA투데이는 태블릿 컴퓨터 및 휴대전화용 뉴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전적으로 디지털화된 새로운 서비스인 USA투데이 스포츠(USA Today Sports)를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와 같이 한때 영화를 누렸던 신문마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할 만큼 신문업계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USA투데이는 주저 없이 쇄신의 길을 걸었다. USA투데이의 쇄신이 가능했던 것은 컬리가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비일관성과 긴장을 포용했기 때문이다.
 
리더가 기존의 사업과 혁신을 모두 포용하는 접근방법을 택하면 최고경영진도 각 사업부의 이익을 위한 다툼을 멈추고 핵심 사업과 혁신 사업에 관한 미래 지향적인 논의에 참여하게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CEO가 핵심 사업부와 혁신 사업부가 갖고 있는 대립되는 목표와 요구 사항, 제약조건을 발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뛰어난 경영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번역|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마이클 L. 투시먼  ·  웬디 K. 스미스  ·  앤디 빈스
 
마이클 L. 투시먼(Michael L. Tushman, mtushman@hbs.edu)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폴 R. 로렌스 1942년 MBA 경영학 교수(Paul R. Lawrence MBA Class of 1942 Professor of Business Administration)다. 웬디 K. 스미스(Wendy K. Smith, smithw@udel.edu)는 델라웨어대(University of Delaware) 알프레드 러너 경영경제대학(Alfred Lerner College of Business and Economics) 경영학 부교수다. 앤디 빈스(Andy Binns, andrew.binns@change-logic.com)는 보스턴 소재 컨설팅 업체 체인지 로직(Change Logic)의 경영 책임자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