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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Gap Inc. Engaged With Its Stakeholders

아동노동 갈등? GAP 이해당사자와 함께 이겼다

N. 크레이그 스미스(N. Craig Smith) ,션 안세트(Sean Ansett) | 91호 (2011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1년 여름 호에 실린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윤리/사회적 책임 석좌교수 N. 크레이그 스미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컨설턴트 션 안세트, 인시아드 사회 혁신 센터의 전직 연구원 리오르 에레즈의 글 ‘How Gap Inc. Engaged With Its Stakeholders’를 번역한 것입니다.
 
2009년 8월, 아프리카 남부에 위치한 산악 국가 레소토에서 흘러나온 소식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영국의 주간지 <선데이 타임스(Sunday Times)> 기자는 갭(Gap Inc.)을 비롯한 세계적인 몇몇 의류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옷을 생산하는 업체가 현지 쓰레기 매립지에 유독성 물질을 폐기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1  현지의 빈곤층 어린이들은 불연성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중 면도칼과 유독성 화학물질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중에는 다섯 살밖에 안 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는 하루 종일 온 몸이 가려워요. 화학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투입되는 일부 자루에는 가루가 담겨 있는데 그 가루 때문에 쓰레기를 뒤지던 아이들이 손과 팔에 화상을 입기도 해요.” 호흡 곤란, 발진, 눈물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후 CBS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CBS는 해당 계약업체가 인근에 위치한 칼레돈강(Caledon River)에 직물용 염료와 다른 오염물질을 방출한 탓에 강물이 짙은 파란색으로 바뀌어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공장의 일부 근로자들은 경영진이 자신들을 부당하게 대우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브랜드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레소토 사태가 일종의 악몽과도 같았다.
 
비슷한 위기가 발발했던 10년 전에는 전 세계에서 몇 달간 지속된 시위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갭, 직원들의 사기, 미성년 근로자 모두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갭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했고 레소토 사태는 곧 잠잠해졌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위기 발발 이후 10년 동안 갭은 지속적이고 행동 중심적인 노력을 통해 노동단체, 인권단체, 정부, 기타 이해관계자 등과 밀접한 관계를 구축해왔다. 갭은 길고 어려운 이 과정을 통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미성년 근로자를 고용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브랜드를 사회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기업2 (미심쩍은 점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기꺼이 상대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부류의 조직)으로 변모시켰다.
 
갭의 이해관계자 참여 전략은 불가피하게 나타나게 마련인 윤리적 교역 문제에 이 회사가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변화가 하룻밤 새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갭의 경영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중요한 교훈을 익혔다. 필자들은 본 논문에서 2009년에 갭의 경영진 및 주요 외부 이해관계자 대표를 상대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갭이 이해관계자 참여 전략을 어떻게 발전시켰으며 그런 변화로 어떤 결과가 나타나고 이해관계자 참여가 어떤 식으로 갭에 도움을 줬는지 설명할 것이다.
 
왜 이해관계자 참여인가?
지난 30년 동안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업의 태도는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비즈니스’라는 금언을 넘어서 기업과 사회는 필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좀 더 미묘한 관점을 향해 발전했다. 현재 수많은 이론가들은 경영진에게 주주의 관심뿐 아니라 해당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각종 집단, 조직, 개인의 관심사까지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 이들은 경영진이 좀 더 넓은 범위의 이해관계자가 요구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면 관리자들이 몹시 위험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이런 관계를 잘 이해하고 이해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 기업과 이해관계자 모두가 지속 가능한 가치를 누릴 수 있다.3
 
R. 에드워드 프리먼(R. Edward Freeman)이 1984년에 공개한 정의에 따르면 이해관계자란 ‘조직의 목적 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조직의 목적 달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집단, 혹은 개인’이다.4  프리먼은 이런 이해관계자들이 생산이나 소비의 요소로서의 역할을 하는 차원을 넘어서 기업의 성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자 이론의 기본 전제는 경영진이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주가치 창출이라는 기업의 목표와 무관한 ‘외적 영향’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영진은 이해관계자를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유지하고 재무 성과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5  사실 이해관계자 참여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직원들이 단순히 시늉을 하는 데서 그치면 기업의 이윤 추구라는 매우 제한적인 차원에서도 이해관계자 참여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갭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이해관계자 참여는 쉽지 않다. (‘갭이 주는 교훈’ 참조) 이해관계자 참여를 원한다면 시민 사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집단, 세계 각국의 노조 등과 인내심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등 경영진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좀 더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좀 더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과정의 진행 자체가 더딜 때도 많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참여는 기업의 경제적 성과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기업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문제 해결.이해관계자들은 현지 상황에 대한 기업의 이해를 돕고 기업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한 기업의 관점을 개선시킬 수 있다. 사실 너무도 복잡해서 협력, 네트워크, 이해관계자의 전문성 없이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도 있다.
 
대서특필의 위험 감소.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조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해관계자가 공급망 파트너가 본사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포착할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 본사가 새롭게 떠오르는 문제에 대한 조기 경고를 통해 언론에서 해당 문제를 파악하기 전에 미리 적극적으로 대처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해관계자 신뢰 강화.일단 존중의 마음을 확보하면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좀 더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대립을 줄일 수 있다.
 
정치적 영향력 강화.이해관계자와 협력해 업계 표준을 구축하는 기업은 개혁적인 정치인 및 규제기관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갖고 있는 우려가 법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중에게 비치는 기업의 이미지 개선.성공적으로 이해관계자 참여가 이뤄진다면 고객, 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책임감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고객 선호도뿐 아니라 직원 채용 및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근거가 이미 여러 차례 밝혀졌다.
 
갭 이야기
갭은 일찍이 1992년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명확한 제스처를 취했다. 당시 갭은 여느 기업들보다 앞서 구매 원칙을 공개하고 관련 내용을 의류업계 내 다른 업체들과 공유했다. 1996년, 갭은 의류 판매업체 행동 수칙을 만들어 공개했다. 갭의 행동 수칙에는 자사의 1차 공급업체, 전 세계 공급망에 속해 있는 1차 공급업체의 하청업체를 아우르는 노동, 환경, 건강, 안전 기준이 명시돼 있었다. 따라서 행동 수칙이 요구하는 바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공급업체의 노력이 필요했다.
 
이 같은 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권익단체인 전미노동위원회(National Labor Committee)는 1995년에 저임금, 과도한 초과 근무, 노조 해체 등 엘살바도르에 위치한 만다린인터내셔널(Mandarin International) 의류 공장에서 발생한 심각한 노동권 침해 사건을 폭로했다. 전미노동위원회의 폭로는 갭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갭은 도급업자들의 행동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내부 감사팀을 꾸릴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96년, 갭은 행동 수칙 점검 및 실행을 책임질 국제준수팀(global compliance team)을 꾸리기 시작했다. 갭은 전직 언론인, 사회 복지가, 공장 관리자, 비정부 기구 직원, 노조 조합원 등 여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사람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갭의 이해관계자 참여 전략 도입 경험을 통해 어떤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파트너가 될 것.노동 문제 및 환경 문제에 대해 수동적이고 위험을 회피하는 전통적인 접근방식을 취하면 행동주의가 한층 강렬해지고 브랜드가 약해지며 직원 사기가 저하된다. 파트너를 대하듯 이해관계자를 대하면 좀 더 수월하게 위기를 넘기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으며 애당초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수칙 준수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을 것.갭의 경영진은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해서 공장을 감독하는 방법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갭은 좀 더 현명하고 영향력 있는 이해관계자(그중 상당수는 오랜 기간 공장의 근로 상황을 관찰한 실질적인 경험자)들이 감시의 효과가 무시해도 좋은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종종 있으며 역량 구축, 교육, 구매 관행 또한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사실을 배웠다. 공장 내 감사가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를 통해서 심각한 위반 사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깊이 파고들 것.오늘날 언론에서 인도 아동 노동 사례와 같은 노동권 침해 사건에 대해 보도를 할 때는 2차 공급업체나 그보다 더 낮은 단계의 공급업체, 즉 주요 의류업체의 1차 공급업체에 비해 감시가 약하고 발달 수준이 낮은 공장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공급망의 좀 더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기 위해서는 현지 언어를 잘 알고 고문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 등 이해 수준이 높은 새로운 이해관계자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경계 확장자를 고용할 것.갭은 사내에서 ‘경계 확장의 역할(boundary spanner role)’을 담당할 글로벌 협력팀을 구축했다. 이 같은 ‘경계 확장자’는 조직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외부 이해관계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데 능숙한 전문가다.
 
파트너를 활용할 것.지속 가능성의 딜레마가 1개의 기업, 혹은 이해관계자가 홀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경우도 많다. 기후 변화와 같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일부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접근방법을 개발하려면 기업, 비정부 기구,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
 
성공을 측정할 것.이해관계자 참여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은 경영 과정 및 공정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지표들도 중요하지만 경영진은 언론 보도, 직원 채용 및 유지, 브랜드 가치 등의 지표도 참고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참여의 효율성 여부를 알려주는 또 다른 단서로는 품질, 근로자 이직률, 지시 거부율 하락 등이 있다.
 
먼저 질문할 것.기업이 제품, 공정, 조직 전략 등의 변화를 고려할 때 참여의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노력을 더하면 경영진이 위험과 기회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100명이 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국제준수팀도 모든 문제를 포착하지는 못했다. 1999년, 갭과 미국의 소매업체 26개(리바이스와 노드스트롬 포함)는 미국의 통치를 받는 남태평양의 섬 사이판에 위치한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한 소송에 직면했다. 엘살바도르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이판 소송에서도 강제 노동, 최소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노동 관행, 사이판의 노동인구 대부분을 구성하는 이주 노동자의 심각한 권익 침해 등이 언급됐다. 갭은 결국 소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으며 지속적인 변화 추구를 위해 노동 감시 프로그램과 감시위원회를 설립하는 데 그 돈을 사용했다.
 
감시의 한계(2000년 캄보디아 사태).이 같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갭은 여전히 자사가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서 공급망 감시에 주력했다. 갭이 의류업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공급망 감시 프로그램을 갖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갭의 명성에 일격을 가할 또 하나의 사건이 갭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0년 10월, BBC는 프놈펜에 위치한 공장에서 아동 노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갭에 접근했다. 갭은 문제가 되는 업체에 하청을 주는 여러 의류업체 중 하나였다.
 
그로부터 몇 주 후 BBC는 갭과 나이키(Nike, 갭과 같은 업체와 하청 계약을 맺고 있는 기업)가 하청 공장의 아동 노동 문제를 외면하고 있으며 비효과적인 감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난의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캄보디아 공장 경영진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캄보디아 정부는 자체 조사 결과 해당 공장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6
 
하지만 갭은 그 문제를 해결할 확정적인 방법이 없다고 느꼈다. 수년간 지속된 전쟁과 학살로 캄보디아 국민들의 나이를 알려주는 대부분의 문서가 파괴된 탓에 갭과 공급업체들은 근로자들이 최소 근로 연령을 넘어섰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 가정에서 보관하고 있는 기록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가정 문서’를 확인한 후에도 갭의 조사관들은 근로자들이 미성년자라는 BBC 보도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아낼 수 없었다. 심지어 갭은 의사에게 공장 근로자의 나이를 추정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의사들도 근로자의 정확한 나이를 산출하지 못했다. 당시 갭의 현지 행동 규정 준수 담당자였으며 현재 갭의 아시아 사회/커뮤니티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이라 퍼스파데위(Ira Puspadewi)는 “의학적으로 보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BBC 보도 이후 갭의 기업 의사소통 국제 준수 부서에 항의성 편지가 쇄도했다. 노동 착취 공장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대가 갭과 나이키 매장 앞에서 소비자들에게 보이콧을 호소하며 피켓을 들고 서서 시위를 벌였다. 비정부 기구, 노조, 대중 등이 강력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자 갭은 미성년 노동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갭은 성명서에서 ‘미성년 노동 사례를 발견하면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겠다’고 주장했다.
 
여러 의류 브랜드가 캄보디아를 떠났다. 갭은 캄보디아 공장을 버리면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갈 것을 염려해 캄보디아에 머무르면서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갭은 하청을 주는 공장의 노동자 연령 확인 조건을 강화했다. 갭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철수를 결정하면 아동 근로자에게 훨씬 더 심각한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캄보디아를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1993년, NBC는 월마트(Wal-Mart)에 물건을 납품하는 방글라데시 공장의 아동 노동 실태를 폭로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생산된 의류를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안이 생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위협을 느낀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수출업자 협회(Bangladesh Garment Manufacturers and Exporters Association)는 1994년 10월 말까지 방글라데시 내에서 아동 노동을 근절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아동이 공장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직물 공장에서 쫓겨난 수많은 아이들은 훨씬 더 힘겨운 상황에 처했다. 영국의 구호단체 옥스팸(Oxfam)이 1995년에 발표한 보고서에는 방글라데시 직물 공장에서 쫓겨난 어린이들이 용접, 매춘 등 훨씬 더 위험한 일자리로 내몰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갭의 경영진은 캄보디아에 머무는 것이 아동 근로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었지만 갭의 이미지는 계속 손상되고 말았다. 행동 수칙을 중심으로 공식 발표를 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유대관계가 부족했던 탓에 갭의 명성은 또다시 훼손됐다.
 
전략적 이해관계자 참여 실행.캄보디아 사태는 갭의 경영자들에게 커다란 좌절감을 안겨줬다. 캄보디아 공장에 대규모 노동 기준 감시팀을 파견하고 캄보디아 공장 감시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미국과 영국에서 갭은 시민단체로부터 계속해서 압력을 받았다. 시위대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갭의 본사 앞에서 몇 주 동안 진을 쳤고 언론은 시위대의 행동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시위대가 알몸으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등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행동을 할 때 언론은 시위대의 행보에 큰 관심을 쏟았다. 경영진은 오직 법률에 의존해 윤리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위험 완화 접근방법이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시감독만으로는 공급망에 경영진이 원하는 변화를 불어넣을 수 없었다. 갭이 자사를 비판하는 세력에 대처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캄보디아 사태 이후 몇 년에 걸쳐 갭은 이해관계자와의 돈독한 관계 구축을 위한 5단계 전략을 시행했다.
 
 
이해관계자 지도를 그려라.
첫째, 갭은 이해관계자 지도(stakeholder map)를 작성해 가능한 많은 이해관계자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다음 특징이나 중요도를 기준으로 각 이해관계자의 순위를 정했다.7  갭의 감시 판매업체 개발 책임자 디에나 로빈슨(Deanna Robinson)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모든 개별 이해관계자와 전략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이해관계자를 강조했다.”
 
갭은 이해관계자의 우선순위를 매긴 덕에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가운데서 선발한 소수의 조직과 투명한 관계를 키워나가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갭의 공공 정책/이해관계자 참여 책임자 대럴 크누센(Daryl Knudsen)의 설명을 들어보자. “존재하는 모든 조직과 동일한 깊이로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조직과 탄탄한 관계를 맺은 덕에 우리는 이런 네트워크로부터 적정 수준의 정보와 영향력을 얻을 수 있었다.”
 
갭의 지도 작성 과정에 도움을 준 곳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비정부 기구 겸 컨설팅 업체 사회적 책임 비즈니스(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였다. 법률, 공공 관계, 정부 업무, 국제 준수 등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동하는 참가자들이 갭의 이해관계자 지도 작성 과정에 참여했다. 이 과정을 통해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결정한 맞춤형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가 표시된 이해관계자 지도가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은 내부 팀 구성원들이 주요 이해관계자, 제안된 전략, 참여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학습 기회가 됐다. 갭의 경영진은 지도 작성 과정을 통해 갭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 및 갭이 수천 명의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해관계자 지도를 작성하면서 갭은 자사의 접근방법을 위험을 회피하는 법률 중심 전략에서 이해관계자 요구, 위치, 동기를 고려한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이해관계자 접근방법은 엄청난 변화였으며 갭의 고위 의사결정권자 중 상당수는 이해관계자 이론에 대해 학습하고 애당초 갭의 이해관계자가 누구였는지 깨닫게 됐다.
 
 
2002년, 자사의 주요 이해관계자를 파악한 갭은 노동 관행 개선 방안에 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이들과 만남을 갖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갭에 특히 중대한 영향을 미친 회의가 있었다. 갭의 경영진은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마킬라 연대 네트워크(Maquila Solidarity Network)의 린다 얀쯔(Lynda Yanz)를 만났다. (마킬라 연대 네트워크는 미주 지역의 노동자 권익 문제를 다루는 영향력 있는 노동자 권리 단체이며 미주 지역은 갭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도움을 받는 주요 시장이다.) 회의를 마친 갭의 관리자들은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홀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갭의 관리자들은 관련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 관계 육성을 고려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개입돼 있는 새로운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갭은 얀쯔의 조언을 바탕으로 좀 더 전체론적으로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어나가기 시작했고 이해관계자들은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에 대해 갭의 사회적 책임팀 구성원들과 직접적으로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갭은 마킬라 연대 네트워크와 관계를 맺어 나가는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두 개의 계획을 추진했다. 그중 하나는 2003년 뉴욕에서 진행한 사회적 책임 계획(Social Accountability International)이고 다른 하나는 2004년 런던에서 추진한 윤리적 교역 계획(Ethical Trading Initiative)이다. 갭의 경영자들은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나가는 방식을 채택한 덕에 자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에 대해 여러 이해관계자의 통찰력과 의견을 구할 수 있는 안전한 토론의 장을 얻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주목할 만한 문제를 파악하라.
그런 다음 갭은 자사와 자사의 이해관계자들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파악했다. 크누센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우리 회사가 미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해당 영역의 주요 문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갭의 공헌이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부문에서 기회를 확보한다.”
 
갭은 문제를 파악한 후 각 문제의 성숙도를 측정한다. 근거가 빈약하고 인식 수준이 낮은 문제는 ‘잠복(latent)’ 상태의 문제로 여겨진다. 비정부 기구의 캠페인 및 연구의 중심이 되는 문제는 ‘새롭게 떠오르는(emerging)’ 문제로 여겨진다.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전문가 사회의 경계를 넘어서 대중 및 언론에까지 확산된 상태이며 해당 문제가 존재함을 알려주는 강력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강화(consolidating)’ 상태의 문제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규제 및 비즈니스 관행의 정상적인 부분으로 여겨질 정도가 되면 해당 문제가 ‘제도화(institutionalized)’됐다고 표현한다.8  갭은 이 과정을 통해 아동 근로와 HIV/에이즈 등 2개의 ‘강화’ 우선순위를 찾아냈다. (인구의 최대 30%가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레소토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HIV/에이즈는 중요한 문제로 여겨진다.)
 
 
목표를 정의하라.
갭은 마킬라 연대 네트워크를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참여 과정을 통해서 얻은 이해관계자 정보를 바탕으로 목표를 정의한다. 갭이 찾아낸 한 가지 우선순위는 투명성 개선이었다. 투명성 개선을 위해 갭이 내린 중대한 결정은 2004년에 갭 설립 이후 최초로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었다. 갭이 자사의 나쁜 점까지 모두 있는 그대로 공개한 이 보고서는 노동권 및 공급망과 관련된 행동 수칙 위반 사항, 추가적인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일부 언론은 갭의 보고서를 회개를 위한 행동으로 해석했지만(예: ‘노동착취 공장 운영을 인정한 갭’과 같은 기사 제목) 갭을 향해 가장 혹독한 비난을 쏟아부어 온 비판세력 중 일부는 갭의 이런 노력을 칭찬했다.9
 
갭에서 글로벌 책임 담당 수석 부사장을 지낸 댄 헨클(Dan Henkle)은 “사회적 책임 보고서는 갭의 가장 훌륭한 성공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찾았다. 홍보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스스로 잘했다고 격려하는 방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정보를 공유했다.” 홍보의 측면에서 볼 때 갭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마케팅 부서는 갭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가진 사람의 수가 2건의 슈퍼볼 경기에서 광고 캠페인을 벌였을 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사람의 수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한다. 갭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는 의류업계 내 다른 업체에 ‘행동을 촉구하는 신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
갭이 이해관계자 참여 전략을 도입하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이 공장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우려를 담은 서신을 갭에 전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이 담긴 서신을 받았더라도 갭은 행동 수칙과 비준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내부 감사의 숫자만 언급하며 ‘판에 박힌 듯한’ 대답만 내놓았을 것이다. 이런 접근방법은 오히려 이해관계자를 분노케 하며 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캠페인이 벌어질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갭의 글로벌 협력팀은 다른 전략을 택해 이해관계자들에게 문제를 발견할 시 직접 알려줄 것을 부탁했다.
 
다자간섬유협정(Multi Fiber Arrangement)이 폐지된 2005년, 갭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 다자간섬유협정은 1974년부터 2005년까지 개도국이 선진국에 수출할 수 있는 섬유의 양을 결정하는 기준이 됐다. 다자간섬유협정을 도입한 최초의 목적은 시장의 성장 속도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다자간섬유협정으로 인한 국가 간 할당은 공급 시장을 보호하는 기능을 했다. 당시 의류업계의 수많은 업체들은 다자간섬유협정 체제가 와해되면 중국이 세계 섬유 시장을 장악하고 대부분의 신흥시장 경쟁을 파괴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갭의 경영자들은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나눈 대화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의 국가에서 철수하는 방안의 의미를 고려하고 철수가 결정된 노동 시장 내 근로자와 지역사회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미리 대처할 수 있었다.
 
 
갭은 다자간섬유협정 종결 이후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미국과 영국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이해관계자 회의를 주최했다. 갭은 자사의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고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비정부 기구 인사, 학자, 정부 관료, 노조 등을 초청해 회의를 진행했다. 이와 같은 포럼을 진행한 덕에 갭은 전 세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됐으며 공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세간에 알리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이해관계자 간의 대화는 공장 문제에 관한 비공식적인 불만 표출 메커니즘의 역할을 해 갭이 새롭게 떠오르는 문제에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예를 들어 갭은 이해관계자 회의를 통해서 얻은 피드백 덕에 HIV/에이즈 문제가 레소토의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에이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갭은 가수 겸 활동가인 보노(Bono)의 레드 캠페인(Red Campaign)에 동참해 ‘레드’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는 제품의 판매를 통해 얻은 이윤 중 절반을 기부하고 해당 제품을 레소토에서 생산하는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갭은 이해관계자 회의를 통해서 색상이나 디자인 요소의 변화 등 공급자 탄력성을 위한 브랜드 요구가 직장 내 업무 관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이 2000년에 발표한 자신의 저서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No Logo)>에서 언급하긴 했지만 갭의 이 같은 깨달음은 소매업체가 자사의 관행이 행동 수칙 실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최초의 사례 중 하나다. 갭은 이해관계자 회의에서 얻은 위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2005년에 구매 관행 시범 프로젝트를 도입했다.10
 
 
참여를 제도화하라.
갭의 일부 이해관계자들은 참여 전략을 반대했다. 갭의 수많은 직원들은 갭이 비정부 기구의 비위를 맞춘다고 생각했고 일부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갭의 노력을 홍보 활동으로 일축했다. 초기에는 갭의 법무부서가 특히 이해관계자 참여 전략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 당시 갭의 이해관계자 참여 결정에 관여했던 홍보업체 버슨-마스텔러(Burson-Marsteller)에서 일했던 컨설턴트 베네트 프리먼(Bennett Freeman)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갭의 변호사들은 문제가 생기면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갭의 글로벌 협력 책임자였던 락시미 바티아(Lakshimi Bhatia)는 “내부 조직과 이해관계자 세계의 경계를 좁히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고 설명한다. 갭의 글로벌 협력팀은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시민 사회에서 이뤄지는 대화뿐 아니라 기업의 담론에도 익숙하며 잠재적인 적수들 간의 문제를 중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계 연결 전문가’를 영입했다. 바티아는 “전형적인 기업의 마음가짐이 매우 명료하게 정의된 조직 및 경계와 관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해관계자를 상대할 때는 이런 마음가짐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경계 확장을 위한 노력이 외부 회의론자를 설득할 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갭은 글로벌 책임팀을 자원조달 부서에서 법무부서로 옮긴 덕에 참여 전략에 대한 사내 변호사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관리자들은 사내 변호사들에게 글로벌 책임팀의 업무를 직접 관찰할 기회를 주는 방법이 법무부서의 접근 방법 수정에 도움이 됐으며 그 결과 갭이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이해관계자 참여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위기 관리를 넘어서(인도, 2007년). 2007년, 언론에서 갭의 공급망에서 발생한 또 다른 아동 노동 사건을 폭로하면서 갭의 새로운 이해관계자 참여 접근방법이 시험에 처했다. 영국 신문 <옵저버(Observer)> 기자는 갭의 기업 사회 책임 담당 직원에게 갭키즈(GapKids) 브랜드의 티셔츠를 생산하는 인도의 자수 회사에서 아동 노동과 관련한 문제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일러줬다.11  조사에 착수한 갭은 자사가 승인한 공급업체 중 한 곳에서 문제가 되는 자수 회사(갭이 승인하지 않은 시설)에 수공 업무를 의뢰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사건은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사건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 경우에는 근로자의 나이와 근로 조건의 심각성에 대한 의심의 여지조차 없었다. 아동 근로자 중 일부는 가난에 찌든 가족의 손에 의해 노동착취 공장으로 팔려와 빚을 갚기 위한 노동, 혹은 강제 노동을 감내하고 있었다. 이들은 상사로부터 심각한 육체적, 언어적 학대를 당하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하루에 16시간씩 일을 했다.
 
디에나 로빈슨은 갭이 이전부터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캄보디아 위기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언론의 주장에 좀 더 효과적인 대응책을 세우고 문제 개선을 위해 전체론적인 접근방법을 취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갭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신문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한 것이 아니라 보도가 나가기 전에 미리 기자로부터 귀띔을 받았다. 그 덕에 갭은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대응방법을 준비할 수 있었다. 로빈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도 사건 때를 돌이켜보면 당시 우리는 담당 기자와 직접 대화를 했다. 뿐만 아니라 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좀 더 많은 기회가 있었다.”
 
기사 발표 직후 갭은 노조, 비정부 기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전수받은 아동 노동 사건 관리 지침을 따랐다. 즉 갭은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제품 주문을 취소했으며 앞으로 자사의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하청업체가 생산에 관여하는 일을 일절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기업 홍보 책임자나 기업 책임 담당자가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경영자가 회사의 입장을 발표했다. 갭의 기업 홍보 부사장 빌 챈들러(Bill Chandler)는 “당시 갭이 ‘아동 노동과 같은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하나의 기업이 사회 전반의 상황을 바꿀 수는 없는 만큼 갭이 업계 전반의 대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내부 토론 이후 갭은 문제가 된 자수 공장에 하청을 주었던 1차 공급업체와의 관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1차 공급업체는 노동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기로 명성이 높은 기업이었으며 해당 업체와의 관계를 유지하면 현지 일자리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갭은 문제가 되는 하청업체에서 생산한 의류를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갭은 11월에 인도 북부 지역 공급업체들과 지도자 회의를 열어 아동 노동에 대한 ‘제로 관용’ 정책을 한층 강력하게 선포하고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에 하청을 주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인도 현지의 아동 노동 비정부 기구 BBA(바치팬 바차오 안돌란, Bachpan Bachao Andolan)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인도 정부는 관련 아동의 초기 교정 치료 과정을 관리했으며 노동을 착취당한 아동들이 적절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갭은 BBA가 아동 노동에 반대하는 현지 교육 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BBA에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갭은 아동 노동을 저지하기 위한 산업 전반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비정부 기구, 노조, 정부 관료 등과 협력해 각종 브랜드와 소매업체들로 구성된 글로벌 포럼을 구축했다.
 
몇 달 동안 갭을 괴롭히고 갭 매장 앞에서 벌어진 시위의 원인이 됐던 캄보디아 사태와 달리 인도에서 벌어진 아동 노동 착취에 대한 언론 보도는 단 며칠 만에 거의 사라져버렸다. 인도 사건에 대한 반응은 7년 전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에는 비정부 기구들이 갭을 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갭의 헨클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비정부 기구들은 우리 회사와 함께 일했으며 우리 회사를 좋은 파트너로 여겼다. 따라서 인도 사건이 터졌을 때 그들은 ‘어떻게 도와줄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비정부 기구와 노조 대표들은 필자들에게 인도 사건이 벌어지기 전 몇 년 동안 갭이 보여준 투명성과 적극적인 반응으로 좀 더 협력적인 접근방법을 취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국제 여성 근로자 네트워크와 협력하는 영국 조직 세계여성근로협회(Women Working Worldwide)의 매기 번스(Maggie Burns) 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시민단체에서 갭의 인도 사건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단체들이 갭이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 마냥 온화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갭이 훨씬 개방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해온 만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비정부 기구 대표들은 그렇다고 해서 갭이 결코 비난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신 비정부 기구들은 갭이 책임감 있고 신속한 대처를 통해 옳은 일을 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있을 뿐이다.
 
갭과 레소토
불에 타고 있는 쓰레기와 짙푸른 강물을 뒤지는 레소토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가 폭로됐을 때 갭이 보일 수 있었을 법한 전형적인 태도는 책임을 회피하고, 하청업체로 인해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난하고, 문제가 되는 회사와의 모든 관계를 끊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법은 이제 과거가 됐다. 대신 갭은 인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2009년 8월 2일, 헨클은 레소토와 관련한 언론 성명서를 내놓았다. 헨클은 성명서를 통해 갭이 레소토 근로자의 생활 수준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갭이 취할 방안을 공개했다. 9월 18일, 갭과 리바이스는 그동안 취했던 방안과 다른 기업에 요구한 방안을 자세히 묘사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제 발생 이후 몇 주 동안 갭과 리바이스는 내부 조사 및 독립 조사를 실시하고, 공급업체 및 현지 정부관료와 회의를 열고, 망가진 도시 하수도관을 즉각 수리하고, 행동 수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공장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했다. 결국 선두적인 입지를 갖고 있는 노동 부문 비정부 기구들이 갭의 행동을 공식적으로 치하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적인 노조 연합인 국제섬유의류피혁근로자연합(International Textile Garment & Leather Workers’ Federation)의 사무총장을 지낸 닐 커니(Neil Kearney)는 레소토 사태를 좀 더 넓은 문맥에서 해석해 레소토의 노동 환경 개선에 갭과 리바이스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 강조했다. 커니는 갭과 리바이스를 공격한 사람들을 향해 ‘손쉬운 목표물을 활용하기에 급급해 그동안의 발전과 손쉬운 목표물들이 기여한 바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갭의 입장에서는 과거 갭에 반대했던 노련한 노조 지도자가 자사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높인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관계자 참여 전략의 효과를 입증해주는 것이다. 좀 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갭의 이해관계자 참여 전략은 갭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갭은 이 전략 덕에 대중으로부터 기업 윤리 및 책임 부문의 선두주자라는 인정을 받고 많은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신흥시장에 광범위한 공급망을 두고 있는 주요 브랜드가 대중의 비난을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댄 리스(Dan Rees) ETI 전 대표는 “공급망 내에서 아동 노동을 발견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아동 노동을 발견했을 때 그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지난 10년 동안 갭이 배운 것처럼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 이런 위기가 기업과 이해관계자를 한층 더 강하게 만드는 기회로 바뀔 수 있다.
 
 
 
감사의 말씀
저자들은 드레퓌스 선즈 앤 코(Drefus Sons & Co. Ltd.)의 연구 지원과 더불어 갭의 주요 외부 이해관계 단체 대표들과 갭 경영진의 연구 참여에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N. 크레이그 스미스·션 안세트·리오르 에레즈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N. 크레이그 스미스(N. Craig Smith)는 프랑스 퐁텐블로에 위치한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윤리/사회적 책임 석좌교수다. 션 안세트(Sean Ansett)는 갭에서 글로벌 협력 책임자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리오르 에레즈(Lior Erez)는 인시아드 사회 혁신 센터(INSEAD Social Innovation Center)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2415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로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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