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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술 신화? 흥분하지 말라, 곳곳에 함정이다

폴 J. H. 슈메이커(Paul J. H. Schoemaker) | 89호 (2011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1년 여름 호에 실린 와튼스쿨 조지 S. 데이 마케팅 교수와 동 대학원 폴 J.H. 슈메이커 비상근 마케팅 교수의 글 ‘Innovating In Uncertain Markets: 10 Lessons for Green Technologies’를 번역한 것입니다
녹색 기술’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새로운 발명과 발견이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혁신하고 지구 환경 악화를 저지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자원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황홀하다. 녹색 기술은 단순한 화젯거리 이상이다. 투자자들은 실제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한 가지 근거로 2018년이 되면 세계 대체 에너지원(예: 풍력, 태양광, 바이오 연료) 시장의 규모가 31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중대한 투자’의 횟수도 30% 이상 증가했다.1
하지만 관련 활동이 증가하면서 녹색 기술에 관한 논의로 인해 수많은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를 스마트 전기 그리드(smart electric grid)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시대가 도래하면 누가 어떤 기술을 사용해서 배터리를 만들게 될까?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하게 될까? 바이오 연료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조류(algae)에서 바이오 연료를 생산해야 할까? 조류가 옥수수나 사탕수수보다 좀 더 유망한 원료가 될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당히 적은 시멘트를 생산할 수 있을까? 혹은 시멘트를 대신할 대체 재료를 개발해야 할까?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로 인해 각 가정에서 직접 과도한 전력 사용을 조절하게 될까? 혹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가 어려울까?
녹색 기술 시장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근본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런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한층 힘들다. 녹색 기술 시장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인 기업가나 투자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세력이다.  정부는 응집력 있고 오랜 기간 사용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벤처캐피털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어야 한다. 유가 변동성, 지정학적 충돌, 경제 성장률, 세계적인 기후 변화를 경고하는 목소리에 대한 대중의 태도 등 또 다른 와일드 카드도 있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때 녹색 기술 영역에서 신생 벤처기업, 대기업, 정부 기관, 비정부 기구를 위한 최고의 접근방법은 무엇일까? 과장된 선전에 넘어가지 않고 새로운 녹색 기술이 내놓는 약속을 추구하려면 조직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연구 내용 본 논문은 필자들이 집필한 저서 <와튼의 신흥 기술 관리(Wharton on Managing Emerging Technologies)>와 와튼스쿨의 맥 기술 혁신 센터(Mack Center for Technological Innovation)에서 기업들이 신흥 기술을 오해하는 경우가 잦은 이유에 대해 필자들이 진행 중인 연구 등 수많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필자들은 1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콘퍼런스, 워크숍, 기술 혁신이 안겨주는 과제와 기회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심층 사례 연구 등을 통해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해왔다. 필자들의 연구에 도움을 준 협력 기업으로는 P&G, IBM, 머크(Merck), 에어 리퀴드(Air Liquide), GE, 메드트로닉(Medtronic), 듀폰(DuPont), 인포시스(Infosys) 등이 있다. 필자들은 교훈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를 진행했으며 기술 혁신 영역에서 찾아낸 광범위한 내용을 복잡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녹색 기술 영역의 상황에 맞춰 개념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물, 재활용, 소재, 에너지 저장, 전력 생산, 인프라, 운송 등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 영역 내에서 개인적, 주거적, 상업적, 산업적, 정부적 차원에서 활용된 사례를 포함한다. 필자들은 이처럼 광범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개괄적인 교훈을 찾아냈다. 요점을 전달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응용 사례를 제시하긴 하지만 특정한 산업 부문이나 기술 플랫폼을 심층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본 논문에서 필자들이 제안하는 교훈은 최우수 산업 관행, 학문 연구, 불확실성과 주변 관점, 시장 중심적인 전략 등에 대한 필자들의 논문을 모두 더한 것이다.

과거에서 배운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혁신의 길이 길고 험난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에는 기술 혁신을 향한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탓에 수백 개의 녹색 기술 벤처기업이 생겨났지만 불황 기간에 그중 상당수가 어려움에 처했다.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기술 발전이 정체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녹색 기술 기업들이 지구력을 키워야 한다. 기회를 이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쟁자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간 후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필자들은 생명 과학, 나노 제조, 신소재, 우주 과학, 각종 정보기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신흥 기술 부문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분석해 녹색 기술 기업에 도움이 되는 10개의 포괄적인 교훈을 찾아냈다.2 물론 필자들이 찾아낸 교훈을 결코 수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들이 제안하는 교훈은 다양한 업계가 실제 경험한 사례를 통해 도출된 것인 만큼 관리자들은 본 논문에 등장하는 10개의 교훈을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설명할 10개의 교훈은 시장 기회의 본질과 역학 관계에 대한 이해, 시장 선도를 위한 전략 수립,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구력’을 갖고 있으며 적응력이 뛰어난 조직 구축 등 3개의 중요한 부문에 관한 것이다.
 
교훈 1: 타이밍이 전부다
녹색 기술 시장의 매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어디에서 최고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1990년대 말에는 기술 투자와 시가총액이 엄청난 수준의 증가세를 보였다. 기술 부문의 거품이 터진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에는 녹색 기술에 대한 열정이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당시에는 이런 현상이 특이하게 느껴졌지만 사실 이처럼 상황이 바뀌는 일은 흔하다. 사실 시장이 중력의 법칙에 저항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판매 둔화, 기술 단절, 가격 인하 등과 같이 변화를 촉구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경쟁기업이 빠른 속도로 시장에서 사라지고 시장 통합이 발생한다. 그 결과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 중 무려 80%가 사라지는 개편 기간이 나타난다.
거품과 시장 개편은 자유 시장에서 나타나는 자연 도태 과정의 피할 수 없는 한 부분이다. 거품 형성을 알리는 경고 신호로는 잠재적인 시장 규모와 성장에 대한 뚜렷한 열정, 수많은 신규 진입업체(신생업체 중에는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언론과 투자 은행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느끼는 극도의 희열 등이 있다. 유망한 기업이 성공 혹은 실패를 하는 것은 결국 시장 수명 주기의 타이밍 문제다. 너무 일찍 시장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고 너무 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최고의 호황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이른 진출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지만 진실은 훨씬 복잡하다. 기존 상품을 모방하고 개선하는 경쟁업체를 막기 위한 역량에 투자를 하지 않은 탓에 실패를 하는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3  1990년대 말에는 생명 공학 기업의 숫자가 2000개가 넘었다. 반면 지금은 암젠(Amgen) 등 몇 안 되는 독립 생명 공학 기업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초기에 시장에 진입했던 기업 중 상당수는 이미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혹은 제약업체들이 수많은 신생 생명 공학 벤처기업들을 집어삼키는 동안 흡수된 기업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산업은 개편이나 극적인 합병을 경험한 후에도 계속해서 성장세를 유지한다. 시장 활동이 과도할 정도로 활발하면 개별 기업의 변동성과 실패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산업 전체는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철도에 대한 열망이 영국 전역을 휩쓸었던 1830년 무렵 수많은 지주들이 철도 회사에 통행권을 팔아 철도업계에 거품이 형성됐지만 그 거품은 곧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품이 형성되기 이전의 기간과 비교했을 때 이후 10년 동안 더 많은 철도가 건설됐다. 거품이 터지면 이후의 성장을 위한 기초가 마련되기도 한다. 최근의 사례로는 광섬유 케이블 산업을 들 수 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통신업체들은 인터넷 사용 증가율에 대한 지나치게 긍정적인 예측을 바탕으로 엄청난 양의 광섬유 케이블을 설치했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량이 최고치에 다다랐을 때 전체 광섬유 케이블 중 불과 5%만이 사용됐을 뿐이다. 광섬유 케이블 투자 열풍에 동참했던 대부분의 기업들은 망하거나 엄청난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광섬유 케이블로 인한 엄청난 네트워크 용량 덕에 저렴한 국제 통신 서비스가 가능해졌으며 저렴한 국제 통신 서비스는 세상을 ‘평평하게’ 만드는 데 일조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어냈다.
 
교훈 2: 변화는 더디게 진행된다
시장 기회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열정적인 초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거품에 희열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은 세상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찾기는 힘들다. 새로운 기술의 신속한 채택을 방해하는 3개의 중요한 장애물은 다음과 같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뛰어난 하드웨어 기기를 새로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별다른 쓸모가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질 거라는 확신 없이는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는다. 비슷한 문제가 인터넷 거품이 한창이던 시절 등장한 수많은 B2B 시장 교환에 영향을 미쳤다. 즉 판매자는 구매자의 수가 임계질량에 도달하면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생각했고 구매자는 판매자의 수가 늘어나기를 기대했다.
 
비용 혹은 성과 장벽. 소형 형광등 전구는 백열등 전구에 비해 5~6배 오래 가지만 전기 사용량은 75% 이상 적다. 미국의 모든 가정에서 1개의 일반 전구를 없애고 대신 소형 형광등 전구를 사용하면 도로에서 130만 대의 자동차가 사라졌을 때와 맞먹는 수준으로 연간 에너지 사용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4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 형광등이 미국의 주거용 조명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처음 시장에 등장한 1980년대 후반 이래 불과 11% 정도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소형 형광등의 가격이 일반 전구 가격보다 평균 3배가량 비싸고 불빛이 너무 밝았기 때문이다.
연비가 우수한 청정 자동차도 널리 확산되는 과정에서 형광등과 유사한 지연 현상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자동차 소유주의 재구매 주기나 상업적 재구매 주기를 고려하면 전국의 자동차와 트럭을 모두 교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고유가, 보조금, 기타 인센티브 등으로 인해 자동차 대체 기간이 좀 더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생각을 바꾸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확산 모델(diffusion models)을 사용하면 전염 및 티핑 포인트 역학(contagion and tipping point dynamics)을 통해 ‘녹색’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 평가할 수 있다.5 하지만 잠금 효과(lock-in effects), 관성(inertia), 시장 불확실성(market uncertainty) 등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는 속도가 둔화되는 경우가 많다.6 자동차 충전소처럼 최소효율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미리 대규모 인프라에 투자를 해야 할 때, 혹은 표준 전구에서 소형 형광등으로 전환할 때처럼 소비자가 높은 전환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에는 신속한 확산을 방해하는 추가적인 요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초기에는 수많은 시장 부문이 표준이 되기 위해 여러 녹색 기술과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된다. 이런 요인들이 변화를 막는 장애물이 돼 시장이 발전하는 속도가 기대하거나 희망하는 수준보다 느려질 수도 있다.7
 
공동 발전 vs 완전한 대체. 기술 대체가 제로섬 게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반도체가 등장한 지 4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공관을 위한 수익성 있는 틈새 시장이 존재한다. 온라인 소매업은 오프라인상의 기업을 대체하지 못했다. 대신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오프라인 소매와 온라인 소매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녹색 기술 부문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대체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가 한동안 공존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녹색 기술이 당면한 문제를 단순한 대체가 아니라 공존과 공동 발전의 문제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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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 J. H. 슈메이커(Paul J. H. Schoemaker)

    폴 J. H. 슈메이커(Paul J. H. Schoemaker)

    - 펜실베니아대 맥 기술혁신센터(the Mack Center for Technological Innovation) 연구 책임자
    - 와튼 MBA스쿨 마케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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