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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udgment Deficit

판단 오류: 견제를 위한 길은 있는가

아마르 바이드 | 88호 (2011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 9월 호에 실린 아마르 바이드의 글 ‘The Judgment Deficit’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오늘날 개개인은 그들의 선조들이 상상도 못했을 만큼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그에따라 행동한다. 실제로 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의사결정의 인간화를 물질적 소득만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경제학자 에드먼드 펠프스는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연설에서 역동적인 자본주의 경제의 위대함은 더 많은 여가가 아니라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데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독립적인 판단과 행동의 결과라고는 했지만 모든 판단이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다. 그래서도 안 된다. 때문에 나는 자본주의 경제를 모험 경제(venturesome economy)라고 부른다. 수백만 명을 비생산적이고 실체 없는 노동의 틀에 가두는 상명하달식 경제였던 소비에트 연방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상명하달식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만일 차는 반드시 도로의 오른쪽으로 달려야 한다고 규정하는 법규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개발하는 애플의 엔지니어들은 물론 그에 더해 그 앱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크고 작은 사안들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스티브 잡스 한 명에 의존한다. 이 역시 겉으로는 상명하달식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결과 애플의 소비자와 주주들은 손해가 아니라 큰 이익을 얻지 않았는가?

 

개개인의 자주적 판단과 상명하달식 통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일은 우리 사회와 조직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물론 우리는 그런 과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를 다뤄봤던 경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형태의 중앙통제 양식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과거와 다른 점은 하나다. 과거에는 중앙통제가 구시대적인 전제 군주, 위원회, 규정집 등에 의해 이뤄졌다면 새로운 중앙통제는 통계와 알고리즘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기계적인 의사 결정 테크놀로지는 특정한 상황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를 잘못 사용할 때는 구 소련 정치국만큼이나 제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 오늘날 금융계에서 벌어진 사태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대출회사의 담당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개별 대출 신청자의 신용도를 일일이 검증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들의 대출 담당 임무를 대체한 건 금융 천재들이 만들고 월가의 투자은행, 신용평가회사, 정부 지원을 받는 주택 담보대출 회사가 유포한 소수의 고만고만한 통계 모델이었다. 이러한 신용 창출의 중앙화와 자동화가 널리 인기를 끌면서 은행은 당국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졌고 규제당국은 상명하달식의 기계적인 자본 규정을 적극 받아들였다.

 

그 결과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금융 위기가 도래했다. 세계 경제는 자칫하면 몰락할 뻔한 끔찍한 경험을 피할 수 없었다. 금융계는 자율적 판단 부족으로 고통을 겪었고 우리 모두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경제 위기의 후유증을 치유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반드시 금융과 다른 분야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쇄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집권화와 분권화 사이의 균형점은 물론 사례별 판단(case-by-case judgment)과 규격화된 표준 규정(standardized rules)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도 찾아야 한다. 사실 적절한 통제의 수준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역동성은 중앙집권화된 통제를 가장 최소로 할 때 최고로 유지된다.

 

그러나 개개인의 주도로 활발하게 생성되는 역동성이 강력해질수록 필요한 통제의 수준이 올라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사례별 판단, 표준 규정, 컴퓨터 모델 등 중앙집권화의 방안은 물론 중앙집권화를 얼만큼 실시해야 하는가 역시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앙집권화를 둘러싼 문제 제기는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개인의 자발적 판단에 대한 옹호론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저서 <사회에서의 지식의 활용(The Use of Knowledge in Society)>에서 분권화를 택해야 하는 고전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하이에크는 경제의 안정성은 지속적으로 작은 변화에 맞게 대응하고 적응해가는 과정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A가 실패하면 즉시 B가 개입해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었다. 그 어떤 개인도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하는 지식을 모두 갖고 있진 않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지식은 다수의 개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고 생각했다.

 

‘환경에 대한 순간적인 정보는 중앙의 정책 입안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도달 과정에서 왜곡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문제 해결에 나서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장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개인이다.

 

1945년에 발표된 하이에크의 이 유명한 논문은 중앙집권적 계획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이었다. 이는 세계 경제 대공황과 제2차 세계 대전 중 자본주의 체제를 표방하는 사회가 직면했던 당시의 경제 정치적 문제에 대한 매력적인 해결책으로 보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중앙집권적 계획에도 어느 정도 유연성이 생겼다. 그럼에도 하이에크의 분권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하이에크의 논문 주제였던변화에 대한 적응은 사실 이야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경제의 성공에는 혁신이라는 또 하나의 주춧돌이 있다. 혁신이 이어지면서 분권화 주장은 중앙집권적 계획 옹호론을 물리칠 수 있었다. 혁신은 전례가 없는 독특한 발전을 일컫는다. 점진적인 변화를 위해서도 혁신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혁신가는 미래의 기회를 점치면서 베팅할 때, 단순히 과거의 패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과거의 성공 및 실패 이유를 찾아 보는 일은 단순한 시작점에 불과하다. 혁신을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시행 착오가 뒤따라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종종 마케터에게 한 말과 상반되는 행동을 하므로 늘 현장을 살피는 관찰력, 과거에서 배울 줄 아는 능력, 상상력 등을 잘 혼합할 줄 알아야 변화하는 시장에 맞게 조정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다.

 

중앙집권화된 혁신 과정을 한번 상상해 보자. 국가과학재단 또는 식품의약안전국과 같은 국가 조직은 우수한 역량을 가진 전문가를 초빙해서 각종 제안을 심사하고 소비자에게 잘 팔릴 수 있는 신제품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게 할 것이다. 이렇듯 현장과 동떨어진 제도적 경로의 과정은 혁신가로 하여금 폭넓은 현장 지식과의 교류를 제한시킨다. 혁신가는 현장 지식을 받아들임으로써 끊임없이 새로운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한 정보를 구하려 하지만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혁신가들의 본능과 상상력은 돌발 상황이 연출될 때마다 새로운 데이터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는 제약 때문에 발이 묶여버린다. 더욱이 혁신가의 판단은 팩트, 과거의 경험, 상상력이 융합돼 만들어지므로 같은 상황이라도 모두 다른 결과를 내게 마련이다.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누구의 판단이 최선인지 예측할 방법은 없다.

 

분권형 경제 체제에서는 혁신가가 자신들의 과거 실적이나 능력 때문에 제한 받는 일이 없다. 국가 조직이 초빙한 전문가의 한마디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일도 없다. 혁신가들은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만 있다면 오로지 자신의 의사 결정에 따라 행동할 자유가 있다. 그 결과, 분권형 시스템은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혁신을 위한 노력은 복제되지만 편향성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거부감 같은 중앙집권 시스템의 특성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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