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For Change's Sake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6월 호에 실린 런던 경영대학원의 프릭 버뮬렌 부교수와 파니시 푸라남 교수,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란제이 굴라티 교수의 글 ‘Change For Change’s Sak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0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Distributed by The New York Times Syndicate)
비즈니스 환경 변화로 기업이 조직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기업이 ‘변화를 위한 변화’를 원할 수도 있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반드시 변화해야 할 필요도 없는데 굳이 조직에 변화로 인한 고통을 가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변화에 대해 이처럼 회의적인 견해를 갖는 건 위험한 태도다. 경쟁 환경이 어떠하든 기업은 주기적으로 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외부 환경이 기업의 대응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내부 환경이 대응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을 수도 있다. 조직 내 인간 역학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조직 또한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시간이 흐르면 비공식 네트워크는 조직의 공식적인 구조와 같은 모습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각 부서가 폐쇄성을 띠게 된다. 구조조정을 실시하면 사람들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조직을 더 창의적인 곳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혁신과 적응을 방해하는 조직 내부의 구태의연한 틀도 뒤흔들 수 있다. 그간 눈에 띄지 않게 회사의 자원을 엉뚱한 곳에 할애해 왔을지도 모를 권력 구조도 와해시킬 수 있다.
이 모든 과정, 즉 폐쇄적인 구조 紈�, 조직의 활력을 약화시키는 틀, 지배 권력층의 등장은 쉼 없이 진행된다. 겉으로 보기에 건강해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동맥이 위험한 수준으로 막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듯, 모든 일이 제대로 굴러갈 때에는 이런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 논문에서 기업의 건전성을 점검하기 위한 일종의 콜레스테롤 테스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질문지를 활용하면 기존 식습관을 약간만 변화시키면 될지, 중대한 변화를 추구해야 할지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불건전한 구조와 패턴이 어떤 식으로 쌓이는지부터 살펴보자.
폐쇄적 구조 형성
대부분의 기업 및 사업부는 하나의 기준을 중심으로 조직돼 있다. 그 기준은 기능일 수도 있고, 제품일 수도 있으며, 지리일 수도 있고, 시장일 수도 있다. 이런 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조직 내 의사소통 및 협력이 기능, 제품, 지리 등 각 기준을 중심으로 하는 폐쇄적인 구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 결과, 제품을 중심으로 조직된 기업은 불필요한 일을 중복하고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된 기업은 제품과 관련한 기회를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기준을 따라 통합이 이뤄지도록 조직을 매트릭스 형(形)으로 설계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 조직은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조직을 매트릭스 형으로 설계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의사 결정 속도가 둔화된다. 따라서 우리는 주기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기준을 따라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조직을 재정비한다고 해서 기존 네트워크와 문화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대의 잭슨 니커슨(Jack son Nickerson) 교수와 토드 젠거(Todd Zenger) 교수는 조직을 재정비한 후에도 직원들이 한동안 과거와 동일한 상호교류 패턴을 이어간다는 점을 발견했다. 따라서, 적어도 조직 재정비 후 한동안이나마 직원들은 비공식적인 네트워크와 공식적인 네트워크 둘 다를 활용해서 협력을 한다. 그 결과, 기업은 서로 다른 2개의 세계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
시스코가 대표적 사례다. 1997∼2001년 시스코의 조직은 3개 업종을 대표하는 3개의 사업부로 재편성됐으며 각 사업부는 각기 다른 고객 유형에 집중했다. 각 사업부는 독자적으로 마케팅, 판매, R&D 조직을 운영했다. 직원들은 주로 사업부 내부 인력들과만 상호교류를 하고 사업부 내부 업무에만 충실했다.
하지만 2001년 시스코는 창립 후 처음으로 손실을 기록했다. 시스코는 다시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이때의 변화는 기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시스코는 조직 재편 과정에서 더 빠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중앙 집중화된 R&D 그룹과 11개의 하위 그룹을 신설했다. 조직 구조가 재편되자 과거 3개 사업부 중 자신이 속해 있는 사업부와 관련된 업무만 진행했던 엔지니어들이 사업부를 막론한 모든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제품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 시작했다. 시스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나날이 심각해지는 제품 중복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변화를 단행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R&D 그룹을 중앙 집중화하면 고객과의 접촉이 끊기게 될 수 있다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 두려움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그 이유가 기존 네트워크가 갖고 있는 강한 영향력 및 시스코의 고객 중심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스코의 직원들은 고객을 위해 서비스 및 제품을 개발할 때 여러 기술을 아우른 최적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조직 재편 이전에 함께 일을 했던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그들을 찾아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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