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과 도파민, 그리고 금융위기
2008년에 발생한 세계 금융 위기에 관한 찰스 퍼거슨(Charles Ferguson)의 신작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Inside Job)>에는 충격적 장면이 많이 나온다. 가장 충격적 장면은 대형 은행의 CEO가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던 헨리 폴슨(Henry Paulson)이 주최한 파티에서 다른 손님들, 주로 정책 당국자에게 한 이야기다.
그 CEO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탐욕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니 당신들이 우리를 좀 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탐욕이란 부(富)나 재산에 대한 과도한 욕망을 뜻한다. 탐욕이 극에 달하면 합리성, 판단력, 균형감 등이 모두 사라진다. 인간의 탐욕을 자극하는 건 뇟속에 있는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다. 도파민 수치가 높을수록 한층 더 커다란 기쁨을 경험한다.
도파민이 가장 안정적으로 활성화하는 순간은 새로운 자극이 주어졌을 때다. 즉, 지금껏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할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사람들은 도파민이 분비됐을 때의 그 짜릿한 경험을 다시 느끼려는 속성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과거와 똑같은 액수의 돈을 벌거나 동일한 양의 코카인을 들이마신다고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더 큰 자극이 오지 않으면 인간은 이에 반응하지 않는다.
금융위기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추구한 건 돈 자체가 아니다. 큰 돈이 가져다 주는 만족감과 안도감이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돈을 통해 얻는 만족감과 안도감이 줄어들자 이들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걸 해결 방안이랍시고 내놓았다.
즉, 과거와 같은 금액의 돈을 벌어서는 과거에 느꼈던 만족감과 안도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은 과거보다 2배, 혹은 10배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려고 애쓴다. 이에 따라 유혹의 악순환이 생겨난다. 맨 처음 느꼈던 기쁨과 행복을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 점차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쫓는 것이다.
이게 바로 많은 은행의 최고 경영자들이 단기 수익을 벌어들여 엄청난 금액의 보너스를 받을 수만 있다면 부실 금융상품 판매도 기꺼이 모르는 척 했던 이유다.
은행, 그리고 은행으로부터 돈을 받는 사람들, 특히 규제 담당자, 경제학자, 민주당원, 공화당원들이 모두 한통속이었다. 탐욕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서로 어울리게 만든다. 하지만 무엇에 중독되든 더 많은 걸 추구할수록 결국 손에 쥘 수 있는 건 점점 줄어든다.
돈이 갖고 있는 강렬한 마력에 매료되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부를 쌓아 올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막대한 부를 가지지 못한 걸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때도 있다. 이번 금융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로 인해 발생한 세계적인 혼란과 고통으로부터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물론 세계 경제가 아직 한숨 돌릴 때가 온 건 아니다.
토니 슈워츠는 더 에너지 프로젝트(The Energy Project)의 사장 겸 CEO다. 슈워츠는 신간 도서 <기존의 업무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The Way We’re Working Isn’t Working: The Four Forgotten Needs That Energize Great Performance)>의 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