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Born to take risk? The effect of CEO birth order on strategic risk taking” by Robert J. Campbell, Seung-Hwan Jeong, & Scott D. Graffin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2019), 62(4), pp. 1278-1306.
무엇을, 왜 연구했나?
생물집단이 여러 세대를 거치며 변화를 축적한다는 진화론은 인간 또한 생존하기 위해 환경에 적응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출생 순위와 관련된 적응은 ‘형제자매 간의 경쟁(sibling rivalry)’이다. 이는 부모의 한정된 자원(관심과 애정)을 누가 더 받을 것인가의 형제자매 간 경쟁을 의미한다.
형제간 경쟁에서 부모의 관심을 더 많이 받으려는 자녀들은 각자 다른 행동 전략을 구사한다. 진화론 연구들은 출생 순위가 개인의 행동 패턴을 형성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며 출생 순위에 따른 차별적인 행동 패턴은 성년기까지 지속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 예로, 출생 순위는 개인의 위험선호도에 영향을 준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로부터 더 큰 관심과 투자를 받는 출생 순위가 높은 자녀들(예: 맏이, 둘째 등)은 불필요한 기회나 위험은 굳이 선택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인다. 즉, 이들은 위험한 행동을 통한 극단적인 성공으로 부모의 환심을 얻으려는 욕구가 낮고 투자에 대해 보다 안정감 있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반면, 태어나 보니 막강한 (최소 한 명 이상의) 경쟁 상대를 가진 출생 순위가 낮은 자녀들(예: 막내 등)은 부모의 투자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진화 이론은 출생 순위가 낮은 자녀들이 부모의 관심과 투자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조정하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다윈의 세계에서 위험 감수는 생존의 기회가 제한될 때 종(種)이 선택하는 일종의 적응이다. 이는 기대수명이 낮을수록 위험 감수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대 정승환 교수 등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경영자에 대한 연구의 범위를 가족 내 경험으로 확장했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경영자의 출생 순위와 기업의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 간의 관계에 대해 살펴봤다. 구체적으로, 출생 순위가 낮은 경영자들은 위험성 높은 경영 활동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 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소위 재벌로 불리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표본은 1999년에서 2015년 사이에 상장기업의 CEO로 재직했던 재벌가(家)의 자손 71명으로 구성됐다. 11표본의 CEO들은 모두 남성인 것으로 확인돼 한국기업에서도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지수가 전 세계 144개 국가 중 116위로 최하위권이라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2016 세계 성 격차’ 보고서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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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출생 순위는 부모에게 태어난 순서대로 서수로 측정됐으며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은 자본적 지출, R&D 지출 및 기업 인수 관련 지출로 측정됐다. 실증 분석 결과, CEO의 출생 순위는 기업의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에 대한 지출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출생 순위가 한 단위 낮아질수록(예: 맏이에서 둘째로, 혹은 둘째에서 셋째로)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은 1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출생 순위가 낮은 자녀들이 유년 시절 부모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재조정하기 위해 위험 선호 성향을 가지게 되며 이러한 성향은 대표이사실에서까지 지속된다는 연구팀의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다.
김진욱jinkim@konkuk.ac.kr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