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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Coaching

성공 후 찾아오는 공허함. 가슴 뛰는 비전으로 극복하라

김현정 | 212호 (2016년 11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플라토 신드롬’은 개인이나 단체가 그 고원까지 올라가는 동안에는 목표가 있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지만 원하는 것을 달성한 이후에는 위기를 겪게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심리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가 큰일을 치르고 나면 긴장이 풀려 몸이 아픈 것처럼 원하는 것을 이루고 난 다음에는 이런저런 심리적, 신체적 현상을 겪는다. 이런 사람들은 다시 한번 비전을 세워야 한다. 다시 한번 내 가슴을 뜨겁게 할 꿈 말이다. 그렇다면 ‘세계 1위’ 쯤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 이번 ‘세컨드 라운드’는 그렇게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기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이루는 사람들은 비전이 있는 사람들이다. 인류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등 그저 재무적 성공이 아닌 인생의 목표를 내세우는 이들이 플라토 신드롬을 극복할 수 있다.



사례 1

김 사장은 대기업에 입사한 지 25년 만에 사장으로 진급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해 경제위기 등 숱한 위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꾸준히 인정을 받으며 승진을 거듭했다. 고속 승진 끝에 몸담고 있던 회사의 관계사에 사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이렇게 대기업에서 힘든 시기를 버티고 살아남는다는 것만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버틴다고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입사 직후부터 그는 외국어 공부에 주력했다. 그 덕에 해외 주재원 생활도 했다. 그리고선 한국에 돌아와 임원 배지를 달자 회사 내 강성 노조를 잠재우겠다는 비전을 갖게 됐다. 모두 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지만 5년 만에 이 비전을 달성했고 그 덕에 한 회사의 수장이 됐다.

그는 강단이 있고 호기로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장이 된 이후에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임원이 될 때부터 5년 안에 자신이 이뤄야 할 비전을 명확히 설정했기에 매일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도 이 비전에 집요하게 매달린 끝에 꿈을 이뤘다.

하지만 사장이 된 이후부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비전의 수명은 길어야 몇 개월로 단축됐다. 그마저도 단기 실적 개선에 연연하다 보니 부하직원들을 몰아세우는 일이 잦아졌다.

직원들에게는 모기업으로부터 새로 부임해 온 사장이 하는 말이 잘 먹히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가장 괴로운 것은 김 사장 자신이다. 조급증이 생겼다. 그래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만 반짝거릴 뿐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기운이 빠졌다. 그래도 꾸역꾸역 일을 만들어서 했다. 그러다 보니 부하직원들도 함께 무기력에 빠졌다. 바쁘긴 한데, 일을 하는데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일을 하는 것이 즐겁지도 않기 때문이다.


사례 2
전자기기 회사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 사장은 요즘 사람들 만나기가 영 껄끄럽다. 10여 년 전 전자 단말기를 만드는 A사를 차려 업계 1위 반열에 올려놓았다. 게다가 그는 후발주자였다. 그가 사업을 시작할 무렵 B사가 이미 5년 전부터 선두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었다. 그는 B사를 따라잡고 싶었다. 그래서 B사를 따라잡는 것을 모든 목표이자 비전으로 삼았다. 모든 사원이 한 목표를 보고 달려온 덕에 드디어 5년 만에 B사를 따돌리고 단말기 부분 1위 업체가 됐다.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때로는 몰아치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떠들썩한 자축연을 벌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잃고 말았다. 그저 매출 목표를 올려 잡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직원들은 이제 지칠 대로 지쳐 있었지만 박 사장은 여전히 이들을 다그치기만 할 뿐이었다. 무언가 이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무 말이 없었던 것이다.

어느 해 신년하례에서 그는 “우리는 공동의 비전이 없는 회사다. 리더 없이 모두가 평등한 기업이 되자”고 말했다. 스스로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이다. 대신 조직 내에서 리더들은 권한을 잃었고 회사는 결국 방향성을 잃었다. 1위라는 영광의 시대는 결국 2,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각종 단말기가 스마트폰과 융합돼 플랫폼을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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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토 신드롬을 겪는 이들

위에서 본 김 사장과 박 사장은 모두 플라토 신드롬(Plateau syndrome)을 겪고 있다. ‘고원에 있는 평지’를 뜻하는 플라토 신드롬은 개인이나 단체가 그 고원까지 올라가는 동안에는 목표가 있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지만 원하는 것을 달성한 이후에는 위기를 겪게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즉, 명확한 목표가 있을 때는 그것이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든 아니든 최선을 다해 달려가지만 막상 본인이 정한 목표를 이룬 다음에는 더 이상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한다. 그저 오르는 것밖에 몰랐던 그들이기에 막상 높은 평지에 이르러선 당황해 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가 오른 곳이 어떨 것이라고 상세히 그려본 적이 없거나 자신이 생각한 바와 다를 때 종종 발생한다. 김 사장은 사장이 되면 자신과 주변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또 무엇을 해야 할지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된 이후를 생각하는 것이 사치 같아 일부러 생각하지 않는 면도 있다. 박 사장은 업계의 선두에 서면 그저 ‘1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본인이 어렵게 올라온 고원은 또 다른 전쟁터였다. 싸울 힘을 모두 소진한 상태에서 그 전쟁터에서 버티는 것은 또 다른 게임의 시작인 듯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비전이나 꿈, 목표 등을 가질 때 내적으로 동기부여가 되면서 힘든 시기도, 고난의 시기도, 실패와 좌절도 견뎌낼 수 있다. 그들은 넘어져도 벌떡 일어난다. 혹은 이 시기만 지나면 파라다이스가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에 어떻게든 버티려고 사력을 다한다. 하지만 정작 그것들을 이루는 것은 한순간이다. 혹은 마라톤의 종착지처럼 멋있는 결승테이프나 이벤트가 없는 경우도 많다. 어느 순간 본인이 원했던 것을 이뤘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 승리의 기쁨을 누릴 시간은 길지 않다.

김 사장이 사장에 올랐을 때 시골 부모님 댁에서는 잔치가 벌어졌다. 사내외에서 받은 축하의 메시지는 그를 공중으로 헹가래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성취의 기쁨이 언젠가 다시 내려가야 할지도 모르는 위태로움으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꿈꾸던 생활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예상하던 그것과는 뭔가 좀 다른 느낌이었다. 사장이 되니 나에게 격려와 지지를 해주는 선배는 사라지고 실적을 내놓으라는 주주와 무엇이 늘 뭐가 안 된다고 와서 하소연하는 부하직원들만이 주위를 채우고 있었다. 그에게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다 입에 발린 소리나 아부를 하는 것처럼 들렸다. 새로운 관계사에 부임해 업무를 파악하는 것만도 정신이 없는데 실적과 변화의 압박은 턱 밑까지 밀려들어와 있다. 박 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1위만 되면 최고 자리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1위의 자리는 위태롭고, 외부 환경은 정신 없이 바뀌고 있으며, 따라잡고 개선할 1위가 없다는 것이 이리 힘들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한다. 부하직원들은 지치고, 자신의 눈치만 본다. 마라톤에서 1등은 2등보다 힘이 더 든다는 말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이룬 후에는 허무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그 허무는 우리를 허무해 하며 지낼 수 있게 놔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허무하고, 심리적으로 소진된 상태에서 다시 최선을 다할 것이 요구될 때 마치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거나 아무리 달려도 허공에서 헛발질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때 느끼는 감정적 어려움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배부른 투정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이 아니라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명백한 목표가 사라진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목표지향성은 사람들의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런 목표지향성이 사라질 때 성과도 함께 떨어진다.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결승 무대에서 그간 힘을 다 빼서 맥도 못 추는 꼴이 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수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다. 어렵게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스펙을 쌓아 일류 회사에 취직한 신입사원, 어렵게 임용고시를 준비해서 합격한 선생님,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성공적으로 승진해 좋은 자리에 앉은 법조인, 각광을 받으며 프로무대에 데뷔한 첫해 본때를 보여주고 다음해에는 슬럼프에 빠진 소포모어 신드롬(Sophomore syndrome)을 겪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평생을 몸바쳐온 회사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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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정

    김현정hyun8980@gmail.com

    aSSIST 글로벌 리더십 센터장

    필자는 미 컬럼비아대에서 조직과 리더십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미네소타대에서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경영학부 조교수, INSEAD 글로벌리더십센터 방문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삼성전자 리더십 개발센터 등에서 근무했다. 심리학과 경영학, 성인교육학을 기반으로 한 효과적인 리더십을 연구하며 상담 및 코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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