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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경영, 세상 바꾼다

박태일 | 10호 (2008년 6월 Issue 1)
1903년 미국에 세워진 한 자동차 회사. 당시만 해도 자동차는 워낙 고가의 사치품이라 극히 일부의 전유물로 여겼다. 하지만 이 회사 사장은 ‘자동차의 대중화(democratizing of automobile)’를 비전으로 정했다. 모든 이가 자동차를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사회를 내세운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그의 비전을 어처구니없다고 여겼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이 값싸게 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저가의 차를 생산하겠다고 고집했다. 이리하여 컨베이어를 이용한 혁신적인 이동조립 방식인 포드 시스템이 고안됐고, 이를 통해 이룩한 원가 절감으로 노동자도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가 탄생했다. 바로 포드 자동차(Ford Motor)다.
 
서부의 하버드가 되자!’ 미국 서부의 한 대학교는 개교 50여 년이 지난 1940년대에 이르자 이런 비전을 내세웠다. 당시 하버드를 능가하겠다는 목표는 누가 보더라도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목표로 분투한 결과 지금은 여러 학과에서 하버드를 능가하는 최고의 명문대로 자리잡았다. 스탠퍼드 대학(Stanford University)이다.
 
1946년 이부카 마사루 등의 기술자들이 세운 일본 전자회사. 일본이라는 국가 이미지가 좋지 않던 시절이라 수출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일본 기업들은 여러모로 손해가 많았다. 1950년대 후반 해외시장 개척을 목표로 삼은 이 회사는 자사의 비전을 ‘우리 회사의 전자제품을 통해 일본의 싸구려 이미지를 없애자’로 정했다. 이 회사가 소니(Sony)다.
 
러닝슈즈를 트럭에 싣고 운동경기장을 찾아다니며 판매하던 나이트(Philip Knight)는 신발을 직접 생산하면서 1962년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가 세운 비전은 발칙하게도 ‘아디다스를 격파하자’였다. 현재 그 비전은 현실이 됐다. 바로 나이키(Nike)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덥고 지치고 목마른 사람이 있을 뿐이다.’ 코카콜라(Coca Cola)의 경영 이념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악인은 원래 나빠서가 아니라 덥고 지치고 목마른 일시적인 상황 때문에 우발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코카콜라 한 병이 한 인간의 더위를 식히고 갈증을 해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악을 막는 위대한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고 여긴 셈이다. 콜라 한 병에서 세계의 평화와 행복을 생각하는 고귀한 사명이 없었다면, 자신의 임무를 위대한 사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상상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코카콜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화영화 회사로 출발한 월트 디즈니(Walt Dis-ney). 이 회사의 비전은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단지 만화를 잘 그리는 것으로 비전을 국한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위대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초창기부터 ‘모든 집의 책상에 PC가 한 대씩 놓여있는’ 모습을 꿈꿔왔고, 이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첫 광고 문구로 내세웠다. 그리고 각 PC마다 ‘자신의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미래를 그렸다. 현재는 1가구 1PC를 넘어서서 1인 1PC 시대가 됐고, 대부분의 PC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그램이 깔려있다.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남자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마련하고 임무를 부여하고 일을 분배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무한히 넓은 바다에 대한 동경을 보여줘라.” 생텍쥐페리의 말이다.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세세한 것을 살피는 마이크로 경영부터 거시적인 것을 잘 짚을 줄 아는 매크로 경영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최선의 경영 방식은 조직이 공유하는 생생한 꿈과 비전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의 사명감(mission)과 열정(passion), 그리고 자발적 헌신을 끌어낼 수 있는 비전경영이다.
 
필자는 연세대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대경제연구원 컨설팅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알아야 할 교양 및 경제 경영 지식을 정리해 저서 <비즈니스 교양>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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