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경영자는 예술가의 또 다른 이름이다

8호 (2008년 5월 Issue 1)

Place me in your eyes and close
Let me in your eyes live
I fear, though compelled, do not blink,
Protect from falling your captive
 
이것은 오늘날의 두바이를 세계적인 상상력과 창조의 도시로 만든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의 시집에 수록된 ‘Place me in your eyes’란 시의 한 구절이다. 모하메드 국왕은 인공 섬과 사막 스키장을 건설해 ‘두바이의 CEO’로 불린다. 지난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두바이를 방문해 모하메드 국왕을 처음 만났을 때 이 구절을 암송해 국왕을 감동시켰다는 사연이 있다.
 
전 세계의 많은 국가와 도시 지도자들이 가장 뛰어난 벤치마킹 사례로 꼽는 두바이의 지도자는 시적 상상력을 가지고 압축된 언어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시인이다. 그는 언젠가는 고갈될 석유에만 의존하기에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 두바이를 전 세계 문화와 문명 간 대화의 허브(hub)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했다. 그 결과 가진 것이라고는 석유밖에 없던, 인구 25만 명의 조그만 어촌은 이제 최첨단 선진도시로 탈바꿈했다.
 
모하메드 국왕의 창조적 비전과 강력한 추진력이 시적인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창조와 상상력 중심 ‘제4의 물결’
오늘날 우리는 엘빈 토플러 박사가 ‘제3의 물결’, 즉 정보화와 지식 중심 시대의 도래를 예언한 지 30년도 안 되어 ‘제4 의 물결’이 밀려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 네 번째 거대한 물결은 창조와 상상력의 시대이며, 이전에는 예술가의 전유물이던 창조성이 ‘창조 산업’으로 번성하는가 하면 기존 경영과 접목돼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는 시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이섬의 강우현 사장이나 에버랜드를 키운 허태학 사장, 민들레영토의 지승룡 사장과 같이 예술가의 감성과 상상력을 경영에 접목해 성공한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나는 현재 미술품경매회사를 운영하며 미술가들의 다양한 시도와 창조적 콘텐츠에 매일매일 놀라움을 느낀다. 작가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소재와 내용은 모두 다르다. 말(馬)을 소재로 하는 이석주, 붓만 그리는 이정웅, 성경책과 사과를 조화시킨 정창균, 멋있는 해변의 소나무를 그리는 장이규 화백 등 하루에도 수십 명의 작가와 만나고 그들이 추구하는 작품세계를 감상하면서 때로는 흥분에 겨워 절로 감탄사를 내뱉곤 한다.
 
이들은 한 장의 캔버스에 자신의 세계를 그린다. 이 세계가 고객과 만나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면 정신과 비즈니스 면에서 모두 엄청난 가치가 생겨난다. 그 유명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감정한 교수들은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주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며 감탄과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웬만한 것은 10억 원을 넘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작가가 추구하는 창조적 가치가 고객과 함께 호흡하며 커다란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영자의 역할, 예술가와 비슷해져
생산과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아날로그에서 콘텐츠와 서비스가 중심인 디지털로넘어가는 변화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를 바꿔놓았다. 종래에는 품질과 가격이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요소였다.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지 원가를 절감해 싸고 좋은 물건을 시장에 내놓고, 대량생산을 통한 시장규모의 이점을 가지려고 했다.
 
그러나 지식정보 산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비슷비슷한 ‘복제품’들의 가격 및 품질 경쟁은 의미를 잃고 있다. 누가 새로운 콘텐츠와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기반으로 어떻게 새로운 고객을 형성하고 호응을 얻느냐에서 성패가 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전 시대에는 고객이 같은 영역에서 제품을 비교분석해 싸고 좋은 물건을 선택했다면, 새로운 시대에는 기업이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시장의 주도권이 고객에게로 넘어오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가치를 줄 것인지가 시장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 부상했다.
 
이 점에서 경영자의 역할은 종래 예술가의 그것과 비슷해져 간다. 예술가는 한 장의 캔버스, 3분짜리 노래 한 곡, 한 편의 시에 자신의 생각과 능력을 압축해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소통한다. 경영자 역시 자신의 생각과 철학, 능력을 표현한 창의적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시장에 감동과 가치를 선사해야 한다.


기대 이상의 진귀함·독창성 느끼게 해야
앞으로는 고객이 가치를 느끼고 감동할 수 있는 핵심요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영자는 경영자로서의 존재가치를 잃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끊임없이 예술과 예술가의 감성과 창의성을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모임에서는 최근 김동화 만화가협회장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회원들은 좋은 작품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모두 감동을 느꼈으며, 기업 경영에 응용할 시사점도 많이 얻었다.
 
얼마 전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 ‘Wii(위)’ 발매차 한국에 온 이와타 사토루(岩田聰) 닌텐도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앞으로의 경영 트렌드를 명료하게 읽을 수 있다. 그는 “닌텐도의 기본철학은 독창성이고, 이를 고객이 받아들이고 이해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한다. 이런 독창성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새로움이나 진귀함을 느끼게 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놀라움이나 감동울 창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것은 마치 유명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철학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제 문화는 그 자체가 거대한 창조산업이 되고, 모든 경영 분야에서 예술가의 혼(魂)과 같은 수준에서 고객을 놀라게 하는 상상력과 독창성을 적용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제 경영자는 예술가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 재무 생산관리 인사 기획 등의 분야도 중요하다. 하지만 리더의 예술가적 감성은 이제 시대의 요구이자, 기업 생존의 열쇠이기도 하다.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예술적 감성을 바탕으로 차별화한 초우량 기업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해본다.
 
필자는 한국 최초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의 창업자이며, 이니시스 대표와 넷피아 국내부문 대표 등을 지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초대 회장과 이마켓플레이스협의회 초대 회장도 역임했다. 현재 미술품경매회사인 오픈옥션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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