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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학 연구

평균 기업수명 24년… 실패한 리더가 되려는가

심형석 | 82호 (2011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과거의 실패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연구에 비해 실패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약합니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 포럼에서 실패 경영 관련 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심형석 교수가 실패 경영에 대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모든 조직 경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화두는 리더십(leadership)이다. 성공한 리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 성공한 리더십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한 리더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패한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패한 리더십이 감춰지고 있기 때문에 성공의 기초가 되는 리더십의 좋은 자산이 사장(死藏)되고 있는 건 아닐까. 리더십에도 실패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실패한 리더십 유형

 

안타깝게도 실패한 리더십에 대한 서적은 국내에 거의 없다. 몇몇 경제연구소에서 실패 리더십에 관한 보고서가 있을 따름이다. 기존의 실패연구에서 리더십 부분을 발췌하고 리더십에 관한 서적 중 실패 리더십을 간략히 언급한 부분을 포함, 8가지 연구 자료1 를 통해 총 5가지로 실패한 리더십의 유형을 도출했다. 8가지 연구에서 6번이나 언급된권위주의에서부터 3번만 언급된대인관계의 문제까지 3번 이상 언급된 유형들을 선정했다.
 

 

①권위주의

독불장군형 또는 독선적 리더십이라고도 언급된권위주의리더십은 가장 경계해야 하는 리더십 유형이다. 리더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는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유도해야 하는데 권위주의 리더십은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러한 리더십 아래에서는 구성원들이 창의성이나 일에 대한 열정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리더가 좋아하는 이야기나 정보만을 언급하게 돼 심각한 정보 왜곡 현상을 일으킨다. 이러한 리더십이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조직 내에서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문제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은 김우중이라는 창업자의 능력이 그룹 내 어떤 인물보다 독보적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경제사정이 악화일로를 걸을 때도 김 회장은 그룹의 몸집 불리기에 힘썼다. 대우그룹 내 다른 경영진들은 이미 김우중 회장의 리더십 스타일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김 회장의 결정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더라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무리한 다각화와 확장 전략으로 결국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1999 7월 대우의 세계경영은 막을 내리게 됐다.

 

②변화에 둔감

변화에 둔감한 리더들은 장차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과거 자신이 성취해 놓은 업적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을 현재나 미래의 기업경영에 적용하려다 보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리더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새로운 시도보다는 현상 유지에 안주하거나 기존 관습을 바꾸지 않으려는위험 회피형행태를 보여 오히려 실패를 자초하기도 한다.

 

컴팩(Compaq) CEO였던 에커드 파이퍼(Eckhard Pfeiffer)는 신기술로 무장한 제품이 쏟아지고 고객들도 점차 통합솔루션을 원하는 등 산업계의 환경이 바뀌고 있음에도 컴퓨터 제조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탠덤(Tandem) DEC(Digital Equipment)를 인수하는 등 기존 사업의 규모 확장에만 매달렸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컴팩은 델컴퓨터(Dell Computer) 등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점차 쇠락의 길로 들어섰고 2002년 결국 HP에 합병되고 만다. 파이퍼는 컴팩이 HP에 합병되기 훨씬 이전인 1999 4월 이사회의 결정으로 퇴진한다. 컴팩의 공동 창업자인 벤저민 로젠(Benjamin M. Rosen) 회장은인터넷에 의해 가속화하고 있는 변화의 물결이 컴팩의 경영진을 뒤흔들어 놓았다고 밝혔다.

 

③실행력 결여

실행력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단순히 동의를 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으로 리더십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도요타나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뛰어난 전략만으로 1등 기업이 된 것은 아니다. 이들이 가진 저원가 고효율서비스나 린 생산방식(Lean Production System)을 먼저 도입한 기업들이 있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실행하느냐다. 1등 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행력이 부족한 리더는 의사결정을 제때 내리지 못해 기회를 잃기 쉽다.

 

④인기주의

실패한 기업의 CEO 중에는 종종 끊임없이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들이 있다. 이들은 대중 연설에 힘쓰고 언론과 방송에 자주 등장하며 많은 시간을 인터뷰에 할애한다. 조직 내부에서도 인기나 호감에 연연해 조직의 구성원들을 제대로 평가하거나 적절한 피드백을 주지 못한다. 말 그대로 대중 영합주의로, 기업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 대중의 인기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기주의로 인해 실패한 대표적 사례가 엔론(Enron)이다.

 

대형 회계 스캔들로 유명한 엔론(Enron) 파산의 주역인 제프 스킬링(Jeffrey Skilling)과 케네스 레이(Kenneth Lay)는 기업을 열심히 경영하기보다 열심히 경영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더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의 홍보 덕분에 자본시장에서의 엔론의 기대치는 엄청나게 높아졌고 계속 높아지는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이들은 결국 부정한 방법을 사용, 회사를 파산에 이르게 했다.

 

⑤대인관계 문제

 

오늘날 리더는 복잡한 경영환경과 조직시스템으로 수없이 많은 역할과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따라서 본인의 역량만으로 이를 헤쳐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글로벌 인재 전문 컨설팅회사인 DDI(Development Dimensions International) 2007년 설문조사를 보면, 신임 리더들이 고민하는 대부분의 이슈는 상사, 동료, 부하직원 등과의 관계 형성이었다. 조직 내에서 대인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정치적이며 비윤리적인 행위로 인식되기도 한다. 따라서 오히려 개인적 재능으로 성공한 능력 있는 리더들이 이러한 정치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궁극적으로 실패한다.

 

1990년대 중반 러버메이드(Rubbermaid) CEO였던 볼프강 슈미트(Wolfgang Schmitt)는 조직 혁신을 추구하며 지나치게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결과 굳이 해임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제 발로 회사를 떠나게 만들었다. , 중역으로 발탁됐다고 하더라도 CEO와 맞지 않으면 해고 통고를 받기 전에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슈미트와 그의 참모들 간의 인식차이는 생각보다 컸고, 불행하게도 그는 추종자가 없는 리더로 혁신에 실패하고 말았다.

 

 

리더십 모델의 모순

 

리더십 이론은 시대별로 특성이론(trait theory), 행위이론(behavioral theory), 상황이론(contingency theory), 변혁적 리더십 이론(transformational leadership theory) 등으로 발전해 왔다. 리더십 모델은 이러한 이론을 통해 도출됐는데, 크게는 관계지향과 과업지향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구성원들의 감정적 요소를 기업경영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과업지향형 리더에 비해 관계지향형 리더를 선호하고 있다. 관계지향형 리더는 과업지향형 리더에 비해 조직 내의 갈등을 숨기거나 모른 척 넘기려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이에 따라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쌓여 회사 경영에 심각한 위기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나아가 구성원들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탓에 실행력 저하를 가져올 수도 있다. 배려와 경청은 리더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지만 업무 실행력과 결합되지 않을 경우 조직을 친목집단화 할 수 있다.

 

릭 왜고너(Rick Wagoner) 회장 취임 이후 9년 동안 GM은 매출이 수백억 달러 줄고 부채는 그만큼 늘었다. 시장 점유율 또한 엄청나게 줄어들었으며 주가는 95% 하락했다. GM은 정부에 손을 벌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고, 왜고너는 사임하고 만다. 불명예스럽게도 2010년 뉴스위크는 릭 왜고너를 대표적인먹튀2 경영자로 뽑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온라인판3 2009 GM에서 불명예 퇴진한 왜고너의 실패 이유를 분석하면서 그가 난국을 헤쳐 나온 경험이 없으며, 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였음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에 반해 성과지향형 리더는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관계지향형 리더와는 반대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강한 성과 압박으로 구성원들에게는 가혹한 리더로 평가받을 수는 있지만 주도적이며 강한 추진력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 향상에 매진한다. HP의 전임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는워커홀릭(workaholic)’이라고 불릴 정도의 성과지향형 인물로 구성원들에게는 가혹한 리더로 기억됐지만, 그녀의 성공요인은 이런 몰입 때문이기도 했다.

 

이렇게 리더십 모델은 경영환경과 조직특성에 따라 명암이 갈릴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리더십의 밝은 면과 함께 어두운 면까지 살펴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실패학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리더십에 드리워질 그림자를 놓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패를 다양한 시각과 기준을 가지고 분석해야 실패의 진정한 측면을 이해할 수 있듯이, 특정 리더십의 그림자는 리더십의 밝은 면과 함께 리더십 모델을 분석하는 다양한 시각과 기준의 준거가 될 수 있다.

 

리더십의 실패, 승계를 관리하라

 

국내 기업의 평균 수명은 24년 정도라고 한다. 100년을 넘긴 장수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기업이 도산 등으로 기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때 기업의 실패라고 한다. 경영학의 많은 가정들은 기업이 미래에도 영업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세워졌다. 따라서 계속기업(going concern)의 원칙은 기업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다.

 

계속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의 승계가 중요하다. 리더십의 승계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리더십의 실패 사례 중 가장 흔하게 일어나고, 일단 승계에 문제가 발생하면 조직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더십 전문 연구기관인 CLC(Corporate Leadership Council)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신임 리더 중 50% 3년 이내에 실패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외부에서 영입한 리더의 경우 실패 확률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부임하는 리더의 실패 사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주된 원인은 리더십의 실패를 분석하고 자산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리더의 발굴이나 영입에는 많은 노력을 투자하지만 정작 리더가 조직에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만드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리더의 실패는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 조직 차원의 시스템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리더의 체계적 육성과 면밀한 선발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어찌 보면 리더의 조직 내 안착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리더가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은 기존의 실패 사례를 자산화해 리더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임리더가 조직에 적응하는 시간을 단축시켜 조직의 성과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건강관리서비스 기업인 블루크로스블루쉴드(Blue Cross Blue Shield) E-HR시스템을 통해 신임 리더들에게 회사의 사업목표 및 주요계획, 조직도와 주요 이해관계자 목록, 핵심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역시 2001년부터 신임 리더들에게서바이벌 가이드(On the Job Survival Guide)’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면서 신임 리더들에게 업무상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줘 자칫 교육이 늦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불상사도 예방하고 있다.4

 

신임 리더에게 제공되는 이러한 정보는 업무 매뉴얼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리더 승계에 있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는 직위나 직종에 따른 업무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인적 교류를 통해 이를 보충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일반 직원들의 승계와 달리 리더는 전임자가 회사 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시간적 여유도 갖기 어렵다. 따라서 부하 직원을 통해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부하 직원들의 보고에는 한계가 있으며 실질적으로 조직 내 안착에 필요한 귀중한 정보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신임 리더들을 위한 안착 프로그램은 국내 기업에 더욱 필요하다.

 

악마의 옹호자를 두자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지만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 피드백이다. 많은 리더들, 특히 뛰어난 성과를 내면서 미래를 개척해온 경영진일수록 자신에 대한 비판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주변사람을 싫어하거나 배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수용하는 자세는 리더의 실패를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직 차원에서 성공적인 리더를 양성하는 방법으로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악마의 옹호자란 가톨릭에서 한 인물을 시성(성인으로 인정함)할 때, 그의 업적과 순교가 성인으로서의 지위에 합당한지를 판단키 위해 성인의 반대편 입장에서 그를 논박하는 역할을 맡은 성직자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흥미로운 점은 마피아 업계에도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탈리아어로 조언자나 변호사를 뜻하는콘실리어리(consigliore)’인데, 마피아에서는 공식적인 지위이며 상당한 권력을 갖는다고 한다. 영화

<대부>에서 영화배우 로버트 듀발이 돈 콜레오네 가족을 돕는 냉정한 책사 역할로 분했던 톰 헤이건이 바로 콘실리어리다. 콘실리어리는 신임 보스에 적극적인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과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오랜 생존을 자랑하는 마피아에서도 저돌적인 행동 대원과 현명한 콘실리어리를 함께 두고자 했던 이유는 실패 경영의 좋은 사례일 것이다.5

리더는 자신이 성공한 원인이 과거의 성공 경험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새로운 경영환경은 새로운 경영방식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이를 위해 리더는 상사, 동료, 부하와의 우호적 관계 형성을 넘어 악마의 옹호자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추진하는 사업의 문제점과 부정적인 요인들을 지적하는 악마의 옹호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때, 사업의 성공 기반을 효과적으로 다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실패를 줄일 수 있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핀란드 알토대에서 경영학 석사, 부산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학과장 및 동 대학 부동산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2009 11월부터 실패 경영과 관련한 온라인 포럼(www.seri.org/forum/bizfail)을 운영중이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hsshim@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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