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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Talks

“1년간 구두 만들어 여직원에게 선물했더니…”

여준영 | 79호 (2011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경영자나 교수, 컨설턴트 등 각계 전문가들이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미니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일부는 기존에 실린 글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단상에서 통찰력을 얻어보시기 바랍니다.

구두 150켤레를 직접 만들어 화이트데이에 여직원들에게 선물한 사장이 있다. 홍보대행사 프레인의 여준영 대표이사다. 프레인에는 여성 직원들이 절반이 넘는다. 고객을 만나고 행사를 준비하는 등 바깥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은 일의 특성상 이들은 매일 하이힐을 신는다. 구두 만들기 프로젝트는 여성 직원들을 위해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섹시한 구두를 만들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런 구두를 만들기 위해 구두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를 모셔왔고, 최고급 가죽을 썼다. 원하는 구두를 내놓기 위해 대폿집 술상에 구두 시제품을 올려 놓고 고민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1년이 걸린 끝에 구두가 탄생했다. 직원들은행사 진행 때문에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발이 편하다’ ‘고객사가 부러워했다’ ‘화이트데이에 난생 처음 남자에게 선물 받았다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레인의 조직 문화는 특이하다. 사장은 임원에게 옷값을 주고, 옷값을 받은 임원은 후배 직원에게 보약을 해준다. 창립 10주년 행사 때 사장은 회사에 당직 임원으로 홀로 남았고, 나머지 임직원은 필리핀 세부에서 파티를 벌였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자발적으로 로열티를 이끌어낸 덕분인지 프레인은 급성장했다. 2000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컴퓨터 1대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국내 1위의 홍보대행사로 컸다. 여 대표의 블로그와 트위터,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조직 문화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구두 프로젝트를 시작한 배경은?

우리 회사에 나와 함께 일하는 여성 임원이 몇 명 있다. 이들은 늘 높은 굽의 구두를 신는다. 만난 지 10년 된 기념으로 구두 한 켤레씩 사주려고 함께 수제화 구두 매장을 찾았다. 그런데 구두를 보다가 구두집 사장과 의기투합하게 됐다. 프레인에는 여성 컨설턴트가 100명이 넘는다. 여직원들에게 편하면서도 섹시한 구두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구두 디자이너 정찬호 씨를 만나 내 생각을 얘기했다. ‘3W(Walking, Working, Women)’에 충실한 구두 200개를 만들어보자. 돈이 얼마나 들어도 좋으니, 최고의 가죽과 최고의 기술자를 쓰고 싶다고 했다. 스타일리스트 신유진 씨와 뉴욕에서 날아온 전원미 씨도 참여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켤레씩 필요한 구두를 만들고 싶었던 터였다. 처음에는 펌프스만 만들려다가, 정기적으로 구두를 만들기로 하고, 프로젝트 이름을파스타 프로젝트라고 붙였다. 처음 제작한 펌프스는 앞코가 뾰족하고 매끈한 펜네(Penne)라는 면을 닮았다고 해서 펜네라는 이름을 붙였다.

구두 제작에 왜 1년이나 걸렸나?

몇 달의 작업 끝에 지난해 10월 첫 샘플이 나왔다. 1cm 때문에 진통을 오래 겪었다. 스타일 책임자는 굽이 9cm 이상이어야 아름답다고 했고, 편안함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구두 디자이너는 굽이 낮아야 한다고 맞섰다. 나는 편안함과 아름다움 모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굽 8cm였다. 그런데 만들어놓고 보니, 9cm 힐보다는 덜 예쁘지만 3cm 단화보다는 좀 덜 편했다. 몇 달간의 시행착오 끝에, 3cm 단화만큼 편하고 9cm 힐보다 섹시한 8cm 구두의 디자인을 찾아냈다. 1cm를 바꾸려 해도 구두모형을 다 뜯어고쳐야 했다. 구두 디자이너와 매일 밤 만나서 식당이건 술집이건 테이블 위에 샘플을 올려 놓고 여기 고치자, 저기 고치자 회의를 했다. 또 샘플이 나오면, 직원 중 한 명에게 이를 하루 이틀간 신게 해서 의견을 들었다. 원래 크리스마스 선물로 계획했지만, 작업이 늦어져 화이트데이로 선물하게 됐다.

직원 선물용인데, 외부에는 왜 판매했나?

만들다가우리 직원만 일하는 여성인가라는 생각이 났다. 욕심이 났다. 더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300개 한정 제작했는데 150개는 여직원들에게 주고 150개는 손님들에게 판매했다. 외부 판매용은 2주 만에 동났다.

얼마나 정성 들여 제작했나?

구두의 겉감, 안감, 바닥 모두 가죽을 썼다. 구두 전체를 가죽으로 쓰는 건 드물다. 하지만 착화감을 좋게 하려고 이렇게 했다. 안감에는 오일로 가공한 염소가죽인 오일키드를, 겉감에는 어린 송아지 가죽인 최고급 베이비카프를 썼다. 편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중창에는 우레탄을 넣고 뒷부분엔 더블 패드를 넣었다.

펜네처럼 직원들에게 마음을 담아서 선물한 적이 있는지?

회사 차린 지 1년쯤 됐을 때 직원들 주려고 용돈을 다 털어서(당시에는 연봉을 받지 않던 시절이다) 회사 로고로 만든 목걸이를 선물했다. 나는 아직도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또 이 목걸이를 대량으로 제작해 입사 1년차 직원들에게 주고 있다. 길을 가다가 예쁜 티셔츠를 보면 직원들에게 사다 주고, 밤에 꽃다발을 사서 사무실에 간 적도 있다. 가끔 직원 가족들에게도 선물했는데, 대부분 즉흥적이었다. 아내 선물을 사러 갔다가그런데 우리 회사 남편들은 아내들에게 가끔 선물 하나싶어서, 내 아내랑 똑같은 것을 여러 개 사서 직원들의 아내에게 보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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