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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그린 HSBC 회장 인터뷰

유혹에 빠졌을 때 교훈을 얻자, 문화와 가치관 육성이 CEO 최고의 임무다

김현정 | 65호 (2010년 9월 Issue 2)

고위 경영진의 역할 중 기업 문화와 가치관을 육성하고 새롭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스티븐 그린 HSBC 회장은 세계화로 대표되는 변화의 시대에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할 리더십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상의 변화와 동떨어진 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기에 개인이 직면하는 까다로운 요구사항과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회복력(resilience)’이 경영 관련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로 부상했습니다. 위기가 한창이며 전 세계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세상으로 여겨지는 요즘보다 회복력이라는 주제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적은 없습니다. 위기 이후 지리적 영향력의 변화를 바라보는 회장님의 관점은 무엇입니까?
이 세계의 중력 중심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변화가 엄청난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볼 때 최근의 변화는 결국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귀의 움직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1820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이었습니다. 2020년이 되면 중국은 또 다시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가 될 겁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데 글로벌 금융 위기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친 건가요?
금융 위기는 변화의 속도를 한층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비단 중국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시아에 관한 이야기만도 아닙니다. 브라질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상당한 경제 성장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변화들은 서로 얽혀 있는 겁니다. 사실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천연자원이 부족한 지역입니다. 따라서 콩은 물론 철광석의 주요 수출국이며 현재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있는 브라질과, 세계 최대 규모의 화석 연료 보유지역인 중동 등이 아시아 경제 성장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동양으로 투자가 옮겨가고 있는 현상을 비롯해 개도국 간의 무역 및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21세기 전반을 설명하는 중요한 경제 금융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핵심 정치 세력들에게 상당한 탄력성이 요구될 거라는 얘기처럼 들리는군요.
그렇습니다. 정치적인 측면의 국제 관계를 볼 때, 이 모든 변화가 틀림없이 영향을 미칩니다. G20국가들이 이번 위기를 해결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하는 국제 조정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G20국가들은 인류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G7 국가와 G8 국가의 상대적인 소외 현상이 내포돼 있습니다. 단 하나의 초강대국만이 존재하고 하나의 경제 블록이 세계에서 발생하는 전반적인 일을 결정짓는 시대는 이제 빠른 속도로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장님께서는 전통적인 경제 블록들이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번 위기는 모든 차원에서 오랫동안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경제 블록 및 지역에 상당한 도전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정부 간 관계를 생각해 봅시다. 이번 위기는 기후 변화와 같은 주제는 말할 것도 없고 교역 및 투자 정책 등 수많은 사안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에 기회일 수도 있고, 위협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변화에 맞춰나갈 필요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특히, 우리 개개인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자신이 쌓아 나가고자 하는 경력 등을 결정한다고 생각해보면 한층 이해가 쉬울 겁니다. 외부의 변화와 동떨어진 채로 단순하게 세상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스스로를 속이는 일입니다.
 
반면,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즉 위기를 통해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특히 금융 부문을 외부에서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보입니다.
저는 그런 위험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은행의 건전성을 지켜내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갈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 등장한 유해한 관습으로 회귀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시장에서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요. 규제기관에서도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대규모 개혁 프로그램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연말이 되면 자기자본 기준 강화, 유동성 기준 강화, 레버리지 규제 등의 형태로 그 결과가 나타날 겁니다. 물론 아직 결정되지 않은 내용들이 많습니다만 금융 부문이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저는 지난 한 해가 금융 부문이 안정되는 변화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금융 부문을 강타했던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한 해가 될 겁니다.
 
어떤 내용들이 주로 논의될 거라고 보십니까?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첫 번째 내용은 바로 경제 발전 및 사회 발전을 가능케 하는 주요 동력으로 시장을 대체할 만한 것이 없다는 점입니다. 처칠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바로 ‘민주주의는 단점이 많은 체제지만 지금껏 등장했던 모든 체제보다는 낫다(Democracy was the worst system except for all the others)’는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장 체제는 처칠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같습니다. 즉 시장 체제는 단점이 많지만 지금껏 인류가 시도한 다른 모든 경제 체제보다는 낫다는 거지요. 시장 체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때 엄청난 양의 경제 사회 발전이 가능하니까요.
 
그렇다면, 시장 체제 자체에 강력한 회복력이 존재하는겁니까?
물론입니다. 시장 체제의 우수한 점을 생각해 봅시다. 중국, 인도 등지에서는 시장 체제 덕에 수억 명의 인구가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파괴적이고 변덕스럽다는 점은 시장 체제가 갖고 있는 단점입니다. 우리 스스로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시장 체제로 인해 인간 관계가 손쉽게 변질되고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회장님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옹호하지 않으시겠군요.
전혀 옹호하지 않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시장 근본주의가 팽배했습니다. 가령, 내가 계약을 따내고, 제품과 시장을 확보했다면 정당성이나 적합성에 대해 더 이상 아무런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 외에 제품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겁니다. 지난 2030년 동안 비단 금융 시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져나갔던 이런 사고방식은 인류의 안위와 사회적 결속력을 상당히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 방식으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리게 됐습니다.
 
이 문제가 합법적인 것과 정당한 것 간의 차이라고 보시나요?
좀 더 넓은 의미의 공익이라는 관점에서 행동의 목적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는가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15년 전만 해도 촌스럽고 구식이며 아무런 상관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문제이지요. 이제 그 문제가 다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마땅히 그래야 하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가치관의 부흥을 지켜보고 있는 건가요?
저는 기업이 갖춰야 할 가치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욕구가 부흥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문화, 가치관, 목적 등에 논의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대화의 주제가 시장 근본주의에 편향되지 않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이런 현상이 좋은 거라고 보시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이번 위기로 인한 여러 영향 중 회장님께서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는지요?
금융 위기 후 한층 구체적인 주제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가령, 자본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유동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적절한 규제 환경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주제를 비롯해 여러 거시경제 문제들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금융 시장의 과잉 및 거품만으로는 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금융 위기는 세계적인 불균형 현상의 산물입니다. 따라서 세계 경제의 균형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신흥시장에서 소비를 늘리고 저축을 줄이는 동시에 좀 더 성숙한 시장에서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는 거지요.
 
다시 ‘회복력(resilience)’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HSBC는 어땠나요? 귀사의 가치관과 행동 방식이 귀사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지금처럼 매우 어려운 시기를 한층 수월하게 넘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십니까?
그러한 논의를 일반화하는 건 경영대학원들의 몫이라고 봅니다. 실제 은행업을 놓고 보면 사실 항상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한 공식은 없습니다. 곤경을 자초한 금융기관들의 면면을 살펴 보십시오. 규모가 큰 조직도 있고, 작은 조직도 있습니다. 매우 다양한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조직도 있고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가 매우 적은 조직도 있습니다. 따라서 최적의 형태와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희는 지난 백여 년 동안 HSBC라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일견 구식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원칙을 고수해 왔습니다. HSBC의 회장인 저와 HSBC라는 기업은 탄탄한 자본과 유동성, 다각화된 사업 구조 등 몇몇 원칙들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언급하신 원칙들이 HSBC가 자사를 하나의 금융 기관으로 바라보는 방식 및 사회 전반에서 HSBC가 맡고 있는 역할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요?
이렇게 한번 설명해 보겠습니다. 1900년에 홍콩상하이은행을 운영했던 경영진이 작성한 편지에는 앞으로 변치않기를 바라는 목적 의식 및 윤리관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습니다. 기업의 목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기업은 단기, 중기, 장기에 걸쳐 주주들에게 제법 괜찮은 수익률 혹은 꾸준히 증가하는 수익률을 안겨주며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추구하는 영리단체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충분히 긴 기간을 염두에 두고 사람에게 적절한 투자를 하고, 사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또 기업에는 자사가 활동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감수해야 할 책임이 주어집니다. 기업의 진정한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HSBC의 회복력은 수십 년 동안 진화해 온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지요?
HSBC가 갖고 있는 여러 특성 중 한 가지는 강렬한 자기비판입니다. 항상 모든 것을 올바르게 해낼 수는 없는 만큼 자기비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주변 상황과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파멸을 맞게 됩니다.
 
성공적인 조직과 그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다음 위기에 대응할 준비를 하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누구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바로 경영자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도록 만들어서는 위기에 대비할 수 없습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위험이라는 말에는 말 그대로 일이 잘못될 위험이 내포돼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면 일이 잘못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이 잘못될 경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 비판을 하는 강력한 문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회장님께서 개인적으로 기독교적 가치관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이런 영속적인 가치관이 HSBC의 회복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 특히 기업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이런 가치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기업이 갖춰야 할 가치관은 놀랄 만큼 보편적입니다. 사람들은 기업을 꾸려나가는 과정의 일부로 인간관계를 원합니다. 사람들은 사업을 하기 위한 기반으로 신뢰를 원합니다.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속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속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긴 합니다.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고, 성공적이며, 오래가는 비즈니스 관계를 위해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대형 은행과 대기업 간의 관계든 지점에서 일하는 은행원과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개별 고객 간의 관계든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거주 지역이 어디든 문화적, 철학적, 종교적 배경이 어떻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사실이 중요할까요? 물론입니다. 이런 사실이 낙관주의의 근간인가요? 물론입니다. 제가 브라질, 멕시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영국, 독일 등을 방문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제각기 다른 나라임에는 틀림없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똑같습니다. 여러 나라를 방문하다 보면 각국 사람들이 매력적인 차이점을 갖고 있지만, 만족스럽고 지속가능하며 장기적인 사업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이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HSBC의 기업 문화 및 가치관이 영속적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사진 및 고위 경영진의 역할 중 문화와 가치관을 육성하고 새롭게 하며, 조직이 그 문화와 가치관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은 어떻게 수행하고 계시는지요?
HSBC 이사회와 경영진은 1년에 한 번씩 두 가지 사항, 즉 우리 회사의 가치관이 어떠한지, 또 그 가치관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점검합니다. 이를 위해 1년에 한 번씩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전 세계 30만 명의 직원에 대한 직원 성과 몰입도 조사를 진행합니다. 조사 참여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조사를 실시할 때에는 업무 여건, 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 조직 내의 지배체계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 은행으로서 HSBC라는 기업의 책임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집니다. 직원들의 대답을 바탕으로 HSBC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조사를 실시할 때마다 HSBC의 자선 활동, 특히 교육 및 환경 분야와 관련된 자선활동에 대해 직원들이 매우 큰 기쁨을 느낀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조직 내에 응집력이 존재하며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열망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단순히 일자리를 주고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를 통해 단순히 금전적인 것 이상의 보상을 얻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외적인 성장이 사람들의 태도 및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합병으로 인한 조직 확대에 따라 복잡성이 한층 증가했을 겁니다. 복잡성 증대가 HSBC의 기업 문화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요?
최근에는 규모가 큰 인수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만, HSBC는 인수합병을 할 때마다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HSBC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정신이 새롭게 인수한 회사 전반으로 퍼져나가게 만들 수 있을까?” “HSBC가 새롭게 인수한 조직이 HSBC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정신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가?” HSBC의 기업 문화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도록 지원하는 역량을 잃을 만큼 빠른 속도로 HSBC가 성장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직원 채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HSBC의 기업 문화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특정 부류의 인재가 있나요?
HSBC는 다른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를 상대적으로 적게 채용합니다. HSBC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회사에서 업무 경력의 대부분 또는 상당 부분을 쌓아오신 분들입니다. 저는 지난 28년 동안 HSBC를 위해 일해 왔습니다. HSBC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게이건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직후 HSBC에 입사해 지금껏 HSBC를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HSBC의 최고재무책임자인 더글러스 플린트는 15년째 HSBC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쟁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HSBC의 최고 경영진은 당사에서 무척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온 셈입니다. 기업들은 자사의 기업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업 접근 방식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찾습니다. HSBC는 국제화와 세계화에 관해 전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교차로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이 세계가 갖고 있는 매력적이고 변화무쌍한 복잡성을 마주할 때 두 눈이 반짝이는 사람 등을 찾는 거지요. HSBC가 졸업생들을 위해 고안한 국제 관리 프로그램도 바로 이런 부류의 인재들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전 세계를 돌며 경력을 쌓고자 하는 졸업생이라면 매우 국제화된 세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HSBC의 조직 문화 곳곳에 퍼져 있는 특정한 DNA가 있다는 뜻인가요?
저는 HSBC의 문화가 일종의 접착제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근본적인 네트워크와 같은 것입니다.
 
고위 경영진을 만나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한층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개개인이 일상 업무에서 직면하는 압박감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높은 회복력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고위직에 올라갔을 때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아졌다가 다시 내려간다는 징후가 있나요?
스트레스 수준이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갖고 있습니다. 적정한 수준 내에서 스트레스를 원동력으로 삼는 방법을 깨닫지 못한다면 복잡한 현대 기업에서 고위직을 맡을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주일에 하루쯤은 블랙베리 전원을 꺼 두라고 충고합니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요일에 블랙베리를 꺼 둡니다. 제게 긴급하게 연락을 취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전화를 걸 수 있으니까요. 몸을 관리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 등이 중요한 거지요. 이런 것들은 그야말로 기본적인 일들입니다. 특히, 출장이 많은 사람이라면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경영 서적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역사책과 철학책, 소설책도 읽습니다. 거의 매일 읽으려고 노력하지요. 아무리 밤이 늦더라도 잠자리에 들기 전 20분 정도는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회장님께서 괴테의 파우스트와 지금의 위기를 비교하신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파우스트는 놀라운 작품, 최고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파우스트식 거래를 하려는 유혹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파우스트는 경각심을 매우 효과적으로 일깨워주는 이야기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여러 예술 작품을 탄생시킨 밑거름이 되기도 했지요. 파우스트의 내용을 직접 따온 작품들도 있습니다. 일견 파우스트와는 다른 것처럼 보이는 작품일지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파우스트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돈 조반니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저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이 파우스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께서는 <하느님을 모시는가, 부의 신을 모시는가 (Serving God? Serving Mammon?) >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유혹에 관한 견해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도 유혹을 완전하게 이겨낼 순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파우스트와 같은 이야기들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겁니다. 기독교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제가 얻은 또 하나의 교훈은, 사람은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다른 경로로 이 같은 교훈을 얻은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 어떤 사람도 모든 유혹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사실에 낙담하지 않는 동시에 인정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일을 그르치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실수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항상 상황을 개선시키고 새로운 시작을 할 기회가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인류에 관한 이 같은 진실은 사업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창의적인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일하는 데 소모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근본적인 인간의 특성이 우리가 일을 하는 방식을 형성한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경험이 실제로 회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습니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위기 시에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에 대해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겁니다. 힘들고, 위협적이며,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가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시기에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DBR은 글로벌 인사 전략 컨설팅사 ‘이곤젠더 인터내셔널(Egon Zehnder International)’이 발행하는 매거진 <포커스(The Focus)>의 주요 콘텐츠를 번역해 연재합니다. 이곤젠더는 1964년에 설립됐으며, 세계 37개국에 63개 사무소를 두고 있습니다. 주 업무는 다국적 기업을 위한 임원급 인재 채용과 리더십 평가 및 관련 연구입니다. <포커스>는 경영 전략과 리더십, 임원급 인재 채용의 최신 트렌드 및 세계 최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주로 게재합니다. 이번 호 기사는 <포커스>에 실린 ‘Anybody who thinks that you can pull up drawbridges is kidding themselves’를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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