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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이성, ‘판단의 정석’을 갖춰라

민재형 | 49호 (2010년 1월 Issue 2)
인간의 정보 처리 한계
인간의 직관적 판단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처리돼 변환되는 정보에 기초한다. 따라서 큰 틀에서 인간의 판단 과정도 입력, 변환, 출력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하나의 정보 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면 인간의 정보 처리 시스템은 컴퓨터의 정보 처리 시스템과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인간은 사상과 감정을 갖고 있으며, 창조적이며,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정보 지각, 정보 처리 속성, 정보 처리 능력, 기억 재생 과정 등 크게 4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보인다.
 

 
첫째, 인간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지각하지 못하고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정보 지각의 특성을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라 한다. 인간은 주어진 정보나 메시지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인식하고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정보 인식자의 배경이나 흥미, 경험, 태도 등이 여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정보 홍수 속에 인간은 선택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이때 본인이 갖는 선입견 또는 기대감이 개입돼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 수집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기억력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별적으로 기억하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최근 일은 보다 잘 기억하는 반면, 먼 과거 일은 쉽게 잊어버린다. 예를 들어, 우리는 종종 오늘 일을 판단할 때, 과거에 일어났던 비슷한 일을 근거로 하는데, 이 때문에 무척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가 비슷하다고 기억하는 과거 일이 실제로는 오늘 우리가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일과 매우 다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의 정보 처리는 순차적인 특성(se-quential processing)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많은 양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병렬 처리 능력)이 부족하므로 점진적이고 순차적인 정보 처리에 의존한다. 따라서 최근 수행한 정보 처리의 결과가 앞으로의 정보 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축차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순차적 정보 처리 방식은 상황이 안정적일 때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큰 판단 착오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해 지금까지 상황과는 아주 다른 국면으로 상황이 급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 처리 속성은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예상하고 판단하는 것을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금 시대는 과거가 미래의 거울이 되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한다.
 
셋째, 인간은 머릿속으로 모든 정보를 종합해 최적해(optimal solution)를 구할 능력이 없다. 즉, 인간의 정보 처리 능력은 컴퓨터에 비해 매우 미약하다. 따라서 인간은 정보 처리 과정의 단순화와 신속성을 위해 정신적 부담을 덜 수 있는 경험에 근거한 휴리스틱을 사용하곤 한다.
 
넷째, 인간은 제한된 기억 능력(limited memo-ry capacity)을 갖고 있으며, 기억 재생 과정도 컴퓨터와는 확연히 다르다. 인간은 개별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나 어떤 한계 이상의 개체들을 한꺼번에 다루는 데 한계를 느낀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은 7개 이상의 개체를 단기간에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또한 비교하고자 하는 개체 수가 7개 이상이 되면 선호를 판별하는 데 있어 인지적 한계(limited discrimination ability)를 갖는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한자릿수를 7개 이상 불러준 다음, 이를 기억해 다시 쓰라고 하면 숫자가 7개를 초과할수록 조금 전에 들은 숫자들을 기억해내는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또한 백화점에서 넥타이를 고를 때 많은 사람들이 처음 보이는 반응은 ‘고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넥타이 종류가 많아 자신의 선호를 판별하는 데 힘이 드는 인지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선택 대안이 많은 매장이 선택 대안이 적은 매장보다 매출이 떨어지는 현상도 이 때문이다. 고객에게 너무 다양한 상품과 대안을 주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기억 재생 과정의 경우, 컴퓨터에 입력된 자료는 기억 장치에 차분히 자리 잡게 돼 필요할 때 입력 당시와 똑같이 그대로 꺼내 재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기억 재생 과정은 소위 ‘능동적 재구성 과정(active reconstruction process)’의 특징을 보인다. 즉, 인간이 무엇인가를 머릿속에 받아들이면 그 정보는 머릿속에 입력됨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산산조각이 돼 흩어진다. 이후 무엇인가를 기억하려고 할 때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해당 정보의 수많은 조각들을 연결시켜 이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다양한 정보의 수많은 조각들이 머릿속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연상 작용이나 의미 부여 패턴에 따라 정보 조각의 연결 내용, 즉, 기억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동일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다음 수업 시간에 서로 다르게 기억하거나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의 정보 처리 한계는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휴리스틱을 이용한 판단 착오의 원인이다. 그러나 이성적 사고 체계를 이용하여 수행한 의사결정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많은 실패 경험을 보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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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재형jaemin@sogang.ac.kr

    - (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 영국 캠브리지대(The British Chevening Scholar) 객원 교수 역임
    - 미국 스탠퍼드대 객원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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