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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국가경영: 불씨 남긴 숙종의 승계

후계자 지정 뒤 흔들면 조직 전체 대혼란

김준태,정리=장재웅 | 449호 (2026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숙종은 세자를 후계자로 책봉했지만 이후 정치적 선택과 모호한 태도로 그의 정당성을 스스로 약화시켰다. 세자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도 명확한 교체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결과, 조정은 공식 후계자를 지지하는 세력과 숙종의 의중에 베팅하는 세력으로 갈라졌다. 이런 불확실성은 경종 즉위 후에도 노론과 소론의 극한 대립과 연이은 숙청, 반란으로 이어졌다. 승계 계획에서 후계자를 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그를 차기 리더로 받아들이도록 일관된 신호를 보내고 정당성을 쌓아주는 일이다. 후계자를 바꿔야 한다면 사적 감정이나 암시가 아니라 납득할 만한 명분과 공개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야 조직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1688년(숙종 14년) 10월 27일, 후궁 장씨가 왕자를 낳았다. 귀한 첫아들이었다. 기쁨에 겨웠던 숙종(肅宗, 1674~1720)은 이듬해 1월 왕자에게 ‘원자(元子)’의 칭호를 부여하겠다고 나섰다. ‘원자’는 본래 임금의 적장자1 , 즉 적자가 세자에 책봉되기 전에 갖는 이름이다. 신하들은 중전이 적자를 낳을 수도 있으니 몇 년 더 지켜보자고 만류했다. 집권당인 서인으로서는 왕자를 출산한 후궁 장씨가 남인계 인물이라는 점도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숙종은 “선뜻 결단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관망하거나 감히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있다면 벼슬을 바치고 물러가라”라며 밀어붙였다.2 나아가 2월에는 조정을 남인으로 전면 교체하는 ‘기사환국(己巳換局)’을 단행했으며 5월에는 중전인 인현왕후를 폐하고 서인(庶人)으로 강등했다. 이어서 1690년(숙종 16년) 6월에는 원자를 세자로, 10월에는 후궁 장씨를 중전으로 책봉했다. 어머니가 중전이 되면서 세자도 적장자라는 정통성을 가지게 되었고, 숙종의 후계 구도는 매우 튼튼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숙종이 5년 만에 다시 ‘갑술환국(甲戌換局)’을 일으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자를 지지했던 남인이 모두 숙청됐고 모후인 희빈 장씨가 희빈으로 격하되면서 세자의 ‘적장자’ 지위가 사라진 것이다. 1701년(숙종 27년)에는 희빈 장씨가 인현왕후를 저주하다 발각된 ‘신사옥사’까지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10월 8일 희빈 장씨가 사약을 받고3 외숙부 장희재가 처형되면서 세자는 죄인의 자식이라는 굴레를 뒤집어쓰게 된다. 정사는 아니지만 『당의통략』과 『동소만록』4 에 따르면 이때 세자가 “어머니와 함께 죽여달라” 청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신하들은 우려했다. 당시 조정을 주도하던 소론은 세자가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세자를 보호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며” 장씨에게 죄를 묻더라도 “일의 처리를 신중히 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세자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반면 조정의 다른 한 축이었던 노론의 생각은 달랐다. 자당의 영수 송시열을 죽인 일로 남인에 대한 적대감이 극심했던 노론은 남인계 장씨가 낳은 세자를 지지할 이유가 없었다. 마침 숙빈 최씨가 낳은 연잉군과 명빈 박씨가 낳은 연령군이 각각 8살과 3살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조금 더 성장한다면 승계 구도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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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태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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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장재웅

    정리=장재웅 jwoong04@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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