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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Essence

시그널 줘도 직원 안 움직일 땐? 시스템 만들자

신수정 | 414호 (2025년 4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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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기업의 리더를 만났다. 예의 바른 분이었다. 그의 고민은 이랬다.

“경력이 좋은 분을 채용했습니다. 저는 그분이 고객사에 자주 방문해 현장의 소리를 들어주길 원하는데 그분은 사무실에 앉아 ‘관리’만 하셔서 답답합니다.”

필자가 물었다. “그러면 그분에게 명확하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셨나요?”

“아니요. 제 성향이 F(감정형)라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대신 그분에게 저 스스로가 고객을 자주 만난다는 이야기를 전하곤 합니다. 그러면 알아들을 거라 여겼죠.”

많은 리더가 오해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은밀히 시그널만 보여줘도 상대가 잘 알아들을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내가 이 정도 시그널을 줬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을 것이라 여기는데 대개 상대는 무슨 말인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간혹 상대의 작은 시그널 하나만으로도 상대가 주는 메시지를 잘 포착하는 달인이 있다. 그러나 이런 달인이 매우 예외적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조언했다.

“애매하게 이야기하면 그분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은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했는데 상대편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그 생각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오해가 쌓이면 나중에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필요한 내용을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자 이 리더는 반박했다. “그런데요. 제가 이야기를 했는데도 계속 그러면 어떻게 하나요?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해야 하나요?”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안 하고도 그분들이 자연스럽게 고객들을 만나게 할 수 있어요.”

“그 방법이 뭔가요?”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여기서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과거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 사람들이 유모차를 들고 탔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백화점은 유모차를 갖고 있으면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말라는 공지를 붙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백화점은 모든 에스컬레이터에 안내원을 배치해 보려 했지만 인건비가 만만치 않았고 유모차를 갖고 타는 고객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큰소리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었다. 바로 에스컬레이터 중간에 봉을 박아버리는 것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직전, 중간 지점에 봉 하나를 설치하자 유모차를 태우기가 아예 불가능해졌고 자연스럽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다시 앞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필자를 찾아온 리더는 경력 채용한 직원이 더 적극적으로 고객을 만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한두 번 돌려 말을 해도 행동에 변화가 없어 답답해하던 차다. 필자는 이 리더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구성원들과 ‘고객정보 공유 미팅’ 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여기서는 참석자들이 각자 한 주간 고객을 만나서 파악한 정보들을 서로 나누게 하는 겁니다. 그러면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고객을 방문하고 이야기할 거리를 가지고 오겠죠.”

사람 개개인의 태도나 역량에만 기대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센스도 뛰어나고, 알아서 일 잘하고, 보고도 잘하고 리더의 마음까지 파악하는 구성원은 별로 없다. 그리고 이 사실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오히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당신 아래 오래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구성원들이 알아서 움직이게 하려면 1) 필요한 바를 명확히 커뮤니케이션하고 2) 개개인들이 목표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돕는 너지나 시스템을 만드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 신수정

    신수정sjshin1234@gmail.com

    작가, 임팩트리더스아카데미 대표

    신수정 대표는 서울대 기계설계학 학사·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전산설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보보안·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문가다. SK인포섹(현 SK쉴더스) 대표를 지냈고 2016~2018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법령평가 전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14년 말 KT에 합류해 KT IT기획실장 겸 CIO로 그룹 내부의 탈통신·DX 전략을 이끌었다.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과 KT 전략·신사업 부문장을 끝으로 퇴임하고 현재는 작가 겸 리더십 코치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거인의 리더십』 『일의 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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