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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인시아드대 교수: 더 강한 팀 만드는 리더십

팀원과 회사를 변화시키고 싶다고요?
리더 먼저 바뀌어야 회사도 바꿀 수 있어

정리=김윤진 | 408호 (2025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모든 사람은 자세히 알기 전까지는 지극히 정상이다. 그러나 의식 너머의 잠재의식과 무의식을 파고들면 정상적이지 않다. 그래서 리더십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리더십이 ‘내부 문제(Inside Jobs)’인 이유다. 팀의 문제, 회사의 문제로 보이던 것도 성찰해 보면 나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리더가 자신의 강약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과거의 성과에 도취되거나 오만에 빠지지 않고 구성원들이 언제 동기부여가 되는지 알아내어 최대한의 잠재력을 끌어낼 때 변화가 시작된다. 이는 결코 쉽지 않다. 리더십이 무능할 기저 확률(base rate)은 40~50%에 달하고 악성의 나르시시스트 리더가 횡행하고 있다. 그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존재감 없는’ 리더가 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인시아드대 교수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리더십 개발 분야 석좌 및 임상교수다. 암스테르담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캐나다와 파리에서 교육과 수련을 거쳐 국제공인정신분석가가 됐다. 이후 경제학, 경영학, 정신분석학으로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리더십 분야와 개인 및 조직 변화의 심리적 차원을 통합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영사상가가 됐다. 맥길대와 몬트리올EDHEC경영대학원, 베를린ESMT, 하버드경영대학원 등에서 교수를 맡아왔고 이후 인시아드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글로벌리더십센터를 설립하고 최고경영자 프로그램을 총괄했다. 주요 저서로는 『리더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리더의 마음』 『삶의 진정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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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영화 이야기부터 해보자.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본 사람이 있는가? 사실 J. R. R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 나오는 ‘기게스의 반지(Ring of Gyges)’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들판에서 뛰어다니던 목동 기게스는 어느 날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자 동굴에 숨었고 그 동굴 속에서 해골이 끼고 있던 반지를 발견한다. 반지를 끼자 기게스는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이 된다. 당신은 투명 인간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기게스는 당장 반지를 들고 왕의 성으로 달려가 왕비와 잠자리를 하고 왕을 죽인 뒤 스스로 왕이 됐다. 당신에게 이런 마법 반지가 생긴다면 권력, 섹스, 돈 중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플라톤은 이런 절대 반지가 가진 힘은 사람들의 마음을 침식하고 퇴보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리더십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내 리더십 의제는 사람들이 자기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더 성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 경영진, 적어도 최고경영진은 내 경험상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직장은 그리 좋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직장인들의 23%만이 일에 몰입한다고 한다. 70%가 넘는 사람들이 일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항상 쳇바퀴를 도는 쥐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들었다. 계속해서 달리고 있지만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모른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안 그럴지도 모르지만 유럽 사람들은 평균 20분 정도만 일을 하고 20분이 지나면 공상에 빠지기 시작한다. 남성들의 경우 공상의 70~80%를 차지하는 주제는 섹스다. 물론 한국인의 판타지는 다를 수 있다. 이런 판타지, 보이지 않는 무의식이 늘 작용하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그림 1]에 두 여성의 그림이 있다. 왼쪽 여성은 친절하고, 상냥하고, 친근해 보인다. 반대로 오른쪽 여성은 덜 착해 보이고, 고통스러워 하는 듯하다. 모든 사람은 제대로 알게 될 때까지는 평범하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정상이 아니다. 전체 그림을 보면 둘 다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항상 한발 더 들어가 전체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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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은 “내부 문제(Inside Job)”다

우리는 항상 의식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의식 속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며 보이거나 의식하는 것이 실제 모습인 것은 아니다. 아마 리더인 당신도 지금 여기 앉아 있는 스스로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을 수도, 스스로를 영웅시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중요하며 내 역할은 사람들이 감성 지능을 향상시키고 그중에서도 자기 인식(self-awareness)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감성 지능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플라톤의 동굴 우화를 떠올려 보자. 동굴에서 사람들이 다 묶여 있어 정면만 볼 수 있다고 해보자. 사람들이 보는 사물은 2차원이다. 그런데 누군가 동굴을 뛰쳐나와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보게 된다면 그는 사물이 3차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사물이 3차원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다. 현실 세계에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사물을 2차원적으로 본다. 하지만 누가 대신 일깨워줄 수 없으며 스스로 보이지 않는 것과 무의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낯선 존재로 두지 말아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은 기업의 리더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어릴 적 읽은 책의 구절을 인용해보겠다. “나는 어렸을 때 세상을 바꾸고 싶었는데 이것이 불가능해 나라를 바꾸기로 했다. 황혼기에 이르니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가족이라도 바꿔 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가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나 자신부터 먼저 바꿨어야 했다. 그랬다면 가족을 바꿀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격려와 열망으로 나라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리더가 뭔가를 바꾸고 싶다면 스스로 먼저 바뀌어야 한다. 가장 유명한 정치 지도자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직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는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리더십은 내면의 문제다. 그렇기에 자기 자신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리더들은 내게 와서 “팀원들이 좋지 않고 회사도 좋지 않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곤 한다. 하지만 나는 보통 “당신부터 바꿔라”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야 회사를 바꿀 수 있다.

기원전 약 600년에 살았던 그리스의 유명 철학자 탈레스는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어렵다”라고 답했다. 이는 그리스 고대 신전에도 쓰여 있다. 이토록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어렵다면 어떻게 성찰적 리더를 개발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은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다 알고 보면 정상이 아니다. 사이코패스 기질, 사회 경로, 정상 경로를 다 가지고 있다. 경영자들이 정상 경로에서 탈선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리더가 경로를 이탈하는 이유

경영자들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모른다. 그리고 가장 잘못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무엇이 중요한지 안 중요한지도 모른다. 왜 기업의 리더로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나? 골프처럼 내가 좋아하는데 중요하지 않은 것에 시간을 그만 보내라. 잘하지 못하는 것에 시간을 쓰지도 말라. 당연한 얘기지만 좋아하고 중요한 일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또한 많은 리더, 임원이 ‘휴브리스(Hubris)’의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다. 휴브리스는 오만함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과거의 성취에 기반한 과도한 자부심은 마음속에 있는 것으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한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경영진이 권력을 잡으면 머리가 꽉 차서 현실을 못 보고 이상한 짓을 저지르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가기 시작한다. 이는 자기파괴적이다.

리더는 대부분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직원들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당신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동기를 부여받는다. 매일 보면서 자극을 많이 줘야 하는 사람이 있고, 혼자 있도록 내버려둬야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다르므로 어떨 때 자극을 받는지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경영진이 제 기능을 못하지만 특히 최고경영진이 최악일 때가 많다. 이는 주로 역학관계가 너무 많이 작용하고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다. 소프트 스킬은 기르기 어렵다. 리더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최대한을 끌어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한다. 팀워크는 마치 각기 다른 유형의 고슴도치들을 다루는 것과 같다. 고슴도치끼리 가까이 가면 어떻게 될까? 서로서로 찌른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우리 모두가 고슴도치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방식으로 양육됐는지에 따라 어떤 고슴도치는 안정돼 있고, 어떤 고슴도치는 불안하다. 불안한 고슴도치는 다른 고슴도치에게 집착하거나 회피한다. 한쪽은 매달리고 한쪽은 도망친다고 생각해보자. 한쪽이 가까이 가려고 하면 한쪽은 더 멀어진다. 이런 고슴도치들이 한 조직에 있으면 서로 쫓고 쫓기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렇게 개인의 애착이 안정되지 않는 경우 일터에서는 문제가 된다. 어떤 종류의 고슴도치인지에 따라 당신의 리더십 스타일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임상가로서 나는 리더십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숱한 임상 연구를 수행하는데 사람들이 이성적이라는 믿음은 다 환상이다. 사람들은 대개 이상하게 행동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셜록 홈즈처럼 “이 사람이 왜 내게 소리를 지르는가” “왜 내게 화를 내는가” 뒤에 있는 배경을 캐내야 한다. 이는 보통 ‘전이’라 불리는 패턴과 관련이 있다. 전이란 모든 관계가 이전 관계에 의해 호출되는 것을 뜻한다. 독재자인 아버지와 싸우면서 컸다면 나도 모르게 아버지처럼 돼 버릴지도 모른다. 직장에서 리더가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면 사실 과거의 망령이 거기에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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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일은 의식 밖에서 일어나고 여러분이 하는 일의 95%는 자기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새 일어난다. 이는 일종의 모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와 감정의 경로는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형성하는 렌즈가 된다. 과거에 자라온 방식, 당신이 가꿔 온 정원은 당신이 일상생활에서 반응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우리 모두에겐 사각지대와 원시적인 방어기제가 있다. 철학자 괴테는 가장 보기 힘든 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앞서 언급했던 “우리 팀원들이 다 좋지 않고 회사도 좋지 않다”고 고백한 리더도 결국 끝까지 얘기를 듣다 보니 자신의 어머니와 자녀에 대한 이야기, 일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다음으로 고립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을 토로했다. 1938년에 시작된 유명한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시대를 불문하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및 친구와의 ‘좋은 관계’다. 외로움이 가장 위험하다. 관계가 인간을 더 오래 살게 해준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때때로 잊히지만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개선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리더가 무능할 확률은 최소 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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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누군가는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데 누군가는 식초를 만드는가? 임원들은 많은 실수를 하며 리더십이 무능할 기저 확률(base rate, 어떤 요소가 통계적으로 차지하는 기본 비율)은 40~50%에 달한다. 그중 리더가 범하는 흔한 실수는 다음과 같다. 첫째, 권한을 행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들은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랑만 받고 싶다면 아이스크림을 팔아야지 리더가 되면 안 된다. 리더는 때때로 ‘치과의사’가 돼야 하며 통증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좋든 싫든 직원에게 고통을 줘야 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버진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사람을 해고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이 자기를 대신해 남을 해고하도록 한다.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자기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둘째, 악역을 자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직원들을 괴롭히고 따돌리는 것 역시 문제다. 이는 상대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거나 시기 질투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곤 한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창업자 겸 회장인 래리 엘리슨은 “내가 성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다 실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같은 사람이라고 해두자. 이런 사람은 조직을 망칠 수 있다.

셋째, 업무 하나하나를 세세히 관리하는 마이크로 매니저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에 직원을 전부 다 해고하고 나 혼자 공장을 경영하는 게 낫겠다고 할 정도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굉장한 어려움을 준다. 하지만 대부분 리더가 ‘나는 권한을 더 위임하겠다’ ‘다양한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겠다’ ‘작은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삼겠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내가 다 할 수 있는데’ ‘모든 게 다 완벽해야 하는데’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르시시스트 지도자들이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생각보다 어디에나 있다. 이들은 자기애가 굉장히 강하고 자기밖에 모른다. 미국의 영화제작자이자 연출가인 사무엘 골드윈은 “나는 내 주변에 예스맨이 없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내게 정직하게 진실만을 말해주길 원한다. 심지어 그로 인해 내가 일자리를 잃게 되더라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당신이 고위 간부가 되는 순간 주변에 거짓말하는 사람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당신에게 다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지금 끔찍한 세계에 살고 있다. 지구온난화, 소득 불평등, 코로나19 팬데믹 등 전쟁과 재앙이 도처에 있는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신병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리더십은 무엇을 해야 할까?


기본으로 돌아가는 ‘리더십 101’

침팬지와 보노보 다음으로 인간과 가까운 동물로 카메룬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실버백 고릴라가 있다. 이 실버백 고릴라의 우두머리는 자기 동물들을 위해 무슨 역할을 할까? 첫째, 방향을 제시한다. 둘째, 다른 동물들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한다. 셋째, 질서를 부여한다. 구글에 리더십을 검색하면 25억 권에 달하는 서적이 쏟아지지만 리더의 역할은 이처럼 단순하다.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을 보호하고,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다. 리더십 책과 강연들은 이 세 가지 핵심 내용을 화려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뿐이다. 카리스마적 리더, 건축가적 리더 등 수식어에 현혹될 필요 없이 단순한 핵심만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나를 바꾸고 재발견할 것인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만약 죽은 말을 타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말에서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이 죽은 줄 알면서도 내리지 않고 죽은 말을 계속 때리기만 한다. 말을 때리느라 너무 바쁜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리더는 여러 가지 일에 항상 시달리고 피곤하다. 하지만 정말 사람을 개발하고 싶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직원들의 진짜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25세가 되면 영업사원으로 활동하게 하고 직접 현장에서 배우도록 해야 한다. 섀도잉(shawdowing, 선배를 따라 하면서 일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좋은 상사에게서 좋은 것을 배우는 ‘좋은 섀도잉’, 나쁜 상사에게서 나쁜 것을 배우는 ‘나쁜 섀도잉’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앉아만 있으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코칭도 도움이 된다. 특히 여럿의 다면평가를 받는 팀 코칭도 유용할 수 있다. 코칭을 할 때 많은 사람은 “내 상사는 바보야” “내 동료는 바보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자녀는 “우리 아빠는 바보야”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가족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한 사람이 내 귀가 당나귀 귀 같다고 말하면 무시해도 되지만 10명이 똑같은 얘기를 계속한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 따라서 720도 피드백이란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서 최대한 많은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배우자, 자녀, 어머니한테서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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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관련된 7C 모델도 참고할 수 있다. 나는 모델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청중들은 모델을 원한다. 리더십의 주요 덕목인 7C 중 CARE(관심)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고 의지와 헌신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자동차 비즈니스에서 일하는 리더는 일단 자동차를 좋아해야 한다. 볼보의 전직 CEO였던 페어 길렌하마르가 최근 2024년 11월 사망했는데 이분은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결국 볼보는 중국 회사에 인수됐다. 이 밖에도 리더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Complexity(복잡성)를 간단하게 만들고 얽혀 있는 것을 풀어낼 줄 알아야 한다. Creativity(창의성)와 함께 Courage(용기), Confidence(자신감)를 가져야 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Compassions(연민)도 가져야 한다. 물론 너무 많은 연민을 품으면 앞서 말했듯이 마치 아이스크림 판매원처럼 직원들을 행복하게만 해주려고 하고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없다. 어느 시점에는 과감히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에 대해 Communication(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이 7C와 더불어 잘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조직의 생명선이 바로 ‘신뢰’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첫째는 건설적인 분쟁 해결, 둘째는 헌신(Commitment), 셋째는 책임감이다. 이 세 가지가 있으면 보이지는 않지만 조직에 신뢰가 흐른다. 조직에 신뢰가 없으면 안전하지 않고 사람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좋은 직장과 행복한 인생의 조건

최고의 직장은 어디일까. 몇 년 전 덴마크 코펜하겐에 간 적이 있다. 택시를 타서 박스바트 지역에 가자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본사가 박스바트 지역에 있다. ‘오젬픽’과 ‘위고비’ 등 비만약으로 유명한 회사다. 그랬더니 택시 기사가 “우리 아버지도 그 회사에서 일했고, 동생도 일했으며, 나도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내 가족, 내 자녀가 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회사가 가장 좋은 직장이다. 내 직장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권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앞서 23%의 직원만이 열심히 일하고 77%는 설렁설렁 일한다고 얘기했는데 이는 그만큼 직원들의 헌신 의지(commitment)가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가족이 일하길 원하는 직장을 만들려면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원을 돌볼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떠나는 이유는 대부분 상사 때문이다. 다른 문제를 이유로 둘러대겠지만 이직하는 이유의 70% 이상이 상사다. 직원의 개발과 발전을 도와주고 격려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미미한 변화도 알아차리고 용기 있는 대화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직설적인 화법을 피하기 위해 너무 우회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나르시시스트를 없애야 한다. 노자의 『도덕경』을 언급하고 싶다. 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리더가 가장 좋은 리더다. 사람들이 칭송해주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존재감 없는 리더가 가장 훌륭하다.

달라이 라마는 인간의 가장 놀라운 점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희생해 돈을 번다. 그리고 건강을 회복하려고 돈을 희생한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한 채 마치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다가 살아보지도 못한 채 죽는다.” 누구도 임종 직전에 사무실에서 시간을 더 보내야 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할 일과 사랑하는 사람,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인생에는 3가지 거울이 있다. 첫째는 부모의 거울이다. 둘째는 자녀의 거울, 셋째가 나의 거울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나르시시스트는 상처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거울을 통해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이 70세가 됐다고 할 때 인생을 종합하면 평균 23년은 잠을 자면서 보내고, 6년은 꿈을 꾸며, 101일 동안 사랑을 나눈다고 한다. 약 6년 반 동안 밥을 먹고, 남자는 177일을 거울 앞에서, 여자는 531일을 거울 앞에서 보낸다. 한국은 성형외과가 발전해서 거울 앞에 있는 시간이 더 길지도 모르겠다. 159일은 화장실에서 보내고, 9년 이상 SNS를 하며, 17년 동안 직장에서 일한 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다.

이런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주변에 나를 지지해주고 지원해주는 가족과 친구를 둬야 한다. 둘째, 나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중요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 셋째, 비교해서는 안 된다. 넷째, 용서해야 한다. 용서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에게 독을 먹이는 것과 같으므로 잊을 수는 없더라도 용서할 수는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감사를 표시해야 한다. 고맙다고 얘기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최대한 젊은 상태로 오래 살면서 마지막에 죽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인생이다. 이렇게 인생에 중요한 것에 집중하면서 나부터 바뀔 때 내 가족과 조직, 세상도 바꿀 수 있다.



DBR mini box I: 김현정 aSSIST 글로벌리더십센터장과의 대담

“리더는 외로운 사람… 팀 코칭을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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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김현정 aSSIST 글로벌리더십센터장의 진행으로 포럼을 경청한 참가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김 센터장과 청중의 질문이 담긴 질의응답 세션을 요약, 소개한다.


미국의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는데 그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 저술한 책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악성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으로 꼽았다. 그나마 바라는 것은 미국의 제도가 트럼프가 너무 광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길 바랄 뿐이다. 트럼프는 육감이 좋고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이다. 휴브리스에 빠져 자기애 과잉이고 권력에 중독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마지막 순간에 권력을 내려놓지 못했다. 이렇게 권력을 놓지 못하는 자, 자기애 과잉인 자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됐다는 것은 분명 전 세계에 큰 위협이다.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라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르시시스트의 출현은 조직의 불안을 높인다. 리더는 사회적 자본을 잘 관리해 이런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회사에 오면 즐겁게 해주고, 조직이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고, 공동체로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20대, 30대도 소속감을 중요시하고 친구, 동료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싶어 한다. 불안이 사라지면 완충효과가 생긴다. 물론 조직에 목소리가 너무 많으면 목소리를 내더라도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리더는 필요하다면 젊은 사람들로부터 역멘토링을 받고 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일반 직원일 때는 정상이다가 리더가 되면 왜 자기애가 더 강해질까?

나는 평생을 인설턴트(insultant, 모욕을 뜻하는 insult와 consultant의 합성어)로 일했다. 리더가 피드백을 달라고 하면 엉망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리더는 주변에 자기 말에 ‘예스(yes)’라고 하는 사람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애가 강해진다. 어떤 리더가 ‘올해의 비즈니스 맨’ ‘올해의 경영인’ 등으로 뽑혔다면 그 회사 주식을 팔아 버려야 한다. 스스로를 과신해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기 쉽기 때문이다. 사람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좋은 친구나 배우자는 진실을 말해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사람으로부터 들어야 한다. 리더는 외로운 사람이다. 코칭이 필요하고 코칭을 받는 것을 중요한 일의 일부로 여겨야 한다. 특히 팀 코칭이 효과적이다.


경영학의 대가인데 행복한 인생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지만 자신을 돌보는 데는 소홀하다. 그런데 나는 항상 만나는 기업의 리더든 학생이든 잠을 얼마나 자는지 먼저 질문한다. 자기 신체를 돌보려면 잠은 최소 7∼8시간 자야 한다. 또한 스스로를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인들이 성공한 이유는 열심히 일해 왔기 때문이지만 이제는 본인들을 잘 챙길 때다. 매일 아침 어떤 사람이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나쁘게 만드는지를 생각하라. 그리고 독성을 가진 사람은 누구인지,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한다. 내게 에너지를 주는 것에 집중하고 독성 있는 사람은 피해 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너무 열심히 일하는데 더 잘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은 죽음의 키스와 같다. 완벽해지려 하면 안 되고 배우자를 찾을 때도 완벽한 사람을 찾아서는 안 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관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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