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더십 다면평가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리더에 대한 평소 불만을 낮은 점수에 담아 보복하거나 반대로 악성 상사의 보복이 두려워 점수를 ‘상납’하는 미성숙한 평가 관행들이 이어지다 보니 부작용도 상당하다. 안 그래도 리더 기피 현상이 심해지는 요즘 리더십 다면평가가 리더 개개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리더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진단 결과에 대해 리더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타당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기업은 다면진단 결과를 단순히 리더 개인에게 피드백을 주기 위한 수단이 아닌 조직 전반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결과 분석 후 리더가 변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 계획을 수립해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삼게 하는 것이 이 제도의 궁극적 목적이 돼야 한다.
리더십 발휘의 출발점은 자신이 어떻게 구성원들에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구성원 각각의 성향과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최근 많은 기업이 리더십 다면진단을 도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다면진단이 실제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리더와 구성원들의 인지적, 정서적 상태는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 꼭 필요한 사항을 제때 인식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기업의 리더십 다면진단 자체가 반년 또는 연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적잖은 리소스가 투입되는 다면진단이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다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다면진단은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리더에 대한 다각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피드백을 해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맨프레드 캐츠 드 브리스 인시아드대 석좌교수는 “임원의 70%가 자신의 성과가 상위 25%라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11Kets de Vries, Manfred F.R. and Vrignaud, Pierre and Florent-Treacy, Elizabeth and Korotov, Konstantin, Insead Global Leadership Centre - 360-Degree Feedback Instruments: An Overview (January 2007). INSEAD Business School Research Paper No. 2007/01/EFE, Available at SSRN: https://ssrn.com/abstract=1031137 or http://dx.doi.org/10.2139/ssrn.1031137
닫기 지위가 올라갈수록 직접적 피드백을 받기 어려워지기에 리더 입장에서 다면진단은 피드백을 받을 거의 유일한 기회다.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궁금하지만 솔직한 의견을 얻기는 쉽지 않다. 민망한 메시지거나 불편한 진실일 때 정보는 축소되거나 왜곡되고 각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대의 평가를 해석하기 마련이다.
한숙기star@hanscoaching.com
한스코칭 대표
한숙기 대표는 서울대 및 동 대학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 경제경영대학(HSE)에서 경영학 석사를,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국제코치연맹(ICF) 인증 코치로서 대기업, 다국적기업 경영자 및 임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리더십 코칭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