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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당신의 음주 습관, 부하직원은 어떻게 생각할까

박종규 | 335호 (2021년 1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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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The effects of mentor alcohol use norms on mentorship quality: The moderating role of protégé traditionality” by Ho Kwong Kwan, Haixiao Chen, Zhonghui Hu, and Jinsong Li (2021) in Human Resource Management, pp. 349-362.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직장 내 회식이나 비즈니스 모임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흔한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잦은 회식 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등 서구권 국가의 회사들도 직원들 간의 음주가 네트워킹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굳이 직원들 간의 파티나 회식을 막지는 않는다. 심지어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한 관리직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고객들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 참석하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음주가 끈끈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식이나 비즈니스를 위한 음주에 좋은 점만 있을까? 지난여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인해 회식 자리가 많이 사라져 MZ세대 직원들이 반긴다는 기사가 나오기 무섭게 위드 코로나 이후 시작된 ‘보복 회식’이나 ‘보복 음주’로 인해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기사들도 쏟아져 나왔다. 회식 문화 개선이 새로운 트렌드가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직장인은 직장 내 음주에 대해 직급이나 세대별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개인의 음주 습관은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지극히 사적인 선택 영역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와 사례들은 개인의 음주 습관이 개인의 건강과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회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과음은 결근은 물론이고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고, 회식 중 또는 이후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판결도 나왔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음주와 회식 문화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연구팀은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상사의 음주 습관이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이를 위해 신입 직원의 적응과 교육을 위해 자주 사용되는 멘토링(Mentoring) 상황에서, 리더이자 지도 역할을 맡은 ‘멘토(Mentor)’의 음주 습관이, 지도와 조언을 받는 ‘멘티(Mentee)’와 멘토링의 성공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했다. 이에 실제 기업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있는 210쌍의 멘토-멘티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멘티가 유교문화적인 특성, 즉 ‘상사는 부하직원과 확실한 위계가 있다’는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을 때 멘토의 음주 습관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멘토의 음주 습관이 멘토링 관계와 효과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멘토가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멘티는 음주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술자리를 통한 위계 관계의 경험으로 인해 멘토를 자신의 롤모델이나 미래상으로 여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의 회식 자리와 음주는 다른 사람, 특히 윗사람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기 때문에 윗사람인 멘토가 권하는 술을 거부할 수 있는 멘티는 많지 않을 것이고, 이는 멘티에게 멘토의 음주 습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맥락은 다음과 같다. 먼저 멘토의 음주 습관은 멘티가 멘토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멘토링 관계에서 멘티가 멘토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멘토는 멘티의 회사 생활은 물론이고 회사 밖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만약 멘티가 멘토를 닮고 싶은 사람, 즉 자신의 롤모델로 인식할 때 두 사람의 관계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멘티는 멘토가 가지고 있는 현재 모습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따라서 효과적인 멘토링 관계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상하관계를 중요시하는 중국의 유교문화를 고려해 만약 부하직원, 즉 멘티가 이러한 위계질서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면 멘토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예상대로 문화적 전통을 중시하는 멘티들은 멘토의 음주 습관에 대해 관대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그들에게 있어 멘토의 음주 습관은 멘토링 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위계질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부하직원들은 상사의 음주 습관과 술자리를 상대적으로 싫어할 것이고 결국 멘토링의 실패를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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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과거의 멘토링 관련 연구들은 멘토-멘티를 어떻게 매칭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주로 다뤄왔다. 예를 들어 비슷한 성격이나 성별의 조합이 더 좋은 멘토링 관계를 만든다는 연구들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멘토의 특정 행동 규범, 즉 음주 습관이 멘토링의 효과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어떻게 멘토-멘티를 매칭시킬 것인가 뿐만 아니라 어떤 멘토를 선발해야 하는지, 멘토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멘티와의 잦은 음주는 두 사람의 관계를 좋지 않게 만들 뿐 아니라 멘토링 프로그램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타 부서 사람을 멘토-멘티로 연결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둘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위해 회식비가 제공되고 이는 음주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체인 HR 담당자들은 멘토링의 효과를 저해하는 음주를 장려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진 않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음주가 회사 내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더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음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직장 생활에서 더 나은 조직 생활을 위해 회식과 음주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는 부하직원들보다는 상사들에게 더 크게 해당되는 것 같다. MZ세대라는 단어의 유행은 그들이 기존 세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전제한다. 물론 개인차는 있지만 회식 문화에 대한 MZ세대 직원들의 부정적인 태도는 더 나은 조직 생활을 위해 회식과 음주가 필수 불가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부하직원인 멘티의 음주 습관과 선호를 측정하지 않았다는 큰 한계점이 있다. 하지만 굳이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삼지 않더라도 조직 내 회식과 음주 문화의 개선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하겠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알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리더십 교육을,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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