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여러 모로 기업 경영과 닮았다. 적절한 인재를 뽑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신뢰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 공정한 성과 평가와 적절한 전략도 필요하다.
따라서 스포츠는 경영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영국 본머스대의 크리스 브래디 경영대학장 등이 ‘캘리포니아 매니지먼트 리뷰(Vol. 50, No. 4)’에 기고한 논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인재관리 측면에서 축구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 저자들은 컨설팅사 맥킨지가 만든 ‘인재 전쟁(war for talent)’이란 개념의 문제점부터 지적했다. 이 개념이 유행하면서 값비싼 인재만 확보하면 성공하는 것으로 착각한 기업이 늘었다는 것이다. 미국 엔론처럼 ‘인재 전쟁’의 개념을 충실히 적용했지만 도산한 사례도 제시됐다.
브래디 학장 등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이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연봉 수준과 성적을 비교했다. 그 결과 더 많은 돈을 투자한 팀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높았다.(그림1 참조) 그러나 팀별 편차는 컸다. 실제 첼시는 아스널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썼지만 성적은 아스널보다 다소 부진했다. 선더랜드와 볼턴은 비슷한 돈을 썼지만 성적은 볼턴이 월등하다.
논문 저자들은 인재에 대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인재의 가치를 제대로 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개인적 재능(individual talent)과 맥락적 재능(contextual talent)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적 재능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반면에 맥락적 재능은 팀의 구성원으로서 발휘하는 역량이다. 티에리 앙리의 경우 아스널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 줬지만 천문학적 자금을 받고 이적한 바르셀로나에서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개인적 재능은 있었지만 팀의 스타일이나 문화와의 적합성(fit)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맥락적 재능이 떨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맥락적 재능을 잘 파악하는 축구팀은 싼 값에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브래디 학장 등은 또 개인별 재능을 단순히 더한다고 팀 재능(team talent)을 산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개별 선수의 능력 외에도 감독의 능력과 분위기, 집단적 의식, 암묵지 등에 따라 팀 재능이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문 저자들은 팀 재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성공 체험’과 팀 리더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팀원들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반목하더라도 성과가 좋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브래디 학장 등은 “팀의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에 대해 공정하게 보상해 주고, 인재 영입뿐 아니라 능력 계발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며, 개인의 성과를 반드시 팀의 역량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