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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컨셉의 법칙 外

김근배 | 168호 (2015년 1월 Issue 1)

 

 

 

1995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김치냉장고가 나왔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냉장고가 있는데 누가 김치만 별도로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를 또 사겠느냐며 비웃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김치냉장고가 없는 집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필수 품목이 됐다. 냉장고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 위니아만도의 이야기다.

 

위니아만도의 김치냉장고 브랜드 딤채는 1995 4000대가 팔리기 시작해 1997 8만 대, 2002 74만 대가 팔렸다. 2012년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무려 600만 대에 달한다. 딤채의 성공 사례는 영국 헐대학 경영대학원 수업 교재에 자세히 소개될 정도로 국내외에서 이목을 끌었다. 기존 제품과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 틈새를 파고드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차별화 사례다.

 

또 다른 차별화 사례를 보자. 동원F&B 2007즉석 발아현미밥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즉석 밥 시장에 진출했다. CJ햇반을 비롯해 농심, 오뚜기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이미 각축을 벌이는 상태였다. 동원F&B는 기존 제품과 동일한쌀밥으로는 눈길을 끌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강조하며발아현미밥을 출시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선보인 신제품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당기지 못했다. 매출은 저조했다. 성과가 나지 않자 동원F&B 2009년 콘셉트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의 즉석 밥은즉석 현미밥에서즉석 쌀밥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기존 경쟁자들이 선점해서 다투고 있는 콘셉트를 그대로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콘셉트를 바꾸자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차별화하지 않고 남들을 따라갔더니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 어떻게 된 것일까?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다이아몬드와 물의 패러독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물을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지니기는 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물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가 비싼 값에 거래되는 반면 물은 그렇지 않다. 더욱이 애덤 스미스가 살던 시절에 물은 아예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도 아니었다. 애덤 스미스는 이에 대해 제품의 교환가치를 결정하는희소성에서 답을 찾았다. 다이아몬드가 비싸게 거래되는 것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희소성 때문이다. 희소성이 확보되면 가격을 비싸게 매겨도 판매할 수 있다. 오늘날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차별성이 곧 희소성이다. 그 제품이 아니면 안 되는, 다른 제품과 분명히 구별되는 그 제품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하지만 교환가치가 전부는 아니다. 애덤 스미스는 가치를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로 나눴다. 사용가치란 필요성이다. 즉석 발아현미밥이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석 발아현미밥은 경쟁 제품과 차별화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반면 딤채 김치냉장고는 기존 제품과 다른 가치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필요성에 대한 다수 고객의 공감을 확보했다. 차별성과 필요성을 모두 만족하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 그렇다면 한 단계 더 나가보자. 치킨가게를 차린다고 가정해보자. 경쟁 치킨가게와 멀리 떨어질수록 차별성이 높아진다. 소비자와 가까워질수록 필요성이 높아진다. 어떤 곳에 치킨가게를 내야 할까?

 

저자는선요후별가형(先要後別加形)’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먼저 필요성을 찾아내고 나중에 차별성을 고려한 후 유형성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차별화된 콘셉트만 생각하다가 고객의 니즈에서도 멀어진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경쟁 치킨가게와의 경쟁이 두렵다고 외딴 섬에 점포를 내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히트상품들이 콘셉트를 잡고 고객을 끌어들이는 다양한 원리들이 읽기 쉽게 정리됐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사업가인 저자의 얘기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성장기를 거쳐 다양한 기업의 엔지니어, 관리자, CEO로 일하며 겪은 일들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바를 상세히 털어놓는다. 그는 말한다. 비즈니스에서 난제란 크고 대담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가 실패로 끝났을 때 사람들을 해고하는 일이라고.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 아니라 그들이 지나치게 요구하기 시작할 때 대처하는 일이라고. 조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게 하는 일이라고. 철저히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는 첨단 기술만 갖추고 있으면 된다? 그렇지 않다. 아이폰이나 카카오톡 등 성공적인 디지털 제품 또는 서비스일수록경험이 중요하다. 얼마나 독특한 경험을, 얼마나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제품의 성패가 갈린다. 20여 년 동안 HCI 연구에 몰두해온 저자가 감각적 경험, 판단적 경험, 구성적 경험이라는 세 가지 관점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방법 및 전략을 제시한다. 지배적 디자인이 소멸하는 이유와 새로운 지배적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원리, 진정한 경험의 의미도 꼼꼼히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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