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와 비교해 두드러지는 21세기의 변화는 ‘푸시(Push)’에서 ‘풀(Pull)’로의 이행이다. 민다라는 뜻의 푸시란 수요를 예측한 다음 시나리오에 따라 표준화된 시스템과 절차를 활용해 수요를 충족시킬 최선의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즉, 조직의 최고 경영진인 엘리트 기획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서 대중 시장에 이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반면 끌어당긴다는 뜻의 풀은 미리 결정된 계획에 따르기보다는 제품과 서비스를 계획하고, 생산하고, 그 즉시 소비할 수 있게 해주는 패러다임을 뜻한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예상하고 예측하는 일이 타당하며 가능하다.”
이 가설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회사들은 적절한 인재를 채용하고 그에 어울리는 적절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재고를 마련하고 이를 유통기업에 공급해서 고객들이 제품을 요구할 때 판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학과 같은 기관들은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필요로 하는지 미리 파악한 내용을 토대로 교과과정을 개발해서 정식 과목으로 분류한다. 기업들은 희망하는 고객 경험을 전하는 데 필요로 하게 될 인재를 계획해서 채용한 뒤, 필요한 모든 장비와 자원을 갖췄는지 확인한다. 심지어 그들은 빈틈없는 스프레드시트를 작성해서 미래 수요에 대비한 5년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러한 푸시는 고객이 수동적이라는 가정 하에 고객의 니즈는 의사 결정권자가 주도해 정한다. 이는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긴밀하게 통합된 공급 체인을 이용한 하향식 방식이다. 푸시는 자원이 제한됐기 때문에 수익률이 가장 높은 분야에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직의 최고 계층은 상황에 대해 가장 많은 결정권을 가지는 반면 조직의 하위 계층은 제안에 대한 보상을 얻기 위해 계획한 시나리오를 조심스럽게 따를 뿐이다.
푸시는 산업 혁명과 증기 엔진, 전기, 그리고 자동차의 발명으로 인해 가장 지배적인 경제 모델이 됐다. 푸시 패러다임에서는 언제나 클수록 좋은데, 보다 능률적으로 일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보다 우수한 커뮤니케이션과 컴퓨팅 기술이 등장해 소비자들은 더 큰 파워를 갖게 됐다. 또 이런 파워를 활용하는 방법도 훨씬 똑똑해지고 있다. 파워는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푸시를 근간으로 한 경제에서 풀이 중심이 되는 경제로의 변화를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는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 세 단계의 풀이 있다.
제1단계는 ‘접근(access)’이다. 적절한 사람들을 알고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경쟁자를 앞질러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다. 페이스북(Facebook), 링키드인(LinkedIn), 트위터(Twitter) 등 디지털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풀 플랫폼은 사람과 원자재, 경험을 찾고, 타인과 협력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해 실험하고 학습하며, 재결합 혹은 임시적인 솔루션 등의 반영을 가능케 한다. 모든 ‘풀 플랫폼’의 중심에는 다른 사람들과 자발적으로 교류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 있다. 풀 플랫폼을 통해 타인의 역량을 거의 무제한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제2단계는 ‘끌어들임(attract)’이다. 이는 뜻밖의 발견(serendipity)이 발생할 수 있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정보나 기술을 보유한 사람 혹은 기업과 우연한 기회에 교류하면서 수년 동안 매달려왔던 문제를 해결하게 되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과거에는 잘 알지 못했고, 따라서 찾는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뜻밖의 발견에 대한 가능성을 높여준다.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하는 회원에게 이 회원을 잘 모르는 사람이 접근할 수도 있는데, 알고 보면 이 회원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 밝혀질 때도 있다.
제3단계는 ‘성취(achieve)’다. 20세기의 푸시 경제에서는 대다수 산업이 제품 제작 및 판매 경험을 축적해 이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경험 곡선이 있었다. 경험이 많을수록 더욱 유능해지며 비용은 낮아졌다. 경험곡선을 통해 시장 리더들은 시장에 들어온 신참들이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경영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험곡선에는 수확 체감이라는 것이 있다. 경험이 많이 쌓일수록 향후 수확을 늘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며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반면 풀 경제는 이러한 역학을 바꾼다. 열정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긴밀하게 협력하는 법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수확 체감이 사라지게 된다. 긴밀하게 협력하면 보다 빠르게 일을 잘 처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 공간(creation space)’을 제공해야 한다. 실제로 창조 공간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흥미로운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식을 함께 실험할 수 있는 장을 말한다.
흥미로운 패러독스는, 가장 훌륭한 창조 공간이란 스스로 조직한 것이 아닌, 최초의 몇몇 사람들에 의해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고안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심사숙고해서 적절한 학습, 협력, 그리고 성과 향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필요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 탄탄하고 유용한 창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참여자, 상호교류, 환경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통합해야 한다.
오늘날 대다수 기업들은 푸시 체제에 단단하게 싸여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계급체계로 구성됐고, 정보는 사다리를 통해 위에서 아래로 전파되고,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예산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대다수 기업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시간 낭비로 여기면서 업무시간 접속을 제한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풀을 수용하려면 대대적인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기업들은 푸시 경영에서 풀 경영으로 바뀔 수 있을까?
①개성을 장려하라
기업들은 너무 오랫동안 표준화된 시스템과 절차를 추구하면서 직원들의 개성을 억압했다. 풀이 도래하면 기업들은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 현명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제약을 가하기보다는 이제 직원들에게 열정과 창의성을 발휘하라고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인재들에게 불빛이 되고 있다. 또 이들 현명한 기업은 흥미로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파악한 다음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사람들을 틀에 찍어내는 것과 같은 회사의 방침을 바꿔서 회사가 직원들의 재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모델로 변경하면, 직장은 더욱 매력적인 곳이 될 것이다.
②임계질량을 만들어라
다른 방식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을 조직 내에서 찾아서 그들과 교류하라. 또 조직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인재를 끌어들이는 ‘풀 플랫폼’을 구상하고 발전시켜라. 감독 하에서가 아니라 스스로 플랫폼을 실험할 수 있게 하라.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활용하면서 진행 상황을 스스로 파악하고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하라.
③플랫폼과 환경을 조성하라
임계질량을 만들었다면 조직의 변화를 현실로 이루기 위해 노력을 확대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변화를 위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우선 새로운 정보기술 플랫폼에 투자하고 활용해야 한다. 또 호기심이 묵인되지 않고 장려되는 환경도 필요하다. 그래야 모두들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있고 참신한 사고와 협력이 환영받기 때문이다. 명령하고 통제하는 경영구조 대신, 보다 많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라. 모든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스킬을 업데이트하고 새롭게 할 수 있도록 장려하라. 창의적인 사고에 관해 기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하고 사람들이 참여하게 하라.
20세기가 푸시 경제였다면 21세기는 풀 경제라고 할 수 있다. 푸시 경제 하에서는 고객이 수동적이라는 가정 하에 의사 결정권자가 고객의 니즈를 창출했다. 반면 풀 경제는 디지털화와 커뮤니케이션 개선 등으로 기업보다 소비자가 더 큰 파워를 갖게 됐다. 파워는 개인에서 기업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푸시 경제에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는다. 1단계는 적절한 사람들을 알고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하는 접근(access)이다. 2단계는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및 기술을 보유한 사람과 교류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발견하는 끌어들임(attract)이다. 3단계는 열정이 있는 사람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성취(achieve)다. 이런 단계가 가능하려면 많은 사람이 교류하면서 서로 윈윈 효과를 누리는 창조 공간이 필요하다.
이 책을 쓴 존 실리 브라운(John Seely Brown)은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교수로 브라운 대학(Brown University)과 미시간 대학(University of Michigan)을 졸업했다. 공동 저자 존 헤겔 3세(John Hagel Ⅲ)는 독립 경영 컨설턴트로 16년 동안 맥킨지컨설팅사에서 근무했다. 공동저자 랭 데이비슨(Lang Davison)은 싱크탱크 기업 딜로이트 센터 포 에지(Deloitte Center for the Edge)의 전무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