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즈니스를 탄생시킨 명문 기업가들은 어떻게 전설을 이뤄냈을까?
이 책은 멀리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자양분을 받은 여명기의 기업들부터, 오늘날 정보 혁명의 주역이 된 신흥 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한 기업들의 역사를 살펴본다. 원제는 ‘American Entrepreneur’. 미국 기업들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저자들은 산업혁명을 계기로 촉발된 영국의 산업주의가 꽃을 피운 곳이 미국이고, 모름지기 수공업이나 가족 기업의 형태를 벗어나 오늘날의 기업 형태를 갖추게 한 모태도 미국식 자본주의라고 강조한다. 500여 개에 이르는 방대한 미국 기업을 망라하는 것은 곧 근대 이후 기업의 역사와 현재를 볼 수 있는 가장 명쾌한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동안 잘 몰랐던 수많은 기업들의 태동기가 담겨 있다.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성찬식용 포도주스를 만든 웰치 목사, 구빈원의 식량 확보를 위해 시리얼을 개발한 켈로그, 직물 공장의 소년 노동자로 고단한 생계 전선에 뛰어든 카네기, 시애틀의 조그만 신발가게에서 시작해 거대 기업을 일군 노드스트롬 등 기업들의 흥미로운 모험담이 풍성하다. 이들이 최초의 고난과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하고 기업을 창조했는지 생생하게 소개돼 있다.
책은 시간의 흐름을 타고 기업가 정신의 태동부터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초창기 형태의 기업들, 본격적인 경영자 집단의 출현, 소비자 시장의 탄생과 대량생산의 시대, 전시와 전후에 등장한 새로운 양상의 기업, 하나가 되어가는 글로벌 시장까지 다양한 모습을 폭넓게 다룬다.
저자들은 미국 기업들의 르네상스를 1980년대로 보고 있다. 이 시기는 20세기 후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할 ‘퍼스널 컴퓨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때로 퍼스널 컴퓨터 혁명을 주도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인터넷에 접속한 컴퓨터들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창출해낸 제프 베조스(아마존 창업자) 등의 기업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의 필요성, 즉 기업가 정신의 발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들도 에필로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당대에 유행했던 아이템들을 알려주는 창업 가이드도 아니고, 한두 기업의 역사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기업 연구 사료도 아니다.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간다. 저자들은 오늘날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낸 주역은 역사의 흐름이나 도도한 트렌드 같은 주어진 운명이 아닌, 그 운명을 기꺼이 거슬러 전설을 만들고자 한 기업가들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이 만든 기업들 중 상당수는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저자들은 기업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기업가는 모험가이자 몽상가이며, 현재의 가능에 안주하기보다 불가능을 발판으로 삼아 미래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들은 관료주의적이 되거나 현재에 정체되어 있는 삶을 거부하고, 자기가 하고 싶고 꿈꾸는 것을 좇아 기꺼이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디딘 사람들이다.”
역사 속의 모든 기업은 꿈꿀 때 번창했고 현상유지를 할 때부터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기업가 정신과 미래의식으로 무장한 기업만이 몇 대를 걸쳐 생존하고 번성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과거는 현재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바로미터다. 끊임없이 변주하며 되풀이되는 현상 속에서 과거의 교훈을 찾아 현재에 적용해볼 수 있다. 저자들의 바람처럼 이 책이 고루한 역사 속 기업들을 살펴보는 박제된 히스토리가 아니라 현재의 열정과 에너지를 충전하는 또 다른 의미의 미래지향적 가이드가 되기를 바란다.
어떤 지도자나 리더 없이도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무리를 ‘스마트 스웜(the smart swarm)’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피터 밀러는 1992년부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선임 편집자로 활동하며 생생한 자연과 인류의 모습을 취재하고 기록했다. 이 책은 스마트 스웜의 행동 패턴을 통해 21세기 사회의 키워드인 집단지능의 과학적 토대를 대중적으로 설명해냄으로써 협동의 과학을 창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자는 자기 조직화, 지식의 다양성, 간접 협동, 적응 모방이라는 네 가지 원리로 영리한 무리의 행동패턴을 정리함으로써 집단지능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했다.
역도태(逆淘汰)란 우성이 도태되고 열성이 살아남는 ‘열자생존’을 뜻한다. 한마디로 인재를 철저하게 망가뜨리는 게임의 법칙이다. 저자는 중국의 과거 역사 속에서 도태돼 온 인재들의 사례를 통해 역도태의 배후를 들춰내고, 역도태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인물들의 성공 법칙을 분석했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장엄한 역사를 이끌며 성공을 거머쥔 자들은 타고난 인재가 아니라 뜻밖에도 평범한 용재들이었다. 이들이 인재를 도태시키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그 조직을 움직이는 숨은 법칙을 꿰뚫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역사 속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