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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화, 피할 수 없다면 지렛대로 써라

권춘오 | 66호 (2010년 10월 Issue 1)

무한경쟁의 시대다. 예전에는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 자체가 높은 진입 장벽이었지만 오늘날은 범용화(汎用化)로 경쟁사의 제품과 기술적 격차가 좁혀지면서 제품 간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
 
범용화를 극복하는 상투적인 대응은 아마도 ‘차별화’일 것이다. 하지만 조만간 경쟁사들 모두 똑같이 매력적인 특징을 갖게 될 때, 차별화는 기업이 기대하는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범용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핵심은 실질적으로 나타나는 범용화의 함정을 파악하고 이해해서 범용화에 존재하는 딜레마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범용화의 함정을 파악하면, 범용화에서 벗어나고 기존 모델을 파괴할 수 있다. 심지어 범용화를 지렛대 삼아 혁신을 꾀할 수 있다. 오늘날 기업들이 직면할 수 있는 범용화의 함정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있다.
 
범용화의 함정 1: 가치 하락
범용화의 함정 중 하나는 ‘가치 하락’이다. 새로운 저가 경쟁자(low-end competitor)가 나타나 지배적인 저가-저편익(low-price & low-benefits)의 포지션을 만들 때 가치가 하락한다. 이는 저가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고, 저가-저편익의 조합자가 시장을 장악하게 한다. 월마트(Wal-Mart), 사우스웨스트(Southwest), 라이언에어(Ryanair)의 등장은 가치 하락 대응책의 좋은 사례다. 이들 회사의 사례처럼 가치 하락에 대응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함정에서 벗어나라! 저가 업체를 피하라. 자금력이 탁월한 저가 경쟁자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선택권은 세 가지 중 하나다. 고가로 전향하거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거나, 아예 시장을 떠나 다른 분야로 이동하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는 주요 항공사들이 국제 노선에 주력할 때 비행 12시간의 단거리 노선에 집중했다. 아시아 제조 기업들이 메모리칩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 인텔(Intel)은 PC 마이크로프로세서 칩 제작으로 방향을 틀어 성공했다.
 
둘째, 함정을 파괴하라! 저가 업체들을 약화시켜라. 분명 저가 업체들의 등장에 대응하는 가장 안전하고 득이 되는 방법은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다. 어떻게 공격하면 될까? 우선 공급 과정을 개혁할 수 있는지 살펴라. 이게 가능하다면 저가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편익을 제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가격에 대한 고객 인식도 바꿔라! 이는 초기 구매가격보다 소유라는 전체 비용에 집중하는 방식일 것이다. GE는 경쟁사보다 전체적인 생애 주기 비용을 낮춰 기관차 및 대규모 터빈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저가 업체들을 물리쳤다.
 
셋째, 함정을 이점으로 활용하라! 저가 업체들을 견제하고 지배하라! 가치 하락에 직면했을 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를 기업의 장점으로 바꾸는 것이다. 타깃(Target)은 가격 외에도 디자인과 스타일을 강조하면서 월마트에 대항했다. 크로거(Krogers)는 저가 제품과 향상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서 월마트의 식료품 사업 진출을 저지했다. 고급 가치제안을 제공하는 것도 좋다. 1970년대, BIC는 일회용 저가 면도기를 시장에 선보였다. 처음에는 질레트도 일회용 면도기로 대응했지만 곧 가격-편익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센서(Sensor) 면도기를 시장에 선보였다. 부드러움, 안전성, 면도의 깨끗함에서 기준을 높여 혁신을 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BIC의 입지는 위축됐다.
 
범용화의 함정 2: 급증
급증은 전혀 다른 가격-편익 이점을 제공하는 수많은 신제품의 등장으로 인해 제품의 가치 제안이 잠식당하는 것을 뜻한다. 신제품들은 고객 풀(pool)의 작은 틈새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거대 시장을 세분화시킨다. 급증의 확실한 조짐은 신제품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가치 제안이 공격받을 때, 다수의 경쟁업체의 공격에 포괄적으로 대응할 자원이 부족할 때, 기존 고객 유지를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할 때 나타난다.
 
급증의 함정에 당한 좋은 사례는 시어스(Sears)다. 시어스는 백화점 소매 부문에서 약 100년간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고급 시장 분야에서는 페더레이티드(Federated)와 같은 지방 백화점, 할인 부문에서는 월마트 및 K마트, 건축자재 및 주택개조 분야에서는 전문업체인 홈데포(Home Depot)와 로우스(Lowe’s), 통신판매 분야에서는 랜즈엔드(Lands’ End) 및 인터넷 후발주자 등이 떠오르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시어스는 저가 가치제안을 이들 할인기업에 양보하고 통신판매 카탈로그를 중단했다. 또 독립 체인점을 매각하고 쇼핑몰의 이미지 전환을 꾀하면서 대처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시어스는 파산 후 K마트에 인수됐다.
급증’을 극복하려면 우선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 싸움을 가려라! 시장에 참여하는 모두를 상대로 계속적으로 싸울 만한 충분한 자원을 보유한 조직은 거의 없다. 따라서 가장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이를 토대로 어떤 위협에 대응해야 하며 어떤 위협에 대응하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서 싸움의 범위를 좁혀야 한다.
 
홀리데이인(Holiday Inn)을 보자. 1970년대 중반, 미국 전역에서 1400개가 넘었던 홀리데이인은 저렴한 가족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있었다. 모든 홀리데이인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데 자동차로 1일 이내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여행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깨끗한 방, 에어컨, 수영장 및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미국 고속도로의 터줏대감이 됐다. 하지만 곧 합리적인 품질의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모텔식스(Motel 6)와 퀄리티인(Quality Inn)이 등장했다. 동시에 숙박비는 비싸지만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호텔 체인점도 나타났다. 홀리데이인은 낮은 수준의 시설을 없애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고가 시장으로의 이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기존 자산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족쇄가 됐고, 늑장 대처는 경쟁업체들에 제압당하는 빌미가 됐다. 1988년, 홀리데이인은 영국 대기업 바스 PLC(Bass PLC)에 매각됐고, 경영권은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룹(InterContinental Hotels Group)으로 넘어갔다.
 
둘째, 함정을 파괴하라! 즉, 위협을 제압하라! 만약 위협을 무력화하거나 허를 찔려 피할 수 없다면 맞불 작전을 벌여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의 성장을 저지하기 위해 MS-DOS에서 그래픽 기능을 활용한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GUI)로 이동했다. 또 워드퍼펙트(WordPerfect)를 몰아내기 위해 워드 프로세싱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로터스(Lotus)의 위협에는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대처했고 나중에는 아예 오피스 패키지로 통합했다.
 
셋째, 함정을 이점으로 활용하라! 위협의 허를 찔러라! 제품의 일차적 편익에 대한 이해를 분명히 하고 새로운 조합을 떠올려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경쟁자들이 깨닫기 전 시장의 다양한 부문에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새로운 고객 세분화를 창조해야 한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에서 합법적인 도박이 가능한 유일한 지역이지만 점차 인터넷 도박 및 유럽과 아시아에 위치한 고급 국제 도박장의 위협에 직면했다. 새로운 시장 창조를 위해 라스베이거스는 주말 유흥 프로그램, 가족 휴가 경험, 고액 베팅 도박 장소 및 성인 엔터테인먼트 등을 마련해 도박의 도시라는 기존 콘셉트에서 벗어났다. 도박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대신 더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범용화의 함정 3: 에스컬레이션
에스컬레이션(Escalation)은 모두가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지만 고객이 받는 혜택은 증가하는 것을 가리킨다. 에스컬레이션의 조짐은 거래량이 증가해도 수익 마진이 줄어들 때, 어제의 편익이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때, 소비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으며 계속해서 보다 적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때 나타난다.
 
델(Dell)은 에스컬레이션의 함정에 톡톡히 당했다. 2000년대 델의 다이렉트 판매 모델은 탄력이 붙었다. 휴렛패커드와 IBM 등 다른 기업들은 델로 인해 제품 가격을 엄청나게 낮은 수준으로 하락시켜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했다. 결국 휴렛패커드는 컴팩(Compaq)을 인수하고 제품을 차별화하면서 대응했다. IBM은 PC 사업을 중국 기업 레노버(Lenovo)에 헐값으로 매각하고 고급 컴퓨터 제품 및 서비스에 주력했다. 갑작스럽게 델의 제품은 저가 시장(레노버)과 고급 시장(휴렛패커드)으로부터 동시에 공격 받았고 델은 모든 제조업체를 상대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에스컬레이션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추진력을 회복하라! ‘기념비적인 일’을 시작하라! 애플은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아이팟(iPod)을 아이폰(iPhone)으로 바꾸면서, GE는 터빈 제작 기업에서 서비스 제공업체로 변모하면서 이런 일을 해냈다. 결국 변화를 이루는 데 더욱 익숙해져야 한다.
 
둘째, 함정을 파괴하라! 추진력을 바꿔라! 이 역시 추진력을 늦추거나 바꿔서 균형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방지해준다. 이전에는 고가의 부가 옵션이었던 일부를 기본적인 표준 패키지로 만들어서 업계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셋째, 함정을 이점으로 활용하라! 추진력을 활용하라! 에스컬레이션은 업계를 조정하고 업계를 통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군용 야간 투시경 제작업체인 ITT 인더스트리(ITT Industries)는 가격, 무게, 크기가 기존 가격의 절반에 그치면서 강도는 1000배나 뛰어난 제품을 판매한다. 이들은 미군용 야간 투시경의 표준을 만들면서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이는 혁신을 꾀하고 규모를 활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는 비즈니스에서 선순환이라 불린다. 가격이 하락하면 시장의 규모가 증가한다. 야간 투시경 기능은 전문가들이 임무를 완수하는 데 사용되도록 출시됐지만 미군의 표준 규격제품이 됐다. 이 경우 더욱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며 심지어 더욱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가격 하락의 압박을 받기 전에 자체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에스컬레이션은 큰 장점이 된다.
 
지금까지 말한 세 가지 범용화의 함정에서 중요한 점은 ‘나타나기 전에 이를 알아차리고,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일’이다. 범용화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모든 하락에는 상승 가능성이 있게 마련이다. 범용화의 함정에 대처하고 기회의 창을 활짝 여는 일은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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