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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동맹자로 만들어라

권춘오 | 1호 (2008년 1월)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공항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약 4만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생체인식시험 프로그램에 서명한 것이다. 이들은 범죄기록 조사, 열 손가락의 지문채취, 홍채인식 등 다양한 검사를 받으며 연회비 100달러를 지불했다. 이유는 공항에서의 수속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생활을 침해받고 연회비까지 지불해야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20∼30분 정도를 기다리는 보안검사를 단 3분 만에 끝마치고자 했다.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속도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그것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최첨단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패스트푸드를 슬로우푸드로 바꿔야 하고, 느리게 살아야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도 등장하고 있지만, 대세는 역시 속도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만드는 속도
속도는 비즈니스에서 큰 기회를 만든다. 체이스 맨해튼(Chase Manhattan) 은행은 현금지급기의 처리 시간을 42초에서 24초로 단축했다. 18초의 차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체이스은행은 ‘더욱 빠른 출금(Get $ Fast)’이라는 테마로 수백만 달러의 광고를 지출했고 엄청나게 돈도 벌어들였다. 비슷한 사례로 게이코(Geico)가 있다. 이 회사는 보험가입에 필요한 시간이 단지 15분이라는 강점을 이용해 세계 4위의 보험업체로 가뿐하게 올라섰다.
 
사람들은 으레 속도가 빠를수록 스트레스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레짐작해왔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는 속담과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서 보듯 ‘빠른 것이 미덕’은 아니라고 의식·무의식적으로 신봉하는 문화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편견을 버려야 한다. 통념에 무조건 거스르자는 것이 아니라, 거북이처럼 탄탄하게 동시에 토끼처럼 빠르게 일처리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단순히 빠른 것을 거부한다면, 오히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속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얻을 게 훨씬 더 많다. 그러기 위해 이제 변해야 한다. 속도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을 버리고 속도를 ‘있으면 좋은 것’에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즉, 속도를 적이 아닌 나를 도와주는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것만 성공한다면, 속도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사라지고, 오히려 더욱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 
 
제트비행기가 돼라
성공적으로 속도와 동맹자가 되려면, 폭발하지 않고 나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에 대한 가장 적절한 모범사례는 바로 ‘제트비행기’가 되는 것이다. 제트기는 민첩하고, 공기역학적이고, 조준정렬이 뛰어나다. 즉 기회나 위협, 반응을 감지하는 민첩함, 가능한한 빨리 가도록 물리적 탄성을 이용한 공기역학, 그리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하는 조준정렬을 갖춰야한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민첩함을 갖추려면, 세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첫째는 새로운 기회를 감지할 수 있는 역량이다. 글로벌화된 시대에는 위험과 기회가 전보다 훨씬 빨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속도를 내려면 주위에 마음을 열어둬야 한다. 또 생각과 행동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겸손과 용기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와 함께 환경변화에 적절히 반응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환경변화에 극도로 민감해야 하며, 이를 분석하고 즉시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공기역학적으로 된다는 것은 조직을 침체시키거나 혼돈을 더하는 장애물을 가만두지 말라는 뜻이다. 장애물을 없애려면 첫째, 여러가지 일을 한번에 하는 다중작업을 피해야 한다. 다중작업은 속도를 올리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대개 혼란을 더하게 된다. 둘째는 생산성을 약화시키는 것들의 제한이다. 방해주체가 사람이든 기계든 상관없다. 현재 IBM은 매주 금요일 지정된 시간에 직원들이 담당 프로젝트에만 집중하고있다. 다우코닝(Dow Corning) 역시 매 분기당 회의가 없는 한주를 정해 직원들은 업무를 마치는데 집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준정렬의 의미는 방향과 균형을 잡는 하나의 통합된 목표를 가지라는 뜻이다. 이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변덕을 부리지말고 꾸준히 장기적 목표에 집중할 때 가능한 일이다. 조준정렬을 하려면 우선 확실한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즉 가치와 가장 뛰어난 강점과 완전히 부합하는 특정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단순화시켜야 한다. 집중과 단순화는 긍정적인 피드백의 순환경로를 만들어 준다.
 
속도가 동맹자가 되면 우리는 매번 하찮은 일에 시간을 덜 낭비하게 된다. 또 꿈을 좇거나 중요하다고 여기는 무언가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속도에 대한 거부반응 버려라
속도의 시대에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제트기를 포함해 네 가지의 행동패턴을 보인다.
 
첫째는, 제플린 비행선이다. 제플린은 속도에 저항한다. 달팽이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더욱 속도를 내야할 때조차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스트먼코닥(Eastman Kodak)은 제플린의 좋은 역할 모델이다. 사실 코닥은 1994년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했지만, 2000년이 돼서야 신기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급부상하는 신기술의 선두주자가 되는 대신, 디지털 이미지 시대에 코닥은 기존필름에 집중하는 보수적인 행동을 보였다. 선점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결국 코닥은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속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코닥은 주주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 회사는 2004년 3분기부터 2년 동안 꾸준히 적자를기록했다.
 
둘째는 풍선이다. 기업 세계에서 풍선은 매우 드물다. 풍선은 속도를 쫓지않으며 사실 그럴 필요도 없는 성공한 기업을 의미한다. 수집가의 아이템을 정교하게 제작하거나 향수 테스트처럼 매우 전문적인 분야에서 일한다면 속도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업계에서 풍선은 존재하기 어렵다. 이들 회사는 대개 틈새시장에서 존재하며 매우 값진 전문적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런 기업은 거대해지려 하지않기 때문에 속도의 잠재적 이익은 의미가 없다. 그들은 한정된 기회를 즐거워한다.
 
셋째는 바틀로켓이다. 바틀로켓은 속도를 수용할 뿐 아니라 어떤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이를 추구한다. 무서운 속력으로 일을 하며 유망해 보이는 신기술은 무엇이든 받아들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바틀로켓은 적절한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대부분 실패한다. 따라서 얼떨결에 방향이 중구난방이 되기 십상이다. 델(Dell)이 그 좋은 예다. 델은 컴퓨터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선구자였고 이런 효율성이 델을 업계 최고로 만들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취향이 급변할 즈음 변화에 실패했다. 오늘날 델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한 경쟁자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이 바로 제트기다. 아마 현대사회에서 대표적인 제트기 스타일 기업은 구글일 것이다. 구글은 민첩하고, 공기역학적이며 집중을 잘한다. 구글이 구글 비디오를 시작할 때, 유튜브(YouTube)가 더 빠르고 좋다고 생각했다. 구글은 경쟁하는 대신 유튜브를 아예 사들였다. 이것이 바로 민첩성이다. 구글은 채용절차를 간소화하고 능률적으로 만들었다. 이제 회사는 지속적으로 인재를 모을 수 있게 됐다. 공기역학적이라는 이야기다. 또 구글은 “현대 모든 광고의 중심”이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다. 회사가 하는 모든 업무는 완벽한 판매와 마케팅 플랫폼 제공이라는 단일한 목표를 향해가 고 있다. 이것이 조준정렬이다.
 
이제 속도에 대한 구시대적 발상과 무의식적 거부반응을 버리자. 그것은 불합리한 경험에 기초한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20년 전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도구와 인식, 그리고 태도의 전환을 통해 속도의 시대에 속도를 동맹자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 빨리!
 
편집자주 이 코너는 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해외 유명 경영서적의 주요 내용을 미리 전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이 책을 쓴 저자 빈스 포센트(Vince Poscente)는 ‘코끼리를 들어 올린 개미(The Ant and the Elephant)’로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현직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전략가로 컨설팅회사인 ‘Be Invincible Group’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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