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최고 데이터 분석 전략가인 닐 호인은 기업들이 같은 정보를 사용하면서도 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쟁에 대응하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는 2500개의 고객사를 만나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 기업이 고객과의 온라인 상호작용에서 자신들이 미리 정해 둔 가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한다는 것. 무작위로 제안을 던지고 한 명이라도 그 제안을 수락하면 그 고객과의 상호작용 과정을 해답으로 여기며 일반화한다. 그는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술집에 가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기와 결혼해달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온라인 마케팅에 지출을 결정하는 CFO(최고 재무 책임자)는 측정 가능하고 확실한 결과를 원한다. 한 번의 클릭으로 몇 명의 고객이 행동하며, 얼마를 지출했는지, 성과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지표로 설명할 수 있어야 지출이 결정되기 때문에 마케터들이 비용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인은 마케터들의 역량이 좁은 상자에 갇혀 있다고 말한다. 1초에 4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사의 구매 전환율을 400% 이상 높이고 2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그는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데이터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도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의 소비는 매번 합리적이지 않으며 대부분의 소비에는 감정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그는 데이터가 고객의 욕망을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마케터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행동경제학을 이해하며 대화를 통해 고객의 욕망을 읽어야 한다. 고객과의 관계를 쌓아 이들의 욕망을 움직이며, 이 관계를 발전시켜 더 뛰어난 성과를 내야 한다.
예컨대 고객을 자극할 수 있는 단어나 이미지, 통계를 노출시켜 고객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점화(priming, 프라이밍)’ 효과라 말한다. 한 게임 회사는 ‘게이머들을 위해서 만들었다’ ‘게임하러 가기’라는 메시지로 유튜브 광고를 제작했으나 반응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 회사는 점화 효과에 기반해 유튜브 광고를 새로 제작했다.
‘당신은 게이머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게이머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지금 바로 합류하기’라는 메시지로 게이머들의 세상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욕구를 자극했다. 이처럼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광고의 클릭 수는 2.3배 늘어났다.
책은 인간의 욕망을 활용하는 법뿐 아니라 생애주기 분석법과 데이터를 활용해 양질의 고객을 선별하는 방법, 구매 전환을 높이는 방법 등을 다룬다. 온라인 광고 점유율 1위 플랫폼 구글이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방법을 전한다.
책의 저자인 이용만 캄보디아 필립은행 공동 CEO는 싱가포르, 홍콩, 캄보디아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활약하고 2008년 캄보디아 프놈펜 상업은행과 2009년 캄보디아 캠캐피털 특수은행을 세웠다. 한국인보다 더 정에 약하면서도 자존심이 센 캄보디아 사람들의 특성을 이해하며 업무 원칙을 세웠다. 현지 사정을 현지인보다 더 잘 알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현지에 대한 이해가 높은 캄보디아 출신 리더를 양성해 권한을 위임했다. 남 탓하지 않는 캄보디아 문화로부터 리더의 역할은 문책이 아닌 용서와 더불어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을 전달하는 일이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다양성이 기업의 과제가 된 지금, 30년 넘게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이끈 리더의 말을 경청해보자.
팬데믹 이후 기업 교육 역시 온라인 교육이 대세가 되는 등 큰 변화를 맞이했다. 그러나 교육생들의 학습을 돕는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으며 학습은 기억으로 완성된다. 어떻게 하면 교육생들이 강의를 효과적으로 기억하게 할 수 있을까? 15년간 대기업에서 강의를 한 저자는 주의 집중, 감정, 인지적 자원 등 뇌 과학의 원리를 해답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좋은 강사가 되기 위한 뇌 과학과 심리학 활용 방법을 소설 형식으로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이 10번의 강의 코칭을 통해 문제와 답을 찾는 과정에서 뇌 과학, 심리학 연구 결과와 강의 스킬이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강의뿐 아니라 보고나 발표처럼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