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가 돌아왔다. 강제로 규제하거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약간의 개입만으로 바람직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선택 설계’ 개념을 소개하며 반향을 일으킨 저자들이 초판 발간 13년 만에 파이널 에디션을 내놓았다. 동성 결혼 등 사회적 인식 변화를 거쳐 이제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제도나 사례들을 빼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국가 이기주의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기후 위기 등 최신 사례를 추가했다.
저자들이 말하는 넛지는 한마디로 말하면 ‘바람직한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넛지에 도움이 되는 요소는 바로 ‘재미’다. 유도하고자 하는 행동을 재미있는 놀이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호기심을 자아내고 기대하게 만들 때 사람들은 기꺼이 하겠다고 달려든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유명한 대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장난꾸러기 소년 톰은 나쁜 짓을 하다 걸려 이모로부터 판자 울타리를 하얀색 페인트로 칠하라는 벌을 받는다. 페인트칠을 지루해 하던 톰은 꾀를 낸다. 길 가던 친구 벤에게 보란 듯이 무척 즐거워하며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 벤은 자기도 한번 해보자고 하지만 톰은 거절한다. 재미있는 일을 양보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벤은 갖고 있던 사과를 톰에게 건네며 사정하다시피 해 붓을 넘겨받고는 페인트칠을 한다.
이 원리는 폴크스바겐그룹이 광고사 DDB 스톡홀름과 함께 제작한 ‘펀 이론’ 시리즈 동영상에 활용됐다. 영상의 배경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나란히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지하철역. 이곳의 계단을 거대한 건반으로 만든 후 오가는 사람들은 계단에서 폴짝폴짝 뛰거나 춤을 추기도 한다. 광고는 이 작업을 한 뒤로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66%나 늘었다고 밝힌다. 특정 행동을 재미있어 보이게 만들어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한 것이다.
이처럼 여러 부문에서 활용되며 실효성이 입증된 넛지지만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넛지가 사람을 조종하는 속임수에 불과하고 인간으로부터 선택의 자유를 빼앗는다거나 넛지 대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넛지 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지상주의적 간섭주의(libertarian paternalism)’를 재정의하며 이런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넛지는 사람들에게 특정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건강하고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