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삶의 재발견

229호 (2017년 7월 Issue 2)

혼자 살아가는 삶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방송에서는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담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나 간편 가정식, 셰어하우스 같은 1인 가구 관련 산업은 몇 안 되는 호황 업종 중 하나로 꼽힙니다. 혼자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문화, 여행, 레저 활동 등에 대한 지출이 높기 때문에 해당 산업 분야에서 소비의 중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편의점의 성장은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사업 기회에 잘 대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시선은 과거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기 때문에 외로움은 회피의 대상으로 여겨졌습니다. 실제 진화 과정에서 외로움을 벗어나려는 성향을 가진 인간이 사냥과 종족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는 유전자는 진화의 산물로 여겨집니다. 일부 학자들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전통적인 시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일군의 철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외로움과 고독을 구분합니다. 외로움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싶은데 이것이 불가능할 때 생겨나는 고통스러운 감정인 데 반해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긍정적인 상태라는 해석입니다.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는 관점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명상같이 심층적인 내면의 세계로 몰입하게 도와주는 활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창의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큰 도움이 됐던 경험을 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베토벤이 작곡가에겐 생명과도 같은 청력을 잃고도 위대한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도 외로움이 아닌 고독을 창조의 힘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고독력> <혼자 있는 시간의 힘> <혼자 사는 즐거움>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등 혼자 사는 삶의 가치를 조명한 책들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솔로 이코노미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특히 솔로 이코노미를 주도하고 있는 밀레니얼세대의 특징을 분석한 글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조용히 살지만 잊히기는 싫다”는 가수 이효리 씨의 말처럼 밀레니얼세대는 적극적으로 고독을 선택하면서도 필요할 때에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인간적 교류 없이 특정 활동만 함께하는 ‘무교류 동호회’도 눈길을 끕니다. 예를 들어 같이 밥 먹을 사람을 구하는 앱을 통해 만난 밀레니얼세대는 이름이나 소속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진짜 밥만 먹고 헤어진다고 합니다. 대화 없이 순수하게 자전거만 함께 탄 후 헤어지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사회적 관계를 가지면 소속감과 편안함 등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등 부정적 감정도 감수해야 합니다. 부정적 감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밀레니얼세대 특유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는 셈입니다.

혼자 사는 삶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입니다. 그만큼 이에 대한 학문적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유럽의 대도시에서는 1인 가구 비중이 60%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솔로 이코노미에 대한 고민 없이 기업의 미래를 잘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솔로 대중화 시대를 맞아 기업이 미래 전략을 준비하는 데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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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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