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배우는 발상의 전환: 노인과 바다

‘노인’이 묻는다,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고

230호 (2017년 8월 Issue 1)

편집자주

‘SERI CEO’를 탄생시켜 CEO의 인문학 열풍을 일으킨 강신장 대표가 고전에서 발견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원고는 저서 <고전 결박을 풀다 (모네상스, 2017)>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1. 클로즈업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평생 고기잡이를 해온 노인이었다.

하지만 여든 날 하고도 나흘이 지나도록 한 마리의 고기도 낚지 못했다.”

1954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차지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첫 문장이다.

드넓은 카리브 해에서 84일 동안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해 초조하고 괴로운 늙은 어부 ‘산티아고’. 그러던 어느 날, 홀로 바다에 나간 그의 낚싯바늘에 18척 크기의 청새치가 걸려든다.

얼마만의 일이든가! 산티아고의 눈이 번쩍 뜨인다.

하지만 그의 조각배로는 감당하기 힘든 청새치. 그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청새치와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며 꼬박 사흘 밤낮을 씨름하고 나서야 뱃전에 청새치를 매달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항구로 돌아오던 중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상어떼의 공격을 받는다.

중과부적임이 분명한 상황에도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소리치는 산티아고.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파멸 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사투(死鬪)를 벌인 끝에 새벽녘에야 도착한 항구. 청새치는 앙상한 뼈를 드러내고 이제 산티아고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는 지친 몸을 누이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깊은 잠에 빠져든다.



#2. 깊이 읽기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 <노인과 바다>.

얼핏 보면 이 소설은 늙은 어부가 천신만고 끝에 청새치를 잡았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단순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헤밍웨이가 전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그 가치 때문 아닐까?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여기서 주목할 것은 헤밍웨이가 ‘파멸(destroy)’과 ‘패배(defeat)’를 엄격히 구별했다는 점이다.

‘파멸’은 물질적 가치의 파멸을, ‘패배’는 정신적 가치의 패배를 의미한다.

산티아고는 물질적으로 파멸당했을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조금도 위축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애써 잡은 청새치를 상어떼에게 모두 빼앗겨도, 자신의 힘으로 상대하기 힘든 무자비한 힘에 맞서다

쓰러진다 해도, 분명 최선을 다했기에 그의 인생은 결코 헛되거나 가치 없지 않았다.

투쟁 후 빈손으로 돌아온 그날 밤, 그가 편안히 잠들 수 있었던 이유다.

때론 거칠고, 때론 비정한 인생의 바다에서, 당신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가?

결과만을 좇으며 과정의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헤밍웨이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통해 인생을 노래한다. 드넓은 바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의 무대에서 죽을 힘을 다해 애쓴 일들이 모두 물거품이 돼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인생을….

노인은 오늘도 거친 바다를 향해 힘차게 노를 젓는다.

“누가 알겠어? 오늘 운이 다가올는지. 하루하루가 모두 새로운 날이 아닌가!”


039



#3. 비즈니스 인사이트

경영자라는 업(業)의 본질은 ‘도전’이다. 그 도전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것이고, 성공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이 도전은 늘 낯설고 외롭다. 마치 작은 조각배에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였던 산티아고처럼, 경영자는 실낱같은 성공의 가능성에 승부를 걸고, 오늘도 비즈니스의 바다에 나간다.

만약 오랜 시간 피땀 흘려 추진했던 신규 사업이나 신제품 개발, 마케팅 프로젝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참담한 결과를 냈거나 심지어 수포로 돌아갔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모든 실패는 우리를 주눅 들게 한다. 실패는 사람들이 면목을 세울 수 없게 만들며, 땀 흘린 모든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일어설 수 없도록 짓누른다. 우리 사회에서 실패는 한마디로 ‘죄’인 것이다. ‘결과 지상주의’가 우리를 인생의 패배자로 내몰고 있다.

지금 비즈니스의 바다에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불고 있다. 2011년 세계 1등, 2012년 세계 1등을 했던 노키아가 2013년에 파산하고 말았던 것처럼 오늘 가장 성공적인 사업조차도 내일의 운명을 알 수 없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경영자는 과연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산티아고가 우리에게 말한다. 도저히 우리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무자비한 힘이 있어 그것에 맞서다 결국 쓰러진다 해도 만약 지금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은 헛된 삶이 아니라고, 또 헛된 삶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지금 온갖 정성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패배하지 않는 인생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가고 있습니까?”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ceo@monaissance.com

필자는 삼성경제연구소 시절 대한민국 최대 CEO 커뮤니티 ‘SERI CEO’를 만들었다. ㈜세라젬 사장일 때는 몸을 스캐닝한 후 맞춤 마사지하는 헬스기기 ‘V3’를 개발했다. IGM세계경영연구원장 시절에는 경영자를 위한 ‘창조력 Switch-On’ 과정을 개발했다. 2014년 2월 복잡한 인문학 지식을 ‘5분 영상’으로 재창조하는 콘텐츠 기업 ㈜모네상스를 창업했으며 한양대 경영학부 특임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0호 Ontact Entertainment 2020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