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

CEO가 “최고”를 외쳐도 실천하는 건 직원! 가치기반 리더십으로 사람을 리드하라

고영건 | 194호 (2016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세기 위대한 심리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릭 에릭슨은 인간이 심리사회적으로 성숙하면서 형성하는 가치에 관해 연구했다. 자신과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희망’ ‘의지’ ‘목적성’ ‘유능성’ ‘충심’ ‘사랑’ ‘보살핌’ ‘지혜의 가치를중심 가치로 상정했고, ‘지능’ ‘인기’ ‘즐거움’ ‘권력’ ‘학력’ ‘개성’ ‘신체적 매력’ ‘사회적 지위 ‘2차 가치로 구분했다. 중심 가치보다 2차 가치를 더 중시하거나, 중심 가치를 연령대에 맞지 않게 추구하는 것 모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에릭슨의 이러한 가치지향성 발달 이론에서 도출된 교훈을 토대로 기업의 가치를 만들고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CEO는 가치 기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고 기업은가치 중심의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심리학은 현재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고독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경영 현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치르고 있는 CEO들은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각종 이론심리학에도 정통한 고영건 교수가 경영자들이 심리학 이론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을 연재합니다.

 

일본의 후지겐(FujiGen)은 세계 최고의 전기 기타 브랜드 중 하나다. 재즈 기타계의 신으로 추앙받는 조지 벤슨(George Benson)을 비롯해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후지겐이 만든 전기 기타를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겐의 요코우치 회장은 1960년 외양간을 개조한 곳에서 창업한 지 20년 만에 세계 1위의 기타 제조 회사를 탄생시켰다. 아직까지도 후지겐은 세계 기타 시장의 3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그 화려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후지겐도 심각한 위기를 겪은 적이 있었다. 1970년대 초에 오일쇼크 때문에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이었던 후지겐은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에 처했다. 이때 요코우치 회장은 회사의 핵심 가치로세계 최고의 기타를 만드는 것을 설정했다. 그리고 최고의 기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최고가 돼야 한다는 신념에 기초해 통념에 반하는 놀라운 결정을 내리게 된다. 바로 회사가 심각한 적자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급여를 오히려 인상하고 공장 생산 시스템도 자동화해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했으며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한 것이다.

 

요코우치 회장은 세계 최고의 명기(名器)를 탄생시킨 경영 비결을 소개하면서세계 최고의 기타를 만들라고 아무리 외쳐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 바로 직원들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리고 경영자의 핵심 과업에 관해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바로 사람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공장은 사람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훌륭한 사람을 만들면 그들이 훌륭한 기타를 만듭니다.”

 

전설적인 CEO 잭 웰치(Jack Welch) 역시 요코우치 회장과 동일한 신념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는사람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제아무리 전략이 그럴 듯하더라도 그러한 전략을 실천할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면 훌륭한 전략도 결국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Jim Collins)는 경영자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바로 회사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적절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조직화해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인재를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이것은가치 기반 리더십(Values-Based Leadership)’의 핵심 이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CEO가 가치 기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할 때 가치문제에 관한 심리학적인 이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에 해당된다. 이런 점에서 후기 프로이트학파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에릭 에릭슨(Erik H. Erikson)이 제안한가치 지향성 심리발달 이론은 기업에서 가치 기반 리더십을 효율적으로 적용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덴티티 이론의 거장, 에릭슨

 

 

 

 

20세기 지성사를 빛낸 거장 중 하나인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전 생애에 걸쳐 개인의 가치 지향성(value orientation)이 어떻게 발달해 나가는지를 이론화함으로써 심리학뿐만 아니라 교육, 사회, 정치, 경제,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그의 이러한 이론은 프로이트(Freud)가 주로 초기 아동기의 심리-성적인 욕구를 강조했던 것과 대비하는 맥락에서전 생애 발달이론혹은심리사회적 발달이론이라고 불린다. 흥미로운 점은 학문적으로 경이적인 성취를 일궈낸 에릭슨이 실제로 걸어갔던 삶의 여정이 더욱더 드라마틱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에릭슨은 평생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야 했다. 유태인이었던 에릭슨의 어머니는 첫날밤에 남편과 이혼을 결심했다. 첫날밤을 보내기도 전에 남편이 범죄 때문에 해외로 도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여성편력이 심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 후 에릭슨의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방황하면서 여러 남성들과 관계를 가졌고 누가 아이의 아버지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에릭슨을 낳았다. 훗날 에릭슨의 어머니는 의사였던 유태인 양부와 재혼을 해서 에릭슨을 유태인 율법에 따라 유태인으로 양육하게 된다. 에릭슨은 유태인 가정에서 자라났지만 유태인 사회 내부에서는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왜냐하면 에릭슨은 전형적인 유태인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에릭슨은 키가 크고 금발이며 푸른 눈동자를 가진 덴마크인 같은 인상을 주었다. 에릭슨은 실제로 평생의붓아들 테마(stepson theme)’ 때문에 고통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었던 에릭슨이 아이덴티티(identity)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1950년 에릭슨은 <아동기와 사회(Childhood and Society)>라는 저서에서삶의 주기(Circle of Life)’ 모델을 제안했다. 그의 아이덴티티 이론은 삶의 주기 모델의 일부에 해당된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3년에 비록 공식적인 학력은 고졸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인문학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제퍼슨 강연자(Jefferson Lecturer)로 선정됐다. 에릭슨이 200여 명의 명망 높은 학자들을 제치고서 이 상을 수상한 것은 그가 제시한 가치 지향성 심리발달 이론의 학문적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에릭슨의 가치 지향성 심리 발달 이론

 

흔히 사람들은 발달이라고 하면 영·유아기에서 어른이 되기 전까지의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에릭슨은 인간의 삶에서 가치지향성 문제를 중심으로 한 발달적인 위기가 평생에 걸쳐 일어나며 각 시기마다 사람들이 삶에서 추구해 나가야 할 중요한 발달적 가치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에릭슨의 공헌은 무엇보다도가치 지향성(value orientation)’이라는 개념에 기초해전 생애 발달(life span development)’ 이론을 심리학적으로 정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에릭슨은 질적으로 다른 행동특징을 나타내는 일련의 가치 지향성 발달 단계가 불변적인 순서로 진행되며 이러한 단계들이 삶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고 믿었다. 그는 각 단계마다 심리사회적 위기를 경험하게 되며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가에 따라 특정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개인적 통제력이 좌지우지된다고 봤다. 그에 따르면 성숙한 개인은 각 발달단계마다 심리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과제들을 잘 해결하기 위해 특정 가치에 대한 지향성을 나타내게 되며 그 결과, 각 발달단계에 고유한 덕목(virtue)들을 터득하게 된다.

 

 

각 발달단계마다 심리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과제들을 잘 해결하기 위해 특정 가치에 대한 지향성을 나타내게 되며 그 결과,각 발달단계에 고유한 덕목(virtue)들을 터득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에릭슨은 학자로서 프로이트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에릭슨의 이론이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발달이론에 담겨 있는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개념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을지라도 발달이론의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에릭슨의 이론은 프로이트의 모델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

 

첫째, 에릭슨의 이론에 담겨 있는메타포는 프로이트의 본능에 기초한 메타포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인상을 준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유아기에 어머니가 자신을 안아 주고 눈을 맞춰 주기를 바라는 유아기적 욕구가 잘 충족되지 않는 경우 상징적으로 구강기적인 의미를 갖는 행동 패턴(예컨대, 먹는 것과 수다 떨기에 집착하는 것)을 나타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프로이트는 유아기의빨기 욕구가 마치 본능만큼이나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요인이라고 봤다. 하지만 에릭슨은 프로이트의 구강성(orality)이라는 메타포를기본적 신뢰 대 불신(Basic Trust vs. Mistrust)’이라는 심리-사회적인 특징을 갖는 메타포로 전환했다. 에릭슨에 따르면, 인간은 기본적 영양 상태가 유지되는 한 유아기에 빨기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발달과정에서 본능이라고 평가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반면에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안정적인 양육자가 제공해 주는 사랑의 눈 맞춤과 포옹이 없다면 인간은 발달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프로이트는 청소년기 이후의 발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반면 에릭슨은 전 생애에 걸친 발달과정을 소개했다. 특히 프로이트는 인생을 결정짓는 주요한 사건들이 5세 이전에 모두 진행된다고 주장한 반면에 에릭슨은 의미 있는 발달적인 변화가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에릭슨은 프로이트의 발달이론을 확대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다.

 

가치 지향성 발달 검사: 내 삶의 여정은 올바른 궤도를 따라가고 있는가?

 

에릭슨의 가치 지향적 발달이론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기에 앞서 자신의 삶의 여정에 대한 진단적 체크업(checkup)을 해보고자 한다면 다음에 제시된 물음에 직접 답해보기 바란다. 비록 단축형 검사일지라도 가치 지향성 검사는 현재 당신의 삶의 여정이 올바른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다음 문단에는 16가지 사회적 가치들이 제시돼 있다. 그 목록을 찬찬히 살펴본 후 현재 당신이 가장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고 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세 가지를 선택하기 바란다. 이때 중요한 점은 반드시현재 나의 삶을 기준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중요했던 가치도 아니고 미래에 중요해질 가치도 아닌, 오직 현재 당신이 중요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가치를 선택하기 바란다. 비록 제시된 목록 속 가치들이 당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더라도 지금 현재 다른 가치들보다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더 중요하게 느껴지거나 자신이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항목들을 선택하기 바란다. , 아무리 세 가지를 고르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반드시 3개만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제한 시간은 3분이다.

 

1. 희망: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무기력감에 빠지지 않는 것

 

2. 지능: 지적으로 우수해지는 것

 

3. 의지: 자신의 행동을 타인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통제하는 것

 

4. 목적성: 삶의 목표를 정한 후 그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5. 인기: 다른 사람들이 커다란 관심을 갖고 좋아해 주는 것

 

6. 유능성: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

 

7. 즐거움: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활동을 실천하는 것

 

8. 충심: 자신이 세운 신념을 외압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하게 지켜내는 것

 

9. 권력: 자신이 원하는 뜻을 관철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을 갖는 것

 

10. 사랑: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도 불구하고 상호 호혜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

 

11. 학력: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는 학교에서 교육받는 것

 

12. 개성: 세상 사람들 중 나만이 갖고 있는 특징

 

13. 보살핌: 자녀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

 

14. 신체적 매력: 성적인 매력을 포함해 매력적인 외모를 갖는 것

 

15. 지혜: 세상일들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것

 

16. 사회적 지위: 현재 활동하고 있는 분야에서 높은 자리로 승진하는 것

 

 

 

 

가치 지향성 발달 검사의 채점

 

본 가치 지향성 발달 검사를 채점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심 가치와 2차 가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심 가치는 심리학 연구들(예컨대, 긍정심리학)에서 인간의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가치로 평가된 것들을 말한다. 에릭슨은 이러한 중심 가치들을 발달 덕목(virtue)이라고 불렀다. 다음으로 2차 가치는 상대적으로 행복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선호하는 가치에 해당된다.

 

● 중심 가치: 희망, 의지, 목적성, 유능성, 충심, 사랑, 보살핌, 지혜

 

2차 가치: 지능, 인기, 즐거움, 권력, 학력, 개성, 신체적 매력, 사회적 지위

 

본 가치 지향성 발달 검사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당신이 선택한 3가지 가치 중에서 중심 가치가 2차 가치보다 더 많은가 하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2차 가치가 무가치하거나 삶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2차 가치도 사회생활에서 어느 정도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2차 가치가 중심 가치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

 

만약 중심 가치가 2차 가치보다 더 적거나 중심 가치를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현재 자신의 삶이 행복한지,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차분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앞서 소개한 것처럼 2차 가치는 사람들이 선호할지라도 행복해지는 데는 별로 도움을 주지 않는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행복해지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 가치들을 더 중시하는 사람은 행복해지는 데 도움을 주는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람에 비해 행복감을 경험하는 데 불리할 수밖에 없다.

 

둘째, 만약 당신이 중심 가치를 선택한 경우, 그 중심 가치가 심리사회적 발달의 측면에서 당신의 연령대에 부합되는 가치인가 하는 점이다. 자신의 연령대에 부합되는 가치를 선택하는 경우 심리사회적인 적합도가 높은 형태의 삶, 즉 자신의 나이와 조화를 이루는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각 중심 가치에 부합되는 연령대는 < 1>에 제시돼 있다.

 

요약하면, 가치 지향성 발달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예시를 위해 46세의 직장인 4명의 결과를 비교해 보겠다.

 

● 만약 본 검사에서 46세의 홍길동 부장이 보살핌, 유능성, 사회적 지위를 선택했다면 홍길동 부장은 본 가치 지향성 발달 검사에서 요구하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삶을 성숙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만약 본 검사에서 46세의 김선희 부장이 보살핌, 권력, 사회적 지위를 선택했다면 김선희 부장은 본 가치 지향성 발달 검사에서 요구하는 한 가지 조건(연령대에 맞는 중심 가치의 선택)만을 충족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나이에 어울리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 만약 본 검사에서 46세의 이영희 부장이 희망, 사랑, 사회적 지위를 선택했다면 이영희 부장은 본 가치 지향성 발달 검사에서 요구하는 한 가지 조건(중심 가치를 2차 가치보다 더 많이 선택)만을 충족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비교적 즐거운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나이에 어울리는 형태의 의미 있고 지혜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 만약 본 검사에서 46세의 전우치 부장이 사회적 지위, 유능성, 신체적 매력을 선택했다면 전우치 부장은 본 가치 지향성 발달 검사에서 요구하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미충족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삶을 성숙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삶에서 터득해야 하는 첫 번째 가치: 희망

 

에릭슨에 따르면, 인간의 삶에서 첫 번째 심리사회적 발달 과제는 출생 직후에 경험하는 무기력감에서 벗어나 세상에 대한기본적 신뢰감(basic trust)’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가 문제되는 시기는 출생 후부터 약 18개월까지의 기간으로서 이 단계의 심리사회적 위기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육에서의 일관성, 신뢰성, 예측성이 중요하다. 만약 이 시기의 심리사회적 위기를 잘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남의 말과 행동을 의심하는 불신(mistrust)의 늪에 빠지게 된다.

 

에릭슨은 개인이 생애 첫 번째 발달 단계에서희망(hope)’의 덕목을 터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희망은 생애 초기를 얼룩지우는 어두운 본능적 충동과 격렬한 노여움 속에서도 자신의 바람과 소망이 결국에 가서는 달성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희망은 영유아기에 자신의 곁을 지키는 신뢰도 높은 양육자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또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해 주는 등의 따뜻한 관계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희망의 덕목을 터득한 사람은 일시적으로 좌절하고 낙담하더라도 곧바로 더 나은 기대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 삶에서 희망의 가치를 터득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영업왕 빌 포터(Bill Porter)를 들 수 있다.

 

193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빌 포터는 난산 상황에서 의사의 실수로 뇌가 손상된 탓에 언어장애와 사지근육마비를 동반하는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태어났다. 그는 손을 못 쓰고, 등과 어깨가 굽었으며 정상적으로 걷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성인이 됐을 때, 그는 네 곳에 취직했지만 며칠 안 가 모든 곳에서 내쫓기는 신세가 됐다. 병원에서는 약병을 깨뜨렸고 대형마트에서는 계산기 숫자를 잘못 눌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는 꿈을 갖게 됐다. 그는 영업사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회사를 찾아다녔지만 뇌성마비 문제 때문에 어떤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비인기 지역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겠다고 간청한 끝에 마침내 생활용품 회사 왓킨스(Watkins)에 기본급 없이 판매수당만 받는 조건으로 취직하게 됐다.

 

 

 

 

천신만고 끝에 영업사원이 된 빌 포터는 매일 5시 이전에 일어나 3시간에 걸쳐 출근 준비를 했다. 또 그는 어눌한 말투 때문에 남들보다 더 꼼꼼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는 손이 너무 뒤틀려 있어서 구두끈을 맬 수 없었기 때문에 아침마다 구두닦이에게 들러서 구두끈을 매달라고 부탁했다.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그는 매일 고객으로부터 차갑게 문전박대 당했다. 하지만 그는 그때마다 그러한 스트레스 사건을 앞으로 더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재방문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빌 포터는 영업사원이 된 후 24년 동안 매일 8시간 이상씩 미국 포틀랜드 지역의 주택가를 돌며 물건을 팔았다. 그의 오른손은 제대로 펴지지도 않았고, 굽은 등은 늘 고통을 줬으며,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매일 여덟 시간 동안 15㎞를 걸으며 100여 곳의 집 문을 두드렸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빌 포터는 자신의 바람대로 왓킨스의 판매왕이 됐다.

 

삶에서 터득해야 하는 두 번째 가치: 의지

 

에릭슨에 따르면, 두 번째 심리사회적 발달 과제는 주변의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 맞서자율성(autonomy)’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18개월∼3세 사이의 시기로서 이때는 아동의 욕구와 사회의 규제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이뤄진다. 통상 배변훈련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나듯이 아동은 배변을보유(retention)’하거나배설(expulsion)’하고자 하는 상반된 충동 속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법을 훈련하게 된다. 아동의 욕구와 사회의 요구가 잘 조화된 상태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면 자율성이 획득되는 반면 이에 실패하는 경우에는 수치심(shame)과 회의(doubt)를 경험하게 된다.

 

 

 

 

에릭슨은 개인이 두 번째 발달 단계에서의지(will)’의 덕목을 터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의지는 무기력한 유아기 때 불가피하게 경험하게 되는 실패와 수치 경험 속에서도 자유로운 선택을 고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지의 덕목을 터득함으로써 우리는 두 가지 상충되는 힘이 함께 존재하는 여러 복잡한 상황들 속에서도 적절히 판단내리고 의사결정하는 능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삶에서 의지의 가치를 터득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오토다케 히로타다를 들 수 있다.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중증 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다른 아이들은 그의 전동휠체어를 매우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는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쉽게 하는 거의 대부분의 일들을 그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들여 하거나 아예 할 수조차 없었다. 그때마다 그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5학년 때 운동회를 앞두고 담임 선생님은 그에게 친구들과 함께 달리기 시합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는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에게 100m의 중간지점인 50m에서부터 달릴 것을 제안했다. 그때부터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특별 훈련을 하면서 결전의 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운동회 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중간 지점인 50m에서부터 친구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다른 아이들이 모두 그를 추월해 버렸고 결국 그는 혼자서 달렸다. 다른 친구들보다 20초 이상 늦게 도착했지만 운동장에는 그를 응원하는 소리로 가득 들어찼다. 이때 그는 세상 누구보다도 더 행복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경기 직후 담임 선생님은 그에게 다가가 내년에도 또 달릴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채 0.1초도 걸리지 않고!”라고 힘차게 대답했다.이처럼 의지는 실패와 수치 경험 속에서 꽃피는 덕목에 해당된다. 우리는 이러한 의지를 통해 자신과 환경에 대한 진정한 통제감을 획득하게 된다.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유년기부터 성인 초기까지의 성장과정을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을 통해 알림으로써 사람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는 대학교 졸업 후 스포츠 칼럼리스트와 강연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삶에서 터득해야 하는 세 번째 가치: 목적성

 

에릭슨에 따르면, 세 번째 심리사회적 발달 과제는주도권 혹은 주도성(initiative)’을 갖추는 것이다. 이 단계는 3∼6세에 해당하는 시기로서 이때 아동들은 풍부한 상상력과 활동성을 통해 놀이의 재미를 깨닫게 된다. 이 시기의 아동들은 놀이를 통해 삶의 즐거움을 느끼며 무리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때 아동이 목표 지향적이고 경쟁적인 시도들에 대해 충분히 인정받게 되면 주도성이 잘 발달된다. 반면에 아동의 행동에 대해 처벌적 금지가 가해지게 되면 아동은 자신의 모습에 대해 죄의식(guilt)을 가지게 된다.

 

에릭슨은 개인이 세 번째 발달 단계에서목적성(purpose)’의 덕목을 터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목적성은 유아기 때 현실에서 벗어난 공상적 사고로 인해 맛보게 되는 좌절, 죄책감, 처벌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목표지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삶에서 목적성의 가치를 터득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펠릭스 바움가르트너(Felix Baumgartner)를 들 수 있다.

 

 

 

 

 

1969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는 2012 1214일에 세계 최초로 보호복과 헬멧만을 착용한 상태에서 자유낙하로 음속을 돌파한 인물이다. 헬륨 기구에 달린 캡슐을 타고 2시간30분 동안 성층권으로 올라간 후에 그 캡슐에서 뛰어내린 다음에 약 4분여 동안 자유 낙하를 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러한 도전으로 최고도 낙하산 점프, 기구 탑승 최고도 상승, 자유낙하 음속 돌파의 3개 부문에서 신기록을 달성했다.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 남긴 말은 에릭슨이 말한 목적성이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저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제 꿈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1974년 제가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저는 이 그림(그림4)을 그렸고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제가 1986년에 처음으로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을 때 어머니께서 바로 이 그림을 주셨습니다. 바로 거기에 제 꿈이 있었습니다. 우리 삶의 목적이 제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가 목적에 집중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때, 우리의 생각과 이상이 우리를 과연 어떤 곳으로 데리고 갈 것인지 저는 정말 흥미롭습니다! 부디, 여러분도 저만큼 그림 그리기를 즐기기 바랍니다!”

 

 

삶에서 터득해야 하는 네 번째 가치: 유능성

 

네 번째 단계에서의 심리사회적 발달 과제는근면성(industry)’을 획득하는 것이다. 근면성은 여러 가지 작업에 대해 주의집중과 끈기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단계는 6∼12세에 해당되는 시기인데 이때에는 부모, 교사, 그리고 또래 집단과의 상호작용이 자존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아동이 지적 발달 및 신체적 발달을 통해 주어진 과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면 근면성이 발달하게 된다. 반면에 실패와 좌절이 반복될 경우 열등감(inferiority)과 부적절감을 경험할 수 있다.

 

에릭슨은 개인이 네 번째 발달 단계에서유능성(competency)’의 덕목을 터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유능성은 내적 열등감 혹은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과업을 완수하는 데 있어 뛰어난 솜씨와 지성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을 뜻한다. 삶에서 유능성의 가치를 터득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정주영 회장을 들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정주영 회장의 근면성은 거의 신화에 가까울 정도다. 다음에 나오는 그의 말은 근면성의 심리사회적 발달과제를 터득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보여준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새벽 일찍 일어났다. 왜 일찍 일어 나느냐 하면, 그날 할 일이 즐거워서, 또 오늘은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와 흥분으로 설레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기분은 소학교 소풍가는 날의 설렘, 바로 그것과 똑같다.”

 

또 정주영 회장은 유능성의 화신과도 같은 존재다. 정주영 회장은 자신감과 열정을 바탕으로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해낼 수 있다는 유능성을 보여준 수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중 거북선 그림이 들어 있는 500원짜리 지폐로 조선소를 건설해낸 일화는 그의 유능성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정주영 회장은 1971년 울산 미포만에 조선소를 세우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미쳤다고 평가했다. 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으며, 경험도 없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조선소를 건설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주영 회장은 혼자서 미포만 모래사장 사진 한 장과 외국에서 빌린 유조선 설계도 한 장을 들고 유럽 출장을 떠났다. 먼저 정주영 회장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영국 A&P 애플도어사의 롱보텀(Charles Longbottom) 회장을 만나 차관을 요청했다. 당연히 롱보텀 회장의 첫 번째 반응은 ‘No’였다. 그때 정주영 회장은 5백 원짜리 지폐 뒷면의 거북선을 보여주면서우리는 영국보다 무려 300년 먼저 철갑선을 만들었소. 그리고 이 철갑선으로 임진왜란 때 일본군을 다 무찔렀소. 단지 산업화가 늦어졌을 뿐 잠재력은 그대로 갖고 있소라고 열정적으로 설득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차관을 얻는 데 성공한 정주영 회장은 그리스의 선엔터프라이즈(Sun Enterprise)사의 리바노스(George S. Livanos) 회장을 찾아가 같은 방법으로 마침내 26만 톤짜리 배 두 척을 주문받는 데 성공한다. 이처럼 유능성은 삶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낼 수 있는 원동력의 역할을 한다.

 

삶에서 터득해야 하는 다섯 번째 가치: 충심

 

다섯 번째 단계에서의 심리사회적 발달 과제는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청소년기(12∼18)에 해당되는 시기다. 아이덴티티는 자신에 대해 느끼고 아는 모든 것으로서 과거, 현재, 미래의 자기개념을 모두 포함한다.

 

에릭슨은 개인이 다섯 번째 발달 단계에서충심(fidelity)’의 덕목을 터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충심(忠心)은 가치체계의 피할 수 없는 모순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선택한 것을 충실하게 지켜나가는 능력을 뜻한다. 삶에서 충심의 가치를 터득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이스라엘의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David Ben-Gurion)을 들 수 있다.

 

 

 

 

이스라엘의 지도자로서 다비드 벤구리온은 아랍연합군과 끊임없는 영토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랍연합군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영토를 포기해서라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고통스러운 양보(painful concession)”라는 소신발언을 함으로써 자국민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고통스러운 양보라는 발언은 영토의 포기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러한 발언이 몰고 오게 될 파장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1970년에 정계를 은퇴한 뒤 그는 자신이 살던 키부츠로 돌아가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다비드 벤구리온이 세상을 떠났을 때, 이스라엘 국영방송은 그의 생활공간을 공개했다. 그의 방에는 야전침대와 담요 두어 장, 그리고 평범한 책상 하나가 있었는데 그 책상 위에는 유대인의 성경책 한 권, 필기도구 몇 개, 몇 개의 컵이 올려진 쟁반 하나, 그리고 독서용 스탠드 하나가 전부였다. 이것들이 바로 벤구리온이 살아 생전에 소유했던 것의 전부였다. 1998 5, <타임>지는 다비드 벤구리온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삶에서 터득해야 하는 여섯 번째 가치: 사랑

 

여섯 번째 단계에서의 심리사회적 발달과제는 사회적 관계에서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초기 성인기에 해당하는 시기다. 친밀감(intimacy)은 자기 상실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정체감을 다른 누군가의 정체감과 융합시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자기 자신의 정체감을 형성하는 과정이 없다면 친밀감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이 시기에 사회에서 진정한 상호관계를 획득하지 못하면 고립감(isolation)에 빠지게 된다.

 

에릭슨은 개인이 여섯 번째 발달 단계에서사랑(love)’의 덕목을 터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사랑은 남녀관계를 비롯해 모든 관계 속에 본질적으로 내재돼 있는 갈등과 반목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상호 헌신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한다. 삶에서 사랑의 가치를 터득한 대표적인 커플로는 미국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John Adams)와 그의 아내 아비가일(Abigail)을 들 수 있다.

 

 

 

 

존 애덤스와 아비가일의 러브스토리는 미국의 역사에서 아름다운 것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들의 사랑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미국의 역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격동기가 그들 사이를 반 세기 동안이나 갈라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헌신과 사랑이 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이 어떠했는지를 상징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110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편지 속에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그들이 서로에 대해 조언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서로에 대해 서운해 하는 감정이 다양하게 녹아들어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편지 속에는 그들이 상호 간의 갈등과 반목을 사랑의 힘을 통해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었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편지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든지 간에 서로가 항상 최상의 동반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표현을 포함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존 애덤스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는 미국에서 아름다운 사랑 우표의 도안으로 이용되기도 했으며 아비가일이 남편에게 편지 쓰는 모습은 미국의 조폐국에서 발행한 금화에 새겨지기도 했다.

 

삶에서 터득해야 하는 일곱 번째 가치: 보살핌

 

일곱 번째 단계에서의 심리사회적 발달 과제는 생산성(generativity)이다. 중년기에 들어서면 사회적으로, 직업적으로, 가정적으로 후세대를 양성하는 활동들에 몰두하게 된다. 여기에는 자녀를 돌보는 것(양육과 지도), 물건을 생산하는 것, 사회적 이상을 수립하는 것 등 정신적인 면과 물질적인 면이 모두 포함된다. 이 시기에 생산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사람에 대한 심리적 이해가 필요하다. 이 시기에 생산성을 획득하는 데 실패할 경우, 사회적인 관심을 잃어버리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침체감(stagnation)으로 고통받게 된다.

 

에릭슨은 개인이 일곱 번째 발달 단계에서보살핌(care)’의 덕목을 터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보살핌은 세상과 미래 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서 사랑이나 필연 혹은 우연에 의해 관계를 맺게 된 대상에 대해 폭넓은 관심과 지지를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삶에서 보살핌의 가치를 터득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빌 게이츠(Bill Gates)를 들 수 있다.

  

 

미국의 한 경제 전문 매체는 2015 10월 세계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한 20인을 선정했는데 바로 빌 게이츠가 1위를 차지했다. 2006년에 빌 게이츠는 자신의 재산의 거의 대부분을 게이츠재단(Gates Foundation)에 기부해 국제적 보건의료를 확대하고, 빈곤을 퇴치하며,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정보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사회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게이츠재단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재단이 됐다. 빌 게이츠가 2007년 하버드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한 졸업식 축사는 한 개인이 발달과정에서 보살핌의 덕목에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저는 이 말을 하기 위해 무려 30년을 기다렸습니다. ‘아버지, 제가 반드시 돌아와 학위를 받겠다고 늘 말씀드렸죠?’라고 말입니다. 저는 내년에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떠나게 됩니다. 때맞춰 이 영예를 주신 하버드대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 이력서에 학위를 기록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저는 하버드대의 교지인크림슨(the Crimson)’이 저를가장 성공한 하버드 중퇴자라고 불러준 것이 기쁩니다. 아마 그래서 제가 졸업식 축사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어떤 중퇴자보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게 하버드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엄청난 특권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과거를 되돌아보니, 한 가지가 크게 후회됩니다. 세계적으로 끔찍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하버드를 떠났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트리는 건강, 재산, 그리고 기회에 대한 심각한 불균형 말입니다.”

 

 

삶에서 터득해야 하는 최고의 가치: 지혜

 

생애 마지막 단계의 심리·사회적 발달 과제는 바로 자아통정(ego-integrity)이다. 자아통정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하나의 주제로 통합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지나왔던 자신의 과거 일들에 대해 삶의 필연성을 깨닫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다른 어떤 것에 의해서도 대치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심리사회적 발달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 자신의 과거 삶이 무가치하게 느껴지면서 절망감(despair)을 경험하게 되며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고통받게 된다.

 

에릭슨은 개인이 여덟 번째 발달 단계에서지혜(wisdom)’의 덕목을 터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혜는 세상일로부터 초연해져 삶 자체에 대해 관조할 수 있는 안목을 터득하는 동시에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도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삶에서 지혜의 가치를 터득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일본에서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회장을 들 수 있다. 그의 말은 삶에서 지혜로운 안목을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나는 가난 속에서 태어났기에 어려서부터 보모와 공장 직공으로 일하면서 남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네. 가난했으므로 부지런히 일하지 않으면 잘살 수 없다는 진리도 깨달았지. 또 태어날 때부터 허약했기에 건강의 소중함을 일찍 깨달아 몸을 아끼고 건강에 힘써 일흔 살이 넘은 지금도 겨울철에 냉수마찰을 할 정도로 30대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기에 세상의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는 데 늘 주저하지 않았지.”

 

이처럼 지혜는가난’ ‘허약함’ ‘무학(無學)’의 세 가지 악조건을성실성’ ‘체력’ ‘호학(好學)의 성품과 같은 긍정적 가치로 전환하는 능력을 뜻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혜는 인생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깨우치게 되지만 동시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해당된다.

 

2015년에 극장가에서는인턴((The Intern)’이라는 영화가 화제로 떠올랐다. 이 영화는 창업한 지 얼마 안 돼 수백 명의 직원을 둔 기업체를 운영하는 젊고 열정적인 여성이 비록 은퇴했지만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70세의 노인을 인턴으로 채용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는 휴먼드라마다. 30대의 CEO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인턴 프로그램을 시작했한 것은 일종의 사회공헌 차원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고용된 70세의 노인은 신생 회사 내 젊은이들의 고민과 방황, 그리고 인간적인 실수들을 모두 수용해줄 뿐만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짓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인생 멘토로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혜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림 10>에는 가치지향성 심리발달 모형에서의 발달과제와 중심 가치가 요약돼 있다. 에릭슨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마치 나선형 계단처럼 점차적으로 복잡해지는 심리사회적 문제들을 통달해냄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 상황들 속에서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형태로 발달해 나가게 된다.

 

가치기반 리더십을 위한 심리학적 필요충분조건

 

앞서 소개한 것처럼, 가치 기반 리더십의 핵심 이슈 중 하나는 바로 회사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인재를 어떻게 발굴해내는가 하는 점이다.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기업이 생산적인 변화를 시도하고자 하는 경우, 먼저 어디로 갈 것이냐를 정하기보다는 누구와 함께 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줄적합한 사람(right people)’을 버스에 태우고, ‘부적합한 사람(wrong people)’을 버스에서 내리게 해야 하며, 그 후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이때 핵심 문제는 과연 누가 적합한 사람이고, 또 누가 부적합한 사람인지를 어떻게 변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후지겐의 핵심 가치인세계 최고의 기타를 만드는 것에 부합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만약 후지겐에 입사하기를 희망하는 어느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자신의 꿈이세계 최고의 기타를 만드는 것이라고 대답한다면, 이처럼 회사의 핵심 가치를 수용하고 동의를 표시하는 것만으로 과연 그 사람이 후지겐의 핵심 가치에 부합되는 인재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단순히 말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러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그 지원자가 후지겐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직원이 회사의 핵심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현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된 심리학적인 해결방법 중 하나는 방편적인 측면에서 요인분석적 관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가치 기반 리더십을 활용하고자 할 때 바로공통 가치특수 가치를 지혜롭게 구분하는 것이다. 여기서 공통가치는 모든 기업의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말한다. 그리고 특수 가치는 가치 기반 리더십에서 말하는 특정 회사의 창업정신 또는 핵심 가치에 해당된다.

 

가치의 문제와 관련해서 이러한 방편적인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의 삶에서 개인의 가치와 회사의 가치가 똑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어느 개인이 반드시 특정 기업에만 부합되는 인재라고 평가하는 것도 지혜롭지 못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어떤 이는 처음부터 미국 문화에 어울릴 법한 사람으로 태어나고, 또 다른 이는 본질적으로 한국 문화에 적합한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림 11>은 기업의 핵심 가치와 개인의 보편가치 간 관계를 그린 것이다. 인간의 가치를 공통가치와 특수 가치로 구분하는 심리학적 모델은 다음의 두 가지 요건을 가치 기반 리더십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제시한다.

 

첫째, 가치 기반 리더십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회사의 핵심 가치는 개인의 보편가치와 구분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이 삶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와 기업이 사회 속에서 구현해야 할 가치는 본질적으로 달라야 한다. 만약 이것이 일치하는 경우, 둘 중 하나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런데 세상에서 개인과 기업 중 반드시 둘 중 하나가 사라져야 한다면, 그것은 기업이지 개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기업의 존재 이유는 반드시 개인의 존재 이유와는 달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핵심 가치는 희망, 의지, 목적성, 유능성, 충심, 사랑, 보살핌, 지혜의 보편가치와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심리사회적으로성숙한 개인과 생산적인 기업 간의 결합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왜냐하면 개인의 보편가치와 기업의 핵심 가치가 중첩될 경우 직원은 개인적 정체성의 위기로 인해 심리적으로역할혼미(role confusion)’의 문제를 경험하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가치 기반 리더십은 직원의 심리사회적인 성숙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가 말한 적합한 사람은 바로 심리사회적으로 성숙한 사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재는 가치 지향성 발달 검사 결과에서 예시한 적이 있는 46세의 홍길동 부장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치 지향성 발달 검사에서 요구하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들, 즉 중심 가치를 2차 가치보다 더 중시하는 동시에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중심 가치를 슬기롭게 선택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회사의 직원들이 심리사회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조건하에서는 제아무리 CEO가 기업의 멋진 핵심 가치를 직원들에게 전달하려 해도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회사의 핵심 가치가 왜곡된 형태로 전파될 위험성이 있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기업의 CEO가 가치 기반 리더십을 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다. 가치 기반 리더십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바로 직원이 심리사회적으로 성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CEO의 리더십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마쓰시타는 인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전기제품도 만듭니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lip@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전문가 자격을 따기도 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했으며 현재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고영건 고영건 |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을 지냈다.
    elip@korea.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