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of Analysis
Article at a Glance
비교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비교를 할 때에는 비교하는 것들의 특성이 같아야 한다. 즉 비교를 하는 대상들의 특성에 대한 정의가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의 실업률을 비교할 때에는 두 나라에서 ‘실업’의 정의가 같은지부터 따져야 한다. 둘째, 비교의 대상이 되는 특성들을 제외한 다른 조건들은 서로 비슷해야 한다. 국가별로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할 때에는 각 국가의 1인당 평균 주행거리, 도로사정 등 다양한 부분을 따져봐야 한다. 그 조건이 비슷할 때에만 비교가 정확한 의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
숫자의 올바른 비교
비교란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일반 법칙 따위를 고찰하는 것이다. 통계학자인 스테픈 캠벨(Stephen Campbell)이 “비교를 하는 것은 삶에 있어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듯이 무엇인가를 비교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행위다. 예를 들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인 부러움, 시기, 질투 같은 감정은 비교에 근거해서 생겨난다. 즉 나에게 없거나 부족한 것을 남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부러움, 시기, 질투 같은 감정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저술가 해럴드 코핀(Harold Coffin)은 시샘이란 “내가 가진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세는 기술이다”라고 정의하기도 했다.1 그리고 그런 감정은 때로는 매우 강력해서 심지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기까지 한다.
비교가 일상적인 행위라는 것은 비교의 대상이 사실 무한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스마트폰, 차, 집, 돈, 젊음, 아름다움, 권력, 지능, 지식, 지혜, 행운, 장점, 경쟁력, 업적, 심지어 인생 목표나 소망도 비교 대상이 된다. 그 대상 중에는 노력으로 얻은 것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도 있다. 한때 병역 관련 특혜와 관련해 유행했던 ‘장군의 아들’ ‘신의 아들’과 같은 말들이나 요즘 SNS에서 자주 언급되는 ‘금수저’ ‘흙수저’ 등도 그 바탕에는 비교가 자리 잡고 있다.
비교를 할 때 사람들이 흔히 나타내는 경향은 자기가 갖고 있는 것보다 남이 갖고 있는 것이 더 크거나 많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라는 우리 속담이나 ‘옆집 마당의 잔디가 내 집 잔디보다 더 파랗다’라는 영어권의 속담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특히 비교 대상을 계량화하기 어려운 경우에 더 자주 나타난다. 왜냐 하면 숫자로 구체적으로 나타내가 어려운 경우에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해서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계량화가 쉬운 경우, 즉 숫자로 쉽게 나타낼 수 있는 경우에는 상대적인 비교가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숫자가 포함된 정보들을 비교하는 데 있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다. 구체적인 예를 들기에 앞서서 올바른 비교를 하기 위해서 꼭 확인해야 할 두 가지 원칙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2 첫째, 비교를 할 때는 비교하는 대상의 특성이 같아야 한다. 즉 비교되는 특성에 대한 정의가 동일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을 미국의 실업률과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나라마다 실업에 대한 정의가 다르므로 그 상대적인 크기를 직접 비교할 때는 이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자기 집에서 경영하는 사업체나 직장에서 주당 1시간 이상 일을 하면 월급을 받지 않더라도 무급가족 종사자로 분류돼 취업자로 계산한다. 예컨대 아버지가 하는 가게나 공장·농장에서 보수를 따로 받지는 않지만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을 하며 돕는 경우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무급가족종사자라도 15시간 이상 일을 해야 취업자로 취급한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둘째, 비교하는 대상의 특성 이외의 것들은 서로 비슷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요인 때문에 차이가 생기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3 미국과 스페인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 해군의 사망률은 1000명당 9명이었고, 같은 기간의 뉴욕시의 사망률은 1000명당 16명이었다. 이 숫자를 이용해서 해군에 들어와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해군에서는 선전을 했다. 그러나 뉴욕시에는 환자, 노인, 어린애 등이 당연히 섞여 있고 해군은 건강한 청년들로만 구성돼 있다.올바른 사망률을 비교하려면 다른 조건도 유사해야 한다. 즉 뉴욕에 살고 있으면서 해군의 신체검사 기준에 통과할 만한 건강한 청년들의 사망률과 해군의 사망률을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비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 원칙이 지켜졌는지를 미리 판단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잘못된 비교의 예를 제시함으로써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비교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같은 것끼리 비교해야
오래 전에 미국 남부지방에 신병 훈련소를 짓고 있던 미 육군은 그 지역에서 1년에 수십만 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4 그 당시 말라리아는 다른 지역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는 병이었다.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육군은 말라리아 전문가를 초빙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원인은 간단한 것이었다. 남부지방에서는 말라리아가 감기나 몸살을 나타내는 일상용어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말라리아 발생률과 감기 발생률을 비교하고서는 그 차이에 놀라 법석을 떨었던 것이다.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가정폭력에 관한 통계의 내용이다.5 40% 이상의 주부들이 남편으로부터 상습적인 구타를 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여자만 맞는 것이 아니라 남편들 중에도 무려 15%가 아내의 폭력에 시달린다고 발표가 됐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가정폭력의 정의가 다르게 적용됐음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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