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강 상무를 구하라

[좌충우돌 강상무를 구하라] 부하는 뻗대고, 라이벌은 견제하고…성과 내놓을 때 됐는데, 신경전만 계속

183호 (2015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현직 중간관리자 혹은 임원으로서 궁금한 점이나 다뤄보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jjy2011@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며칠째 지루한 회의만 계속되고 있다.

 

이 회사로 이직한 지도 벌써 한 달을 넘어 두 달을 향해 가면서 내 마음이 먼저 조급해 지기 시작했다.

 

회사 분위기도 익히고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제는 더 이상 핑계가 되지 않는 상황. 미래생명사업본부의 본부장으로서 나의 능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너무 늦은 건 아닌가 하는 압박이 계속해서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잘 돼가나?”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대표의 한마디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구성원들을 한데 모아 신제품 구체화 회의에 들어간 지 벌써 일주일이 다 돼가지만 별다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해결책이 웬 말인가. 오히려 새로운 문제점만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장 조사와 향후 트렌드 분석을 그토록 치열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제품 개발 계획은커녕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첫 번째 문제는 박 수석연구원에게서 나타났다.

 

이직 첫날부터 마치 본인이 회사의 터줏대감인 것 마냥 텃새를 부리는 모습이 영 마음에 안 들었는데 아직까지도 내 의견이라면 무조건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퍼스널 헬스케어 시대에 발맞춰 누구나 쉽게 휴대하면서 신체 상태를 스스로 관찰하고 진단할 수 있는 맞춤형 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가방 안의 필수품으로 말이죠.”

 

“거참 말 쉽게 하시네…. 아니, 여기 오기 전에 우리 회사에 대해 좀 알아보고는 왔습니까? 우리가 어떤 제품을 만들었는지 알고나 왔냐고요. 본부장이 이야기한 건 이미 출시된 적이 있는 제품입니다. 판매 부진으로 1년 만에 단종된그러니까 시장 가치가 없다는 걸 대표적으로 보여준 제품이란 말입니다.”

 

!!!!”

 

(! 모르는가 보군) 회사 히스토리에 대해 공부 좀 하고 오시죠? (최 연구원에게 귓속말로) 우리 회사는 직책을 너무 남발하는 거 아냐? 아무한테나 말이야.”

 

최 연구원에게 하는 귓속말이 왜 나한테도 선명하게 들리는 거지? 들으라는 건가? 해보자는 건가?

 

“… 혹시, MTT-260P 이야기하는 건가요? 그 제품이라면 저도 잘 알죠. 물론 출시 당시에는 그런 제품이 있었는지조차 몰랐습니다만 어렵게 구해서 실제 사용도 해봤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박 수석이 제품 기획에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출시된 해가 2008,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어려웠을 때죠.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했던 시기에는 사치품처럼 여겨질 수도 있었어요. 당시로서는 가격도 너무 높게 책정돼 있었고요. 개인용이라기보다는 가정용이라는 말이 더 맞죠. 크기도 너무 컸으니까요. 다시 말씀드리면 당시의 시장 판단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겁니다.”

 

“뭐! 뭐라고요?”

 

K바이오에 오기로 한 이상 어떻게 회사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고 올 수 있나요? 특히, 어떤 제품이 왜 망했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히 분석하고 왔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장 상황도, 기술 수준도 그때와는 다르니까요. 박 수석이 아닌 제가 본부장 자리에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판단 능력의 차이 때문 아닐까요?”

 

OK! 이번엔 내가 이겼다.’

 

그런데도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뭘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도권을 박 수석연구원에게 빼앗기는 것만 같아서이러면 안 되는데하면서도 자꾸만 그의 말에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게 된다.

 

박 수석연구원과의 한바탕 설전으로 인해 냉각된 회의 분위기를 깨트린 이는 기획파트의 전 과장이다.

 

“그러니까 과거의 실수를 바탕으로 앞으로 잘해보자는 거 아닙니까? 이제 뭔가 그림이 좀 그려질 것 같은데요. 다들 야근할 각오하고 오늘은 결론이 날 때까지 이야기를 해봅시다.”

 

그런데 이런 전 과장의 발언에 발끈한 이가 등장하면서 회의 분위기가 또다시 급랭됐으니같은 기획파트의 이 대리다.

 

“전 선약이 있어서 안 되겠는데요.”

 

“그래? 취소해.”

 

“과장님! 그렇게 느닷없이 말씀하시면 안 되죠.”

 

“지금 사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래? 이 마당에 놀러간다고? 다들 일하는 거 안보여? 넌 회사는 안중에도 없어? ?”

 

“놀러 간다는 말씀은 드린 적 없고요. 회사일, 출근해서는 열심히 하고 있잖습니까. 그러니 개인 시간은 보장을 해주셔야죠. 아니면 미리 말씀해 주시던가요.”

 

“이런 게 바로 회사란 거 몰라?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

 

제대로 된 안건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에서 예고도 없이 터지는 폭탄들. 여기에 박 수석연구원이 마지막 방아쇠를 당긴다.

 

“자자, 이러다가 싸움 나겠어. 오늘은 더 이상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어디 가서 술이나 한 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풀어보자고.”

 

하루라도 바람 잘 날 없는 미래생명사업본부. 도대체 회의는 언제 하냐고!

 

‘으… 이러다 병나겠네, 병나겠어!’

 

 

전문가 인터뷰: 최철규 HSG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조직에서 주로 어떤 갈등이 발생하나.

회사에서는 매일 갈등이 발생하며 그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크게 다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구조의 충돌이다. 어떤 조직이든지 가보면 영업팀과 재무팀의 사이가 안 좋다. 왜냐하면 영업팀은 제품을 많이 파는 게 중요하고, 재무팀은 수익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영업팀은 손해가 나더라도 제품의 가격을 낮추려고 하고 재무팀은 그렇게 팔면 손해라고 오히려 더 올려 받길 원한다.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구조 자체가 갈등할 수밖에 없을 때 이런 충돌이 발생한다.

 

두 번째는 다름의 충돌이다. 다른 것(different)과 것과 잘못된 것(wrong)을 것을 구분하지 못할 때 이런 일이 생긴다. 예를 들어 사장은집에 가서 뭐하냐. 젊을 때는 일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한다면 신입사원은 일하는 것보다 개인 시간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 서로의 가치가 부딪히는 것이다. 답이 없는 갈등이라 문제 해결이 특히 어렵다.

 

세 번째는 이익의 충돌이다. 신임 리더가 자신의 성과를 보여주고 싶어서 부하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한 예다. 네 번째는 해석의 충돌이다. 똑같은 사건에 대해서 서로의 해석이 다른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이런 갈등이 많이 생긴다. 조직에서는 이런 네 가지 갈등이 다 발생한다.

 

이런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무능한 리더일수록 조직 내 갈등에 대한 솔루션이 똑같다. 만날 직원들 데리고 가서 술 먹는 거다. 이건 갈등관리가 아니다. 마치 환자가 어떤 병으로 가도 똑같은 처방전을 내는, 돌팔이 의사와 같은 것이다. 리더라면 조직 내 갈등의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각 이슈에 대해 해법을 찾고 적용해야 한다.

 

먼저 구조의 충돌이다. 이 경우는 룰을 바꿔주는 수밖에 없다. 갈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과거 IBM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있었다. 루 거스너가 회장이 되고 출근해보니 황당한 일이 있었다. 영업조직이 자기네들끼리 싸우는 거다. 첫째 날은 1팀이 고객을 찾아가고, 둘째 날은 2팀이 다시 같은 고객을 찾아간다. 보상을 팀별로 했기 때문에 자기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었다. 이때 무능한 리더라면 직원들을 데리고 가서 술 먹고 푼다. 하지만 루 거스너는 인센티브 구조를 바꿨다. 각 영업팀장들의 인센티브 비중 70%를 전체 실적을 기본으로 해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30%는 개별 팀의 실적을 반영했다. 영업팀장보다 높은 본부장급의 경우 전체 실적을 90%까지 가져갔다. 주니어의 경우는 전체 실적을 30%, 팀 실적을 70%로 해서 개인이 더 역량을 발휘하도록 했다. 이런 구조에서 밑의 직원들이 이기적으로 영업을 하면 위에서그러지마, 우리는 한 팀이야라고 말하게 된다. 구조의 충돌에서는 이처럼 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해법이 된다.

 

두 번째는 다름의 충돌에 대한 해법이다. 이때는 누구를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존이구동(存異求同)해야 한다. 서로 다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같이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후배가 야근을 싫어하더라도 주어진 일을 잘한다면 내버려둬야 한다. 일부 회사에서는 절대적 금연정책을 쓰는 곳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회사의 정책에 반대한다. 담배를 피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냄새 등으로 피해를 안 주면 그냥 피게 해야 한다. 지정된 장소에서 흡연, 담배 핀 후 가글하기 등 규칙을 만든 다음 이걸 지키게 하면 된다. 다른 것과 잘못된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회사 정책을 무리하게 펴면 반발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셋째, 이익의 충돌은 쉽게 말해 개인 간의 이슈다. 이때는 요구가 아니라 욕구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후배는 가정적인 성향으로, 주말에 나오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상사는 중요한 보고를 위해 주말 동안 그 후배가 일해주길 원한다. 이때 상사와 후배는 서로의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 상사는 후배에게 주말 동안 일하게 하고 평일 휴가를 주거나 가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다른 대체 수단을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석의 충돌에서는 관점 전환을 시켜야 한다. 내가 상대방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에서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 1시가 되면 장터제도를 연다. 실장급 이상 간부들을 한 공간에 모은 다음 일하게 하는 것이다. 그날은 간부들이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들고 와서 일을 한다. 영업, 기획, 경영지원 등 각 부서의 간부들이 모여서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다 보게 된다. 평소저 팀은 왜 저렇게 일처리가 느리냐” “저 팀은 바쁜 척만 한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서로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한결 수월해진다. 한 간부가 전화통 붙들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 경영지원실장이정말 바쁘구나, 그럼 내가 빨리 결제를 올리라고 혼낼 게 아니라 이동하면서도 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 시스템을 만들어줄까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 간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나.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는 이런 갈등은 대부분 서로의 해석 차이에서 나온다. “너 왜 일을 이렇게밖에 못 해!”라고 윽박지르면 상대방은무시당했다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평상시의 관계가 중요하다. 선후배 간이라도 서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둬야 한다. 연차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후배를 괴롭히는 선배가 없도록 조직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는 좋은 의도를 나쁘게 말해서 생기는 것이다. “너 실력이 이것밖에 안 돼?”라고 다그치지 마라. 뭔가 마음에 안 들 때는너의 아이디어가 내 기대에 못 미친다. 이 부분이 마음에 안 든다라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판단화법이 아니라 감정설명화법을 써야 한다. 주로 말을 하는 사람이 상사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듣는 사람 입장에서 오해하지 않도록 감정설명화법을 잘 써야 한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갈등이 많이 사라진다.

 

갈등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인텔에서는 갈등을 장려한다.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갈등이 아니라 건설적인 대립을 찬성한다는 의미다. 선배라고 해서 무조건 복종하는 것은 오히려 악이다. 인텔의 회의실을 들어가보면우리는 세 번 이상의 반대를 했는가라는 글이 있다. 인텔의 사장은 직원들이 자신의 말에 무조건 찬성하면 오히려 화를 낸다. 갈등이 없으면 조직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적인 갈등조차 없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갈등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룰이 있어야 한다. 제일 흔한 것이 직접적 대립이다. 갈등이 생기면 중간에 누가 개입하는 게 아니고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것이다. 상무든, 사원이든 직책을 내려놓고 직접 대면하게 한다. 또 하나는 객관적 대립이다. 쉽게 말해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저 부서는 항상 이기적으로 행동했잖아라고 하는 건 안 된다. 이건 개인의 판단이다. 이때는 “6개월간 내가 5번 요청했는데 한번도 안 들어줬다”라고 사실을 말해야 한다. 세 번째는 긍정적 대립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패한 아이디어가 누구 거냐라는 게 아니라앞으로 어떻게 나아갈까에 집중해야 한다. 이처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최소한의 기본적인 룰이 있어야 한다.

 

선도적인 기업들은 어떻게 갈등관리를 하는가.

갈등관리 전문가가 따로 있다기보다는 조직문화 정착에 많은 공을 들인다. 누군가가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구성원이 모두 동의하고 따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갈등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다라는 분명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서로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갈등관리는 조직문화와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관련 문화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외국 기업의 좋은 사례가 있다면.

픽사가 좋은 예다. 픽사의 조직문화 중 하나가 ‘brutally honest’. 업무에 있어서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자는 것이다. 픽사는 하나의 작품이 들어가면 전 직원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친하거나 선배라고 해서 무조건 칭찬만 하지 않는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고 하더라도 건설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비판을 받으면 기분 나빠하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게 건설적인 대립이고 건강한 소통이다. 이렇게 되면 갈등이 일어날 여지도 적을뿐더러 갈등이 있더라도 해결이 쉬워진다.

 

 

최철규대표는 국내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협상과 소통의 원리를 전파하는 언론인 출신의 기업교육 전문가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경제부, 금융부 기자로 일했고 IGM협상스쿨 원장을 지냈다.

 

 

강상무의 미팅노트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의미 있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직장인 448명을 대상으로직장생활을 하면서 화병을 앓은 적이 있는가를 물었는데 90%가 넘는 직장인들이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화병의 원인으로는상사, 동료와의 인간관계에 따른 갈등 63.8%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번 호의 주제인 조직 내 갈등은 결국 인간관계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문가 인터뷰에서는 조직 내에서의 갈등을 단순히 개인 간의 문제로만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조직 내 갈등의 원인을 4가지 유형(구조, 해석, 다름, 이익의 충돌)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른 해법 또한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조의 충돌은 모든 조직에서 존재합니다. 특히 부서 간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지요. 상상 속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설계부서와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수준을 판단하는 시공부서 간의 갈등, 독립성을 달라는 현장과 관리를 더욱 강화하려는 본사 간의 갈등, 저가라도 수주하려는 영업부서와 이를 주어진 금액 내에 처리해야 하는 실행부서 간의 갈등 등이 있습니다.

 

 

최철규 HSG휴먼솔루션그룹 대표는구조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갈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KPI의 변경을 주장합니다. 현업에 있는 저 또한 100%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최근 필자의 회사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기존 조직과 신규 영업 부서 간의 갈등을 KPI 변경으로 해결했습니다.

 

 

구조의 충돌처럼 부서 간의 갈등 중 대표적인 것이 해석의 충돌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서 생각해보라는 건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실제 조직에서 흔히 발생하는 유형은우리 부서가 가장 바쁜 부서이고, 옆 부서는 도대체 뭐 하는 팀인지 모르겠다는 식입니다. 사업본부에서는회사 돈은 다 우리가 벌고 있고, 경영지원 등 간접 부서는 비용을 축내고 있다는 수준까지 갑니다. 현대카드의마켓 플레이스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관점 전환을 위해 아예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일은 정보의 비대치성을 해결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임에 틀림없습니다. 한테마파크라는 회사는 본사 및 간접 부서원들을 대상으로 주말 현장 지원을 정례화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애로사항과 고충을 체험하고, 고객 접점에서의 경험을 통해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통해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현업 부서의 관점을 공유하고 조직끼리 화합하는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기업에서는 구조 간의 갈등 못지않게 개인 간의 갈등도 많습니다. 실제 사소한 오해들로 개인들이 갈등하고, 이는 곧 조직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중국의 토목역사를 바꿔놓을 정도로 거대한 프로젝트였던 싼샤댐은 처음 설계하고 추진할 때 주변의 많은 반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논란 끝에 결국 완공됐고 설계 책임자는 이렇게 회고했다고 합니다. “댐 건설에 반대한 사람들이 이 댐을 완공시켰다. 반대의견이 나올 때마다 세밀하게 검토해서 그 문제를 해결했고, 그래서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반대자들에게 감사한다.”

 

 

최 대표는 다름의 충돌의 해법으로존이구동(尊異求同)’이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했습니다. 당장에 합의하기 어려운 서로 다른 주장과 의견을 서로 존중하되, 서로 생각이 같은 것부터 출발해 다음 단계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아름다운 동행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특히 존이구동은 임원이나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 항목 중 하나입니다. 경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경청만 하고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부하직원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기 어렵고 동기부여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익의 충돌은 가장 쉽게 발생하는 유형이기도 하면서 해법 도출도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익의 충돌에서 시작한 것이 결국 구조나 해석의 충돌로 확대 결합되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갈등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또한 실제 사내에서 발생하게 되면 단순한 협상의 이슈만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이익을 적당히 나누고 이벤트성 협상을 통해 나의 이익이 상대방의 이익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협상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게임이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서로 간의 이익에 대한 오해를 풀고 충분한 소통을 통해 입장 차이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겸손한 자세로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이익의 충돌로 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얻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효석 상무는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SKK GSB에서 MBA를 취득했다. 삼성에버랜드 본사 경영관리담당 차장으로 있다 골프존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골프존카운티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직장인의 성공에너지 배움> <직장인 서바이벌 업무력> 등을 펴냈다. 네이버 블로그에기획팀 강 대리 과장 만들기도 운영하고 있다.

 

 

스토리 = 김연희 작가 samesamesame@empal.com 인터뷰 정리 =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미팅노트 = 강효석 상무 truefan@naver.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