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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中有訓

공자가 제자를 알았듯,남이 나를 알아주면…

고연희 | 143호 (2013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미술사와 문학 두 분야의 전문가인 고연희 박사가 옛 그림이 주는 지혜를 설명하는 코너畵中有訓(그림 속 교훈)’을 연재합니다. 옛 그림의 내면을 문학적으로 풍부하게 해설해주는 글을 통해 현인들의 지혜를 배우시기 바랍니다.

 

공자의 질문

 

공자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내가 자네들보다 나이가 많다고 어려워 말게나. 평소에 자신을 남들이 몰라준다 말하는데 만약 그대들을 알아준다면 그대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이야기들 해보시게.” 용기를 부추기며 자신의 포부와 능력을 말해보라는 스승의 제안에 가장 먼저 불쑥 나선 이는 자로였다. 자로는 큰 나라가 사방으로 둘러싸여 침략과 기근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도 3년 내에 국력 강화와 백성 교화를 완수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공자가 웃었다. 제자 염유는 좀 더 작은 나라의 경제문화라면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공서화는 제사나 의식의 예식을 행하는 관리노릇 정도는 잘할 수 있다고 다소 겸손하게 답했다. 이렇게 대화가 오가는 내내 비파를 연주하던 제자 증점은 머뭇거리며 말하고자 하지 않았다. 공자가 증점에게 말하라 하니 증점은 앞의 세 사람과 생각이 다르다고 답했다. 공자는 다시 생각을 말하라고 권했다.

 

 

증점의 답

 

증점은 비파를 길게 한 번 튕기고 나서 말했다. “늦은 봄날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 쓴 사람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과 함께 목욕하고 무정에서 바람 쐬며 노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공자가 감탄하고나도 증점과 함께하겠노라고 했다.

 

그림증점욕기는 증점이 답한 내용을 보여준다. 그림 속 하단의 냇가에는 발가벗고 목욕하는 아이들 세 명이 그려져 있고 물 밖으로 나온 아이들 셋을 합하면 곧 증점이 말한 예닐곱의 어린이들이다. 관 쓴 어른 대여섯은 이미 봄바람을 즐기고 있다. 이 그림은 <예원합진(藝苑合珍)>에 실려 있다. <예원합진>은 조선시대 후반기 왕실에서 왕실 내 교육용으로 제작한 일종의 고서학습서로 알려져 있다. 책을 펼치면 오른쪽 페이지에 화원이 곱게 그린 그림이 있고 왼쪽 페이지에는 그림을 설명하는 고전의 원문이 학자 윤순의 명필로 정성스럽게 옮겨져 있다. ‘증점욕기왼편에 실린 글은 곧 증점의 답과 공자의 동의가 담긴 위의 인용문이다. 이 글은 공자의 대표 어록인 <논어>에 실려 있다.

 

공자의 이상한 제자들

 

<논어>를 읽다 보면 특이한 두 인물을 만나게 된다. 공자가 아끼고 존중한 인물들로 하나는 안회(顔回), 다른 하나는 증점이다. 이들은 공자로부터 특별하게 사랑을 받았다. 안회는 이른바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고 도를 즐긴다)를 실현한 인물이다. 대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을 먹으며 행위나 언어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그저 바보처럼 보였다고 한다. 증점은 봄물에 멱 감고 바람이나 쐬겠다는 인물이다. 도대체 안회와 증점이 집안을 다스리고, 세상을 다스리는 일을 할 수 있는가. 표주박 물밥만 먹으며 조용히 책 읽다 요절한 안회처럼, 하릴없이 봄날을 즐기는 꿈을 노래하는 증점처럼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이상하다. 세상을 계도하고 올바른 정치를 이끌며 예악을 세우고자 노력한 공자가 어찌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겠노라 선언하는 제자에게 마음을 주었을까. 공자는 여러 제자들 앞에서 안회와 증점을 지지했고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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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연희

    고연희lotus126@daum.net

    - (현) 서울대 연구교수
    -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연구교수로 활동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활동
    - 시카고대 동아시아미술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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