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방법론
오늘날 기업의 경영환경은 기술발전, 경제 세계화, 소셜네트워크 등으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술의 보편화는 기업들이 동일 제품군에서 비슷한 상품을 동시에 출시하는 ‘이종적 동종(heterogeneous homogeneity)’의 단계에 들어서게 만들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동일함이 차별화를 압도적으로 지배’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서 다른 기업과 차별적인 제품을 필수적으로 개발해야 한다.1 그 결과 신제품, 신기술, 새로운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등을 만들어서 혁신을 꾀하지 않고서는 생존마저 보장할 수 없게 됐다. 혁신과 차별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창의력과 창조성이다. IBM이 전 세계 60여 개 기업의 최고경영자 1500여 명에게 ‘성공적인 CEO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요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 결과 1위로 꼽힌 대답은 ‘창의적 사고를 가진 인재’였다.2 (그림 1) 기업경영에서는 창의력과 창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그는 미래를 ‘창조적 계급(creative class)’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창의적 인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위크>지 또한 “개인의 창조성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무형의 가치(virtual value)’를 생산하는 창조적인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기업의 경영환경에서 창조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필수 역량으로 요구되고 있다. 관찰은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요소 중 하나인 창의성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지능이론가이자 창의력 연구의 대가인 길포드(Guildford)는 ‘창의력이란 주어진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나 산출물을 표출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기존 사물이나 현상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기 위해서 주도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관찰은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기초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관찰 프로세스
관찰은 좁은 의미에서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 깊게 잘 살펴본다’는 의미로 ‘어떤 것을 살피는 행위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의미를 좀 더 확대해서 해석하면 발견과 이해의 과정까지 포함할 수 있다. 단순하게 쳐다보는 것을 넘어 대상을 전후좌우로 살펴보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며 숨은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이해한다. 이해는 원리에 대한 ‘깨달음’을 의미한다. 관찰은 무심히 바라보는 행위가 아니라 명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적극적인 행위다. 그래서 관찰에는 목적이 수반된다. 관찰의 목적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통칭해서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관찰은 대상을 ‘주의 깊게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미처 몰랐던 원리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찾는 ‘개선’의 단계까지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단순히 ‘관찰’이라 하지 않고 ‘관찰 프로세스’라고 이름을 붙여보면 관찰이 가진 힘과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그림 2>와 같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사물 중에는 사람이 자연을 관찰해서 깨달음을 얻고 이를 적용해서 만들어진 사례가 많다. 헬리콥터도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단풍나무 열매에는 보통 씨가 두 개씩 들어 있고 각 씨의 한 쪽으로 날개가 달려 있다. 이런 종류의 식물을 시과(翅果)라고 하는데 뿌리가 땅에 박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가급적 멀리 자손들을 퍼뜨리기 위해 이렇게 진화했다. 날개는 고무밴드처럼 긴 타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열매가 바람에 날리면 열매를 중심으로 양쪽의 날개들이 빙그르르 회전하며 날아간다. 헬리콥터의 날개는 바로 단풍나무의 씨앗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들어졌다. 헬리콥터를 개발하는 과정을 관찰 프로세스에 적용해 보면 관찰 → 발견 → 깨달음 → 개선의 단계를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3)
관찰 프로세스는 모든 단계가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깨달음’이다. 깨달음이란 특정한 현상과 사물에 대한 유형을 찾아내고 그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두 지점에서 기압 차가 발생할 때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공기의 이동으로 발생하는 게 바로 바람이다. 공기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는 느리게 흐르고 압력이 낮은 곳에서는 빠르게 흐른다. 결국 사물이 발현되거나 움직이는 기본적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그 원리를 기본으로 변형, 가공, 발전, 단순화 등의 응용과정을 거쳐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다. 깨달음이 없이는 마지막 단계인 개선에 이르기 어렵다. 자연에서 바람이 부는 기본 원리를 응용해서 만들어진 기기가 바로 선풍기다.
통찰과 혁신에 이르는 열쇠, 관찰
관찰 프로세스가 반복되면 통찰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통찰’이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보는 것’으로 통찰의 역량을 통찰력이라고 한다. 통찰이 중요한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invisible)’을 ‘눈에 보이게(visible)’ 만드는 능력 때문이다. 경쟁이 극심한 세상에서 남들이 볼 수 있는 것만 봐서는 경쟁자를 제치고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기회는 언제나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데 있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경쟁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통찰력은 한두 번의 관찰 프로세스를 통해 키워지는 것은 아니다. 반복된 경험과 노력, 훈련이 동반돼야 한다. 통찰은 관찰이 오랜 시간을 두고 경험과 만나서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관찰은 길러지는 힘이지만 통찰은 축적되는 힘이다. 오래 묵은 된장이나 간장이 형용할 수 없는 깊은 맛을 내듯이 시간이 흐르면 더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게 통찰력이다.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저서<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강조한 ‘1만 시간의 법칙’과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이 말하는 ‘마스터리(Mastery)’ 모두 반복적인 노력, 훈련, 경험에서 얻어진 통찰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통찰력이 깊어지면 ‘분석적 사고’보다는 ‘직관적 사고’가 발달하는데 이는 창의적인 사람, 발명가, 예술가, 경영인 등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미저리> <그린마일> <쇼생크탈출> 등 베스트셀러를 쓴 스티븐 킹(Stephen King)이나 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창조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Steve Jobs) 등도 직관적 사고의 힘을 강조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화학자, 의학자 83명 중 72명이 직관을 통해 위업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직관적 사고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을 관장하는 우뇌의 영역에서 발생한다. 결국 관찰 프로세스가 반복되고 통찰력이 높아지면 직관적 사고가 늘어나면서 창의력은 증가하고 조직에서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조직의 창의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통찰력과 직관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들이 ‘혁신’에 이르는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혁신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것은 기존의 사고, 고정관념, 기존 패러다임 등이다. 혁신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꺼내와야만 하는데 ‘기존 사고의 틀’의 철문은 생각보다 견고해서 쉽게 열거나 부술 수 없다.
관찰은 통찰력에 불을 붙이는 행위다. 즉, 관찰 프로세스는 돋보기를 이용해서 통찰력이라는 다이너마이트에 햇빛을 쪼여 불을 붙이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통찰력에 불이 붙어야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할 수 있고 그 폭발력으로 기존의 사고와 틀, 패러다임이 깨지며 그 안에서 다이아몬드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혁신적인 사고를 끄집어낼 수 있다. 결국 창의력이란 ‘관찰 프로세스를 통해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 직관적인 사고를 높이고 이것을 이용해 기존 사고의 틀을 깸으로써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블루오션 전략’으로 주목을 끈 프랑스 INSEAD의 김위찬 교수는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1) 대안산업에 대한 관찰 (2) 산업 내 전략적 그룹들에 대한 관찰 (3) 구매자 체인 관찰 (4) 보완적 제품과 서비스 상품의 관찰 (5) 구매자에 대한 상품의 기능적 또는 감성적 매력요소 관찰 (6) 시간 흐름에 대한 고찰 (7) 새로운 시장 공간을 위한 아이디어 착상 등 7가지를 강조했다.3 마지막 단계를 뺀 나머지 6가지는 모두 ‘관찰’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관찰은 중요하며 혁신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열쇠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는 높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끝없는 질문을 계속한 결과다. 가치 있는 창조의 과정은 늘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관찰해서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통찰력에서 시작된다. 세상을 바꾼 기발한 아이디어와 사람들을 감동시킨 예술작품도 남다른 관심과 관찰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재료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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