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창조경영

돈으로 죽음 피할 수 있었던 유대인 월가를 주름잡다

124호 (2013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의 약 0.2%에 불과한 소수민족입니다. 역사적으로도 모진 핍박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은 천재적인 두뇌와 시대의 흐름을 볼 줄 아는 안목을 바탕으로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최고위층의 지위에 오르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주변부에서 핵심부로 올라선 유대인들의 지혜를 통해 초경쟁 시대의 생존 전략에 대한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올해 초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각의 핵심 요직인 재무장관에 제이콥 루 백악관 비서실장을 임명했다. 이 인선은 여러 가지 화제를 낳았는데 그중 하나가 재무장관으로 3명 연속 유대인이 임명됐다는 점이다. 오바마 1기 재무장관인 티머시 가이트너와 전임 부시 대통령의 마지막 재무장관 헨리 폴슨이 모두 유대인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전임이었던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도 유대인인 로버트 루빈과 로런스 서머스가 재무장관직을 주고받았다.

 

이 정도로는 미 정부의 금융라인에서 유대인 인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설명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금융 권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금융에 관한 한 재무부보다 훨씬 더 권한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 FRB 의장은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란 소리까지 듣는 자리다.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 막강한 자리를 현재의 벤 버냉키(2006∼)를 비롯해 앨런 그린스펀(1987∼2006), 폴 볼커(1979∼1987) 등 세 명의 유대인이 연속으로 맡고 있다. 이들의 재임기간을 모두 합하면 30년이 훌쩍 넘는다. 또한 임기 14년의 이사회 멤버 7명 중 의장인 버냉키와 차기 의장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부의장 자넷 옐렌을 포함해 유대인이 4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미국, 아니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유대인 파워를 제대로 실감케 해주는 대목이다.

 

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 몸에서 혈액의 기능과 같다고 보면 된다. 피가 구석구석 막힘없이 잘 돌아야 몸이 건강하듯 어느 사회든 돈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구석구석 잘 돌아야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법이다. 경제의 생명줄 같은 금융을 유대인들이 확실하게 쥐고 있다.

 

재무부나 FRB 같은 정책당국뿐 아니다. 뉴욕의 월가 등 금융시장에서도 이들의 힘은 막강하다. 금융계는 유대인들의 장점 중 장점으로 꼽는 강력한 협동정신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한 예를 들어보자. 월가에서 가장 유대인적인 성향의 회사로 알려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백악관의 밀월관계다. 1966년 골드만삭스 입사 동기인 로버트 루빈과 스테판 프리드먼의 성장스토리를 보면 그 관계의 밀착도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있다. 유대인인 두 사람은 모두 골드만삭스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면서 공동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로버트 루빈은 클린턴 정부 시절 경제수석과 재무장관을 지냈고, 스테판 프리드먼 역시 다음 정권인 부시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수석을 맡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월가의 최고경영진에 오른 유대인들이 직접 행정부 재무라인의 최고책임자로 일을 했고 이들은 공직 경험을 마친 뒤 월가로 복귀한다. 이런 관행은 민주당 정부나 공화당 정부 모두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와 백악관의 밀월관계는 많은 언론들이 흥미롭게 다룬 주제 중 하나였다. 골드만삭스의 기업문화에 대한 궁금증이었을 것이다. 언론들이 내린 결론은 주로개인 플레이보다는 팀워크와 합의를 강조하고 공직에 대한 봉사를 자선행위의 하나로 생각하는 독특한 기업 체질로 모아진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기업문화에는서로 열심히 도우며 돈을 벌고, 돈을 많이 벌면 적극적으로 자선을 하라는 유대인의 전통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골드만삭스의 성장사는 미국 유대인 기업 성장사의 전형이라고도 볼 수 있다. 1848년 독일 혁명 직후 미국으로 건너와 필라델피아에서 행상을 시작한 마르쿠스 골드만은 돈을 어느 정도 벌자 뉴욕으로 옮겨와 맨해튼 남쪽 파인스트리트에 약속어음을 사고파는 어음중개회사를 차린다. 1882년 회사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 사위이자 유대인인 샘 삭스와 파트너십을 맺는다. 골드만삭스라는 회사 이름은 유대인 장인과 사위의 성을 합해 만들어졌다. 이 회사는 성장 과정에서도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대인 기업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 특히 메이시즈, 시어스로벅 등 유통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백화점을 경영하는 유대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유대계 백화점들은 자금이 필요하면 반드시 골드만삭스를 통하고, 골드만삭스 또한 이들 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골드만삭스만 그랬을까. 유대인들 사이의 긴밀하고도 끈끈한 협동은 월가에서 유대인들이 확실하게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때 월가의 황제로까지 불렸던 샌포드 와일 시티그룹 전 회장은 아직도 유대인 금융인맥의 대부로 통한다. 정부 고위직에서 일할 유대인 금융전문가를 그가 추천한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세계 최대 금융보험 그룹 AIG를 일군 모리스 그린버그 전 회장,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풀드 전 회장, 뉴욕생명보험의 사이 스턴버그 전 회장 등이 여전히 월가의 전설로 회자되는 유대인들이다.

 

월가 유대인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조지 소로스다. 1930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소로스는 유대인 박해를 피해 영국을 거쳐 1956년 미국으로 이민을 와 펀드매니저로 두각을 나타낸다. 1969 1만 달러로 시작한 회사를 20여년 만에 2000만 달러가 넘는 기금을 가진 헤지펀드 회사로 성장시켰다. 연평균 35%라는 성장률은 금융계에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 덕에 소로스란 이름엔 ‘20세기 금융의 연금술사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물론 빠른 성장과정에서 유럽이나 아시아의 통화 위기를 초래해 이 국가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기도 한다. ‘세기의 투기꾼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항상 검소한 생활을 하며 고국인 헝가리 등 동유럽의 민주화를 위해 막대한 돈을 기부하는 독특한 생활방식을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또한돈을 많이 벌어 자선하라는 유대인 특유의 전통이 몸에 밴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대인들은 왜 그렇게 금융에 집착하고, 또 강할까. 우선 그들의 고난의 역사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유대인들이 돈벌이에 대해 뼈에 사무치게 경험한 때는 중세 봉건시대다. 성직자 귀족 농노로 구성된 철저한 기독교 중심 사회였던 중세시대에 유대인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 기독교로 개종하지 않으면 공직은 물론 예술인과 기능인 조합인 길드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유대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독교인들이 하지 않는 일뿐이었다. 그게 바로 대금업이었다.

 

당시 중세 교회법에는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어떤 사회에서든 누군가가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사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 어려운 법이다. 게다가 중세시대에 상업체계가 조금씩 발전하면서 그런 역할은 점점 중요해졌다. 본의 아니게 대금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던 유대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금융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었고 많은 부를 쌓았다. 그러나 독점적 대금업은 은총이자 저주였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늘 악덕 고리 대금업자라는 비난이 따라다녔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이 상징적 인물이다.

 

소설 속의 샤일록은 당시 유대인들이 사회의 차별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돈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 수전노적인 이미지는 당시 사회의 주류였던 기독교인들에겐 자신들의 이익을 빼앗아가는 못된 이방인으로 비춰졌을 뿐이다. 유대인들이 돈을 많이 벌수록 기독교인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갔고 심한 경우 교회나 정부는 유대인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외국으로 쫓아내곤 했다.

 

재산 몰수와 국외 추방은 유대인들에겐 어쩌면 숙명 같은 일이었다. 유대인들에겐 박해와 유랑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목숨을 잃을 뻔한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무리 절박한 상황에서도 샤일록의 의식 속에 있었던 것처럼돈만 있으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경험을 수없이 반복했다. 생사를 오가는 경험들이 축적되면서돈은 생명이다라는 인식이 뿌리 깊이 박혀 마치 유전자(DNA)처럼 유대인의 정신 속에 내재돼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 유대인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이 나라 저 나라로 쫓겨 다니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돈, 그중에서도 어느 나라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국제통화가 필요했다. 그런 국제통화 중 하나가 바로 보석이다. 중세시대의 종교 탄압이나 나치의 대학살인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 가운데 몸에 지니고 있던 보석을 뇌물로 주고 생명을 건진 경우가 셀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 탓인지 유대인들의 보석에 대한 애착은 세대를 거슬러 내려와 아직도 유효하다. 보석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드비어스는 결코 낯설지 않은 회사 이름이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 공급 및 유통시장의 80∼90%를 장악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 is forever)’라는 유명한 광고 문구로 한 시절을 풍미하기도 했다. 이 회사도 유명한 유대인 가문인 오펜하이머 가문의 소유였고 유대인들이 큰돈을 버는 데 한몫했다. 최근 들어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시장을 치고 올라가는 다이아몬드계의 떠오르는 별 레브 레비예프 역시 유대인이다. 레비예프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아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요즘엔 다이아몬드를 얘기할 때 뉴욕 맨해튼을 빼놓을 수 없다. 맨해튼 미드타운 47번가에서 5번 애버뉴와 6번 애버뉴 사이 약 300m 거리의 블록은 지나는 사람들의 겉모습이 다른 곳과 다소 차이가 나는 지역이다. 긴 수염을 늘어뜨리고 검은 모자를 쓴, 조금은 생소한 차림의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상점마다 다이아몬드 간판이 붙어 있다. 이른바다이아몬드 스트리트. 이 블록 안에는 오밀조밀한 한두 평짜리 독립 부스 형태의 상점이 가득하다. 대략 2600개 정도라고 한다. 여기서 미국 전역으로 팔려나가는 다이아몬드는 연간 250∼300억 달러 수준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30∼40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다이아몬드의 절반가량이다.

 

이곳의 중심은다이아몬드 딜러스 클럽이란 단체다. 여기서 다이아몬드 세계의 모든 질서가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클럽의 거래소에서 체결된 가격이 전 세계 다이아몬드 가격의 기준이 된다. 이 단체의 회원은 약 2000명 정도인데 회원 대부분이 유대인이다. 긴 수염에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이 거리에 많은 이유도 이 거리의 주인이 사실상 유대인인 탓이다.

 

이 클럽의 회원이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회원 여섯 명 이상의 동의서가 포함된 서류심사를 거쳐 스무 명 이상의 회원들이 실시하는 까다로운 면접과 신원 확인 작업이 이뤄진 뒤 2년간 임시회원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다이아몬드 딜러스 클럽의 정회원이 된다. 심사 기간에 소요되는 약 1년의 시간을 포함해 임시회원 기간까지 총 3년에 걸친 심사과정을 통과하기도 쉽지 않지만 한번 정회원이 되면 회원자격이 대를 이어 넘어가기 때문에빈자리도 자주 생기지 않는다. 결국 유대인들끼리 똘똘 뭉쳐 유대인 이외의 사람들은 회원 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놓고 독점적인 부를 챙기고 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은 태생적으로도 보석과 큰 인연을 맺고 있는 것 같다. 유대인을 영어로 ‘Jew’라고 하는데 이는 보석을 뜻하는 ‘jewelry’와 어근이 같다. 왜 그런지에 대한 정확한 정설을 확인하기는 힘들다. Jew가 잘 다루는 물건이라는 뜻에서 jewelry란 단어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학자들의 추측일 뿐이다. 구약성서에 이스라엘의 12지파가 각각 사파이어, 에메랄드, 토파즈 같은 보석으로 상징되는 것만 보더라도 유대인과 보석은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한몸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유대교는 종교적인 차원에서도 돈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만든다. 예를 들어 천당에 가려면 좋은 일, 즉 선행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문제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등 좋은 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돈이 많아야 선행을 많이 베풀 수 있고, 그래야 천당에 갈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 유대교에선돈의 양과 선행의 크기는 비례한다고 보아 돈 버는 일을 적극 권장한다. 돈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종교적 차원에서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부자가 천당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는 성경 구절처럼 주로 돈에 대한 절제나 금욕을 강조하는 대부분의 다른 종교들과는 완전히 다른경제관이다.

 

,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가 몸에 배어서 그런지 유대인들 중에서는 경제학자가 특히 많이 배출된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유대인 인구는 약 1500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세계 인구를 약 70억 명으로 치면 유대인 인구 비중은 0.2%선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우리 한민족의 약 4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유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22%에 달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노벨 경제학상의 경우 이 비중이 41%로 올라간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학회에서 2년에 한번씩 40세 이하의 젊은 경제학자들에게 수여하는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유대인 비율은 65%로 노벨상을 수상한 유태인 비율보다 훨씬 높다. 이 상은 그동안 수상자 두 명 중 한 명이 나중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정도로 권위가 있어 젊은 경제학도들이 선망하는 상이다. 폴 사무엘슨, 밀턴 프리드먼, 로버트 솔로, 게리 베커, 조셉 스티글리치 등의 유대인들은 존 베이츠 클라크메달과 노벨 경제학상 두 가지를 모두 받기도 했다.

 

최근 들어 유대인 젊은이들은 도소매 유통업을 중시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주특기인 창의력을 발휘할 대상으로 IT나 엔터테인먼트 쪽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변치 않은 선호직종은 역시 금융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이들 뼛속 깊이 배어 있는 경제, 특히 금융 DNA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육동인 커리어케어 대표 dongin6@hanmail.net

필자는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한국경제신문에서 뉴욕특파원을 거쳐 논설위원, 금융부장, 사회부장을 역임했다. 국회사무처 공보관 및 홍보기획관직도 맡았다. 현재 한국컨설팅산업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유대인처럼 성공하라(2004)> <육동인, 소통 정치를 말하다(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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