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Management
편집자주오랫동안 CEO들을 대상으로 심리클리닉 강좌와 상담을 진행해온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가 리더들에게 필요한 마음경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경영자들이야말로 ‘마음의 힘’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강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변하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영국의 작가이자 사상가인 C S 루이스는 자신이 받은 편지에 답장을 매우 열심히 쓰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편지를 받았다. 그중엔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보낸 편지도 있었지만 모르는 독자들이 보낸 편지도 많았다. <나니아 연대기> 같은 판타지 소설을 쓴 만큼 어린이들의 편지도 쇄도했다. 그 모든 편지에 다 답장을 쓴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그 일을 해냈다.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내 앞에는 편지라는 큰 산이 가로놓여 있다네. 난 아침8시30분부터 11시까지 온전히 편지 쓰는 일에만 매달리고 나서야 내 일을 시작한다네. 거의가 내가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말이야. 물론 내가 보내는 답장이 그들에겐 대부분 소용없는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때로 누군가의 편지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지. 그리고 바로 그들 때문에 답장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도 있다네.”
한번의 짧은 돌아봄, 한번의 작은 손길이 누군가의 삶에 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루이스는 누구보다도 그 놀라움의 비밀을 잘 터득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필자 역시 그것을 모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어떤 때는 심지어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사실을 외면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더욱 싫은 건 ‘그래도 나 정도면 잘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고개를 세울 때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인간관계에서의 만점은 50점
인간이란 본래 자기중심적인 존재이긴 하다. 아들러의 말처럼 무서운 세상에서 무서운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가야 하는 이상 나는 자신의 생존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니 어찌 나 중심의 까칠 모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랴.
실제로 인간은 그렇게 거룩한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거룩한 사람도 50%는 어리석다고 봐야 한다. 그런 시각으로 나를 보면 다행히 내 존재가 용서가 된다. 동시에 상대방 역시 나와 같은 이유로 많은 부분에서 용서돼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런 깨달음 덕분에 서로에 대한 기대치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언젠가 “내가 쓰는 것은 모두 명품인데 내가 만나는 사람중에는 명품같은 사람이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내가 쓰는 명품이라도 세계적인 부자들이 보기에는 이류로밖에 안 보일 가능성이 매우 많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말하는 그 자신이 명품에 들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의 인간관계는 좀처럼 스마트해지기 어렵다.
사람 사이에서 명품의 관계를 기대할 수는 있다. 그건 서로가 명품의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서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된다. 인간관계에서는 누구도 100점을 기대할 수 없다. 만약 50점 정도라고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시 말해 인간관계에서의 만점은 50점인 것이다. 내 주위 사람들 중에서 50%만 나를 괜찮게 봐줘도 나는 정말 썩, 매우 괜찮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주위에서 50%의 사람들에게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으면 나는 인간관계에서 만점을 기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삶에 작은 기적을 일으키는 비결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돼야 할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삶의 다양성 앞에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세상에는 60억 명이 넘는 인구가 있다. 그들 각자 자기만의 고유한 삶이 있다. 그건 곧 이 세상에는 그만큼의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때로(늘 그러기는 어려우니까) 내 관점이 아닌 상대방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면 최소한의 예의는 잃지 않고 상대방을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진심을 담아 상대방을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인간은 다른 사람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빨리 알아차리게 돼 있다. 일종의 생존본능 때문이다. 동물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상한 음식을 더 빨리 발견하고 벌레를 빨리 퇴치해야 하듯이 인간도 상대방의 단점에 더 민감하게 마련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에는 공격 본능과 성 본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성 본능은 섹스가 아니라 자기 삶의 영속성에 대한 욕구를 의미한다. 따라서 그 영속성을 방해하는 것에는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단점을 재빨리 간파하고 나쁘게 보는 것도 그런 반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칭찬이나 격려 등은 추가적인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니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만큼 날 인정해 주고 공감해 주고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인 셈이다. 다만 반 정도라도 내 기대치가 채워진다면 그건 상대방이 어마어마하게 노력한 결과라고 보면 된다.
생각해 보라. 아무리 내가 최선을 다했어도 상대방은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그때마다 또 우린 얼마나 상처를 받는지도. 그럴 때는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면 더 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 기대치의 문제로 생각해서 길게 고민하고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렇게 정석대로 되지는 않는 법. 때로는 좀 더 쿨 한 자세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나에게 허용되는 것은 상대방에게도 똑같이 허용돼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다. 나 역시 상대방은 나한테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가 50점도 안 된다고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더 어려운 주문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때때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셈이다. 우리가 너나없이 칭찬에 약한 것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떤 칭찬도 애초의 의도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누군가로부터 진심이 담긴 칭찬의 말을 듣고 행복감에 젖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행복감은 대개 상대방에 대한 조건 없는 헌신이라는 부메랑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칭찬으로 버는 행복에는 한계가 없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인간관계를 언제나 무겁고 진지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때로는 ‘가볍고 단순하게’가 목표가 될 필요도 있다. 그것이 세 번째 요점이다.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할 때도 그냥 그림 보듯이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린 설악산을 두고 왜 하필 설악산이냐고 따지지 않는다. 그냥 바라볼 뿐이다. 그런 것처럼 왜 하필 나이고, 왜 하필 저 인간이냐고 따지지 말고 그냥 내 인생의 그림 중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쓸데없이 깊게 파고드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깊게 파고들어 좋은 것은 학문과 일뿐이다. 인간관계는 일정한 여백과 여유가 있을 때 훨씬 편안한 법이다.
마지막으로 전제돼야 할 것은 나의 성장을 위한 노력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다. 늘 말하지만 그런 나를 성장시키고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우리의 가장 큰 책무다. 도스토예프스키도 말했다. “일단은 자기 한 사람을 사랑하자. 왜냐하면 이 세상 모든 것의 기초는 개인의 이해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라고.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그게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잠재능력을 발휘하는 데 써야 하는 정신적, 창조적 에너지를 자기 비하나 남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등 엉뚱한 곳에 낭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자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없이 스스로를 믿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세상의 다양성 앞에 마음을 열고, 주변 사람들을 칭찬하고 격려하고자 애쓰고, 쿨 한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자기 성장을 위해 변화를 도모하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삶에 작은 기적을 일으키는 최고의 비결이다.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 mind-open@mind-open.co.kr
양창순 대표는 정신과, 신경과 전문의로 현재 마인드앤컴퍼니 대표이다. 연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주역과 정신의학, 리더십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정신의학회 국제회원, 미국의사경영자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CEO, < SPAN>마음을 읽다> <미운 오리새끼, 날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 자기계발, 대인관계, 리더십을 주제로 한 책들을 10여 권 넘게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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