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판매자가 빠지는 4가지 함정

67호 (2010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프로그램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니고시에이션>에 실린 ‘Trying to Make a Sale? Gain an Edge by Avoiding These Common Pitfall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콘텐츠 공급(NYT 신디케이션 제공)
 
그 어느 때보다 구매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은 시대다. 따라서 판매자들은 자신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무엇인지 미리 알고 있어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협상에서 판매자의 위치에 선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4가지 함정과 그 해결책에 대해 알아보자.
 
함정 1상품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몇 달, 심지어는 몇 년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 집들이 많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팔려나가는 집도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물론 입지나 외관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판매자가 자신이 보유한 상품의 가치를 얼마나 과대평가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부동산 중개인의 감정가를 무시한 채 일부 집주인들은 적어도 원래 매입한 가격만큼은 받아야겠다거나, 혹은 그보다 훨씬 더 비싼 값에 집을 팔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맥스 H. 배저먼(Max H. Bazerman)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에 따르면 상품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데는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일반적인 심리가 작용한다. 첫째, ‘내 물건 효과(endowment effect)’는 아무리 하찮은 물건일지라도 내가 가진 물건은 뭐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프린스턴대 교수가 실시한 유명한 연구를 보자. 상표가 적혀 있지 않은 커피잔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가격을 매겨보라고 하자 판매자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그 커피잔에 매긴 가격은 구매자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구매 의향이 있다고 답한 가격보다 훨씬 높았다.
둘째,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진 희소한 물건이라는 이유로 판매자들이 시장 가격 이상으로 제품가를 책정할 때가 종종 있다. 이 ‘희소품 효과’에 따르면 판매자들은 그 물건에 얽힌 추억이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제품의 가격도 올려 받으려 한다. 이런 애착을 알 리 없는 대개의 구매자들은 제품 가격을 그보다 훨씬 낮게 평가하다.
해결책:상품의 가치를 과대평가하지 않으려면 부동산 중개업자, 보석 감정사, 재무 전문가 등 제3자에게 물건의 값어치가 어느 정도인지 감정을 부탁하라. 특히 상품이 몇 달, 몇 년씩 팔리지 않았을 때 여러분의 심정이 어떨지를 머릿속에 떠올려봐야 한다. 앞으로의 상황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내가 가진 상품의 가치를 더욱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함정 2가격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물건을 판매할 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가? 유별난 사람이 아니고서야 최대한 높은 값을 받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판매자들은 목표가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가격 프리미엄을 높이 책정한다. 배저먼은 다양한 부문에 걸친 연구를 통해 봤을 때 의사 결정 단계에서 우리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파악 가능한 극히 단편적인 정보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본인의 관심사에만 집중해서 가격을 흥정한다면 협상을 양측이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과업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셈이다. 머릿속에는 온통 상대에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뿐이라면,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간파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또 다른 사항을 추가로 협상에 포함시킬 수도 없다. 만약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인 상황에서 가격 흥정에만 온 정신을 쏟는다면 양측 간의 협의를 한층 공고히 하고 더불어 내게도 이익을 줄 수 있는 납기일, 지불일 등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여러 사안들을 그냥 지나쳐버리고 만다.
해결책:스스로 가격에 너무 집착한다는 판단이 들면 어떻게 해야 나와 협상 상대 양측 모두가 이번 협상에서 더 많은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아이디어를 내는 데 시간을 할애하라. 배저먼은 제3자를 협상 테이블에 모실 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새로운 집단이 합류해 이야기를 나누면 이전과 달리 논의가 복잡해지긴 하겠지만, 더 넒은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함정 3윤리적이지 못하다
중고차를 팔든, 전문 서비스나 기업의 상품을 팔든, 여러분은 잠재적 구매자보다 상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구매자가 제아무리 리서치를 부지런히 하더라도 오랫동안 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여러분보다는 더 잘 알 수 없다. 이 ‘정보의 불균형’이 있는 만큼, 협상에서 구매자를 내가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스스로 매우 윤리적이라고 자부하는 협상가조차도 도덕적인 원칙을 지켜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배저먼에 따르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을 때가 바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주택 매매 가격의 일정 비율을 중개료로 받는 부동산 중개인이 철저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입찰가를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 특정한 목적 하에 장부에 손을 대야 하는 어떤 회사를 대상으로 자문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계사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중개업자나 회계사 등이 애초부터 의도적으로 상대를 이용할 생각을 품은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제시하는 거래 조건이 고객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객관적으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해결책:부도덕한 행동이 늘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뒀다면, 나의 도덕적인 기준에 어긋나지 않게 협상에 임하고 있는가를 따져볼 준비가 된 셈이다. 혹 구매자가 내 얘기를 미심쩍어 하는 눈치라면, 계약서 상에 공동 책임부담 원칙을 덧붙일 용의도 있다고 제안해볼 수 있다. 금전적 보상을 약속함으로써 내 주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건설업자라면 준공일을 지키지 못했을 때 배상금을 물거나 공사비를 줄여서 받겠다는 약속을 내걸 수 있다.
 
함정 4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못한다
아무리 여러분이 잠재적 구매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오랜 시간에 걸쳐 조사하고 그 욕구에 부합한 제안서를 작성했더라도 최상의 조건을 제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판매자들은 종종 이익과 손실에 관한 정보를 잘못 전달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각기 다른 목표 가격을 가지고 있다. 구매자는 자신의 목표가보다 차이가 나는 만큼 손해를 봤다고 여길 것이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격과는 거리가 먼, 즉 손실로 비춰질 수 있는 제안서를 제시함으로써 판매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구매자로 하여금 이러한 부정적 시각을 더 굳히게 만든다.
해결책:내가 제안한 가격이 구매자의 목표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손실액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구매자에게 이익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라.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인 사무용품 공급업체 영업 사원의 예를 살펴보자. “고객님께서는 저희가 가격을 10만 달러 낮춰서 공급해주길 바라시겠지만, 그 가격은 불가능합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현재 제품 구입비로 쓰고 계신 금액에 대해 저희가 한 가지 제안을 드릴까 합니다. 저희는 동일한 양의 제품을 2만 달러 할인된 금액에 드릴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비용을 꽤 줄이시는 셈이죠?”라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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