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에서 오는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맨들을 많이 만난다. 세계라는 무대를 대상으로 바쁘게 사시는 분들이고, 배울 점도 많은 분들이다. 다만 이 분들을 만나면서 ‘와! 내가 미국인이라면 이럴 때는 황당할 것 같다’라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 이 분들이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고치면 더 좋을 점 7가지를 정리해봤다. 물론, 이 리스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리스트다.
1.e메일 계정 한국에서 꽤나 잘나간다는 기자를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의 명함에 적힌 e메일은 bestandhappy@wxy.com이었다. 무슨 특별한 뜻이 있냐고 물어보니 ‘항상 최선을 다해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뜻입니다’라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분과 미국 회사 중역들의 미팅에서, 명함의 e메일을 보고 황당해 하는 미국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e메일 주소는 이름과 성을 사용하는 게 좋다. 이는 너무나 기본적인 e메일 원칙이고, 대개의 미국인들은 이렇게 하고 있다. 튀는 것도 좋지만, 비즈니스 시에는 평범한 원칙을 따르는 게 좋다.
2.회사 e메일 할리우드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사장과 함께 LA에서 미팅했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되는 회사라 명함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에서의 명함은 한국에서처럼 절대적이고 심각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장이 미국인에게 알려준 e메일은 xyz@paran.com이었다. ‘파란’을 당연히 모르는 미국인은 ‘파란’이 모기업의 이름이냐고 물어봤다. 그는 “아뇨, 파란은 그냥 웹 메일입니다. 회사 e메일이 있는데 귀찮아서 잘 사용 안 합니다.” 미팅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그에게 “귀찮아서 명함에 파란 e메일을 박아서 다니려면 그냥 짐을 싸서 집에 가라”고 했다. 만약 비즈니스 미팅에서 어떤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의 회사 명함에 이런 e메일 주소를 보면 엉터리 회사, 사기꾼 혹은 진지하게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3.cc:한국인과 e메일을 하다 보면 참조메일, 즉 ‘cc:’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e메일을 보낼 때 누군가를 ‘cc:’ 하면 cc:된 사람도 계속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 이후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그 사람도 cc:가 돼야 한다. 그러면 답장을 할 때 항상 전체 답장을 하는 게 예의다.
4.명함 실리콘밸리에서는 명함을 아예 안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e메일이 커뮤니케이션의 주 수단이기 때문에 명함을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심지어 어떤 사람은 친환경적인 이유로 명함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명함을 신주모시듯 꺼내고, 두 손으로 매우 반듯한 자세로 상대방한테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5.악수 악수할 때에도 한국 분들은 굳이 두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반가움의 밀도를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한 손으로 상대의 손을 지긋이 잡아주면 된다. 또 악수를 하면서 쓸데없이 허리를 굽히거나 굽실거리는 제스처는 취하지 않아도 된다.
6.회사 연혁은 생략 한국 회사의 소개자료를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회사 창립일부터 현재까지 매년/매달 단위로 주저리주저리 적은 회사 연혁이다. 특히, ‘중소기업청 이노비즈’ 니 ‘대한민국 혁신벤처기업상’ 등의 세세한 연혁까지 소개자료에 집어 넣는 회사들이 있는데, 미국 회사들은 그렇지 않다. 단순히 회사 경영진, 제품/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정도만 포함하면 된다.
7.어설픈 영문 자료 한국 회사들의 영문 자료나 영문 웹사이트를 보면 오타나 틀린 영문 표현들이 너무 많다. 어차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철자나 영문법이 틀릴 수 있다고 굳이 주장하시는 분들은 준비가 된 후에 다시 미국으로 오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영문자료는 주위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나 외부 전문 기관에 돈 몇 푼 주고 검토해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이상에서 나열한 7가지는 회사를 하루 아침에 망하게 하는 딜브레이커(deal-breaker)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기본’이 존재한다. 아무리 창의성과 차별화가 요구되는 비즈니스 환경일지라도 항상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비즈니스 에티켓이란 게 있다. 미국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런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배기홍 뮤직쉐이크 제너럴 매니저 ki_hong@hotmail.com
필자는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 매니저를 거쳤다. 현재 사용자 제작 음악 서비스 제공기업인 뮤직쉐이크의 미국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 컨설팅 업체인 오션스 인터내셔널의 공동 대표도 지내며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와 국내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등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도 자문하고 있다. 저서로는 <스타트업 바이블>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