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GSB에 오기 전, 1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을 시키는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을 다녔다. 피 말리는 월가의 생활과 비교하면 MBA 생활이 당연히 수월할 거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착각이었다. 직장 생활할 때보다 더 늦게까지 글을 읽고, 공부를 해야 했다. 그룹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적도 많았다. 수재들과 경쟁하면서 그들의 창의적이고 기발한 두뇌에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MBA 1학년 생활이 가치있었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내 자신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지면서 정체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MBA에 오기 전 가장 고민했던 질문인 “과연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에 대해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필자는 정규 수업보다 방학 때 여름 인턴을 수행하면서 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필자는 처음 9주 동안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BAML)의 뉴욕, 샌프란시스코 지점에 근무했다. 이후 학교가 제공하는 Global Management Immersion Program(GMIX)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중국 경험도 쌓았다. GMIX는 학생들을 국제 사회의 진정한 리더로서 키우고자 하는 GSB의 목표가 잘 담겨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GMIX를 통해 지금껏 자신이 알지 못했던 국가의 공공 및 민간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새벽 3시에 일어나는 트레이딩 플로어의 생활
BAML의 세일즈 및 트레이딩(Sales and Trading) 부서에서 일하기 위해 뉴욕에 닿는 순간, 필자에게 든 생각은 ‘정말 정글에 왔구나’ 였다. 크레디트 스위스에서 일했을 때도 트레이딩 플로어(trading floor)는 인정사정 없고 정신 없는 곳이었는데 막상 내가 그 자리에서 일하게 되다니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익숙해지자 트레이딩 플로어에서의 일이 즐거워졌다. 특히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을 때와 달리 회사에 있는 동안 단 1초도 낭비하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필자는 매일 6시15분에 출근해 뉴욕 주식시장이 끝나는 시간까지 단 한 순간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매매는 그야말로 엄청난 집중력과 멀티 태스킹 스킬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 최소 4개가 넘는 컴퓨터 스크린, 주위의 트레이더나 세일즈 담당자들이 외치는 광대한 정보를 빠른 속도로 읽고 걸러내며,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때가 허다했다.
미국 서부 금융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동부와 서부는 3시간의 시간 차이가 있지만 서부에서도 무조건 뉴욕 시간에 맞춰 일을 한다. 때문에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새벽 4시까지 출근을 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기 위해 아무리 늦어도 오후 7시 반이면 잠자리에 들었다. 때로는 군대에 와 있는 기분도 들고, 진작 이렇게 일찍 자고, 일어나는 모범적인 생활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진윤정
-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뉴욕지점 IB(Investment Banking)
-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홍콩지점 전략 업무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