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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농문 서울대 교수

위대한 과학자들의 비밀, ‘몰입’

신성미 | 44호 (2009년 11월 Issue 1)
몰입 상태에서는 즐거움, 쾌감, 흥분, 열애의 감정을 느낍니다. 생각하는 문제의 단어만 들어도 몸이 달아오를 지경입니다. 몰입 상태가 최고조에 이르면 오로지 주어진 문제를 풀겠단 생각밖에 없어요. 내일 죽어도 아쉬울 게 없죠. 단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죽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얼마 전에 작은 사업을 하시는 사장님 한 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분은 대학 졸업 후 기차역에서 승차권 자동발매기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취직했대요. 1년 5개월을 다니다 그만두고 개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하는 일마다 망한 거예요. 아이한테 분유 사 먹일 돈도 없어서 분유 회사에서 샘플을 얻어다 먹일 정도가 됐어요.
 
그러다 예전에 다니던 자동발매기 회사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회사 자금 사정이 나빠져서 회사에 1억 원을 투자하면 지분을 주겠다고 제안했답니다. 그분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버지를 수차례 찾아가 설득한 끝에 1억 원을 구해 투자했대요. 회사에서는 한 기차역의 자동발매기에서 한 달에 1000만 원 정도 수익이 나오니, 1000만 원까진 회사가 가져가고 그보다 수익이 더 나오면 그분더러 가져가라고 했어요. 그분은 자동발매기에서 손님을 끌려고 오전 5시에 출근해서 화장실엔 한 번만 가고 점심은 15분 안에 해결하면서 마지막 기차가 떠나는 밤 11시까지 서 있었대요. 다리에 마비가 올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서 있는 내내 ‘어떻게 해야 손님들이 자동발매기를 더 많이 이용할까’ 하는 생각만 계속했대요. 한마디로 ‘몰입’을 한 거예요. 두 달을 그렇게 하니 엄청난 아이디어들이 나왔대요. 첫 달에 300만 원, 둘째 달 700만 원, 셋째 달 1500만 원, 넷째 달에는 3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고요. 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 사장님은 자동발매기 지분을 처분하고서 기차역에 있는 식당을 인수해서 현재 식당 5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사장님은 자동발매기 일을 할 때도 두 달 만에 엄청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으니, 식당을 운영할 때도 그렇게만 하면 지금보다 10배는 더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별의별 방법을 다 써도 그 두 달 동안 경험한 상태가 재현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던 중에 제가 몰입에 대해 연구했다는 얘길 듣고서 저를 찾아온 거예요. 저는 그분에게 제가 깨달은 ‘슬로 씽킹(slow thinking)’을 가르쳐 드렸습니다.
 
 
 
 
몰입하면 천국에 사는 기분 느껴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나 몰입을 합니다. 만약 사람이 초원에서 사자에게 쫓기면 완전히 몰입해서 도망가죠. 그런데 위기 상황이 아닌 평화로운 상황에서도 가장 효율적으로 몰입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1990∼1997년에 ‘몰입’을 스스로 체험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학문에서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끝까지 물고 늘어져보자고 결심했어요. 의식이 있는 한 오직 그 생각만 하기로 했죠. 걸으면서, 운전하면서, 식사하면서, 엘리베이터에서, 화장실에서, 세수하면서…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제 머릿속에 다른 생각은 일절 없고 오직 그 문제로만 채워지더라고요.
 
몰입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방법입니다. 몰입하면 평소에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들이 샘솟듯이 떠오릅니다. 그 기분으로 1주, 2주가 지나면 마치 천국에서 사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죠. 이때 저는 재료공학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여러 문제들을 풀었습니다. 세계적 석학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어낸 것입니다.
  
그때 느꼈죠. ‘위대한 업적을 낸 위인들도 이렇게 몰입했겠구나.’ 그래서 위인들의 자서전을 몰입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봤더니 역시나 다들 몰입을 했더라고요. 우리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두뇌를 가질 순 없지만, 그들이 사용한 몰입 방법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몰입이 쉽진 않습니다. 프리먼 다이슨이라는 유명한 물리학자는 몰입 분야의 대가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몰입을 시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일종의 투쟁이라고나 할까요. 시작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힘듭니다. 첫 페이지를 쓰기 위해 일주일 동안 죽어라고 매달리기도 하죠. 정말 피와 눈물과 땀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군요… 자연스러운 몰입이 시작될 때까지 견뎌야 합니다… 일단 몰입에 들어가면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거기 도착하기 위해서는 높은 장벽을 넘어가야 합니다. 그전까지는 그저 순수한 고통일 따름입니다.”
 
슬로 씽킹을 훈련하라
몰입을 하려면 슬로 씽킹 훈련을 해야 합니다. 슬로 씽킹은 ‘명상’과 ‘생각’으로 이뤄집니다. 우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온몸의 힘을 빼세요. 의자 등받이에 목을 기대고 탁자에 발도 올려놓고요. 최대한 안락함을 느끼는 자세를 유지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천천히 걸을 때나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슬로 씽킹이 더 잘 된다고도 합니다. 사무실에서와 달리 이동할 때는 ‘지금은 버려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어 생각을 더욱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슬로 씽킹을 할 땐 절대 근심과 걱정을 하지 않고, 결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특히 최고경영자(CEO)들이 이 부분에 취약하더군요. 제가 고민해본 결과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사람들을 따라하면 좋더라고요.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사람은 중요한 일이 생기면 근심과 걱정, 결과까지 모두 하느님에게 맡기고 자신은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한마디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하는 거죠. 근심과 걱정을 하거나 결과에 집착하면서 아이디어를 내려 하면 머리만 심하게 아플 뿐 오래 생각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고 자신의 에너지를 절반 이상 갉아먹습니다.
 
최대한 편안한 상태로 생각하다가, 졸리면 그 자세로 주무세요. 슬로 씽킹을 잘 할수록 졸음이 빨리 옵니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잠잘 때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졸리면 ‘또 아이디어가 나오려나 보다’ 하고 선잠을 잡니다. 자고 일어나면 몰입도가 확 올라가요. 그래서 일하는 게 쉬는 것보다 더 편안해집니다. 그러니까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내 능력의 한계를 넓혀가는 삶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음을 망각한 생활과 죽음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옴을 의식한 생활은 서로 완전히 다른 상태다. 전자는 동물의 상태에 가깝고 후자는 신의 상태에 가깝다.” 제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몰입하게 된 계기를 잘 설명해주는 말입니다. 한때 저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했습니다. 인간이라면 언젠가는 죽을 테니 누구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으며 사형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가 왜 죽어야 하느냐며 저항을 해도 어쩔 수 없더군요. 고민 끝에 죽음에 저항할 방법을 찾아냈어요. 삶을 가장 삶답게 살자고 깨달았죠.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한마디로 죽은 것과 다름없이 살진 말자고 다짐했어요. 그렇다면 죽음과 가장 반대되는 삶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확실한 답을 갖고 있지 않으면 어정쩡하게 살게 되잖아요. 결국 죽음의 정반대는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분야에서 자기 능력의 최대 한계치를 발휘하고 그 한계를 넓혀가는 삶’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렇다면 진정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요. 김연아가 태어날 때부터 피겨스케이트를 좋아한 게 아니고, 이창호가 처음부터 바둑을 좋아한 건 아닙니다. 무언가에 몰입을 하면 좋아하게 됩니다. 몰입을 통해 좋아하는 분야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저는 그때 연구원이었으니까 연구에 몰입하자고 결심했죠. 내 머릿속 슈퍼컴퓨터가 항상 돌아가도록 문제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어요. 너무 쉬운 문제를 풀면 내 두뇌의 20%밖에 가동이 안 됩니다. 문제의 난도가 올라가면 내 능력의 80∼90%까지 발휘하지만 나는 내 능력의 100%를 발휘하고 싶었어요. 중요하지만 학계에서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 바동거리는 상태가 내 뇌를 100% 발휘하는 상태입니다. 바로 ‘능동적 도전’이지요. 당시 학계에서는 다이아몬드가 저압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습니다. 저는 그 문제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사실 동료들, 심지어 저 자신조차 제 능력으로는 그 문제를 못 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큰 부담 없이 ‘내가 40%만 해결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60%를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문제에 치열하게 몰입하면서 지고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몰입을 시작할 때의 증상
몰입을 시도한 첫째 날에는 사실 아무 진전이 없습니다. 그러니 집중이 안 되고 잡념이 방해하죠. 그러다 보면 생각하는 일이 극도로 지루해집니다. 동료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데, 나는 아무 성과 없이 발버둥만 치다가 하루가 훌쩍 가버리곤 했습니다. 제가 7년을 몰입해서 ‘몰입의 달인’이 되었지만 매번 몰입을 시작할 땐 이런 증상을 견디기가 어려워요. 몰입 장벽이 이렇게 높습니다.
 
몰입 둘째 날에도 여전히 잡념이 생깁니다. 하지만 조금씩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해요. 생각을 하다가 졸음이 오죠. 역시나 별다른 진전 없이 둘째 날이 지나갑니다.
 
몰입 셋째 날에는 드디어 완전한 몰입 상태에 도달합니다. 우선 잡념이 사라지고, 문제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서 자동으로 문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들기 시작하죠.
 
혼다자동차 설립자인 혼다 소이치로는 “엔진을 생각하면 머릿속에서 엔진이 돌아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몰입의 증상입니다. 흥분돼서 잠이 안 오죠. 이 때문에 몰입을 할 땐 건강을 위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운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두뇌를 자나깨나 계속 쓰다 보면 결국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매일 넘치는 아이디어 때문에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지금은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낮에 계속 생각해야 자면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잠을 깨기 전부터 이미 몰입 상태에 들어가 있어야 일어나서도 몰입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몰입 상태의 문제 해결
일단 몰입을 하면 유용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문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 떠 있지요. 이때 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뇌에 입력하면 문제 해결 능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예를 들어 몰입 상태에서 전문가를 만나거나 관련 논문과 책을 읽으면 평소의 10∼100배의 속도로 아이디어가 마구 떠올라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죠. 모든 걸 내가 할 수 있다는 의욕이 생깁니다.
 
몰입 상태에서 풀고자 했던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저는 일단 즉시 적었습니다. 운전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차를 세웠죠. 글로 적어서 머리를 비워놔야 그다음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든요. 적지 않고 기억하려고만 하면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올라요.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자꾸 적으면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그러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원리가 뭔지 궁금해졌어요. 결국 찾아낸 게 ‘잠’이었습니다. 틀림없이 잠자는 동안 아이디어가 나오더라고요. 실제로 2004년 1월 <네이처>에는 깨어 있을 때보다 수면 도중에 통찰력이 훨씬 높다는 연구 논문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하다 잠이 들면 통찰력이 평소의 3배로 올라간다는 내용입니다. <타임스> 온라인 2008년 11월 26일자에는 ‘인생을 바꿀 아이디어를 기다리는가? 그 문제를 생각하며 잠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특히 수면 전반부에 창의성이 극대화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밤에 서너 시간 자고 일어났을 때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때 생각을 많이 하고 다시 자면 됩니다. 저도 생각하다 잠이 들면 수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기억에 모두 저장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깨서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르면 반드시 메모를 합니다. 아인슈타인도 항상 머리맡에 메모지를 놓고 잤다고 합니다.
 
몰입이 충만한 삶을 만든다
몰입 상태에서는 즐거움, 쾌감, 흥분, 열애의 감정을 느낍니다. 생각하는 문제의 단어만 들어도 몸이 달아오를 지경입니다. 저는 테니스를 치고 와서 가족들과 식사한 뒤 소파에 앉으면 그렇게 안락할 수가 없어요. 그 상태에서는 제 두뇌가 100% 가동합니다. 그게 슬로 씽킹이에요. 오후 9시쯤 졸리면 두 다리를 쫙 뻗고 편안히 잠이 듭니다. 이때가 안락함의 하이라이트예요. 오늘 하루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으로 잠들 때의 기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그 상태에서 문제를 천천히 생각하다 잠들고 새벽에 깹니다. 거실에 나오면 세상은 조용하고, 이 넓은 우주에는 그 문제와 문제를 생각하는 나밖에 없습니다. 이때 최대의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이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몰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기적 같은 아이디어가 나와서 감격을 하게 되니 연구가 너무 재밌더군요. ‘연구가 이렇게 재미있는데 월급을 받아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학계에서 수십 년간 풀지 못했던 ‘하전된 나노입자 이론’을 밝히고 나서는 영화 ‘벤허’의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했던 말처럼 ‘하느님, 진정 이 작품을 제가 만들었습니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사실 그땐 이게 몰입 때문인지 모르고 단순히 내가 연구하는 재료공학이 재미있다고만 생각했어요. 나중에서야 그게 몰입의 효과란 걸 알았죠. 정말 ‘이제까지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를 살아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그야말로 완벽하게 하루하루를 살았어요. 내 능력을 초월하는 기적과도 같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뒤돌아보면 한 치의 후회도 없는 삶이죠.
 
몰입 상태에서는 문제와 목숨을 건 전투를 벌입니다. 내 모든 세포가 그 문제를 풀려는 듯이 진지함이 극에 달하죠. 몰입을 하니까 내가 푸는 문제가 내 목숨보다 귀하게 느껴져요. 그게 바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이기도 하죠. 조치훈 바둑기사가 “나는 바둑 한 수 한 수에 목숨을 건다”고 한 게 바로 이런 느낌을 말합니다. 프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목숨을 거니까 일 하나하나가 흥분돼서 평생을 재밌게 보냅니다. 또한 목숨을 거니까 자기 능력의 최대 한계치를 발휘하게 되죠. 능력의 한계가 조금씩 확장되니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요. 당연히 여기저기서 영입하려고 안달을 하죠.
 
몰입을 경험하면 가치관이 바뀝니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느껴지죠. 그렇게 가치관이 바뀌어야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몰입을 알기 전에는 밤 11시까지 연구실에 남아 있을 정도로 ‘하드워커’였어요. 하지만 진정 연구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죠. 그러니 재미가 없고 내 능력의 10∼20%만 발휘하는 정도였습니다.
 
몰입 상태가 최고조에 이르는 단계에 오르면 여러 증상이 나타납니다. 오로지 주어진 문제를 풀겠단 생각밖에 없어요. 대개 몰입을 몇 개월 경험하면 일상의 기억은 가물가물해집니다. 그래서 내일 죽어도 아쉬울 게 없죠. 단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죽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를 푸는 게 삶의 이유가 되죠. 호기심이 극대화되고요. 이때는 그 문제를 생각하는 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고, 그 문제를 생각하지 못할 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몰입을 경험하지 못한 채 일생을 보내는 게 무척 안타깝습니다. 한번 정도는 시간을 내서 몰입을 경험해보고 그 위력을 깨달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몰입을 통해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두뇌활동을 의도적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서양의 프로페셔널리즘과 동양의 명상적 방법(화두선)이 조화를 이루면 행복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생산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황농문 교수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재료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몰입: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이 있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경영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주최하는 CEO 포럼의 일부 강의를 요약해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이번 호에는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의 강의 ‘몰입과 기업 경영’을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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