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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새 사업 기회 주려고 망하게 했는데…’

최명기 | 37호 (2009년 7월 Issue 2)
상장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김 이사는 올해 1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의 회사는 지난해 키코(KIKO) 관련 손실로 갑자기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상장 폐지 위기에까지 몰렸다. 김 이사는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며칠 밤낮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던 중 주거래 은행에서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나오다 쓰러졌다. 깨어보니 병원 응급실. 그런데 혀가 움직이지 않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오른쪽 손발도 움직일 수 없었다. 다행히 정신은 멀쩡했지만, 그래서 더 고통스러웠다.
 
김 이사는 5월쯤에야 어느 정도 말을 하고 지팡이 없이 걷게 됐다. 겉으로 볼 때는 거의 회복한 셈이지만, 그는 여전히 우울함과 허전함을 느끼고 있다. ‘나는 왜 그렇게 인생을 바보처럼 살았을까.’
 
자녀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했기에 아내와 자녀들은 그에게 더 이상 일하지 말고 쉬라고 한다. 하지만 막상 쉰다고 생각하니 무기력한 마음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막상 일을 하려니 ‘또 쓰러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선다. 노후를 위해 집을 사고 저축을 해놓으며 재테크에도 웬만큼 성공했지만, 인생에서 정말 큰 것을 놓친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든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사고나 본인의 건강, 또는 가족들의 병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에는 승진과 재테크 등이 커다란 관심사지만,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치면 자신이 과연 인생을 잘 살아왔는지 자문하게 된다. 위기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으려면 인생을 어떻게 경영해야 할까? 

불안에 떨면서 일하지 말라
공부를 정말로 재미있어 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어린아이들은 부모에게 야단맞기 싫어, 고등학생들은 대학 입시에 떨어지기 싫어 공부한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특정 대학의 특정 학과에 가고 싶다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특히 명문대 인기 학과 출신 중 정말로 자신의 전공을 사랑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회사에서도 이어진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좋아서가 아니라 불안해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정리해고 당하지 않기 위해, 상사에게 미움 받기 싫어 일한다. 그런 사람들이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되면 해방감을 느끼기보다는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부모님을 볼 생각에 전전긍긍하는 학생처럼 불안감을 느낀다. 단지 불안하다는 이유로 일을 하면 피할 수 없는 어려움에 부딪힐 때 그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그렇다면 불안 이외에,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열심히 일하게 될까? 그것은 바로 ‘재미’다. 사람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때 재미를 느낀다. 아이들은 흙을 가지고 이런 모양도 만들고, 저런 모양도 만드는 것 자체를 재미있어 하지 않는가. 우리에게 인생이란 모래밭과도 같다. 마음대로 이리도 주무르고 저리도 주무를 수 있다. 경륜이 쌓이고 지위가 올라가고 돈도 모았다면, 이제 불안에 떨면서 일하지 말라. 대신 재미있게 일하는 법을 익혀라.
 
인생의 길고 짧음은 대봐야 안다
얼마 전 필자는 군부대에서 대인관계 능력을 향상시키는 법에 대해 강의했다. 대다수 사병들이 20대 초반이었기에 나는 문득 스무 살 때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나는 내 미래의 인생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예상을 했지만, 중년인 지금 내 인생에는 그 당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의대를 졸업하고 모교 병원이 아닌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한다는 것은 스무 살 때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는 서울아산병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따고 나서 미국에서 2년간 풀타임으로 MBA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군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이 8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군대에서의 2년은 인생에서 40분의 1에 불과한 순간”이라고.
 
어떤 기업인은 나이 마흔에 섬유 회사를 세웠으나 60세 때 회사가 송두리째 망했다. 그는 이제 살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다시 회사 경영을 시작하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당시 누군가가 중국에 가서 함께 섬유 회사를 차리자고 했지만, 그는 “이 나이에…”라며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80세까지 정정하게 살았다. 그리고 물론 후회했다. ‘60세 때 중국에 건너가 다시 섬유 회사를 만들었다면 지금쯤 더 큰 부자가 됐을 텐데… 하늘이 중국에 가서 새로 사업할 기회를 주려고 이전의 사업을 망하게 한 것이었는데, 내가 굴러들어온 복을 찼구나.’
 
삶은 절대로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 불확실성이 때때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에 몸을 맡길 때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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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명기myongki@chol.com

    - (현) 정신과 전문의·부여다사랑병원장
    -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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