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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누구와 드셨나요?

문권모 | 37호 (2009년 7월 Issue 2)
제가 다닌 대학원에 외국계 컨설팅사 파트너를 지낸 교수님
이 한 분 계셨습니다. ‘컨설팅 방법론’이라는 과목을 강의하셨지요. 시간이 지나니 교수님의 가르침 중 많은 내용이 가물가물해졌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아직도 제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바로 ‘회사 사람과 점심을 먹지 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내부 인사와 점심 먹지 말라
교수님께서는 ‘컨설팅 방법론’의 마지막 수업 시간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앞으로 기업 일선에 돌아가거든 회사 내부 사람하고는 점심식사를 하지 마십시오. 가능하면 점심식사는 외부 인사와 하시기 바랍니다. 돈이 많이 들 거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된장찌개 살 테니 만나자’고 편하게 말하세요. 된장찌개는 5000원이면 먹을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러면 상대방도 부담이 되지 않으니까 좋아할 겁니다.”
 
교수님은 이것이 왜 좋은지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첫 번째 포인트는 ‘인맥’이었습니다. “혼자 잘나서 성공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큰일을 할 수 있지요. 쉬지 말고 인맥을 만들고, 기존 인맥을 관리하십시오.”
 
Outside-in 조직 설계
두 번째 포인트는 ‘시각’이었습니다. “계속 같은 회사 사람들하고만 만나면 시야가 좁아지고 시각이 고착화됩니다. 외부 인사들을 만나 새로운 자극을 받아야 세상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개인적인 발전도 이룰 수 있습니다.”
 
저는 다소 일반적인 첫 번째보다 두 번째 설명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지인들과 만남으로써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새로운 지식을 얻을 때가 많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이런 포인트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듯하더군요. 잘되는 회사는 회의나 회식 자리에서 바깥 이야기(사회와 산업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를 더 많이 하지만, 안 되는 회사에서는 내부와 관련된 화제(사내정치, 자화자찬 등)가 더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최근에는 이런 맥락에서 많은 조직들이 ‘개방형 혁신’과 같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박두진 헤이그룹 부장 컨설턴트께서는 ‘Outside-in’이란 개념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는 외부의 정보를 내부에 빨리 전파하기 위해, 고객 접점 부서를 조직 구조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조직 설계 방식을 말합니다. 애프터서비스 부서가 고객 불만만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부서에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렇다고 외부 지식의 유입이 무조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외부 정보가 유입되거나, 극단적 견해를 가진 외부 인사의 왜곡된 조언이 실행에 옮겨지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인들의 얘기를 들으니 사장이나 임원이 개인 약속이나 강연회에 다녀온 후 일선 담당자들이 골치를 앓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합니다. 높은 분들이 회사의 실정에 맞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를 듣고 와서 그대로 실행하라고 지시하기 때문이랍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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