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상사 밑에서 나쁜 상사로 자라지 않으려면...

23호 (2008년 12월 Issue 2)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둔 아들은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커서
또 다른 술주정뱅이가 되기 쉽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증오하며 자라온 딸은 신기하리만큼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려 폭력적인 남편을 선택할 비극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된다. 혹독한 시어머니를 만나 평생 울고 지낸 며느리가 다시 더 혹독한 시어머니가 되는 일은 흔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과거의 좋지 못한 경험과 비극적 환경이 좋은 교훈이 돼 반드시 우리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환경에 지배되어 배운 대로 처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거가 우리를 삼키고 실패가 우리를 부서뜨린 경우다.
 
나쁜 상사가 또다시 나쁜 상사를 키운다
마찬가지로 조직의 권위주의와 상사의 횡포에 시달리다 보면 직원들은 권위주의에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그때 구성원들은 항상 ‘누가 보스야?’ 라고 묻게 된다. 그리고 왕초의 견해에 따른다. 자신의 생각에 따라 자신을 관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나쁜 고참이 나쁜 후배를 만들고, 나쁜 상사가 또다시 나쁜 관리자를 양산해 내는 학습의 법칙이 우리 일상에 깊이 영향을 미친다.
 
나쁜 상사가 정말 나쁜 이유는 그 사람이 우리의 정신과 행동에 그의 나쁜 점의 일부를 복제해 주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있다. 냉정한 상사가 우리 위에 군림하던 것을 기억해 ‘내가 저 자리에 가면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보스가 되어 그 자리에 서면 그 냉정함을 저도 모르게 따르게 되고, 가혹한 상사를 무서워하던 것을 기억해 그 가혹함의 효율성을 믿게 된다.
 
반면에 상사가 너무 부드러우면 종종 그 사람을 무시하려 했던 마음을 기억하고, 상사가 잘해 주면 편안하려고 했던 것을 잊지 않는다. 그리하여 자신이 상사가 되었을 때 부하 직원의 취향과 재능을 잘 활용하고 배려하는 리더가 되는 대신 자기도 모르게 ‘영악하고, 속일 수 없고, 직위의 권력을 보여 주고 싶어 안달하는’ 권위주의적 보스가 된다.
 
좋은 상사가 그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에게 역할 모델이 되어 주듯이 치사하고 독한 상사 역시 나쁜 본보기로 남게 된다. 나쁜 상사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문화가 그 구성원들을 구속하듯이 나쁜 상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직의 피 속으로 스며든다.
 
조직에 있는 한 언젠가 누군가의 상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의 부하 직원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좋은 상사가 되려면 나쁜 상사처럼 되지 않겠다는 분명한 삶의 자세를 확립하고, 힘들던 생활을 부하 직원에게 되돌리지 않으려는 선한 용기로 무장해야 한다. 결국 다른 사람의 실패와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그것들을 반복하게 되고 그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오직 지난 일들로부터 교훈과 배움을 얻은 자 만이 더 높은 차원의 배움으로 향해 갈 수 있다. 우리는 배움을 통해 더 높은 배움으로 나아간다. 나는 이것을 ‘선한 성장’이라고 부른다.

상사와의 갈등을 푸는 3단계 접근법
상사와의 나쁜 관계 속에서 매일 시달리는 것 또는 그렇게 시달린 경험이 있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경험이라고 할 수 없다. 그저 하나의 문제를 떠안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가 없는 일상은 없다. 모든 해결책은 문제로부터 발생한다. 따라서 문제가 없으면 더 좋은 해결책도 없다. 우리가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없다. 당사자는 늘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할 사람도 바로 우리가 된다. 문제 속에 있을 때는 그 해결책을 다른 사람 손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나는 나에게 명령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명령에 따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 문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확보하고 그 문제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다음과 같이 3가지 단계적 접근법을 쓰면 간단하고 유효하다. 필자는 이 단계적 접근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애덤 카헤인이 쓴 ‘통합의 리더십’(원제 ‘Solving through Problems’)을 읽으면서 얻었다. 이 책을 상사와의 갈등을 푸는 열쇠로 활용해 보았다.
 
첫 번째 단계는 분열(diverged)이다.
우리가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볼 수 없으리라는 점을 감안해 가능한 한 다양한 관점을 동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나를 불쾌하게 하고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상사의 행동 패턴에 대해 여러 관점을 제시하는 작업이다. 이때는 논리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논리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장 비이성적으로, 원시적 감각을 활용하여 최대한 여러 관점을 확보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사가 터무니없는 태도로 나를 눌러 오거나 불량한 눈초리와 무식한 말투로 대할 때 우리는 상황에 절망하고 그 무례함을 증오한다. 그리고 그 자격 없음을 속으로 규탄한다. 이때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관리자로 승격하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자. 우리의 학습된 두뇌는 ‘그래야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별 대과(大過) 없이 일해 온 사람은 때가 되면 진급하게’ 마련이다. 당위와 현실이 충돌하고, 이것이 내 개인의 문제가 되면 아주 쉽게 우리는 온갖 기준에서 모자라기 짝이 없는 상사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하지만 이 두 가지 관점을 확보하는 순간에 그 상사가 ‘적합해서가 아니라 때가 되어 승진해 내 관리자가 되었기 때문에’ 수많은 인간적 결함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여러 관점이 확보되면서 여전히 주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꽤 균형 잡힌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출현(emerged)이다.
여러 관점이 확보되어 비교적 균형 잡힌 시선으로 문제를 볼 수 있게 되면 상대방에 대해 다양한 이해가 생기게 된다. 이때 자신과 상사를 구별하는 경계의 막이 얇아지면서 마침내 상사의 사고와 행동의 패턴이 감지된다. 누가 일방적으로 나쁘다기보다 두 사람 사이의 어울림이 만들어 내는 진짜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브라이언 아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우리의식의 깊은 영역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결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지혜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우리의 마음은 논리적 추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마음은 패턴에 따라, 이 패턴과 연결된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나쁜 관계의 모든 원인과 책임을 상사에게 돌리면 관계를 개선할 수 없다. 여러 관점을 확보한 다음에는 오히려 한 발 물러서 우리 속의 무의식에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직관적 통찰이 떠오를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상사와 나 사이에 미리 그어진 두꺼운 불화의 벽이 엷어지면서 우리가 서로 만나고 있다는 교감을 마음속에서 끌어 낼 수 있을 때 관계는 개선을 향해 방향을 틀게 된다.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융합(converged)이다.
틀이 짜이며, 행동 계획이 수립된다. 이때는 상사와 내가 서로 전체가 되기를 원해야 한다. 누구든 완벽할 수 없다. 누구도 선입관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깨진 거울 조각을 통해 보이는 모습을 전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상사와 나의 거울을 합하면 더 넓은 세계의 일부를 내다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어쩌면 상사와 나는 한 덩어리의 밀랍으로 만들어진 인형인지도 모른다. 다르게 생겼지만 그 본질적 성질은 같은 것이라는 통찰이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할 때 관계는 복원되며 친밀해진다.
 
심리학자인 칼 로저스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늘 일치된 생각을 가지거나 일치된 느낌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한 공간에서 서로에게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목적은 공유할 수 있다. 필자는 이것이 믿음의 문제이고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같은 목적을 공유할 때는 헌신해야 한다. 서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갈망이 있어야 한다. 마치 ‘갈라진 살이 하나가 되고 싶어 하듯’ 상처는 하나가 되고 싶어 한다. ‘나는 곧 전체의 일부’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상사는 나를 구하고 나는 상사를 빛나게 할 것이다. 이때 우리는 서로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0호 Pet Humanization 2021년 05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