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풍요의 시대피터 디아만디스·스티븐 코틀러 지음 · 김태훈 옮김
비즈니스북스 · 2만2000원
결핍이 사라지고 불가능하던 일이 현실이 되는 세계.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같은 기술 리더들이 입을 모아 그리는 미래다. 『어번던스』로 풍요의 시대를 예견했던 피터 디아만디스는 과학 저술가 스티븐 코틀러와 함께 지금 벌어지는 기술 변화 속에서 ‘초풍요’의 좌표를 짚어낸다. 초풍요는 단순히 물질이 넘쳐나는 사회가 아니다. AI·로봇공학·생명공학 같은 기하급수 기술의 융합으로 재화와 서비스 생산 비용이 0에 수렴하고 정보·교육·의료·에너지 같은 핵심 자원이 누구에게나 풍부하게 돌아가는 사회다.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기술 혁명이 아닌 인류 문명의 방향을 결정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가장 강력한 엔진은 역시 AI다. 이 책이 말하는 것은 더 똑똑한 챗봇이 아니다. AI가 로봇공학·에너지·위성 기술과 맞물려 서로의 속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융합이다. 환자 자신의 세포로 장기를 찍어내는 바이오프린팅, 지구를 실시간으로 읽는 초소형 위성, 공장 내 위험한 노동을 넘겨받는 휴머노이드, 오지까지 전달되는 값싼 전기 등 미래에는 비싸서 누리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씩 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들이 미래를 낙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 풍요의 대가도 함께 셈한다. 장기를 찍어내는 합성생물학은 바이오 테러의 문을 열 수 있고, 값싼 에너지와 대량 생산은 기후 위기와 플라스틱 공해를 남긴다. 고도화된 AI 역시 그 자체로 인류의 위협이 될 수 있다. 결핍이 사라진다고 더 나은 세상이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삶의 목적과 관계를 잃는다면 초풍요의 시대조차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